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8 (월)

대학알리

미디어 비평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 우리에게 필요한 부모 교육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로 보는 '가족'

 

가정에서 시작되는 상처, 상처의 대물림

 

“저는 아주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제 어린 시절은 사랑이 넘쳤고, 부모님은 제게 충분한 관심을 주셨죠. 그런데 점점 성인이 가까워지면서부터 지금까지, 내 가족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요.

 

부모님이 싸우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갈등임에도, 숨이 막힐 것 같아요. 갈등의 다음 순서가 제가 편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임을 알고 있거든요. 그 삼각관계 속에서 제가 어쩌면 아버지의 대리배우자 역할을 해왔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대학 3학년 C와의 인터뷰 중 -

 

가정에서 시작된 상처는 의외로 평범한 얼굴을 가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인 ‘가족 희생양’이 그렇다. 가족 희생양은 가정 내의 긴장을 자신에게로 돌려,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 사회 내에서 발생한 불안과 갈등을 약자에게 분노로 표현함으로써, 가장 적은 대가를 치러 해결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족상담사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그의 저작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 가족 희생양 역할을 하는 자녀의 모습을 ‘부모의 부모 역할, 부모의 우상, 완벽한 아이, 영웅, 문제아, 가족 내 평화주의자, 가족 내 중재자, 실패자, 부모의 대리배우자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은 부부 갈등 사이에 자녀가 끼어 삼각관계를 형성할 때다. 부부 사이에서 끝나야 할 갈등을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회피할 때, 자녀는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가족이 무너질 거란 정서적 불안감 속에서 살게 된다. 자녀가 자녀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자신의 가족을 지긋지긋하게 느낀다. 따라서 최대한 일찍 가족을 떠나려 한다. 가족과의 정서적 단절을 위해서다.

 

가족 내에서도 자신의 역할이 있다.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순간 무너진다. 자녀는 자녀일 뿐 부모의 다른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가족 희생양은 평범함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반복되면 이 또한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부모의 외도,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등 가족의 균형을 깨트리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결국 반복된다. 인간은 가장 익숙한 것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정 내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온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 불안감을 익숙한 것으로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한다. 상처가 대물림되는 것이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넘어설 힘이 필요해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의뢰인의 고민과 문제가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상처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싶다면, 스스로 문제를 직면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것. 오은영 박사는 차분한 경청 태도와 친절하면서도 엄격한 목소리로 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의뢰인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적절한 상담과 정신 분석 기회를 제공한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4월 22일 자 방송(이아현 편)에서는 반복하는 이혼에 관해 고민하던 의뢰인이 출연한다. 오은영 박사는 의뢰인의 참을성 부족을 짚고 그 원인을 추적한다. 현재의 증상을 분석하기 위해 과거를 파악해야 한다는 프로이트처럼, 오은영 박사도 그의 어린 시절에서 문제점을 발견한다. 의뢰인의 부모는 자녀에게 기다림과 인내를 가르치지 못했다.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싫으면 그 즉시 하기 싫은 대로. 쉽게 얻고 쉽게 버릴 수 있게 만들었던 부모의 양육 방식을 지적하면서, 오은영 박사는 의뢰인을 위로하고 그에게 극복 방안을 제시한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오은영 박사의 상담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당연히 1:1 상담만큼의 효과를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시청자에게 본인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찾아갈 수 있게끔 길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프로그램 취지에 맞게 현대인들을 치유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많은 이들이 ‘정신의학과 상담’에 거부감을 느끼고는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회에서 완벽한 삶을 강요받고, 특히나 SNS로 이를 전시하는 삶 속에서 ‘정신의학적 질병이 있는 사람’은 약한 사람,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쉽게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의학적 질병 또한 신체적 질병처럼 작은 상처라도 제때 치료하는 것이 좋다. 제때 아물지 못한 상처는, 낮아진 자기애, 무기력하게 자신을 방치 혹은 중독을 통한 자기 학대,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쌓아둔 방어기제 등으로 발현된다.

 

누구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가족들에게 상처받고, 그 상처가 무의식중에 점점 몸집을 불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극복은 문제와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 전문가와의 상담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평범하지 않은 문제부터 극히 평범함 속에서 생기는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 과정을 지속해서 보여준다. 따라서 시청자가 정신의학적 치료에 친숙함을 가져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게 만든다.

 

 

 

오은영 박사의 조언 ‘부모는 이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아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이가 오늘 지각을 안 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시간 조절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에게 더 중요해요. 그리고 이를 배우기 위해선 지각 사유를 직접 학교에 얘기하고 머쓱한 감정을,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직접 경험해봐야 합니다. 참을성 없는 부모가 아이의 경험과 성장을 막습니다. 아프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아이보다는 본인을 위한 이기적인 양육 방식이에요.”

-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4월 22일 자 방송, 오은영 박사의 상담 중 -

 

오은영 박사는 의뢰인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교육한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가지는 부모 교육의 측면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새끼>와의 차이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금쪽같은 내새끼>는 현재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과 내용에 주력한다.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훈육할 수 있게 가르치면서도, 동시에 올바른 부모가 해야 하는 행동을 교육한다. 이와는 다르게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미숙한 부모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의뢰인이, 그 시절을 묻어두면서 생긴 문제와 해결에 주력한다. 따라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야 하는지, 성인이 되기까지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즉, <금쪽같은 내새끼>가 당장 눈앞의 육아에 대한 교육이라면,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자녀가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전반적인 양육 방식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다양한 연령대에 부모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2-30대에게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4-50대 이상에게는, 부모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돌볼 수 있게 만드는 지침서가 된다.

 

 

 

20대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그런 것 같아요.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으니, 부모는 아이가 성공만 하도록 돕고, 아이는 점점 실패를 두려워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자라는 거죠. 예전에는 최선을 다하라는 자기계발서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쉬어가라는 자기계발서가 많은 것처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20대에게 기성세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상담의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현재 대학원 재학 중인 A 씨는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한다. 경험과 경력이 탄탄한 박사가 질문지, 인터뷰, 필요하다면 녹화 영상까지 활용하여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후 진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치 있는 입담과 적절한 화법을 사용하니 재미도 있다. 양육에서는 가치관 설정이 중요한데, 프로그램은 일반인의 조언 이상으로 심층 질문을 통해 문제 지점을 발견하고 답해주고 있어 유익하단다. 또한, 2030 세대가 쉬어가는 삶, 나를 위한 삶에 공감하는 것은 기성세대, 더 확장해서는 사회 분위기가 이 세대에게 압박을 주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점을 지적하며 프로그램이 이들에게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경쟁력이 되는 뉴미디어 시대에 이런 잔잔한 프로그램이 특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통해 ‘이런 가정도 있구나’, ‘내가 이러한 이유로 그런 감정을 가졌던 거구나’라는 생각은 하겠지만, 쉽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상담’은 상담자와 피상담자가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상담자가 문제를 직면하고 받아들인 뒤 해결하는 것까지인데, TV 프로그램은 거기까지 갈 수 없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군 복무 중인 B 씨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적절한 정신 분석은 제공할 수 있지만, 자신은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며 한계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5월 6일 자 방송(김창열 편)에서, 더 나은 표현 대신 굳이 ‘너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방식은 분명 옳지 않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오은영 박사가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서만 명령조의 훈계를 내리라는 조언에, 실질적으로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의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가족이기 전에 하나의 개인입니다.”

 

상반되는 견해를 가진 두 면담자가 ‘가족’에 대해 공통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가족은 분명 가장 친밀한 내적 공동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와 가족 구성원을 ‘나’와 ‘타자’로 구분했다. ‘나’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양육의 완성은 독립이라는 오은영 박사의 말에 공감하는 젊은 세대는, 부모에게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살기 원한다. 부모와 그들 사이에 희생, 헌신, 충성, 상처라는 맥락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모 교육은 필요하다

 

가족 간 발생하는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는, 가족 자아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가족치료의 선구자이자 정신의학과 교수였던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가족 자아가 미분화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 개별 구성원들의 자아가 건강하게 분리되어 있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뒤섞여 있어, 서로를 구속하는 애증 관계로 엉키게 된다고 설명한다.

 

가족 자아는 결국 구성원 개인의 자아 분화에 따라 상태가 갈린다. 따라서 각자 스스로가 얼마나 건강한 개인인가가 중요하다.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자아 분화를 형성하고, 그 부모도 결국 자신의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즉,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부모’가 어떠해야 하는지 교육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가족 간의 상처가 ‘이게 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에서 시작되고는 한다. 사랑하니까, 너를 위해서, 너 잘되라고. 하지만 사랑에도 ‘올바른 방식’이 있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잘못된 방식에 의한 상처는, 상처를 준 상대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더 아프다. ‘부모’의 ‘올바른 사랑’이 무엇인지에도 배움이 필요하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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