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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악화... 장학금 확충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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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장학금의 미래

지난해 10월 31일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공시정보에 따르면, 2019년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의 총액이 2013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성공회대학교 재학생들이 수령한 장학금 총액은 78억 5천만원으로 전년도보다 13억원가량 감소했다. 1인당 평균 수령 액수도 전년도 445만원에서 398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2018년 전국 평균 1인당 장학금이 334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액수지만, 성공회대학교 장학금 액수가 줄어든 것은 학교가 정책적으로 장학금 증액을 추진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장학금 감소의 여파는 곧바로 2019년 장학금 지급 대상의 변화로 나타났다. 2018년까지 성공회대학교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통해 소득분위 6분위 학생들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했으며 7, 8분위 학생들도 각각 100만원과 25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1~3분위 학생들에게만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고, 그 이상 분위 학생들에게는 국가장학금 2유형이 지급되지 않았다.

 

성공회대학교 박상선 기획처장은 등록금심의원회에서 '인센티브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았기에 2019년 장학금 지급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장학금은 국가장학금 2유형의 일부로,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이 남을 경우 국가에서 각 학교에 배정해 주는 장학금이었다. 2018년까지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은 매년 인센티브 장학금을 받았지만 2019년부터 교육부가 이런 ‘남는 예산’을 만들지 않기로 하면서 성공회대학교의 장학금 액수 또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성공회대학교의 재정이 절대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 크다. 성공회대학교가 매년 지출하는 금액은 200억에서 300억 가량이지만 성공회대학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내놓을 의무가 있는 학교 법인은 매년 2억원 남짓한 전입금(법인이 사립 학교 운영에 필요하여 투자하거나 지원하는 금액)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마저도 2019년에는 5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성공회대학교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런 재정 상황 탓에 학교는 넉넉한 교내 장학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결국 교내 장학금은 등록금을 되돌려주는 꼴이기에, 학생들의 장학금 대부분을 국가장학금이 채워야만 했다. 성공회대학교의 재정이 넉넉했다면 국가장학금 예산이 줄어도 그 영향을 적게 받거나 학교가 국가장학금 예산이 줄어든 만큼을 교내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 대표적인 정부의 책임 방기

 

이것은 학교와 학교 법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교는 학문을 발전시키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사립대학교라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장학금 정책은 사립대학교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만 줄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부가 사립대학 재정 문제에 대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된 국가장학금 2유형이 그러한데,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교내 장학금을 확충한 학교에만 주어진다.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게 하기 위해 학교는 등록금을 깎거나 교내 장학금을 증액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이 정책의 원래 취지였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2유형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재정 상황이 넉넉함에도 학생들에게 고액의 등록금을 받아 교육에 재투자하지 않는 경우에는 유의미한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공회대학교처럼 재정이 넉넉지 않아 교내 장학금 확충이나 등록금 인하로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정작 교육이나 학교 인프라에는 충분히 투자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제로 성공회대학교는 이 제도의 영향으로 2013년부터 매년 등록금 수입의 20%를 교내 장학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3년에 총 16억 6천만원이었던 교내 장학금이 2014년에는 25억원, 2016년에는 35억 7천만원에 이르렀고, 국가장학금 교부액 또한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 결과, 앞서 지적했듯 성공회대학교의 재정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학생복지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재학생의 '1인당 평균 교내 장학금 유지 또는 동결 & 등록금 유지 또는 인하' 조건을 충족해야 교부받을 수 있다"며 "재정 상태가 열악한 성공회대학교에서 등록금 인상이 12년간 동결되어 학교 재정이 매우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 높은 등록금 의존 구조 개선해야 

 

대학교육연구소는 대학이 더 이상 등록금에 의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등록금을 낼 학생들의 숫자 또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국가가 부담하는 교육 예산) 지출액은 10,486$(한화 약 1,100만원)로 OECD 평균(15,556$,한화 약 1,700만원)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외적 변화는 대학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학년도 성공회대학교 정시 경쟁률은 4.51대 1로 4.38인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학교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서울 4년제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고 더 이상 성공회대학교가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는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전국 평균보다 높은 장학금을 유지하는 건 물론, 성공회대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는 학교 재단의 노력과 교육부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글, 취재=엄재연 기자(eomzkx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