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일)

대학알리

오피니언

[오피니언] 巨惡도 혀를 내두르게 할 숭대시보 사태

 

■ 한 언론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적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정부 관계자가 이 기사를 입수했다. 분노한 관계자가 기사가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발행하지 말라고 한다. 언론사 기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여 공격하고 핍박한다. 그러더니, 해당 기사 발간이 취소되더니 언론사의 신문 발행 자체가 멈췄다. 기자 모두가 사실상 해임당한 것이다. 해임당한 편집국의 국장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입을 닫게 한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가 이 사태에 대해 대신 해명하겠다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자유 서방 국가들이 합심하여 그 나라 정부를 규탄하며, 제재를 위한 논의를 착수할 것이다. 인권 단체도 들고 일어나며 그 정부를 지탄하고 비판할 것이다.

 

■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숭실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숭대시보는 숭실대 장범식 총장의 일방적인 대면 수업 지침 내용을 언급한 <매일경제> 인터뷰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했다. 이를 1면에 보도하려고 하자, 주간 교수와 대학 당국이 제지했다. 이 기사가 학교의 명예와 위신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기자 전원이 1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당 기사를 작성하겠다고 하자 숭대시보 편집국 기자 모두를 해임해버렸다. 또한, 숭대시보가 작성한 사설을 입수한 대학 당국은 "내용이 맞지 않다"며 숭대시보 편집국장에게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태가 커졌지만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주간 교수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 탄압 당사자의 입을 이런 식으로 가로막았다. 숭실대 당국이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든 해명하고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숭실대 총장은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 아니냐"며 "학교에서 그에 대한 제지가 없으니 그 학교가 악마를 양성한 것이다"라고 했다. 기가 막힌다. 그렇다면 그동안 숭실대학교와 수십 년 간 흥망성쇠를 같이 해온 '악마 양성소' 숭대시보에 대학 당국이 장학금과 예산, 사무실 등 행정 지원을 왜 했나. 이들이 교내에서 활동하도록 왜 내버려 둔 것인가. 총장 본인도 이 같은 발언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 것이다. 

 

■ 대학 언론은 편집권이 완전히 독립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대학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쳐 나가는 것이 올바른 대학 집행부의 모습이다. 설사 그 보도된 내용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꾸짖고 지적하는 것이 아닌 깨어있는 학생들의 기자 의식을 드높게 봐야 한다. 학내 언론이 정당성을 갖춘 언로(言路)임을 인지해야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기본적 토대가 마련된다. 대학 언론이 살아야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이 자유 민주사회의 원칙을 배우며 성숙할 수 있다. 학생 언론 없는 대학은 허울뿐인 학원에 불과하다. 아무런 자유 민주 의식 없는 고학력자를 양성하는 대학이 왜 존재해야 하나. 지금 숭실대학교 대학 당국의 모습은 사춘기 청소년이 선생님에게 지적당하자, 이리저리 해명한 뒤 더 큰 꾸지람을 듣는 모습 같다. 본인들이 분명히 잘못한 것인데, 계속 잘못이 없다며 빙빙 둘러대다 성범죄자 조주빈까지 언급됐다. 아무리 이 세상이 거악(巨惡)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숭대시보 사태를 보면 거악들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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