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7 (화)

대학알리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피넛'

비영리스타트업 4기 인터뷰

 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플라스틱을 쓸까요?

 

 행사에 가서 식사를 해결할 때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한 경험, 다들 한 번은 있을 겁니다. 행사에 참여한 입장에서, 식기를 일일이 챙겨 다닐 수 없어 주최자가 준비한 대로 따라가게 되니까요. 이런 식으로 쓰는 플라스틱 한두 개는 적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사용한 플라스틱을 모두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요? ‘별 거 아닌데?’라며 아무렇지 않게 소비한 것이 쌓여 지금 지구의 환경을 만들진 않았을까요?

 

 이러한 반성 안에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용품을 대체할 방법일 텐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여러 번 쓸 수 있는 식기를 사용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귀찮다고 느낄 것입니다. 식기를 일일이 준비해서 세척하고, 다시 가져다 놓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우니까요. 그래서 그 일을 대신하고, 여러분과 함께 미래의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바로 ‘피넛’입니다. 피넛은 ‘Plastic free, not that difficult’라는 의미로 플라스틱에서 벗어난 세상을 꿈꾸는 단체입니다. 다른 뜻으로는 플라스틱을 사소한 심심풀이 땅콩(peanut)처럼 쓰지 말자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요. ‘피넛’의 전혜영 대표를 만나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피넛’이라는 표현만 들으면 ‘Plastic Not’이라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데요. 피넛에 대해서 소개해주시겠어요?

 

 저희는 행사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식기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를 운영하는 프로젝트 팀입니다. SNS를 활용해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도 같이 진행을 하고 있고요.

 

Q. 피넛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쉽고 간단하다고 들었어요. 

 

 렌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선 식기를 피넛 팀이 장소와 시간에 맞춰서 보내요.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식기를 사용하고, 따로 세척할 필요가 없어요. 회수 시간에 반납만 하면 되죠. 사용한 식기를 수거하고, 회수해서, 세척 업체에 맡기는 것은 전부 피넛이 담당해요. 주문 방법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하고 있어요. ‘p_not’이나 ‘P.NOT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검색하고, 양식을 채워서 신청서를 보내면 예약 확정 문자를 드리고 있어요. 서비스 신청은 이용 3일 전까지 가능하고요.

 

Q. 다회용이다 보니, 위생 문제가 우려될 것 같아요. 식기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식기는 스테인리스 식기, 수저 세트, 트라이탄 컵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스테인리스 식기의 종류는 오목이, 통통이, 평평이가 있고, 수저 세트는 나무와 스테인리스 소재로 되어 있어요. 피넛의 위생 상태는 ‘ATP 측정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어요. ATP는 생물이 존재하고 있는 지표로 깨끗할수록 수치가 낮아요. 식용 기준은 200인데, 일회용품의 경우 평균적으로 50으로 측정됐어요. 피넛의 식기 오염도는 7로 측정되기 때문에 아주 우수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Q. 소비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오히려 더 편한 이 사업, 어떻게 구상하게 되신 건가요?

 

 플라스틱 문제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피부에 크게 와 닿았던 문제였기 때문에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행사를 가봤을 때, 푸드 트럭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회용품을 사용해요. 일일이 세척하고 수거하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심했어요. 아무래도 플라스틱의 사용 빈도가 크다 보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여 서비스를 활용하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업에 난항이 있지 않았나요?

 

 맞아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많은 행사와 모임이 축소되면서 사업에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렌탈 서비스 사업은 주최자가 플라스틱 사용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주최자 입장을 많이 고려해야 했어요. 만약 행사 자체가 취소되면 렌탈 서비스도 취소해야 했고요.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작은 규모와 행사, 모임을 찾았고 다양하게 시도하려고 애썼어요. 오히려 쉽지 않았기에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요. 행사가 끝나고 이용자가 ‘피넛 덕분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해주는 한 마디가 많은 힘이 됐어요. 그리고 환경 분야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일회용품을 줄여나가자’라는 다짐을 할 때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되새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활동한 내역을 정리해보니, 지금까지 대략 1000개 정도의 일회용품을 줄인 것으로 계산이 되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Q. 와, 1000개면 정말 많은 숫자의 일회용품이에요! 피넛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피넛만의 장점, 혹은 차별성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성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직접 배달을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따로 식기를 대여하더라도 세척하지 않아도 되고, 예약을 통해 식기를 이용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만 이 과정에서도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식기와 음식을 따로 주문해야 하니까 이용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이 됐어요. 그래서 최근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터링 업체와 파트너십을 확장하고자 계획하고 있어요. 그래서 조만간 식기와 음식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큰 차별성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에요.

 

 

▲ 피넛 행사 세팅 모습

 

Q. 식기 대여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져요. 행사를 열지 않는 경우, 피넛에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SNS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카드 뉴스를 제작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환경 이슈를 정리해서 알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종이 영수증 OUT’ 챌린지를 진행했어요. 종이 영수증의 문제점을 알리고, 정부와 기업에게 전자 영수증의 활성화를 촉구하는 챌린지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종이 영수증은 환경과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해결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홈페이지 서명은 234명이, 인스타그램 챌린지에는 71명이 참여해주셨어요. 챌린지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뜻깊었어요.

 

 

Q. 앞으로 환경에 더 큰 도움을 줄 피넛의 모습이 더욱 기대돼요. 반대로, 피넛에게 비영리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어떤 도움이 기억에 남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프로그램 기간 중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일이었어요.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을 받는 동안 인터뷰도 여러 번 진행하고, 사진 촬영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특히 사업이 기사화된 게 프로그램 기간에 있었던 일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곳과 사업 연계 미팅을 통해서 기업 입장의 피드백을 많이 들을 수도 있었고요.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통해 좋은 소식이 많아진 것 같아 기쁘네요. 지원사업 이후 피넛의 사업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지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기가 총 3종류가 있어요. 앞으로는 식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식기를 다양화할 계획이고, 동시에 케이터링 파트너십도 늘려서 더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또 캠페인을 통해 인식 개선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그동안에는 행사 현장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업사이클링을 해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업사이클링을 통해서는 다 쓴 플라스틱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피넛이 꿈꾸는 앞으로의 세상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는 하고 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일회용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하지만요. 그러나 자기 자신부터 플라스틱이나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본인부터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피넛의 활동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구나’, ‘나라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은 복잡하고 귀찮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플라스틱만큼 사소한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환경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건지, 나 하나가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땅콩이 쌓여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올 때면 노력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기 때문에 피넛이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없는 삶을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삶까지 나아가는 일은 지금 우리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기에, 이제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연한 문제가 아닐까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문제인 플라스틱. 훗날 우리가 플라스틱 프리는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 날까지, 피넛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기대해봅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스타트업 3기 대학알리의 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npo2013/222130869875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