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포켓몬빵은 재출시 된 이후 3달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포켓몬빵을 얻기 위해 아침 일찍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줄을 서거나, 포켓몬빵을 운반하는 물류 배송차량을 뒤쫓아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는 포켓몬빵을 사면 얻을 수 있는 띠부띠부씰이 빵의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998년 처음 출시된 포켓몬빵은 판매 초기 월 5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포켓몬빵은 올해 2월 10여년 만에 재출시됐다. SPC 삼립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5월 10일 기준 2100만여개가 판매됐다.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러한 포켓빵 열풍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포켓몬빵 열풍의 원인은 띠부띠부씰?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20대 대학교 커뮤니티 이용자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귀하께서는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이후로 포켓몬빵을 구매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라는 질문에 55%의 응답자가 ‘예’라고 응답했다. 포켓몬빵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반수의 응답자가 포켓몬빵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포켓몬빵 구매경험이 없는 나머지 45%의 응답자 중 과반수인 58.5%가 향후 포켓몬빵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포켓몬빵을 구매한 적이 없는 응답자들 중 상당수가 포켓몬빵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포켓몬빵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
포켓몬빵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귀하께서 포켓몬빵을 구매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7%가 ‘포켓몬 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갖고싶어서’ 라고 답했다.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 대다수가 포켓몬빵 구매 원인 중 하나로 띠부띠부씰을 지목한 것이다. ‘빵을 먹고싶어서’ 라는 응답이 52.3%, ‘유행에 편승하고 싶어서’ 라는 응답이 36.4%로 그 뒤를 이었다. 띠부띠부씰 이외의 요소들도 포켓몬빵 구매에 영향을 미쳤지만, 띠부띠부씰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요소는 없다.
‘포켓몬 빵에 띠부띠부씰이 들어있지 않더라도 빵을 구매하실 의사가 있으십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7%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띠부띠부씰을 얻기 위해 포켓몬빵을 구매했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응답자가 과반수인 것이다. 띠부띠부씰이 포켓몬빵 열풍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켓몬빵 열풍… 웩더독 마케팅이 핵심
포켓몬빵 열풍은 ‘웩더독(wag the dog)’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웩더독은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하극상 혹은 주객전도의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꼬리인 사은품이 몸통인 본 상품을 흔들어 소비자가 구매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웩더독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맥도날드의 해피밀,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등이 있다. 포켓몬빵의 경우, 꼬리인 띠부띠부씰이 몸통인 빵의 구매를 이끄는 것이다.
웩더독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기존의 할인 마케팅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기업에게 매력적인 판매전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웩더독 마케팅이 자원낭비를 부추기고, 합리적인 소비를 방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포켓몬빵을 구매한 후 띠부띠부씰만 갖고 빵을 버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판적인 사고 없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정가가 1500원인 포켓몬빵의 사은품인 띠부띠부씰이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서 최대 50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부속품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러한 소비행태를 바람직한 소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포켓몬빵 열풍,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포켓몬빵의 웩더독 마케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포켓몬빵 열풍은 웩더독 마케팅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포켓몬빵 열풍은 다른 웩더독 사례들과 차이점을 지닌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의 경우, 사은품이 소비를 촉진하면서 본제품의 품질이 보증되어 있기 때문에 사은품이 증정되지 않더라도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포켓몬빵은 주된 구매 원인이 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띠부띠부씰에 있다. 즉, 띠부띠부씰에 관한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가 떨어지면 소비의 열기가 급격하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제품의 본질적 가치보다 부속적 가치에 의존하는 포켓몬빵이 지금의 열풍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