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대학알리

윤하의 우주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윤하가 말하는 새로운 끝과 시작

 

지금이 바로 Time to fly

 

"할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내 시대가 다시 오는 것 같거든요. 저도 이번에 그런 희망을 보았으니 한 15년 뒤를 또 보고 열심히…"

 

윤하는 TV조선의 '뉴스9'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그의 말대로 '윤하의 시대'는 현실이 됐다. '사건의 지평선' 열풍은 팬데믹 규제의 완화 직후, 축제 무대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된 '타이밍'의 힘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역시, 비상은 윤하의 몫이다. 그녀의 역주행은 우연히 맞아떨어진 요행이 아닌, 그간 뮤지션으로서 충실하게 쌓아 온 노력의 결과에 가깝다.

 

 

의심은 없어, 목적을 확실하게

 

윤하는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 2020년 상반기에는 앨범을 발매했으며, 주기적으로 타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OST에 참여했다. 그녀의 음악에는 대중성보다 윤하 특유의 깊고 서정적인 정서가 짙게 묻어났다. 그동안 발표된 곡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윤하가 유행에 편승하는 모습이나, 곡 홍보에 매진하려는 시도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는 '윤하다운'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굳히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난해 3월, 6집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6집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이 차트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을 때 대중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놀라는 기색 없이, 합당한 결과라며 박수를 보냈다. 대중들은 그가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에 늘 진심인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윤하의 행보 덕에, 사건의 지평선은 그녀의 대표 히트곡 중 하나가 아닌, 윤하의 서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한층 더 발돋움했다. 그리고 그 음악과 서사에 청춘이 반응했다.

 

윤하의 이번 앨범은 테마만 봐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천문학과 지구과학이라는 마니아적인 주제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해 앨범 작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을 들은 대중은 낯설어하기보다, 신선한 소재와 과학을 통해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윤하의 도전에 호응했다. 또 그 이론을 교육 과정에서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생들은 노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여전한 윤하의 파워풀한 보컬과 밴드 사운드,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기승전결은 '비밀번호 486' 당시의 향수를 자극했다. 윤하가 지켜 온 고유의 색이 밴 사건의 지평선은, 이지 리스닝과 힙한 분위기가 한동안 자리잡은 음악들 사이를 가르는 혜성이 아니었을까.

 

 

역주행에 '자신 있는 이유'

 

청춘과 윤하의 공명을 더 파고들기 위해, 역주행의 비하인드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윤하의 팬 L 씨는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19학번으로, 23세다. 오랜 시간 지켜본 가수가 조명을 받았을 때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는 "윤하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 국민 애창곡 '비밀번호 486', 사건의 지평선처럼 우주를 소재로 한 '혜성'과 '오르트구름'. 그 외에도 여러 수록곡까지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곡에서 대부분 드러나는 기타 세션의 강렬한 존재감과 파워풀한 보컬이 가수 윤하의 장점이자 꾸준한 개성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팬으로서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을 지켜본 소감을 물었다. "처음 역주행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의외라는 생각이었다. '역주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이 노래의 인지도가 나름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이 노래가 지난해 3월 끝자락에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던 탓에, 주변 사람은 이 노래를 다 알았다. 그래서 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니 보통 역주행이 아닌 것이 느껴졌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등을 석권하는가 하면, 노래방을 갔을 때 파도타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또 발매된 지 반년도 넘은 노래의 무대 영상이 무서운 속도로 소비되는 과정을 지켜보자니 그 의외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그는 팬으로서 주변에 이 곡을 많이 알려 왔고, 그래서 인지도가 전혀 없지 않았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역주행의 잠재성은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성공'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렇게까지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 신기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그에게 윤하의 역주행이 청춘과 공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그는 음악성과 대학 축제 경험을 짚었다. "애초에 곡 구성과 멜로디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몇 가지 도화선이 겹쳐 폭발적인 인기를 확보했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대학 축제였을 것이다. 대학 재학 중 축제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가수의 라이브를 축제에서 접한 뒤, 노래가 좋아서 본인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학생은 그런 경험을 폭넓게 공유하고 전파하기에 최적화된 연령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역주행의 의미는 윤하의 감성과 가사, 그리고 노래가 현 청년층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것을 증명한 데 있다."

 

이번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질문을 건넸다. 시간이 흐르며, 윤하는 생소한 아티스트라는 반응이 학생 사이에 많았는데, 그럼에도 사건의 지평선이 대학 축제에서 유독 호소력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지 물었다. "질문에서 언급됐듯 윤하의 인기곡은 지난 2000년대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2010년대 이후부터의 노래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그는 윤하의 생소함이 되려 영향력을 극대화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그렇기에 윤하를 잘 몰랐던 학생에게 모르는 가수의 노래가 축제에서 나왔다는 것이 집중도를 높였을 것이다. 게다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고조되고 결국 감정을 터트리는 구성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 현장에서의 고양감을 간직하며 노래를 돌려 듣고 곱씹다 보면 가사에서 개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그는 사건의 지평선 가사의 깊이를 언급했다. "갓 성인이 되어 다양한 무형 가치에 고민이 많을 학생에게 질문과 답을 던질 수 있는 가사 또한 음악적 요소에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이전 세대 가수'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윤하의 노래가 사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사건의 지평선이 '명곡'을 넘어, 자기 경험과 가치에 의미를 부여할 시기인 청춘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노래라고 말했다. 답에서 L 씨가 직접 경험한 고양감이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노래 이야기를 이어 갔다. 사건의 지평선을 처음 들었을 때 이별 노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여겼는지, 또 청춘에게 닿은 이면의 해석이 있을지 물었다.

 

"일반적인 이별 노래는 화자의 슬픈 감정과 상대에 대한 그리움에 집중한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은 이별의 순간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점에서 훨씬 고차원적이다. 그리고 지나간 일을 단순하게 미화하거나 부정적인 기억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온존하면서도, 현재의 자신과는 단호하게 분리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러한 단호함은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영원한 분리'를 나타내는 용어에서 드러난다. 좋은 시간을 부정하지는 않으나 사건의 종결에 미련을 갖고 괴로워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좋은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끝이라지만,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시작과는 달리 끝이 주는 감정은 썩 달갑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두려움의 대상인 끝맺음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자세를 이별 상황에 빗댄다. 이를 겁내지 말라고 청년에게 말해 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청춘을 지나며 누구나 많은 이별의 순간과 끝맺음에 대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이 노래는 그들을 위로하고 극복의 길을 제시하는 손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끝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고, 그 끝을 직시하는 것이 곧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방황과 성장의 경계에 서 있는 청년에게 충분한 호소력을 지닌다. 그는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해석을 덧붙였다.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이자면 사건의 지평선은 경계면이고, 그 위치에서 시간의 흐름이 0에 가까워진다는 점, 경계면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의 정보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액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바깥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의 장면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액자 속 사진을 그때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청춘의 한 장면을 간직하는 그림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이 청년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는 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윤하를 회상했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역주행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원 히트 원더'로 사라진 수많은 역주행 가수와 윤하의 차이점은 본질적인 퀄리티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기 쉬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유독 이에 대한 내적 좌절을 많이 겪는 시기를 지나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누구나 타고난 위치가 있다고 속단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찾아온 기회마저도 잡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이 서사가 보여 준다. 기회와의 조우는 운으로 가능하지만,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이다. 이를 윤하가 보여 줬다. 누구든 자신이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상상 이상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역주행이 갖는 의미이다." L 씨는 끝까지 운이 아닌 윤하의 음악성과 끈기를 강조했다.

 

c/2022YH, 발견으로 태어날 테니

 

모든 타이밍이 완벽했다. 윤하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역주행은 멋진 곡, 자신을 믿는 힘,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자 했던 자기 확신의 총체다. 그녀의 비상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정해져 있던 운명에 가깝다. 그리고 윤하는 그 운명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 왔다.

 

사건의 지평선은 차트를 거스르는 역주행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충분하다. 윤하의 행보와 역주행 과정을 쭉 살펴보면 더욱더 감동적이다. 지난해 11월에 만들어 낸 그의 일대기는 청춘에게 충분히 귀감과 자극, 그리고 위로가 된다. 자신을 믿는다면,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인생이란 그 노력에 보답한다. 윤하는 이미 사건의 지평선으로 이를 증명했다.

 

윤하는 그간 많은 이야기를 직접 가사로 써내며 청춘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어 왔다. 이제 윤하는 노래뿐 아니라, 그 일대기 자체만으로도 청중들에게 꿈과 희망이 됐다. 노력하는 자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면 언젠가 '반짝 빛이 날 순간'이 온다는 것을 보여 줬다. 대학 축제 무대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한 청년들은, 곳곳에서 들려 오는 '사건의 지평선' 멜로디만큼이나 삶에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L 씨는 이 역주행의 의의가 '발견'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윤하는 하늘을 쭉 날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아도 자신의 빛을 믿으며 '혜성'처럼 우주에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윤하는 노래 '살별'에서 이렇게 외친다. '하고 싶었던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듣기만 해 줘도 돼.' 그녀는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해 수신호를 끊임없이 전송해 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침내 2022, 윤하라는 혜성을 찾아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