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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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개 같은’ 세상에 ‘무지개를 띄운’ 사람들

‘무지 개 같은’ 세상에 ‘무지개를 띄운’ 사람들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이한 서울퀴어퍼레이드

 6월 1일 11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주최 측인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스무 번째 순서를 맞아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전 각종 동아리와 소모임, 단체와 기업들이 운영한 74개의 이벤트 부스에는 각종 참여 행사와 굿즈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거나 후원을 하면 제공되는 배지와 타투스터커와 같은 리워드 상품을 받으면서 축제를 즐겼다. 이날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부스를 운영한 김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11대 부의장은 “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회를 맞이했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기에 준비를 크게 했다. 그리고 2020년에 총선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라며 행사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저희를 있는 그대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을 이어간 김 부의장은 “저희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거나 저희를 음란하고 성만 밝히는 사람으로 보도하는 기자 분들이 많으신데, 퀴어퍼레이드에서 저희가 어떻게 잘 놀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면 좋겠다.”라고 언론에 한마디 했다.

 

 2시부터 환영무대가 시작되었다.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과 퀴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열이 사회를 보았다. 일레트로니카 레이블 ‘LetzRatz(렛츠랫츠)’, 래퍼 ‘제리케이’, 밴드 ‘붉은나비합창단’ 등 다양한 팀이 가지각색의 공연을 선보였다. 그리고 퀴어문화축제가 20회라는 특별한 숫자를 맞이한 만큼 2000년도부터 퀴어퍼레이드에 함께한 사람들과 전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들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웅 씨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되고 20년이 흐르는 동안 서로 연대하고 사회를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퀴어문화축제는 평소 밖에서는 자기 자신을 당당히 꺼내보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우린 같은 방향을 보고 한걸음 나아간다. 오늘 행진은 저항과 평등을 실천하는 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발언해 퍼레이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화합을 강조했다.

 

 붉은나비합창단의 공연을 끝으로 환영무대가 마무리되었고, 4시부터 행진이 시작되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11대의 퍼레이드 차량이 동원되었다. 역대 행사에서 동원된 차량 중 가장 많은 차량이었다. 또한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진 코스는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이 행진 코스에 포함되었다. 서울광장을 시작으로 한국은행 앞 사거리, 남대문로, 을지로입구사거리, 종각역사거리, 세종대로사거리를 거쳐 광화문삼거리까지 갔다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약 4.5km의 긴 코스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길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경쾌한 노래와 함께 행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 “에이즈낙인 철폐하라!”, ‘동성결혼 법제화 지금당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여자들의 힘찬 구호는 길가에서 행진을 방해하는 혐오 세력들의 목소리를 뚫고 서울 거리에 울려 퍼졌다.

 

행진이 끝난 뒤 사람들은 다시 서울광장으로 모였다. 축하 무대에 앞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그의 동성 파트너 이케다 히로시, 한상희 서울특별시 인권위원회 인권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의 동성 파트너 이케다 히로시는 “아직도 과제는 많다. 나도 그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는 오늘 우리가 의제로 삼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뉴질랜드의 경험을 볼 때 서로 협력하여 이루어낸 조직적인 행동이 크나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다.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해 나가자. 우리를 오래도록 함께하는 가족으로서 여기를 초대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며 연대 의식을 드러냈다. 세 사람의 발언이 끝난 후, 행진이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하는 축하무대가 펼쳐졌다. 국악회 ‘바람 소리로 담근 술’, 댄스팀 ‘큐캔디’ 등 환영무대만큼이나 다양한 공연 팀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인천, 광주, 대구, 전주, 경남,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6월 29일에는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퀴어문화축제는 행진뿐만 아니라 영화제,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어우른다. 어떤 사랑은 죄악 취급을 받는, 하늘에는 비구름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러나 함께 비를 맞으며 견딘다면 언젠가는 비구름이 걷히고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본 기사는 대학알리 합동취재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취재=박희영 기자, 손수민 기자, 안다은 기자, 이지원 기자, 최아현 기자

글=안다은 기자, 이지원 기자

사진=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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