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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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처벌 못하는 법... 허술한 세종대 자체규정 ‘구체적 해법 고민해야’

 

성희롱 처벌 못하는 법
허술한 세종대 자체규정
‘구체적 해법 고민해야’

 

 이번 정홍택씨의 성희롱 사건을 포함해, 이와 같은 성희롱 사건은 대학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왜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제도적 미비점과 함께 현실적 문제를 짚어봤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성희롱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2010년에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성폭행과 성추행에 대해서 처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고용에 관한 법률이기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직장이 아닌 곳에서 일어난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법에 규정된 바가 없고, 때문에 현재로써는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구체적 징계 빠진 세종대 자체규정

 이러한 법적 미비점 때문에 성희롱 사건은 학내 내부규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가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자체규정의 모호함이다. 우리학교에는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이라는 자체규정이 제정되어 있고, 성폭력 사건이 신고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 13조에서는 ‘조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본 대학 정관 및 학칙에 근거하여 징계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뭉뚱그려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징계 방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해당 규정 19조에서는 ‘이 규정에 특별히 명시되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을 준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남녀차별금지법」은 11년전인 2005년에 이미 폐지된 법이다. 이 자체규정은 2001년 처음 제정된 뒤, 2015년까지 총 4차례나 개정되었지만 해당 조항은 꿋꿋이 살아남았다. 이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우리학교 측의 관심이 적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대학


내 상담원의 처우도 문제다. 여성가족부가발표한 ‘대학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사건처리 매뉴얼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95개 대학 중 성폭력 전담 직원 배치 비율은 13.7% 밖에 되지 않았고, 고용형태가 정규직인 비율도 20% 밖에 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고용형태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주요한 장애”라고 지적했다.

 

 

‘가해자-피해자 간 권력관계가 원인’


상급자와 하급자라는 권력관계 역시 성폭력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내 성폭력은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14년 상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내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교수·직원·선배 등 상급자인 경우가 59.2%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대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동급생 또는 하급자인 경우는 전무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공고한 권력관계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구체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수라는 지위는 학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교직원의 성폭력 가해사건이 이슈화되는 이유는 학생 간 성폭력에 비해 그 해결과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발생한 대학 교수성폭력 사건에서 32%의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취소되거나 경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우리학교의 자체규정 역시 가해 교수에 대한 적절한 징계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를 안고 있다. 징계는 위원 과반수의 의결로 결정되는데, 자체규정에 명시된 위원의 구성이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명 내외의 위원 중, 학생 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교학부총장, 행정부총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의 교수와 직원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든구조이다. 대학 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대다수가 학생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규정은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 교수가 파면에 이르는 징계를 받기도 한다. 파면은 퇴직금이나 연금 수령에도 불이익을 받는, 학교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징계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성추행 사건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의 지속적 관심과 움직임, 교수 징계 이끌어 내기도…


2014년,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강석진 교수가 학술회를 준비하면서 다른 대학 인턴 학생을 성추행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또다른 피해자들이 해당 교수의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이후 서울대 측은 강 교수를 징계 조치 없이 사표 수리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며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대학교 교수 성희롱·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여론을 고조시키며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서울대 측은 2015년 4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교수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강 교수를 파면시켰다. 사건이 알려진 후 4개월간 이어진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움직임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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