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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여성혐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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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부터 이런 말을 밝히기는 굉장히 민망하나, 사실 이 기사의 제목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푸짐한 경품은 없지만 대신 정답을 맞히는 기분이라도 내 보자. 자, 3, 2, 1……. 생각했는가? 오류를 고친 정답은 「드러나 있는 여성혐오를 찾아서」이다. 우리 주변의 여성혐오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발에 채이고, 숨 쉴 때마다 ‘불편’한 현실이다. 물론 수많은 학생들이 여성혐오의 ‘혐’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며 기겁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So What? 우리는 Motherfucker만 써도 혐이라 하는 시대를 살길 원한다. 모 래퍼에겐 불행한 일이겠지만, 2500만 여성의 삶이 개인의 불편함보다 더 중요함은 자명하다.

 

 * 인터넷 쇼핑몰에 위장 카메라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페이지. 기사를 쓰는 2017년 11월에도 너무도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다.

 

#몰카

신입생 17학번 나여성 씨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 화장실 칸 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을 촬영하는 몰래카메라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다. 화장실에 난 구멍만 봐도 누가 자신을 훔쳐보는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리고, 화장실 나사만 봐도 소형 카메라는 아닐까 싶어 긴장하게 된다.

단순 화장실 몰카만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이터, 넥타이, 심지어는 안경 등 일상품으로 위장한 몰카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는 것은 물론, 이러한 몰래카메라 영상들은 편법을 사용, 법망을 빠져나간 성인 사이트들에서 커다란 어려움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분명히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총학생회에서 화장실 몰카 탐지 사업을 하고, 학교에서도 몰래카메라 범죄와 관련된 특강을 개최하기도 했으나, 나여성 씨의 불안은 여전하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근처 술집, 등하교를 하는 대중교통 안, 매일같이 걸어다니는 대학가 거리와 심지어는 드론을 이용해 집 안을 촬영하는 수법까지. 몰카 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여성을 타겟팅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많은 남성들은 이러한 불안을 프로불편러들의 유난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신고조차 되지 않아 인지되지 않은 몰카들이 많음을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

얼마 전, 군자관에서 몰카가 발견되었다는 루머가 올라왔다. 이는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평소 몰카 범죄에 숨 쉬듯이 노출되며 공포감을 느끼던 여성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나여성 씨는 오늘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습관처럼 갖게 된 불안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화장실에 난 의문의 구멍에 휴지를 찢어 넣었다.

 

 

#여성_취업 #직장_내_성폭력 #유리천장

 

12학번 김알리 씨는 얼마 전 문자를 받았다. 여학생을 위한 취업 특강을 홍보하는 문자였다. 아니나 다를까, 동기인 박마초 씨가 왜 특강은 여학생 대상으로만 하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실제로 본 특강은 남학생 역시 참여가 가능한 취업 특강이었음에도 말이다. 그는 요즘에는 남자들이 더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제로 남성이 취업 시 여성보다 3배 정도 유리하다. 사람인이 기업 23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4%가 채용 시 성별을 고려했다. 이는 다시 말해, 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 시 남성이란 성별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직장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부터 성별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한다고 해도 상황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지금도 빈번하다. 직장 내 성범죄를 고발하는 글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회사에 문제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그로 인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말이다. 서울여성노동자회의 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57%의 성희롱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34%였던 2015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72%가 성희롱 피해 이후 회사를 퇴사하였다. 가해자는 멀쩡히 직장을 다니는데 피해자만 눈치를 보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직장이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 준다. 여성으로서의 자신과 자신의 생계를 저울질해야 하는 건 남 얘기가 아니다.

남성들보다 세 배는 더 힘겨운 취업 문을 비집고 들어가고, 운이 좋게도 직장 내 성희롱, 성범죄의 타겟이 되지 않았다 해도 성별에 따른 차별은 남아있다. 한국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아시아·태평양 20개국 중 꼴찌를 자랑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임원 958명 중 여성은 3명뿐이다. 10대 그룹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다는 삼성그룹의 경우에도, 임원 1937명 중 여성 임원은 81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임원 중 4.18%로, 결코 많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이다. 직장에 들어가고, 직장 생활을 하고, 더 높은 위치로 승진하는 것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패널티는 남성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정말 요즘에는 남자들이 취업에 더 불리하다고? 김알리 씨는 박마초 씨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토익 단어장만 더 세게 쥘 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마초 씨보다 세 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게 2017년의 현실이니 말이다.

 

#데이트_폭력 #단톡방_내_성희롱

 

(드라마 ‘우리 갑순이’ 中 강제 키스신 장면. 이런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아직도 빈번하다.)

 

16학번 최혼자 씨는 드라마를 보며 언성을 높이는 남자 주인공을 보고는 티비를 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세게 잡아끌고, 동의 없이 관계를 공포하고, 강제로 키스하고,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을 이유로 고성 및 언어폭력을 하는 것들. 하지만 최혼자 씨는 이제 그런 드라마에서 더는 설렘을 느낄 수 없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이후의 일이다.

데이트 폭력은 작년에만 8367건 발생했지만, 데이트 폭력의 특성 상 신고가 쉽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트 폭력이란 호감을 갖고 만나거나 사귀는 관계, 또는 과거에 만났던 적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언어적·성적·경제적으로 발생하는 폭력, 직·간접적인 폭력을 통해 상대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데이트 폭력은 사랑이라는 감정 뒤에 숨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폭력이 폭력인 줄도 모르고 자신을 코르셋 안에 가두곤 했다. 최혼자 씨도 마찬가지였다.

스킨십을 거부하던 자신을 답답한 여자 취급하는 남자 친구의 눈치에 못 이겨 스킨십을 허락하기도 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 친구의 행동에 위축되어 남자 친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곤 했다. 이게 다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남자 친구의 그 말은 마법 주문처럼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행 관계여야 할 연애가 수직 관계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러던 중 최혼자 씨는 남자 친구의 단톡방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남자 친구의 친구들은 [조개 들어갔다 나온 **는 다르네]와 같은 성희롱을 농담이랍시고 떠들고 있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수많은 대학 내 단톡방에서 여성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남자 친구와 그 친구들이 자신을 트로피 삼아 성희롱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최혼자 씨는 이별을 결심했다.

언제쯤 여성을 주체로 여기지 않는, 데이트 폭력을 미화하는 드라마들이 그만 제작될까.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고, 최혼자 씨는 생각했다. 남자 주인공에게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렀던 전 남자 친구가 떠올랐다. 끔찍한 기억이다.

 

 

이 사례들은 ‘일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여성이 겪을 수 있고, 겪었었고, 겪고 있는 이야기이다. 당연하게도 위의 사례가 전부는 아니다. 남학생이 많은 공과대학에서 여학생을 꽃, 혹은 선물이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여성혐오이다. 여성 학우를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대상화하며 타자화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남성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나는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성혐오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곤 한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멸시와 비하, 업신여김, 편견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일체의 대상화는 전부 여성혐오이다.

수많은 학교 내의 남성들이, 심지어는 여성들조차 여성혐오를 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본인이 느끼지 못한다고 여성혐오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학교가, 이 사회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생각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과거형이 되기를 원한다고. 그러기에 나는 이 글을 쓴다고.

 

글 = 배소현 기자 hyun2@sejongalli.com
디자인 = 김주희 기자 juhee0@sejongall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