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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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니언]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알아본 한국에서의 ‘독립유공자'

"홍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으면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유공자 포상자 모두가 문제"...기존 독립투사, 유공자들의 포상 또한 위험
"폄하하는 세력에 맞서 올바른 한마디를 해주는 것도 큰 도움"

*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슈 재조명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는 지난해 8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육사는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동상)이 있어야 되겠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유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과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이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주장은 사회 각계각층의 갑론을박으로 이어졌다.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며, 당시의 시대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애매한 독립유공자 대상 요건…국방부의 설명은 타당한가?


 

 

독립유공자 대상 요건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두 가지이다.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하다 순국하여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사람을 말한다.

 

또한 ‘애국지사'는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한 사실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분이라고 국가보훈부는 명시하고 있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기준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국 훈장과 건국 포장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건국 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기를 공고히 함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이고, 건국 포장은 대한민국의 건국과 국기를 공고하는 데 헌신 진력하여 그 공적이 뚜렷한 자이다.

 

애초에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다’는 설명 자체가 불친절하고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이력은 사실이기에, 이 역사적 사실이 독립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을 생각해 보았을때, 홍범도 장군이 보여준 독립에 대한 헌신이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덧붙여 이미 홍범도 장군은 실제로 1962년 10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복장'을 받으며 추서되었다.

 

즉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과 그의 공산당 경력까지 포함해도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며 ‘국기를 공고히 함에 기여’했다는 것이 국가에 의해 이미 인정받고 확정된 사실이다. “국가방위에 헌신할 수 있는 육군의 정예장교 육성”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는 육사의 갑작스러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결정은, 국가가 훈장을 통해 홍범도 장군의 헌신을 인정한 것과 충돌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이번 육사의 결정은, 홍범도 장군의 행적이 ‘국가방위에 헌신'한 경우가 아니며 ‘건국의 공로'가 뚜렷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받아들여질 위험성이 있다. “국가와 군에 헌신하는 정예장교 육성”을 임무로 삼고 있는 육사는 홍범도 장군만큼 국가에 헌신한 인물이 있는지 재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홍범도 장군의 역사적 맥락…공산당 이력의 진실


 

외대알리는 정확한 역사적 사건 파악을 위해 대한민국의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 유족들이 구성한 단체로서 '민족정기 선양 및 회원간 친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광복회'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찬성 측의 주된 여론인 ‘육사 안에 공산당 이력이 있는 자의 흉상은 부적절하다'는 일부 의견에 광복회는 “홍범도 장군이 말년(59세)에 가입한 소련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1943년에 사망한 홍범도 장군은 6.25 전쟁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육사가 말하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으면,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유공자 포상 모두가 문제”된다며 문제 의식을 공고히 했다. 실제로 광복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독립유공 포장자의 3분의 1 가량이 사회주의 활동자로 추정된다.

 

만약 공산당 이력으로 인해 홍범도 장군을 문제시 한다면, 기존 독립투사, 유공자들의 포상 또한 위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뷰에서 “해방 이전 사회주의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분들을, 단순히 공산주의, 사회주의 운동 이력이 있다고 막무가내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광복회는 이번 흉상 철거를 두고 “독립운동을 가볍게 보고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하는 행동"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실제 광복회의 말대로 사회주의 여력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포상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만주, 노령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추가 포상을 받은 2676명의 독립유공자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만주, 노령 지역은 일본이 1905년 러일전쟁 승리 후 을사조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자, 의병 잔류자와 그 가족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이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운동기지를 설정하겠다는 목적으로 이 지역으로 다수 이주하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만주지역 독립운동 연구의 회고와 전망”에 따르면, 항일전쟁기에 만주, 노령, 연변 지역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을 담은 중국공산당 연변조선족자치주조직사는 사회주의운동을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이들의 광복을 위한 민족주의계열 운동도 상당 부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주의, 민족주의계열 항일 운동가들이 ‘이데올로기적 맥락'으로 인해 그 공적이 폄하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이번 홍범도 흉상 이슈는, 이후 독립유공자들의 역사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보인다.

 

 

특히 정태옥 독립운동가의 경우 제공산청년동맹 동양부위원회에 조선 대표로 참가해 조선의 공청운동 방침에 대해 협의했고, 코민테른으로부터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에 관한 지시를 받은 바 있는 오기섭과 회합해 운동방침을 계획, 1932년 9월 조선공산청년회재건인천조직준비위원회를 결성한 적이 있다.

 

정태옥 독립운동가는 2008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조차 ‘공산주의 이력’으로 인해 그 독립운동에 대한 헌신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 정태옥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주로 만주, 연해주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투사들 중 , 코민테른 활동과 같이 직접적으로  ‘공산주의 이력' 이 있는 많은 독립투사들의 헌신이 폄하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보인다.

 

또한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문제제기를 하는 의견도 있다.

 

육사는 “공산 세력과 맞서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는 발언을 통해 흉상 철거를 정당화 했다.

 

이에 대해 광복회는 “육사의 연원은 국방경비사관학교가 아니라, 1920년대 항일 독립군을 양성했던 신흥무관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우리의 군의 연원도 국방경비대가 아니라, 대일항쟁기 독립 쟁취를 위해 일제에 맞서 싸운 의병, 독립군, 광복군에서 찾아야 민족사적 정통성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독립유공자에게 있어서 중요시되는것이 올바른가?


지난 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하는 등 '가짜 유공자'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미에서 "가짜 독립유공자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서훈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또한 2018년에는 “항일운동을 했어도 북한 김일성 정권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까지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이로 인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이자 북한 정권에서 부수상을 지낸 박헌영의 첫째 부인인 주세죽 여사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이자 김일성 북한 주석의 외삼촌인 강진석 선생의 경우도 서훈이 취소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주세죽 독립운동가는 1926년에는 6.10 만세 운동 참가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2개월 만에 풀려난 이후 조선 공산당 재건 운동을 했다. 또한 항일 여성운동 단체인 근우회 활동과 함께, 모스크바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코민테른의 지시를 받으며 독립운동을 한 여성 독립운동가이다.

 

하지만 보훈부는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초대 내각 부수상 겸 외무상을 맡았던 박헌영의 부인’으로서의 경력을 의심하며 서훈이 취소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강진석 독립운동가는 1921년 5월 만주에서 조직되었던 독립운동단체, ‘백산무사단' 제2부 외무원 중 하나로, 김일성의 삼촌으로 한국에서는 소개되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독립투사로서의 활동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까지는 이 두 독립 운동가의 서훈이 취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흉상 철거보다 더 심각한, '서훈 취'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슈만큼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홍범도 장군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뿐만 아니라, ‘봉오동 전투'라는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독립투사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흉상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작년 8월 25일 이래로 많은 시민들의 반대와 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작년 8월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이전을 확정하고, 심지어는 작년 10월 홍범도, 안중근 운동가의 이름을 딴 교내 독립전쟁 영웅실까지 없애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홍범도 장군이기에' 흉상 철거가 이슈화 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사회주의 이력'이 있는 독립유공자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이 많기 때문이다.

 

육사, 국방부, 보훈부는 ‘독립'유공자라는 이름에 맞게, ‘독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중대한 역할을 맡았는지에 집중하여 ‘이데올로기'와는 상관 없는, 각 개인의 독립투사들에게 알맞는 평가를 내려 ‘독립유공자'로서의 존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추가로 2017년 11월 13일 대한민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신전력원에서 개최한 '순국선열' 또는 '애국지사'로 4행시를 짓는 이벤트였던 ‘순국선열 애국지사 4행시 이벤트'와 같이 효과가 미미한 행사보다, 사람들에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독립유공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활성화도 필요해 보인다.

 


독립투사들을 위한 도움들


 

현재 광복회에서는 사랑의 열매를 통한 후손 지원 홍보, 한국 해비타트의 유족 집짓기 프로젝트 업무협약, 후손 대학생들에게 광복장학금 지급과 같은 활동과 같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원 외, 시도 지자체의 조례상으로 지급되는 보훈명예수당 지금급 향상에도 시도지부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최초 수권자로부터 2대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법률안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데, 현재 '독립유공자 예우법'은 1973년 유신 비상국무회의에서 국가재정을 이유로 유족의 수권의 범위를 일방적으로 축소한 이후에 그 범위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일명 유신전수권회복법) 개정안에는 손자녀의 보상금 지급을 규제한 법 제12조 독립유공자의 사망기준일을 우선 삭제해 유신 전으로 수급권을 복원시키고, 3촌 이내에서 2촌 이내로 줄어들었던 1945년 8월 14일 이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경우, 최초 수급 대상자 및 그의 자녀까지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이달의 독립운동가 공훈선양 행사를 지난 1992년부터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많은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광복회의 말처럼, 대한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들을 위해, 관련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기억하며, 관심갖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잊혀질 위험에 처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며, 1월 17일에 하는 ‘박열 의사 서거 50주기 추모제’, 혹은 1월 22일 ‘김상옥 의사 순국 101주기 추모행사’, 1월 31일 ‘성재 이동휘 선생 서거 89주기 추모식’과 같은 보훈기념행사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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