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르포] 논란의 '방역패스' 딜레마, 강남역 시위 현장

백신패스는 당연한 방역조치인가, 기본권 침해인가?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올리브영 앞에서 백신패스 철회, 백신 접종에 대한 자유를 외치는 방역패스 반대 집회가 열렸다. 코로나 진실규명 의사회 (코진의), 코로나19 진상규명 시민연대 (코진연),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단체인 '백서스 클랜'을 포함해 6개 단체가 뭉쳐 거리에서 그 성음을 높였다.

 

 

‘방역패스’라고 불리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코로나19 관련 백신패스 제도다. 백신 접종 이력이 연동되는 전자출입명부 QR코드로 증명한 뒤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인데, 해당 제도로 인해 백신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하 미접종자) 공공장소에 출입하지 못한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시위의 화력이 더욱 커진 원인은 집회 5일 전인 지난 10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범위가 식당·카페·유흥시설·목욕탕 등 기존 16개 시설을 넘어,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강화된 방역패스 이전에도 불만을 느꼈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NO 백신접종’, ‘백신패스 철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소식을 공유하여 함께 모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방역패스’만 검색해도 전국 여러 지역에서 방역패스 결사반대, 백신 반대 등의 이름으로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채팅방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현 방역패스 제도에 대해 불편을 느낀 시민들로 강남역 10번 출구는 북적였다. 그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30대 남성인 집회 참가자 강 모 씨는 "방역패스가 시행되지 않을 줄 알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으나, 해당 제도가 시행되는 걸 지켜보고서 특정 소수들만 장소 출입을 금지하는 점에서 상황이 점점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꼈다." 또한 “마트까지 방역패스 범위가 확장된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많은 사람이 시위에 나올 것 같다고 예측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안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방역패스로 인해 어떤 피해가 생기냐는 질문에 강 모 씨는 “장소 출입을 제한하는 점이 개인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이 자유가 아니라 점점 시민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되어간다” 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 펜데믹이 끝났다고 선언해도 지금처럼 방역패스 시스템이 정비되어있기 때문에 펜데믹 이후에도 (지금과) 똑같이 통제될 것이다” 라고 우려했다.

 

 

20대 여성 참가자 양 모 씨는 백신을 불신해 접종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이유이건 접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데,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 때문에 친구도 만나지 못한다”고 말하며 방역패스의 불편함을 표현했다.

 

집회 참가자 20대 여성 한 모 씨는 "백신 맞을 생각이 없어 지금껏 접종하지 않았는데 점점 방역패스 적용 범위가 강화됨에 따라 ‘맞아야 한다’ 라는 심리적 압박감과 사회생활에서의 불편함을 느껴 집회에 참여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어떤 피해를 느끼냐는 질문에 한 모 씨는 “장소 출입에서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이 침해되는 건 물론이고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나온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약을 강제로 접종시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반대로 방역패스를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6일에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 ‘방역패스 정책은 유지되어야 합니다’는 현재 1만 5,480명(1월 26일 기준)에게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인은 "국가 재난 상황에는 공공의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하며 평시 상황보다 개인의 자유는 일정 부분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원인은 "백신 패스를 유지하는 이유는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는 것”이라며 "백신패스 정책을 철회하면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 및 기저 질환 등 질병이 있는 미접종자들을 위한 예외 조항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집회를 스쳐 가는 행인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마스크나 쓰고 얘기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백신을 "고작 4개월 동안의 자유이용권"이라고 표현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자유이용권이라니”라고 되물으며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행인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18일부터 또다시 방역패스 적용 범위 중 일부가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부터 시행한다고 고지했던 백화점∙대형마트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는 제도를 다시 철회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14일 "백화점과 마트까지 미접종자를 통제하는 확대된 방역패스가 과도한 제한"이라고 말하며 방역패스 적용 범위 중 백화점, 마트에서의 백신패스 적용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는 “백신패스 적용이 그 자체로 백신 미접종자의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번복되는 상황때문에 출입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방역패스는 당연한 방역조치인가, 기본권 침해인가. 방역패스 딜레마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최은서 기자

dmstj55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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