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7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피니언] 미디어가 편견을 만들다: ‘SNL - MZ오피스’를 통한 탐구

*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요즘 것들은 개념이 없다?

“업무 중에는 에어팟 빼요.”

“저는 노래 들으면서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한 쪽만 빼요.”

 

국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채널 ‘SNL코리아 - MZ오피스’의 한 장면이다. 극 중 주현영은 “빼라고 하기에는 꼰대 같은데…” 라는 독백을 남긴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업무 중 에어팟을 끼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까?

 

 

에어팟 착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가운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드물지 않다. MZ오피스를 화두로 에어팟 착용은 직장인들 사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외에도 MZ오피스에는 젊은 신입사원이 업무 시간에 브이로그를 찍어 사내 분위기를 흐리는 모습, 단어 ‘전담하다(전문적으로 맡거나 혼자서 담당하다)’를 이해하지 못한 신입사원이 등장해 MZ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풍자하는 장면, 신입사원이 선배들보다 먼저 주문하고 잔심부름을 하지 않아 언짢아하는 선배들의 모습까지 등장한다. 일명 ‘MZ세대’를 비꼬는 듯한 장면들이다. 

이런 장면들은 특정 세대를 웃음거리로 변질시켜, 시청자에게 MZ세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오해를 부르는 소재로 인식될 수 있다. 자칫 사회생활 속 MZ세대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선배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고,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자신의 행위가 부자연스러운지 모르는 사회초년생들을 비꼬는 장면으로도 비칠 수 있다. 코너의 제작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MZ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음을 많은 시청자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MZ세대는 미디어에서 묘사된 것처럼 정말 눈치와 개념이 없을까? MZ세대의 ‘사전적’ 정의는 뭘까?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들은 MZ세대라는 개념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등장인물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하는 시원시원한 모습이 통쾌하거나 웃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세대를 희화화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희화화된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과연 없을까? 

 

주목할 점은 한 세대를 풍자하는 콘텐츠가  수용자에게 특정 세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심고, 세대 내 갈등을 조장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MZ오피스’라는 방송 프로그램 매체가 조장하는 일방적인 모습에 눈 뜨고 코 베인 젊은이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MZ세대는 조롱거리가 아니다

 

 

위 댓글이 게시된 영상은 아르바이트 복장을 입은 외국인이 하루에 8시간 반을 일해서 힘들다는 영상과 그 영상을 본 다른 외국인이 이를 비웃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원본 영상 속 첫 번째 남성이 MZ세대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영상 아래 MZ세대에 대한 일반화와 비판적 인식에 대해 불만을 호소하는 댓글을 볼 수 있다. 어느 세대에서나 예의가 없는 사람, 솔직한 사람, 눈치가 없는 사람은 있다. 이는 개개인의 성격이지 세대의 특징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수평적 조직 문화가 도입되면서 상하 관계가 희미해진 사회적 분위기가 현재의 MZ세대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는 한 세대만 풍미하는 것이 아닌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함께 맞춰 나가야 하는 것이며, “나는 이랬는데 넌 왜 그러냐”라는 식의 일명 라떼 발언은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한 어리석은 발언이 아닐까?

 

1950-60년대 미국의 미디어에서 핀업걸들이 연기하는 ‘여성’이 섹스심벌로서 리얼리즘과 거리가 멀고 인공적이었던 것처럼, SNL에서 출연진들이 연기하는 ‘MZ세대’는 눈치와 개념이 없으며 사회성이 부족한 세대로 묘사된다. 인공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젊은’ 인간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웃음을 위해 과장하고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MZ세대에게 씌우는 사회적 프레임은 부정적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풍자의 대상이 된다면 과연 이 장면들을 웃어넘길 수 있을까?

 

김서진 기자 (seojin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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