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대학알리

오피니언

정신병자 같이 왜 그래, 정신병자면 뭐 어때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란에 소파에 누워서 공허한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는 여성이 그려진 책 표지가 과장해서 50개쯤 된다. 제목은 항상 ~해도 괜찮아- 로 끝난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고, 소파에 누워있고 싶다고 해석할 수 있겠지.   21세기, 급속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태어나자마자 고도의 경쟁사회에 내던져졌다. 많은 경우 고등학생 때까지 소위 ‘좋은’ 대학으로 불리는 곳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다음엔 또 ‘좋은’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 몸을 욱여넣기 위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최근에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게 유행을 하더니 사람들이 5시간씩 자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박카스를 털어 넣더라. 휴식이 죄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한 순간도 쉴 수 없는, 숨 가쁜 하루 속에서 책에서라도 누워있는 누군가를 보고 싶은 마음은 다들 내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버텨?

 

물론 버티는 사람도 있겠지. 그리고 당연하게 못 버티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찰나의 순간에도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이들을 ‘게으른’ 존재로 여기는 사회적 의식을 도출해냈다. 이럴 수가.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휴식이 필요하고 이따금 아플 수도 있는 존재인데 산업혁명 이후로 다 까먹었는지 싶다.  이러한 의식의 연장선으로 사회는 아픈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신체적으로 아픈 건 티가 나니까 상황이 조금은 괜찮았지만 정신적인 질병은 묵살되어왔다. 아주 오래전엔 여성에게 나타나는 히스테리로 여겨지기도 했고 당장 한국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공황장애가 흔하지 않았다고 한다. 뭐, 그때보단 낫지만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디 가서 “나 공황장애 있어”라고 말하면 다들 내가 곧 죽는 것처럼 여기니까.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들은 차곡차곡 쌓여 정신병에 대한 끝도 없이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냈다. 정신병에 걸리면 어딘가 크게 잘못되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롭지 못한 삶을 살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이 찍힐까 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가 썩었다고 치과에 갈 때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까 봐, 충치가 생겼다고 금전적인 이유를 제외하고는 절망하는 사람들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러한 부정적인 마음은 조기치료를 놓치게 만들고 결국 만성적인 우울을 겪게끔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신병에 대해서 너무나도 엄격한 세상 속에서 일찍 정신병을 인정하고 정신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신병? 병원? 

정신병에 대한 무지는 병원으로 가는 길목을 틀어막는다. 무지로 인해 양산되는 편견은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본인의 정신병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다들 힘든 게 아닐까?”, “나 같은 사람이 가면 선생님이 왜 왔냐고 하시는 거 아닐까?”, “난 삶에서 큰일을 겪은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흔히 정신병이라고 하면 극단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사건을 겪었어야 하며 매 순간 우울하고 무기력한, 웃는 방법을 잊어먹고는 끊임없이 자살시도를 하는 그런. 병이 극도로 심각해진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이런 편견 때문에 많이들 본인이 정신병임을 부정하거나 아예 인지를 못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 정도로 병원을 가도 되나?’ 따위의 걱정들을 한다. 그 의문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 사실 대부분 이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배 아파서 병원 갔더니 이것 가지고 왔냐고 하는 의사 선생님 안 계셨잖아?”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신과도 마찬가지이다. 왜 왔냐고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이 아니면? 다행인 거지. 또 뒤에서 말하겠지만 약물치료보다는 상담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경우엔 병원에서 질병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혹시나 “갔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럼 내가 여태껏 힘든 건 뭐가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정신과를 우선 가보고 상담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것도 아닌 지속적 우울은 없다. 또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도 스스로를 돌보는 첫걸음이다. 부정은 최악의 경우로 본인을 이끌어갈지도 모른다.  정신병을 인정하고 나서도 병원 문턱을 넘는 건 어렵다. 정신병의 편견도 이유겠지만 정신과에 대한 편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엔 나아진 편이지만 과거에는 더 심각했다. 방송이나 여타 문화를 조성하는 매체에서 보여주는 정신과는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인 곳, 두려운 장소로 표현되었고 정신과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실은?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이다. 예약하고, 접수하고 기다렸다가 상담하고. 다른 게 있다면 병원에서 약을 준다는 점?(따로 약국을 들르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정신과에 다니게 되면 마치 심각한 병을 선고받은 것만 같아 두려워서 가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 그런 마음으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스스로를 상처 내고 나서야 병원 문턱을 넘는다. 하지만 정신병도 그저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이따금 정신도 고장이 날 수 있는 거다. 아플 수도 있지.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또, 정신병도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그만큼 빨리 나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병의 정도가 심해지면 치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1년-2년의 단위가 아닌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심지어 정신병은 금세 나아지는 것처럼 굴지만 또 그만큼 빠르게 악화된다. 학업, 인간관계, 취업, 이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너무도 자주 바뀌니까. 그리고 정신병은 그 환경의 영향을 극적으로 받는다. 마음이 힘이 강한 사람은 잘 버텨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땐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현대문명이 발달되어 있는데 왜 그걸 사용하지 않아?  그러니까 상황이 된다면, 병원에 다니는 걸 추천한다. 혼자 버티기엔 현대인들이 짊어진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스스로를 더 보살펴주자.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정신과에 가보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정신과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어떻게 진료를 하는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신과 진료가 수십만 원에 달한다고 하기도 하며 약 부작용으로 인한 후유증 등을 제시하며 꺼려하기도 한다. 또, 기록이 남아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이유도 있다. 정말 그럴까? 

먼저 병원비를 언급하자면 대부분 병원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며 갈 때마다 약값 포함 만원 가량 나온다. 초진은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5만 원 정도, 검사를 많이 받으면 10만 원까지 나올 수도 있다. 값이 높은 경우는 대부분 상담치료를 할 경우인데, 약물 치료 또한 짧게 증상에 대해 상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약의 부작용을 이야기해보자. 일각에서는 정신과 약을 복용하게 되면 바보가 된다는 둥 여러 소문이 많던데 그렇지는 않다. 우울증을 길게 앓게 되면 이해력과 독해력이 낮아지는데 이에 의한 것 일수도 있고(병이 나으면 돌아온다.) 약을 먹게 되면 일시적으로 머릿속에 뿌예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사고의 고리를 끊어주는 역할을 해서 오히려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도와준다. 정도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는 경우에는 담당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다른 약으로 바꿀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또 다루도록 하겠다.  

뿐만 아니라 정신과에 다니면 기록이 남아 훗날 불이익이 발생할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과 기록은 본인 외엔 그 누구도 열람할 수 없고 무단으로 공개 시 처벌받는다. 입시나 취업 등에서 정신과 기록 때문에 본인의 능력을 폄하당했다면 당장 신고하길 바란다. 정신과 기록은 부모님도 직접 얘기하지 않는 이상 모르신다. 

모든 편견을 제치고 정신과에 발을 디뎌도 남아있는 편견이 있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나 싶겠지만 있다. 정신병은 다른 질병과 좀 다르다. 겉으로 보이지도 않고 약을 먹는다고 질병이 바로 호전되지도 않는다. 다른 병에 비해 나아지는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적으로 다녀야 한다. 또한 의사 선생님과 상의 없이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구역질이 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모든 게 다 나아진 것 같다는 기분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지 말자. 적어도 반년에서 일 년 가까이 다녀야 한다고 한다.

 

-뭐가 정신병인데?

 

 

정신병에 걸리면 먼저 우울해지고 불안해진다. 무기력은 덤으로 따라온다. 감정에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병의 정도가 심해지면(이때는 미루지 말고 정신과에 가야 한다.) 자해를 하거나 아예 일상을 잃어버려서 일주일 이상 등교 또는 출근을 하지 않기도 한다. 자살사고가 생기기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예시로 차도를 바라보며 ‘저 차에 치이면 죽을 수 있을 텐데-’를 들 수 있다.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화불량, 두통, 기침- 이런 경우는 내과에 가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는 만성적인 통증이 있을 경우 신체화 증상일 확률이 있다.  정신병은 다른 신체적 기능의 약화를 낳는다. 움직이지를 않으니까. 누군가는 살이 빠져 저체중을 기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폭식을 하기도 한다. 식이장애가 있을 경우에는 잦은 구토로 인해 식도나 위장이 망가지기도 한다. 자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명백하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신병의 짜증 나는 요소중 하나다. 사실 만물 정신 병설이라고 할 정도로 정신병은 많은 질병을 낳는다. 때문에 일찍이 정신과에 가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본 글에선 분량 문제로 기본적인 증상에 대해서만 서술되어있다. 정신병엔 우울증 뿐만 아니라 ADHD,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양한 질병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된 외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과 관련 없이 정신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과에 가야 한다.

 

 

-정신과 tip 

  1. 예약 가능한지 알아보고 가라  

정신과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상담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진료 시간도 긴 편이다. 길게는 2시간까지도 기다리기도 한다. 때문에 꼭 예약을 할 수 있다면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추가로 월요일과 금요일이 사람이 제일 많다.  

 

     2.  의사 선생님이랑 안 맞으면 병원을 바꿔라  

상담은 최소화, 약물 치료만 진행하는 선생님, 상담을 길게 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 등 각 정신과마다 의사 선생님의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 번 가보고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냥 바꾸면 된다. 한 병원을 꾸준히 다니는 게 좋긴 하지만 굳이 견뎌가며 다닐 필요는 없다. 또 의사 선생님들도 사람이신지라 분명 가스 라이팅을 하거나 환자 탓을 하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분들이 계시다. 사례로 환자가 커밍아웃을 한 뒤 의사 본인이 진료한 적 있는 게이 환자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 해준 경우가 있다. 역시 참을 필요 없다. 좋지 않은 병원 경험은 오히려 정신과의 문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특정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한 달 만에 병원을 옮겼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꼭 한 달이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버티지 말고 빠른 시일 내 옮기기 바란다.

 

  1. 나는 상담을 길게 하고 싶어 - 상담센터  

대부분 정신과는 약물치료 위주이기 때문에 한두 시간씩 상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상담 치료가 필요한데? 그러면 상담센터를 찾아야 한다. 상담치료를 하는 병원은 비용이 높다. 한 번 상담하고 수십만 원을 내기도 한다. 사실, 많은 경우 다니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지역별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개설되어 있으며 온라인 상담도 지원하고 미리 전화해서 면대면 상담도 가능하다. 또한 대학생인 경우, 대부분의 대학에 상담센터가 개설되어 있으니 적극 이용하길 바란다.   

 

  1. 최대한 가까운 곳  

정신과는 한두 번 가고 마는 곳이 아니다. 적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다녀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게 꽤나 귀찮다.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있는 병원을 추천한다 

 

  1. 검사비 미리 물어보기  

정신과에 처음 가게 되면 어떤 병이 있는지 검사부터 한다. 대부분 종이 설문지이지만 뇌파검사, 피검사 등 신체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검사의 종류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내가 처음 간 병원은 2만 원 정도였지만 친구는 10만 원가량 나왔다. 때문에 미리 검사비용을 물어보고 꼭 필요한 검사만 하길 바란다. 안 그래도 매달 나가는 병원비, 한 푼이라도 줄어야 좋지 않겠는가?

 

  1. 신분증 들고 가기

정신과는 타 병원과 달리 정신과는 초진 때 신분증이 없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이후로는 없어도 되지만 병원을 바꿨을 때, 반년 이상 가지 않다가 다시 다닐 때는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1.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꼭 물어보기  

처음 병원에서 약을 받아먹었던 날, 하루 종일 구토를 했다. 먹다 보면 익숙해져서 괜찮을 줄 알았지. 그게 부작용일 줄이야. 살려고 먹은 약 때문에 죽는 게 아닌가 침대 천장을 보며 생각했었다.  약으로 인한 부작용은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르며 나타날 수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 약을 먹게 되면 3-4일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몸이 약에게 적응하는 동안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은, 견디지 않아도 된다. 부작용이 약을 섭취할 때마다 심해지는 경우,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단 하루만이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극심할 경우에는 병원에 전화해서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해야 한다.  또한 약을 복용하는 동안 주의해야 하는 사항도 존재한다.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가르쳐주시지 않더라도 꼭 물어보는 걸 권한다. 나처럼 몸소 체험하지 않고도 먼저 조심해 버릇하는 안전한 정병 생활을 하길 바란다.   

 

  1. 보험 먼저 가입해라  

많은 경우 정신과를 다닌 기록이 있으면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법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불법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이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특히 실비보험을 가입할 예정이라면 꼭 보험 먼저 가입하고 정신과를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정신병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1. 일상  루틴 만들기

일상 루틴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모든 게 정해져 있지 않다면 뭘 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경우엔 더 그렇다. 당장 눈을 뜨면 이불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힘드니까. 일상을 잃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 끝은 죄책감으로 거의 귀결된다. 때문에 일상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일정한 하루 계획을 세워두는 게 좋다. 꼭 시간 단위로 구성되지 않아도 된다. 일어나면 30분 안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비타민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스트레칭을 한 후 샤워를 하고 약을 먹고 잔다- 이런 식으로 틀만 구성해도 괜찮다. 추가로 투두 리스트(To do list)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사소한 것도 적는 거다. 머리 감기, 물 5잔 이상 마시기- 뭐든 해나가면 성취감과 어쨌든 유지되는 일상을 가질 수 있다. 

 

  1. 일기 쓰기  

글은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감당하기 힘든, 거대해 보이는 감정도 글로 적으면 길어봤자 몇 페이지다. 일기라고 꼭 일상을 적지 않아도 된다. 지금 느끼는 감정, 오늘 겪었던 우울감 등 기억하고 싶었던 걸 적어도 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기록해도 된다. 그러면 뭐든지 객관적으로 나와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보듬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1. 남 탓하기  

정신병이라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을 양상 하게끔 만들기 때문인지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뭐든지 자신을 탓하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다. ‘내가 그렇게 말해서 싸운 걸까?’, ‘그렇게 해서는 안됐는데’, ‘내 탓이야-’  사실 막상 뜯어보면 내 탓이 아니다. 명백한 내 잘못은 내가 잘못했구나를 이미 아니까 헷갈리지도 않기에 위와 같은 생각은 잘 들지도 않는다. 가스 라이팅의 나라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내 탓 하긴 너무 쉬운데 남 탓하기는 그렇게도 어렵다. 수년 뒤에 생각해보면, 사실 모든 건 네 탓이었는데- 와 같은 경우가 많은데도. 그러니 무작정 내 탓만 하지 말아라. 스스로 땅 파고 들어가서 울지 말고 하나하나 곱씹어봐라. 많은 경우 걔탓이다.

 

  1. 리프레쉬 하기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에 파묻혔을 때 벗어나기 가장 좋은 방법을 리프레쉬다.  뭐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청소를 해도 되고 게임을 해도 된다. 영화를 보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것도 좋다.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거나 방법은 상관없다. 현재의 부정적인 감정을 끊어내기 위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1.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 하기  

굳이 질병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다. 예전에 함께 갔던 여행이라던지 같이 게임을 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해도 좋다. 친밀한 타인과의 대화는 긍정적인 감정을 낳는다. 이따금 그때의 대화로 하루를 살기도 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으니 이용해 보길 바란다.   

 

  1. 과거 곱씹지 않기  

과거의 좋은 추억들을 상기시키며 긍정적인 감정을 발생시키는 건 좋다. 하지만 대부분 정신병자들의 과거 상기시키기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우린 다 상처를 가지고 살고 그 상처가 기억하는 과거는 꽤 선명하다.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공기, 온도, 감정- 특히 PTSD 환자라면 감정과 자신을 고립시키는 게 일단 정신상태를 안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결국엔 과거를 마주해야 하지만 그건 혼자 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혼자 견디기 힘든 기억과 감정을 떠올려 스스로를 괴롭힐 이유는 없다. 과거에 얽매여있지 말고 지금의 자신부터 돌보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1. 후회하지 않기

많은 경우 6번의 연장선이 7번, 후회이다.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말이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아라-이다. 후회는 부정적인 감정만 양산하는 존재다. 또한 연결고리도 무수하게 달려있다. 삼켜지기 더없이 좋은 태도. 멘탈을 지키려면 과거는 최대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1. 비교하지 않기

무한경쟁시대- 21세기에는 최고가 되어야 하는, 적어도 중간은 가게 해달라는 강박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입시, 취준-뭐든지 그렇다. 친구가 문제집을 5권풀면 4권 푸는 나는 불안해지고- 다들 그런 경험을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비교는 스스로를 낮추게 되고 결국 자신에 대한 실망과 자책을 가지게 만든다. 나는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러니 의식적으로 타인과 비교를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난 최고라고 토닥거리고 시험에서 떨어지는 등의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된다면 단순하게 “아 뭐야 나 같은 인재를 떨어뜨려? 다음엔 붙어주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스스로를 폄하하지 말자.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니까.

 

  1. 기분에 하루를 잃어버리지 않기

정신병이라는 건 지겹도록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질병이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겁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침대에 누워서 이따금 질질 짜는 게 전부인 것 같은 순간들이 꽤나 자주 찾아온다. 어떤 행동을 취할 의지도, 자신도 없는 시간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면 그다음 날도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이 연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손가락부터 까딱거려보고 다리를 굽혀보고 몸을 굴려서 침대를 벗어난다.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한다. 그렇다. 우린 다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까 정신병에 지지 말고 당장 손이라도 까딱해보자.

 

-정신병자 같이 왜그래,

 정신병자면 뭐 어때.

 

초등학교-중학교 때는 꽤 자주, 사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말이다. 대강 누군가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면 주변에서 “야 너 정신병자같이 왜 그래!”라는 말을 하는 상황이다. 왜 특정 상황에 정신병이 따라붙는지는 이 해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너 정신병자같이 왜 그래?”라는 말을 했을 때 “맞아 나 정신병 있어서 그래.”라고 대답을 하자 당황하던 상대방의 모습에 미루어 봤을 때 그런 말을 뱉는 사람들도 말 뜻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정신병 혐오는 대부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여느 혐오와 마찬가지로 무지에서 출발한 감정과 사고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키워간다. 예를 들면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던가 하는 오해같이 말이다.  작년, 한 드라마를 보다가 화면에서 정신병 혐오적인 어구를 봤다. 대충 범죄가 일어났고 그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제시하는 장면이었다. 댓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조현병 아니야? 저런 사람은 다 가둬놔야 해.”  놀랍게도 이런 사고방식은 사회 기저에 이미 충분히 깔려있는 편견이었다. 몇몇 중범죄 기사에서는 굳이 범인이 앓고 있는 정신병에 대해 강조하였고 사람들은 정신병에 무지했다. 여론은 어느새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병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질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말 그럴까.  2019년 검찰청 분석에 따르면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범죄는 70만 건 이상에 육박했지만 정신 이상자, 정신박약, 기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합쳐도 만 건도 채 되지 않았다.

정신병에 대한 무지와 오해는 웃기게도 위와 정반대의 편견을 낳기도 한다. 소위 “패션 정병”으로 일컬어지는 것 들이다. 패션 정병이란 정신병을 앓고 있지 않으면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부에선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위태롭지만 분위기 있고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세기의 사랑을 한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포장된 정신병을 따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긴 결과가 패션 정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편견 속에선 정신병자는 병적으로 사랑에 집착하고 수동적이며 자기 파괴적이거나 타인을 파괴하기도 한다. 인터넷 상에서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문화처럼 자리 잡아 급속도로 퍼졌고 아직까지도 양산하고 있는 실태이다. 실제로 그럴까. 모두가 알다시피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정신병은 질병일 뿐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고 나아야 하는.  어떤 생각이건 모든 편견은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때로는 정신병을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버려서, 이따금 정신병을 가볍게만 여겨 치료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서-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정신병은 질병일 뿐이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대부분의 병들이 그렇듯 만성적으로 변한다. 치료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한다. 이 글은 그런 상황을 막아보고자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정신병자면 뭐 어때.  어쨌든 살아있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정신과를 다니는 이유는 병의 치료도 있겠지만 살아있기 위해서 간다. 나아지면 다행이고 낫는데 비교적 오래 걸려도 어쨌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병원을 가기 위한 외출, 달에 한 번씩은 무조건 해야 하는 대화, 매일 나를 위해 삼키는 알약-  이 모든 건 내일의 나를 살 수 있게 하는 연료 중 하나다. 누가 뭐라고 한대도 그들은 나의 삶을 살아줄 수 없다. 그렇다고 썩게 내버려 두기엔 숨을 쉬고 있지 않은가?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걸음을 응원한다.

 

더하기) 참고로 이 글을 읽는 비정 병인인 누군가가 정병인을 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달리 특별하게 대우할 필요 없다. 무언가 더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 사람과 명확한 약속을 잡아 그날까지는 무조건 살아있을 수 있게 만들어라. 극도의 감정은 대부분 순간이기 때문에 약속 날까지 살아있다면 그 이상 살아갈 가능성이 짙어지니까.  하지 말아야 할 말은 그 사람의 고통을 폄하하거나 작게 만드는 말들이다. ex) 그거 가지고 왜 그래?, 다 힘들어, 너만 힘든 것도 아닌데 유난 떨지 마.  또한 오히려 더 호들갑 떠는 것도 좋지 않지 않으며 불쌍해하지도 말아라. 특이한 취급도 금지다. ex)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는 정신병 환자에게 자살하지 말라거나 자해하지 말라는 등의 언행(정신병자들이 항상 슬픈 게 아니다. 또한 모두 자살사고나 자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은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 환자에겐 접어두어라. 대부분 그들은 이미 당신에 비해 정신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당신이 환자의 모든 정신적 케어를 담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말은 무책임하게 모든 것을 환자에게 떠넘기는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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