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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캠퍼스 과 회비]알쓸신과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과 회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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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회비 관련 세칙 분석, 감사위원회 설치 그리고 변화의 필요성

 

‘과 회비... 꼭 내야하나요?’

 

  OT 시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에브리타임 새내기게시판에는 이런 질문들이 가득하다. “과 회비가 비싼 거 같은데 대학 생활이 처음이라, 과 회비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나요? 안 내도 되는 건가요?” 자신만 과 회비를 내지 않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에, 새내기들의 마음은 복잡해져 간다. 시간이 지나자 선배들도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새내기 여러분, 그냥 4년에 한 번 내는 거니까 눈 딱 한 번 감고 내세요.” “과 회비 얘기 좀 그만해요. 지겹게.” 이런 글들이 올라오니 많은 새내기들은 과 회비를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학기가 끝나고 나니 과 회비 금액이 역시 과도했다는 생각이 든다. 간식 행사, MT, 축제 부스, 개강, 종강 파티 등에 그만큼의 돈이 필요했는지 의문스럽다. 많은 학생들이 과 회비 운용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만, 관심을 가지는 건 잠깐일 뿐이다. 매년 과 회비 책정 기준과 운용 과정이 문제가 되지만,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문제의 근본은 가려졌다.

 

특히, 매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는 과 회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학생회비 문제는 글로벌캠퍼스만의 일은 아니지만, 글로벌캠퍼스는 그 자체만으로 과 회비 액수가 적지 않고, 과거 일부 학과에서 과 회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학과 운영비는 어떻게 조성되는가?

 

  대부분의 학과 운영비는 전년도 이월금과 그해 새로 걷은 과 회비로 구성된다. 이외에 학과마다 동문회비, 교수님들이 주신 지원금 등의 기타 수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기타 수입은 매년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과 운영비는 대부분 과 회비로 충당된다.

 

그러므로, 과 회비는 학과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매년 글로벌캠퍼스의 과 회비 문제가 반복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 회비를 규정하는 세칙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각 학과의 세칙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점을 정리한 표다.

 

문제점 a. 세칙 조항이 느슨하고 모호하다.

문제점 b. 세칙에 과 회비 사용 내역 공개를 의무로 두지 않는다.

문제점 c. 이월금 규모가 과도하다.

문제점 d. 과 회비 미납시 불이익이 존재한다.

문제점 e. 세칙에 징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점 f.  과 세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점 g. 기타 다른 문제점

 

*해당 과 세칙은 과 홈페이지 및 집행부와 연락 등의 방법으로 입수하였습니다. 글로벌캠퍼스 전체 과에 세칙을 요청했으나 일부 과에서만 답변이 왔으며, 답변이 오지 않은 과나 세칙 공개를 거부한 과는 해당 기사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전체 과를 대표하지 않음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문제점 a. 세칙 조항이 느슨하고 모호하다.

 

  과 회비 논란의 핵심은 세칙이 느슨하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매년 과 회비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액수가 학생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고액이라는 점인데, 현재 글로벌캠퍼스의 각 학과에서는 액수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과 회비 사용 범위를 ‘경상비, 사업비, 선거관리비 등’으로 모호하게 명시하거나, 아예 명시하지 않고 있다.

 

즉, 과 회비의 구체적인 액수 책정 방식이나 이월금, 과 회비의 사용범위 등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과 회비가 왜 이만큼 필요한지,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세칙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경상비는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경비이므로 어떤 항목이 존재하는지 또 어느 정도의 경비가 지출되는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거관리비와 사업비 역시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조항의 부재로 과 학생회 측에서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과 회비를 산정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브라질학과는 과 세칙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구전되는 규정에 따라 과 운영비 예산과 과 회비 금액을 책정한다고 답변했다. 예를 들어 과 회비가 작년 30만 원이었기 때문에 올해도 30만 원을 걷는다는 것이다. 새내기의 인원이나 행사에 필요한 정확한 비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관행에 답습하여 과 회비를 책정하는 방식은 비합리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 회비 금액산정에 의문을 품는 학우들에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상황을 무마할 뿐, 왜 이 금액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해주지 못한다. 이는 세칙에 과 회비 금액 산정과 사용범위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점 b. 세칙에 과 회비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로 두지 않는다.

 

  모든 학생은 자신이 낸 과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따라서 학과에서는 종강총회 또는 학기 말에 결산내역을 공개한다. 그러나 학과 운영비의 정확한 사용내역을 알기 위해서는 결산내역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증빙자료가 필수적이다. 결산안은 사용 내역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투명성을 완전히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금융학과의 세칙 제80조 1항에는 ‘회원의 1/10 이상이 서명으로 요구하였을 경우 회비 영수증 일체와 통장 거래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제 81조(결산보고)에서는 ‘결산안 공개는 대자보나 웹자보 형식으로 필요시 매 학기 종강 한 달 전 공개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결산안은 매 학기 공개하지만, 증빙자료에 해당하는 영수증과 통장 거래 내역은 학우들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공개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인원도 1/10 이상이라 명시하고 있으므로 만약 결산안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학우가 한 명일 경우에 학생회는 이에 응답할 의무가 없다. 이는 학과에 속한 학우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를 명백한 이유 없이 제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외의 경우에는 ‘회원의 요구가 있을 시에는 결산 내역을 공개함을 원칙으로 한다.’ , ‘매 학기 1회 보고한다.’와 같이 모호하게 표기하거나, 결산 보고의 내용이 아예 명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모호한 표기는 ‘결산 내역’ 이라는 것 안에, 앞서 말한 증빙자료가 포함되는지의 여부가 드러나 있지 않아, 만약 포함되지 않을 경우 결산안에 의문이 있는 학우들이 증빙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문제이다.

 

물론 세칙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과 단체 메신저나 홈페이지를 통해 결산 내역을 공개하는 학과도 존재한다. 학과 학생회가 정기적으로 과 구성원들에게 결산 내역을 공개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칙에 영수증을 포함한 결산 내역의 의무적 공개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 학생회가 임의로 결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과 구성원들은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학우들은 자신이 낸 과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며 동시에 과 회비 남용을 견제할만한 수단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세칙에 해당 조항이 명시되어야 한다.

 

 

문제점 c. 이월금의 규모가 과도하다.

 

  이와 더불어 과 회비 금액에 의구심을 품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월금의 규모 때문이다. 과 예산을 실제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므로, 이를 고려하여 초기에 과 예산을 여유롭게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내년의 재정 사정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예비비 차원에서라도 이월금이 생기는 것 역시 당연하다. 때문에 과 회비를 운용하는 과정에 있어 이월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마인어통번역학과의 19년도 2학기 회계장부에 따르면, 반년간 지출한 금액보다 이월금이 2배가량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과도한 규모의 이월금은 명백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월금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애초에 과도한 이월금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다. 과 회비는 입학 당시 4년 치 금액을 한 번에 납부하고, 학과 사정에 따라 매년 사용하는 금액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일정 범위 이상을 크게 초과한 금액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사용 금액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과 회비 액수를 줄여 이월금이 과도하게 생기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학과의 연간 행사가 끝난 이후 과 회비가 남았을 경우 그 금액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학과의 경우 ‘공식적인 당해년도 행사가 끝난 후, 남은 학생회비를 정회원 신입생(학생회비 지불한 인원에 해당)들에게 균등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정회원 새내기의 과반수가 동의했을 시 그 다음해 학생회비로 이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국어통번역학과의 경우는 명문 규정은 없으나 이월금을 고려한 뒤, 남은 금액은 다음 해에 전년도 신입생에게 환급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과 회비 이월에 관하여 세칙에 규정한 학과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대부분의 학과에서 이월금 액수가 과도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다.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예비비로서의 이월금을 두되, 그 과정에 학우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회비가 과도하게 책정되지는 않았는지 재검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이월금 조항이 학우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학과 세칙에 따르면, 차기 학생회에 기존 년도 학생회 총수입(전년도 학생회 인수인계 금액 포함)의 최소 5%를 인계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회의 결정에 따라 총 수입액 5% 이상도 인계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학생회의 독단적인 결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최소 기준을 5%라고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이월금으로 넘겨도 세칙상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월금이 최소 기준치보다 많이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과 회비가 과도하게 책정이 되었거나 혹은 해당 연도의 과 행사에 과 회비가 적절하게 활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전자든 후자든 모두 과 회비가 학우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월금의 최소 기준을 잡기보다는 학우들이 납득가능할만한 이월금 범위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해당 학과로 예시를 들자면, ‘최소 5% 이상’이 아닌 ‘5%로만’ 혹은 명확한 퍼센티지(%)로 두어야 한다.

 

 

문제점 d. 과 회비 미납 시 불이익이 존재한다.

 

  금액 문제를 떠나 과 회비를 내지 않았을 시 불이익이 존재하고 이를 세칙에 명시하는 경우가 있다. 공과대학에 속한 모든 학과의 세칙에는 과 회비를 내지 않을 시 선거권을 제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제47조에 따르면, 해당 학기 등록 중인 학생은 모두 선거권을 갖지만, 제1장 제6조에 해당할 때는 그 권한이 제한될 수 있다. 제6조는 권리의 제한에 대한 조항으로, 회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제5조 4항)와 입학 시 과 회비를 내야 할 의무(제5조 5항)를 다하지 않을 시 이에 해당한다.

 

 

 

 

현행 학칙에 따르면 학과에 속한 회원으로서 과 회비를 내는 것은 마땅한 의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칙상 과 회비로 운용되는 사업이나 복지에 해당되는 권리를 누릴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과 회비가 의무인지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 사회에서 학생이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인 선거권을 단지 과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물론, 과 간식 행사는 과 회비로 마련된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과 회비 납부 사실에 따라 참여가 제한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과 학생회장 투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학생회는 학생사회 차원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고, 과에 속한 구성원 역시 투표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과 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 표현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루마니아어과의 경우에는 세칙 제26조 3항에 따라 회비 미납자는 모든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여러 장학금 가운데 성적 장학금의 경우에 문제 된다. 성적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한 자’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이는 학업에 대한 개인의 노력에 따른 보상으로, 학과 생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학생으로서 대학의 근간이 되는 학습권을 충실히 이행한 것에 대해, 이와는 별개의 영역인 학생회가 관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즉, 과 회비 납부 사실에 따라 학우들에게 주어지는 대우의 차이가 ‘복지’의 범위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권리’라고 여겨지는 것들에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과의 전반적인 행사를 집행하는 학생회와 이들에게 재정을 맡긴 비 집행부원 학우들 간에 견해차는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불이익이 존재하는 세칙 조항은 더욱 합당하게 개정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과 학생회는 학우들에게 과 회비 납부 관련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 학과에서 과 회비에 대해 공지할 때 ‘강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세칙 정보 역시 폐쇄적이다. 대부분 세칙을 과 홈페이지나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없어 해당 과 학우들이 과 회비가 의무라는 점과 이를 내지 않았을 시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세칙 상 과 회비 납부가 의무인 현재로서는, 과 학우들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알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점 e. 세칙에 징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현행 세칙에는 과 회비 남용·횡령 등을 규제하고 처벌할 만한 징계 규정이 없다. 이는 취재 과정에서 세칙을 얻을 수 있었던 모든 과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과 세칙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 단과대 세칙을 따른다고 해도, 해당 세칙 역시 회비 부정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벌 조항의 부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으며,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처벌을 할 수 없으니 과 학생회장 혹은 학생회 차원에서 과 회비를 얼마든지 자신의 이익에 맞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없었더라도 언제든지 과 운영이라는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게다가 과 세칙 정보를 일반 학우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과 사용내역의 불투명성 등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얽혀 잘못을 저지른 학생회에 대한 징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과 회비 관련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 일반 학우들이 해당 문제를 알아채기 힘든 구조이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징계 규정이 없기에 문제를 바로잡을 별다른 방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과 학생회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과 회비 지원을 받는 과 소속 학회 역시도 과 회비를 남용하더라도 징계할 수 없다.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모 학과 학회의 회비 낭비 실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해당 학과 A 학회(이하 A 학회)는 활동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학회 학생회로부터 받은 운영비를 개인적 용도로 모두 사용했다고 밝혔다.

 

A 학회의 주요 활동은 매 학기 해당 언어 잡지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이는 과 회비 지원뿐만 아니라 학과 교수님의 지원금이 더해져 잡지 인쇄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는 교수님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A 학회는 작년 지원금 대부분을 19년도 1학기 잡지 발간에 지출했다.

 

1학기가 끝난 후 A 학회에 새로운 학회장이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었고, 남은 예산으로 잡지 인쇄는 무리라고 판단하여 인스타그램을 통해 학회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 학회는 2학기 동안 제대로 된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다. 해당 인스타그램 확인 결과, 2학기 활동 게시물은 총 4개였으며 같은 주제를 한국어와 해당 언어 버전으로 각각 올려 사실상 2개의 주제로 한 학기 동안 활동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제보자는, 2개의 주제 역시도 이미 1학기 때 잡지로 발행되었던 주제와 글이었으며 이를 재활용하여 활동을 진행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처럼 해당 학회는 활동량이 저조하였는데도 활동 지원 목적으로 지급된 남은 지원금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간식 비용으로 모두 사용하였다.

 

 

 

 

해당 사례처럼 과에 속한 학회 역시도 과 회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학회를 징계 처분할 조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앞서 과 회비를 내지 않은 학우에 대한 불이익을 살펴본 것처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명목하에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과 회비를 관리하거나 지원받는 사람들이 비용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 부정이 암묵적으로 묵인되고 이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과 회비 문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칙에 징계 규정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문제점 f. 과 세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칙은 모호하게 규정되거나 부당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각 학과가 고유의 세칙을 가지면, 학과 사정에 따라 개정할 수 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매뉴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통번역대학와 국제지역대학의 일부, 인문대학의 철학과는 학과가 개별적으로 제정한 세칙이 따로 없고 단과대의 세칙을 따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각 다른 사정을 지닌 학과가 단과대 세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과는 학생들의 회비가 주된 재원이지만, 단과대 운영비는 학과와는 다르다.

 

(*단과대 운영비 조성에 대해 통번역대학 학생회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단과대 운영비는 학교에서 돈을 받기 때문에 다른 단과대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나, 해당 기사는 통번역대학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단과대의 1년 운영비는 크게 교비와 자치회비로 이루어져 있다. 교비란 등록금으로, 학교의 감시를 받는 돈이다. 학교 차원에서 매해 각 단과대의 예산안을 결정한 뒤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어서 자치회비란 세칙 제9장(제75조- 제77조)에서 언급되는 학생회비로서 등록금 납부 시 선택적으로 납부하는 자치회비를 의미한다. 학기에 한 번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단과대학과 총학생회 사이의 자치회비의 비율을 조정한 후, 해당 학기의 회비를 학생종합지원센터로부터 전달받는다. 자치회비의 경우 교비보다 학교의 감시가 약하기 때문에 중앙감사위원회의 감시도 받고 있다.**

 

(**위의 내용은 18학년도 개정 당시 재임하던 학생회장이 연락되지 않아 19학년도, 20학년도 통번역대 학생회장이 회칙을 해석한 것입니다. 현 학생회장은 관련 내용 및 추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재검토한 뒤 2학기에 온라인으로라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수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단과대는 운영비 조성에 있어, 학생회의 결정권이 없다. 교비와 자치회비 모두 학교에서 일정 금액을 단과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단과대 행사 비용은 학교에 교비를 요청하여 진행되며, 자치회비는 세칙에 따라 경상비, 사업비, 선거관리비로만 쓰일 수 있다. 따라서 학생회비(자치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단과대 행사 참여에는 제약이 없다.

 

이처럼 단과대와 학과는 운영비가 유입되는 경로부터 사용하는 방식, 운영비 사용을 감시하는 주체까지 다르다. 학교 행정상으로는 학과가 단과대에 소속되어있지만, 단과대 세칙은 단과대를 위해 제정한 것이고, 이를 따르는 과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혹은 명목상으로는 단과대 세칙을 따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면, 이는 세칙 위반이 된다.

 

한편,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학과는 과 회비 관련 세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별도로 준용하는 규정 없이 학기별로 글로벌캠퍼스 중앙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브라질학과 역시 고유의 세칙이 없었다. 단대 세칙을 따른다고 하지만, 과 회비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규정에 따라 일 처리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과 자체 학칙의 필요성을 느껴 올해 학칙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칙은 매년 학생회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그리고 새 학생회가 출범할 때부터 임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활동의 근거가 된다. 물론 세칙이 없어도 회비 금액이 타당하게 책정되고, 회비가 적절하게 사용되며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 적어도 징계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점 g. 그 외의 문제점들

 

  마지막으로, 어느 하나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문제가 있는 규정이 존재하는 과도 있었다. 먼저 사학과는 세칙 제27조에 자치회비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27조 3항에서는 과 회비를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우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학과 집행부에서 가지는 소규모 모임이나 회의(기행, 답사, MT, OT, LT, 뒤풀이)’에도 과 회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행, 답사 등의 경우는 공식적인 학과 행사를 기획하기 위한 집행부의 모임이므로, 일종의 ‘학과와 관련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뒤풀이는 말 그대로 회식이므로 이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학과에 소속된 다수가 참여하는 것도 아닌, 소수를 위한 뒤풀이에 과 회비를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 중앙감사위원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앞서 과 세칙을 살펴보았지만, 대부분의 과 세칙에는 징계 조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과 차원에서 징계가 이루어지기는 사실상 어렵다. 과 회비 운용은 오롯이 과 학생회의 몫이지만, 파급력 또한 크다. 따라서 징계 규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했다.

 

글로벌캠퍼스는 과 회비와 관련해 과거부터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고, 학우들도 과 회비 사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제40대 총학생회 利:Action(이하 ‘리액션’) 선거 공약으로 ‘감사위원회 설치’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총학생회 리액션 최예림 부총학생회장도 외대알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선거 공약을 내세울 당시 매년 에브리타임을 뜨겁게 달구는 과 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2019년 총학생회장단으로 당선된 리액션은 같은 해 5월 2일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를 개최하여 중앙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를 설치를 논의했지만, 1표 차이로 절반을 넘지 못해 안건이 부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감사위원회 세칙(안)이 통과되어 2학기부터 감사위 활동이 시작되었지만, 감사위원장의 직무 유기 등의 문제로 사퇴하면서 감사위는 정식으로 출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해체되었다.

 

비록 감사위가 해체되었지만, 감사조차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 감사위를 새로 조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리액션은 감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밝혔다. 해당 연도 2학기 감사는 총학생회장단,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및 동아리연합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진행되었다. 감사는 공익을 위해 사용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각 증빙자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감사 중에는 피감사 단위와 직접적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부가적인 설명은 서면을 통해 받았으며, 여러 차례 재감사와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41대 총학생회장단 The본(이하 ‘더 본’) 역시 리액션의 뒤를 이어 감사위원회를 재건하고자 했다. 독립적인 중앙감사위원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취임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중앙감사위원장 입후보 신청 공고를 게시했다. 그리고 제1차 임시 확운위를 열어 감사위 세칙 개정 논의 및 의결을 진행했으며, 이에 따른 감사세칙을 공포했다. 한편, 입후보 마감 시한인 1월 31일 18시까지 중앙감사위원장 후보 등록자가 없어 인준이 무산되었음을 공고했다. 이로써 감사위원회 업무 및 권한을 중운위가 대행하게 되었다. 당시 세칙에 중앙감사위원회의 비상대책위원회 관련 조항이 있었음에도 중운위가 감사위 업무를 대행한 이유는 비대위 체제는 첫 중앙감사위원회가 인준된 이후 중앙감사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6월에는 제2차 임시 확운위를 통해 감사 시행 세칙 개정, 중감위 비대위 감사위원 인준 등의 안건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때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정된 감사시행세칙에는 비상대책위원회 관련 조항이 크게 개정되었다. 감사위 인준 이후 감사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중운위가 감사위 역할을 맡는 기존 방식 대신, 감사위가 인준되지 않아도 비대위 구성이 가능케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 국장, 각 단과대 학생회 집행위원회 국장, 동아리연합회, 총사생회 집행위원회 국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외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더 본 박장원 총학생회장은 임명직의 국장급으로 비대위를 구성하여 동일한 직급 간의 견제와 소통을 통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 위원이 소속된 단위의 내용을 다루는 경우에는 감사권, 발언권, 의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일명 ‘제 식구 감싸기’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6월에 개정된 규정에서는 기존에 감사위원장과 동일한 권한을 가졌던 비대위원장 대신 감사위원 10인 중 대표위원을 선출하도록 했다. 최종결정권자의 권한을 갖는 감사위원장과 달리, 대표 위원은 원활한 감사 진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 이외에는 권한의 범위가 제한된다. 또한 비상대책위원의 해임과 사임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6월 7일, 제2대 중앙감사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발족되었다.

 

8월 31일, 제3차 임시 확운위 감사위 세칙 개정안건에 따라 개정된 세칙이 공포되었고, 같은 날 제2대 비대위도 발족되었다.  8월에 개정된 세칙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중앙감사협의회’ 의 신설이다. 올해 초까지 중운위가 감사위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감사위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였던 총학생회장은, 해결책으로써 제3의 기구인 중앙감사협의회를 신설하였다고 밝혔다. 중앙감사협의회는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집행위원장을 제외한 중운위 위원 2인, 감사위원회 의장, 현 중운위원과 감사위원을 제외한 총학생회장 추천위원 1인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렇게 큰 노력 끝에, 중앙감사위원회는 목적에 맞게 다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개정된 세칙에는 감사 기준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개정된 감사 세칙에서는 ‘학생회칙 준수 여부’를 감사기준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회칙 준수 여부를 감사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는 세칙의 준수세칙이 규정하는 테두리 안의 일이라면, 만약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사 절차에서 문제 삼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맹점은 감사 세칙에 징계 기준이 있다고 해도 이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따라서 세칙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두는 것이 진정한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앞서 분석한 문제점들을 보완한 세칙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감사와 과 세칙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과 세칙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손으로 바꿀 미래

 

  그렇다고 해서, 과 학생회 차원에서 세칙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이오메디컬공학부는 기존 ‘회원은 회비 30만 원 납부의 의무를 진다.’라는 조항에서 금액 ‘30만 원’을 삭제했다. 과 회비 금액을 고정하려 하기보다는 제한을 두지 않고 계속 줄어갈 것을 권장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봉착해 세칙을 개정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취재 과정에서 독일어통번역학과 비상대책위원장은 과 세칙 중 과 회비 관련 조항에 대해 부실하다고 느낀다며, 일부 내용을 개정하고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려 했으나 학회 총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여 진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밝혔다. 아프리카학부 학생회 역시 과 회비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세심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느껴 올해 1학기 때 개정하려 했으나 총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음을 밝혔다.  

 

세칙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집행부 2인 이상 혹은 과 학생회장, 또는 20인 이상의 학과 구성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고, 총 학내 구성원 1/3이 참석한 학생총회에서 제안된 개정안에 대해 참석인원의 2/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세칙이 과 회비 책정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과 학생회뿐만 아니라 학우들 역시 적극적인 태도로 세칙 개정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모두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

 

  지금까지 과 회비와 관련된 세칙의 문제점과 감사위원회 설치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과 운영의 토대가 되는 세칙이 잘못되어 다른 문제들이 파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 회비 문제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칙에서 파생한 문제이기에 언제든지 과거와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과 회비 문제를 ‘고칠 수 없는’ 사안으로만 본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학우들의 당연한 권리 보장을 위해 설치된 감사위원회는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는 관습이라는 이름 하에 가려진 문제의 근본을 모두가 들여다보고, 개선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글, 취재

엄시현 기자(sihyeon9873@gmail.com)

이지원 기자(jione0519@naver.com)

이하은 기자(cfdol2002@gmail.com)

 

취재도움

김철준 기자(kcjoon07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