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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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프라임 사업: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프라임 사업: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프라임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의 대학 지원 사업이라고들 난리다. 사실 솔직하게 따지고 들자면 그렇게 대단하게 커다란 사업도 아니다. 프라임 사업 대형(사회수요 선도대학) 중 한 학교가 300억 원을 지원받지만 우리 학교가 지원한 프라임 사업 소형(창조기반 선도대학)은 3년간 매년 최고 50억 원밖에 주지 않는다. 이나마도 심사를 통해 최종 지원 금액을 다시 심의하기 때문에 프라임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한 학교가 받는 지원 규모를 따져보면 그렇게 대단히 큰 사업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여러 대학이 겨울 내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걸까. 이정구 총장은 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성공회대가 프라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이) 무언가를 특성화하지 않으면 구조개혁이 힘들고, 프라임사업을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평가에 들어간다. 이번에 교육부가 구조개혁평가에서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가 강화됐다.” 결론적으로는 지난 3월 2일 공청회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프라임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평가에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프라임 사업 타임라인

이정구 총장은 인터뷰에서 우선 코어 사업 참여를 검토했다가 프라임 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정구 총장은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프라임 사업의 세부적인 계획과 일정은 얼마 전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의를 일찍 시작한 학교들은 지난해 말 이미 학생들에게 프라임 사업에 대한 계획을 제시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11월 프라임 사업 공청회에서 나온 '국어국문과와 전기전파공학과를 합쳐 웹툰창작학과를 만든다'는 한균태 부총장의 발언으로 웃음거리가 되었으나 1월 11일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프라임 사업 계획안을 전면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단지 교육부의 정책이 졸속이었던 탓뿐만 아니라 프라임 사업 참여 결정 자체가 늦어진 이유도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라임 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엇갈렸다. 주로 사업 당사자인 학과들이 프라임사업에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일부 학생들의 반대 의견이 산발적으로 제기됐다. 글로컬IT학과, 소프트웨어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학생들이 학생총회를 통해 찬성 의견을 모았고 경영학부 학생들은 학과 교수진과 간담회 후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총학생회가 지난 3월 8일~11일 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287명 중 40.4%인 116명이 찬성 의견을 보였고 나머지 약 60%의 학생들은 반대했다.

제3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황도현 씨가 학생들에 프라임 사업과 관련한 대응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3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제3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황도현 씨가 학생들에 프라임 사업과 관련한 대응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3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전체적으로는 반대의견이 우세하지만 통폐합 당사자인 학과에서 공통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자 제31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황도현)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성명서와 중앙운영위원회 릴레이 피켓팅을 준비하기도 하고 지난 3월 22일 프라임 사업과 관련한 총학생회 비대위 차원의 간담회도 열었지만 공개적인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다. 3월 23일 학교 측에 프라임 사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될 경우 프라임 사업 협의체(학생4인, 교수2인, 학교 측 직원 2인) 구성과 사업계획서 공개를 요구한 정도가 총학생회가 취한 공개적인 액션이었다. 

학교 측은 비대위의 프라임 사업 협의체 구성과 사업계획서 공개 요구를 받아들였다. 3월 24일, 학교 측은 프라임 사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 프라임 사업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약속하고, 촬영, 복사, 녹취 등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기획처로 찾아온 학생대표자들에게 사업 계획안을 공개했다. 비대위는 계획 중이었던 릴레이 피켓팅과 성명서 발표를 취소했다. 회대알리 역시 공청회에서 공개한 프라임 사업 계획안의 아이디어를 따로 취재하고 프라임사업 계획안도 열람했지만 학교 측이 다른 학교가 프라임 사업 계획의 아이디어를 가져가는 상황을 경계해 자세한 내용은 보도할 수 없었다.

3월 30일, 사회과학부 학생회 회장단과 프라임사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학생 317명의 연서명을 박윤규 부총장에게 전달했다. 프라임사업 계획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다음날인 31일, 기획처 교직원들은 프라임 사업 계획안 제출을 교육부로 향했다.

경쟁률 7.5:1

<한국대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프라임 사업을 신청한 대학은 총 70여 개 학교로 확인됐다. 이 중 프라임 사업 소형을 신청한 대학은 44개 학교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 별로 2개 학교를 선발하는데, 우리 학교가 속한 수도권에서 프라임 사업 소형을 신청한 대학은 15곳이다. 1단계에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3배수(권역 별 6개 학교)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대면평가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최종 선정 결과와 선정 학교별 지원 금액은 오는 4월 말에 확정된다. 경쟁률로 따지면 7.5:1이다.

교육부는 한 달 동안 70개 학교의 사업 계획안을 분석해 3배수를 선발하고 현장 실사까지 마쳐야 한다. 게다가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의 규모와 자격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 계획이 남들보다 나아도 '물 먹는' 상황 역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라임 사업 지정 안 되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건데?

만약 프라임 사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된다면 학교와 비대위가 약속한 대로 프라임 사업 협의체가 구성된다. 기존 재학생의 피해 등은 이 협의체를 통해 해결 방안을 조율할 수 있다. 프라임 사업 지원 예산의 20%는 학교본부에 배정되고, 이 금액은 기존 재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과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장려하는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예산을 어떻게 쓸지 구체적으로 조율하며 기존 학생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그 다음이야말로 문제 상황이다. 박윤규 부총장은 지난 2일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프라임 사업 공청회에서 "떨어졌을 경우엔 다시 얘기해야겠지만 교수나 학생들이 (학과 조정 계획을)원상복귀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13개 학과 그대로 간다"며 "그런데 이 상태에서 구조개혁 2주기를 맞는다면 20%의 정원 감축은 안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과학부 학생회 회장단과 프라임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프라임 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회과학부 학생회 페이스북

사회과학부 학생회 회장단과 프라임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프라임 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회과학부 학생회 페이스북

 

이정구 총장은 좀 더 분명한 계획을 제시했다. 이정구 총장은 "프라임 사업에서 떨어지면 자생적으로 구조 개혁 계획을 새로 짜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정구 총장이 밝힌 구조 개혁 계획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의 구조개혁안을 전면 백지화한 뒤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다. 학과별로 고루 1~2명을 줄이는 방식도 있지만 강도 높은 학과 평가를 진행해 평가 결과가 나쁜 학과 위주로 인원을 감축하는 방식도 있다. 학과 평가의 항목이 수업이나 커리큘럼 측면인지, 졸업생 취업률 등의 지표도 고려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방법은 교수와 학생 간 합의를 통해서 인원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정구 총장은 "어떤 방식으로 인원 감축을 진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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