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 배우는 커피

 

 

  우리에게 카페는 꽤 친숙한 장소다. 우리는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하기도 하며, 심지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주 가다 보면 카페에 자리를 빌리러 간다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다. 그런데 잘 몰라서 아메리카노만 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어떤 카페에 갔더니, 원두까지 고르라고 한다.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커피에 대해 잘 몰라도 어디 물어보기 민망하고, 알면 알수록 어렵고 궁금한 건 많아진다. 카페 모카는 달고 부드러운데, 캐러멜 마키아토 역시 달고 부드럽다. 이름은 다른데 왜 맛이 비슷할까? 또 어제 먹은 아메리카노는 신맛이 강했는데, 오늘 먹은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강하다. 왜 맛이 다를까? 믹스커피랑 아메리카노는 뭐가 다른 걸까? 궁금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질문에 대답해보고자 한다.

 

 

Coffee bean? 커피 콩?

  커피는 모두 알다시피 볶은 원두를 갈아서 뜨거운 물에 우려낸 음료이다. 콩 두(豆) 자를 쓰고 있지만 원두는 사실 콩이 아니라 체리처럼 생긴 커피 열매의 씨앗이다. 콩처럼 생기고 볶아 먹으니 영미권에서도 그냥 Coffee bean이라고 부른다.

 

 

커피의 기원

  커피의 시작은 전설처럼 내려온다. 사실 여부를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시작은 에티오티아 등지의 ‘칼디’라는 목동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칼디는 어느 날 양들이 어떤 열매를 먹고 신나 노는 걸 보게 된다.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칼디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게 된다. 커피 콩을 악마의 열매라 여긴 사람들은 이를 불태워버렸는데, 오히려 마을 가득 좋은 향이 퍼지면서 커피 콩을 볶아 먹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커피의 종류

  커피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커피를 ‘아라비카’라고 광고하는 걸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아라비카가 커피의 품종 이름이다. 이렇게 아라비카를 사용했다고 자랑하는 이유는 아라비카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반면 로부스타는 튼튼하다는 뜻을 가진 ‘Robust’라는 단어처럼, 병충해에 강 해 생산량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맛의 차이 역시 있다. 로부스타는 쓰고 향이 약한 반면, 아라비카는 좀 더 시고 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로부스타를 주로 맥심과 같은 인스턴트커피에 사용하고 아라비카는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게 됐다.

 

커피의 맛?

  커피의 종류가 두 가지인데 왜 로스터리 카페에 가면 그렇게도 원두가 다양하게 있는 걸까? 이는 같은 아라비카 원두라고 해도, 국가마다 혹은 지역마다 원두의 맛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두마다 각각의 맛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어도 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원두의 맛은 보통 육각형의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크게 총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쓴맛, 단맛, 신맛, 아로마(향기), 플레이버(향미), 바디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쓴맛 대신 밸런스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쓴맛과 신맛, 향은 보통 커피를 얼마나 볶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원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도 있다. 커피를 오래 볶으면 커피가 타게 되니 자연스레 쓴맛이 강해지고 향은 날아간다. 반대로, 적게 볶게 되면 신맛과 향이 강해지고 쓴맛은 약해진다.

  여섯 가지 맛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디감이다. 바디감이란 단어부터 정말 생경하다. 바디감이 강하면 쓴맛이 강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바디감은 진한 정도를 뜻한다. 밀도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유는 물보다 쓰지 않지만, 무거운 느낌이 든다. 이를 커피에 가져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디감이 강한 커피는 우유처럼 진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메리카노? 드립커피? 더치커피? 콜드브루?

  우리가 흔히 듣는 커피들의 종류이다. 다 같은 블랙커피처럼 보이지만 만드는 법도 다르고, 그러다 보니 맛 또한 달라진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 희석시킨 것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는 곱게 간 원두에 고온 고압의 물을 투과해 만든다. 그렇기에 진하고 쓰다. 그리고 급속으로 추출하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적은 편이다.

 

아메리카노 콜드브루

  더치커피와 콜드브루는 사실 같은 말이다. 원두에 찬물을 오랫동안 조금씩 떨어트려 추출하는 방법이다. 다른 커피는 원두를 내린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맛이 없어지지만, 내린 커피를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두면 풍미가 더 강해진다. 따라서 에스프레소나 드립 커피에 비해 쓰지 않으며 고소함과 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드립 커피

  드립 커피는 드립퍼에다가 갈은 원두를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는 방식이다. 드립퍼는 여과지라고 생각하면 쉽다. 기계가 필요한 에스프레소에 비해 도구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좋은 방법이다. 또한, 커피를 내릴 때 집 안 가득 커피향이 퍼진다. 우리가 가는 카페에서도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스타벅스의 오늘의 커피가 바로 그것이다. 아메리카노 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니,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셨다면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평소에 먹던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커피는 보통 내린 지 30분이 지나기 전에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만일 오늘의 커피를 주문할 때, 내린 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보고 오래되었다면 다시 내려 달라고 요청한다면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원두 추천!

  맛 설명을 이해할 수 있어도, 카페에 가서 원두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몇 가지 대표적인 원두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콜롬비아 수프레모

: 수프레모는 등급 이름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커피를 수출할 때 국가에서 등급을 매기는데, 이때 최고 등급이 수프레모다. 신맛이 적고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이다. 원두 추천을 받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커피이다. 가장 무난하며 맛과 향 역시 좋다. 그렇기에 커피를 잘 모르고 자주 접하지 않는다면 가장 추천하는 커피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 안티구아는 과테말라의 수도 이름이다. 주로 원두의 이름은 원산지, 즉 맨 앞에 국가 이름 뒤에 도시 이름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티구아는 주로 화산지대에서 재배된다. 그렇기에 화산 폭발에서 나온 질소를 커피나무가 흡수하면서 나는 스모키한 향이 특징이며, 그 향을 살리기 위해 강하게 볶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끝 맛에서 단맛이 은은하게 나기에 커피를 자주 마시고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에피오티아 예가체프

: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의 남부 예가체프에서 재배하는 원두이다. 에티오피아 커피 중에 가장 세련된 커피라고 불리는데, 꽃 향기와 함께 상쾌한 신맛이 특징이다. 쓴맛이 약하고 바디감 역시 약하다. 향이 좋고 쓴맛이 약하기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맛을 좋아하지 않아도 한 번쯤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멘 모카 마타리

: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이다. 모카는 항구 이름에서 따왔고 마타리는 예맨 커피 등급 중 최고 등급을 뜻한다. 커피에서 나는 초코 향이 특징인데, 이 맛을 재현하려고 커피에 초코 시럽을 넣은 것이 카페 모카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불리는 만큼 다른 커피들의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카페 모카를 좋아한다면, 진짜의 맛을 한 번쯤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시키고 쓴맛밖에 없다고 느꼈다면, 이번에는 따듯한 커피를 시켜서 향부터 맡아보자. 향긋하고 고소한 향기에 괜히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 후 커피를 입에 머금고 향미와 바디감을 느낀다. 그렇게 천천히 마시고 나면, 씁쓸하면서도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왕 가는 카페, 커피도 맛있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정성호 기자(tjdgh54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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