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헌팅 그라운드>의 한 장면 ⓒNetflix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가 대자보, 페이스북, 혹은 OO대학교 대나무숲으로 이 사실을 공개했다. 가해자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놈은 나쁜 놈이다. 삼삼오오 수군거리며 욕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가 '주작질'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학교는 뭘 하고 있는지 몇 달 뒤에야 가해자 놈을 징계했단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 될까? 피해자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된 일일까? 가해자가 벌을 받았으니 우리 학교는 다시 성폭력에 서 안전한 곳이 됐을까? 피해자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가해자를 쫓아내기만 하면 학교 안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가해자가 '나쁜 놈'이라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성폭력 사건과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동안의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교수가, 선배가, 후배가, 동기가, 남자가, 여자가, 수업 시간에, MT에서, 술자리에서… 구성원에게 허용 되는 행동과 강요되는 행동은 모두 대
작은 걸음으로 십 분, 큰 걸음으로는 오 분이면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는 캠퍼스. 느티 그늘 아래 서면 학교 건물들 대부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내 발 아래가 다 길인 사람들에게는 캠퍼스에 먼 곳도, 못 갈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캠퍼스에 혼자로는 닿을 수 없는 곳이 아직 많습니다. 길이라 해서 모두에게 다 같은 길은 아니니까요. 두 번째 마이너보이스에는 그녀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지하철도 **역과 지상을 잇는 엘리베이터 앞. 어느 아주머니가 말했다. “나도 좀 타자.” 대답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나와 은선씨 둘이 탄 것으로 이미 꽉 찼다. 엘리베이터의 젊은 두 여자가 당신 말을 못 들은 체 하자, 아주머니는 선심 쓰듯 “아니, 아니, 됐어. 가, 가”라며 어서 올라가라 손짓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지상으로 오르는 동안, 은선씨와 함께 **역으로 오면서 본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쭉 펼쳐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를 곁눈질하던 사람들, 아예 몇 걸음 뒤에서 빤히 쳐다보던 시선. 나는 그 무례에 기막혀했지만, 은선씨는 그저 담담했다. 처음 겪은 일이 아닌 까닭이다. 검은 전동휠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