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여러분들, '야영수업' 알고계세요?
야영생활과 리더십(이하 야영 수업)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인기 교양 중 하나입니다. 양 캠퍼스의 조원들이 2박 3일간 직접 야영생활을 체험하며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 해당 수업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야영 수업이 수년 간 매 학기 개설되는 동안, 해당 수업에 대한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본 기사는 전달력을 위해 문자, 전화 대면 인터뷰 및 제보받은 사실을 구어체로 재구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취재원의 보호를 위해 익명 혹은 별명으로 표기했습니다.)
야영 수업은 3일간 경기도 양평 소재의 청운인성수련원에서 진행돼.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별도로 6만원을 지불하지. 이 비용에는 식대가 포함돼 있지 않아서 조별로 음식 재료나 요리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해. 결국 학생들은 평균 10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거지. 학생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 아닌데, 수업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지불한 비용에 비해 야영지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고 느꼈어. 지금부터 2018년 야영수업을 수강했던 학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해.
01. 매번 같은 장소, 같은 문제?
#1 물이 안나와...
경영요정 : “야영 수업 자체는 즐거웠지만 시설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어. 단수가 되어 씻는 것은 물론 요리를 할 때도 불편했거든.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이 물을 함부로 사용하여 단수가 된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야영지에 도착한 첫날부터 물이 나오지 않았던 건 야영장 시설의 문제라고밖에 생각되질 않네."
말랑이: “첫날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은 뒤 씻으려고 긴 줄을 섰는데 바로 앞의 학우가 샴푸를 씻어내던 중에 물이 끊겨서 매우 당황했던게 기억나. 결국 3일 내내 머리도 못 감고 세수만 했어. 가장 불만스러웠던건 둘째 날부터는 변기물도 내려가지 않았다는거? 교수님께서 너희들이 물을 낭비했기 때문에 물탱크가 비어서 급히 물을 모으고 있고, 너희 탓이니 물이 모일 때까지 씻지 말라고 우리를 혼냈어. 그런데 물은 도착한 첫날부터 잘 나오지 않았거든? 물을 낭비할 정도의 시간도 없었고 내가 보기엔 물을 함부로 쓴 학우들도 없었어. 솔직히 학생들이 하루 씻고 식사준비를 했다고 해서 단수가 되었다면 그건 명백한 야영지 시설 자체가 그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능력이 없는거 아닌가?"
볼링왕자: “단수 관련 문제는 다른 학우들이 잘 설명을 해줬고, 나는 개선에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 나는 1학기에 야영수업에 참여한 뒤 강의평가를 통해 불만사항을 자세히 지적했거든. 함께 참여한 다른 친구는 참여 뒤 교수님께 직접 불만 메일을 보냈다는데. 개선 요구를 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잖아? 1년 전 야영에 참여한 선배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었다는데. 같은 문제가 몇년 째 발생하고 있는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거 아냐?"
#2 열악한 시설
볼링왕자: "야영 첫날이었나? 도착할 때부터 내렸던 부슬비가 저녁에 갑자기 굵어져서 텐트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 짐이 젖기 시작해서 우선 짐부터 실내로 옮겼는데 비가 심해져서 도저히 텐트에서 잘 수 없겠더라고. 그런데 수련원에는 우리가 잘 수 있을 만한 실내공간이 없었어. 남학생들은 레크레이션 했었던 강당에서, 여학생들은 좁은 방 안에서 등 맞대고 일렬로 누워서 잤지."
말랑이: "야영에 참가한 학생 수에 비해 세면시설이 지나치게 협소했어. 지정된 세면시간에는 학생들이 너무 몰려서 세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거든. 몇몇 친구들은 새벽에 몰래 머리를 감기도 하던데 나는 아까 말했듯 3일 내내 샤워를 못했어. 야영지에 얼추 백명은 되는 여학우들이 있었는데 여자 샤워실은 정말 좁았어. 아마 샤워기가 6대 정도 있었나?"
경영요정: "식사 공간도 협소했어. 각 조별로 식사할 때 사용하는 공간을 제공받았는데, 우리 조는 15명정도였거든? 그런데 하나 있는 테이블에는 6명밖에 앉을 수 없었고, 평상은 너무 작아서 결국 몇명은 일어서서 밥을 먹었지. 설거지 하는데 정말 얼음물같이 찬 물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조원들과 그릇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씻고 교대하고를 반복하기도 했었지."
02. 내 6만원 어디갔어...?
앞서 말했듯 야영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야영버스 전세비용, 수련원 텐트 이용비, 그리고 외부강사 초청 비용등의 명목으로 학교에 6만원을 지불해야해.
그런데 이 참가비의 체감비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어.
6만원군(1)
학교가 책임의 소재를 미루며 아무런 조치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배움의 질 제고는 이루어지기 힘든게 사실이야.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선진적 대학사회가 필요한 시점아닐까?
정성호 기자 (tjdgh54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