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대학알리

인권·동물권

외대 권력형 성폭력, 2년의 기록

 

 

 

 

 한 익명의 목소리로 시작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미투(#MeToo)를 기억하시나요? 2018년 1월, 검찰 내 성폭력 및 성범죄가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외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묻혀있던 추악한 진실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특성상 소규모 특수 학과가 많고, 관련 학계에서 본교 교수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입을 열 수 없었던 피해자들이 권력형 성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K 교수, L 교수, S 교수에 대한 고발이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가해 교수 2명에게 각각 정직 3개월, 해임이라는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추후 가해 교수는 학교로 돌아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정직은 해당 기간이 끝나면 바로 복직할 수 있으며, 해임의 경우에는 3년이 지난 뒤 재임용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사건들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한국외대 권력형 성폭력 폭로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사건 요약 정보

 

1. 그리스·불가리아어과 K 교수


 2018.03.05. 트위터를 통해 최초 폭로. 처음에는 실명만 지목되고 구체적인 정황은 2018.03.17. K 교수 성추행 피해자 일동이 트위터 계정에 성명문을 게재하면서 드러남. K 교수는 입학처장이라는 요직을 맡았으며 국가기관행사에 참석, 주한대사와의 오찬 자리에 동행하는 등 오래 전부터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임. 성추행은 상담 등의 이유로 교수와 학생이 일대일로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행됐다는 공통점이 있었음. 추행은 상습적이고 집요하게 이루어졌음. 피해 학생이 거부 의사를 밝혀도 “너무 귀여워서 그랬다”라고 변명하는 등 문제의식을 살펴볼 수 없었음.


2. 아랍어 통번역과 L 교수


 2018.03.14.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최초 폭로됨. 해당 글에는 학생 3명이 겪은 성추행 피해 사실이 담겨 있었음. L 교수 역시 학교 내에서 권력이 강하기로 유명했던 인물임. 학과 사람들은 L 교수를 왕이라 칭했음. 학생들은 L 교수의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했음.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마주쳐야만 했음. (그 때문에 피해자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휴학하기도 함) 강의 시간, 학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시간 등에 성희롱을 일삼음. 그 수위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심각함.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여러 차례 있었음. 옷차림과 화장에 대해 평가하고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음. 사실 L 교수는 2006년 6월에 이미 여직원을 성추행한 전적이 있었음.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어 징계 조치 권고를 받았음. 그러나 학교 측은 별 제재 없이 오히려 해당 사실을 외부에 알린 학생에게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및 해교행위'로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음. 당시에는 서울캠퍼스 아랍어과 소속이었고, 이후 큰 조치 없이 2008년 글로벌캠퍼스에 신설된 아랍어통번역과로 발령되었음.

 

3. 국제지역대학원 S 교수

 

 2018.03.19.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최초로 폭로됨. (#외대숲_30237번째 제보) S 교수도 중동·아프리카 전문가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하는 등 학계에서 매우 저명한 인물이었음. 논문 쓰는 것을 도와주겠다며 신체를 불필요하게 접촉하고 모텔에 가자는 등 성희롱함. 밥을 먹자는 핑계로 지속해서 연락하며 수년간 피해자를 괴롭힘. 2018년 8월 징계위원회에서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후 2019년 장기근속 포상을 받아 문제가 되었음.

 

 

한국외대 권력형 성폭력 사건 타임라인

 

 

  2018년 3월 5일, 트위터를 통해 K 교수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폭로가 나왔습니다. 최초 폭로자는 같은 날 폭로된 전 충남지사 안 모 씨에 대한 고발이 K 교수를 떠올리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K 교수는 그리스·불가리아어과 전임 교수로, 3월부터 입학처장에 임명받아 겸직 중이었습니다. 3월 8일 학생지원처장과 그리스·불가리아어과 학과장이 논의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습니다.
  3월 14일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을 통해 L 교수에 대한 폭로가 나왔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아랍어통번역과 L 교수에 대한 3명의 폭로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L 교수는 강의 중에도 제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3월 15일에 L 교수 관련 진상조사팀을 구성, 16일에 L 교수와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인 3월 17일, L 교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학교 측은 “L 교수가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관련 조사를 모두 중단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같은 날 K 교수 성추행 피해자 일동이 트위터 계정에 성명문을 게재했습니다. 성명문에는 K 교수가 제자들에게 저지른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추행이 일대일 상황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점, 가해 교수가 대내외적으로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었던 점 등의 이유로 피해 사실 폭로를 주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K 교수가 입학처 부처장을 거쳐 입학처장이 되었고, 고등학교를 돌며 학교를 홍보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자신이 겪은 일을 후배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며 이를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3월 19일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국제지역대학원 소속 S 교수에 대한 폭로가 나왔습니다. 해당 글에는 S 교수가 수년간 일삼은 구체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중동·아프리카 전문가로 유명한 S 교수가 학과 내부뿐만 아니라 방송에 출연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이 컸기에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S 교수는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겠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S 교수의 사직서가 총장을 거쳐 이사장 승인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성평등센터가 징계위원회 회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S 교수의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자체 징계위 및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3월 20일 글로벌캠퍼스에서 K 교수에 대한 1차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가 열렸습니다. 이날 위원회에는 부총장, 성평등센터장,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10인 이상이 참석했고, K 교수는 불참했습니다. 진조위가 열리기 전 K 교수는 입학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학교 측은 이를 처리한 후 K 교수에게 모든 수업에서 배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3월 28일 학교는 교원 인사발령을 단행했습니다. S 교수는 면직 처분을, L 교수는 당연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4월 3일, 오후 3시부터 K 교수에 대한 2차 진조위가 진행되었습니다. K 교수 고발 트위터 계정은 피해자들이 학교 성평등센터를 통해 진술서를 제출하고, 추가 문답과 증거 제공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4월 17일 진조위는 진상조사를 종료하고, K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법인이사회는 5월 9일 징계위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5월 18일6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K 교수와 S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학교 측은 6월 27일 열린 법인 이사회 회의에서 K 교수와 S 교수에 대한 최종 징계 결과를 통보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상자 본인 외에는 징계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는 징계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52대 총학생회는 이에 반발하여 7월 5일 ‘권력형 성폭력 가해 지목 교수’의 징계 결과 공유를 요구하는 공문을 총장과 이사장에게 보냈습니다. 이어서  총학생회는 7월 26일 교무처 항의 방문을 통해 징계 결과를 촉구했습니다. 항의의 주 요지는 K, S 교수의 징계위원회 진행 속도를 높이고 학생들에게도 징계위원회 내부 진행 절차와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교무처는 타 대학에서도 징계 결과를 밝힌 선례가 없으며, 내부 규정 역시 미비하여 자세한 징계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8월 1일에 징계 결과를 공개할 것이며,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달라 전했습니다.
 애초 교무처에서 밝힌 날짜보다 하루 늦은 8월 2일, 한국외대 홈페이지에 K 교수에 대한 해임 결정이 공지되었습니다. 하지만 S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는 공개되지 않아, 많은 학생의 공분을 샀습니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가 각 부서에 보낸 공문 확인을 거쳐,  8월 5일 S 교수가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음을 공표했습니다. 총학생회는 성명문을 통해 학교 측의 가벼운 징계 결과를 규탄하며 성폭력 가해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재심의하고 파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학내에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외에도 18년 9월 국제학부의 B 교수가 학생에게 성추행을 가하여 직위 해제되는 등 외대 내 권력형 성폭력 고발은 이어졌습니다. 이후 외대 안에서도 미투 운동의 파랑이 잠잠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다시 한번 학교의 성찰 부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4월 19일 진행된 외대 개교 65주년 기념식에서 S 교수가 10년 장기근속에 대한 포상으로 순금 3돈(60만 원 상당)을 수여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학교 측은 “S 교수의 10년 장기근속을 한 시기는 징계가 내려지기 1년 전인 2017년으로, 2018년에 관련 논란 때문에 1년 연기한 것이므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 “장기근속 포상과 도의적인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하는 등 포상 행위 및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8월 13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S 교수의 포상철회 및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비대위는 학생들의 면담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일째 답이 없는 이사회의 불통을 규탄했습니다. 이에 교육부에도 비대위의 정보공개청구 민원을 받아들여 S 교수 징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비대위는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의 처우를 논의하는 징계위원회에 반드시 학생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비대위는 1차 기자회견 이후로 학교를 향한 지속적인 항의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8월 29일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총학생회 SNS 계정에 S 교수 장기근속 포상 철회 및 파면을 위한 3천 외대인 연서명 링크(https://bit.ly/S교수연서명)를 게시했습니다. 
  9월 10일, 비대위는 학교 법인인 동원육영회, 교무처장실, 총장실 및 비서실 등 총 세 군데에 경고장을 부착하였습니다. 비대위는 경고장을 통해 1) S 교수 장기근속 포상 철회 및 즉각 파면  2)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를 통한 폐쇄적인 징계위원회 구조 개편을 촉구하였습니다.
  비대위는 9월 16일 S 교수의 장기근속 포상 철회 및 파면 촉구를 위한 2차 기자 회견을 학내에서 진행했습니다. 비대위는 지난 1차 기자회견에 이어 2차에서는 1) S 교수 파면 및 장기근속 포상 철회 2) 징계위원회 학생대표 참여 보장 3) 징계 절차와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같은 사항을 요구했습니다.
  10월 7일에는 글로벌 캠퍼스와 서울 캠퍼스에서 2019학년도 하반기 전체학생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글로벌 캠퍼스 정기총회에서는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 보장’이 논의 안건으로 채택되어 의결되었습니다. 교수 서울캠퍼스 정기총회에서는 논의안건으로 ‘S 교수 장기근속 포상 철회 요구 및 일부 학칙·규정 개정안 요구’를 내걸고 총회 참가자 일동의 결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와 같은 학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10월 9일 열린 ‘총장과의 대화’에서 김인철 현 외대 총장은 “학생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포상 절차에 문제가 없고 포상을 철회할 규정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침묵 방조 , 한국외대의 민낯

-외대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보는 학내 문제

 

1. 교수-학생 간 권력 관계


 ‘권력형 성폭력’이란, 우월한 지위나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피해자에게 가하는 성폭력 범죄를 의미합니다.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상하 관계 내지 권력 관계 아래에서 다른 적절한 구제 절차에 호소하지 못하고 숨죽여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1. 피해 학생들의 고발로 인해 드러난 교수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은 의심할 여지 없이 권력형 성폭력 유형에 해당합니다. 특히 ‘대학’ 사회 안에서 교수와 학생 간 권력 관계는 교수의 부당행위를 묵인케 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외대의 특성상 소수언어 과가 많아, 해당 커뮤니티는 폐쇄적인 성격을 띠기 쉽습니다. 실제 K 교수의 경우 그리스/불가리어과 교수로, 전국에 하나뿐인 특수어과 대표 교수라는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L 교수 역시 해당 학과 학생이라면 L 교수의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할 정도로 학과 내 입지가 탄탄했습니다. 전공을 살린 진학 혹은 직업 활동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교수의 권력은 절대적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교수들은 이러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에 순응하도록 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K 교수의 “너무 귀여워서 그랬다” 등의 발언은 ‘친밀감’과 ‘유대감’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수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모텔에 가자”는 등 사적 만남을 요구하고(S 교수), 학생들의 옷차림과 화장에 대해 품평하는 등(L 교수) 학내외를 가리지 않는 만행이 자행됐습니다. 또 S교수의 경우 제자들에게 연락하여 탄원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학생 간 연대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피해 사실이 공공연함에도 불구하고 묵인하고 방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학교와 교수 사회의 문제점 역시 지적할 수 있습니다. L 교수는 2006년에도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었고, 위원회 측에서는 학교에 징계 조치 권고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해당 사실을 외부에 알린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리는 등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학내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학생들의 노력마저 치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숨기기 급급해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 기반에는 학생-교수, 학생-학교 간 위계질서가 있습니다.
 

2. 근속포상문제-성폭력 문제에 대한 학교의 안일한 인식


 권력형 성폭력 가해 교수에게 미약하나마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외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 운동은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개교 65주년 기념식에서 S 교수에게 장기근속상과 그 포상인 순금 3돈이 수여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교 측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기근속자 포상 규정 (규정 번호 4-1-25)
제 7조 (포상의 제한) 감봉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자로 1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는 포상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S 교수가 10년 근속을 달성한 시점은 징계가 내려지기 약 1년 전인 2017년입니다. 이듬해 S 교수에게 10년 근속 포상이 수여 될 예정이었으나, 그가 가해자로 지목된 이후 수상을 1년 연기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입니다. 10년 근속한 시점이 2018년 S 교수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 전이기에, 포상 절차에 문제가 없을뿐더러 포상을 철회할 규정 역시 없다는 논지입니다. 행정상의 문제가 없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김인철 총장의 약속과는 다소 모순되는 지점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학생이 안전하게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가해 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그가 학계에서 가진 영향력을 약화하고, 다시 강단에 서지 못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보여주기식 처벌일지라도, 학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피해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총학생회 2019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총학은 교무처와의 면담을 통해 수상 시점으로부터 1년 내가 아닌, 근속 중에 중징계(정직 이상)를 받으면 그 이후에 한 차례 장기근속 포상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개정하는 안을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총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2월 S 교수가 포상을 자진 반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학생 사회의 반발이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학생들의 분노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는 학생들이 학교 사회에 신뢰를 잃게 하는 주범입니다.
 

3. 학교-학생 간 소통의 부재


 학교와 학생 간 소통의 부재는 성폭력 피해 발생 시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가해 교수 처벌 및 후속 대처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K 교수의 가해 사실이 밝혀졌을 당시에도 사건 조사 및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피해 호소인은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바 있습니다.  K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트위터 계정(@i_know_whatudid)에서는 많은 피해 학생과 재학생들이 사건 진행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학교 측에서 사건 해결 과정을 공유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고, 피해 학생과는 어떤 방식으로 면담이 진행되는지 사전에 공유하는 등 피해 호소인이 안심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향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성폭력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잡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더욱 폐쇄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학내 공동체 차원의 문제해결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외대에는 성평등센터와 같이 학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 반영 없는 사건 해결 절차는 성평등하지 않을뿐더러, 가해 교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쉽다는 것을 일련의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예시로, 징계위원회에는 학생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경우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위원회에 징계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징계위원회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한계점을 해소하여 공동체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법인과 교직원 차원에서 학내 사회 문제 진단이 어렵다면,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전체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총장과의 대화’ 등의 행사가 존재하긴 하지만, 학교 행정 집행 절차를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교류하려는 자세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도 학교를 함께 이끌어가는 중요한 주체인 만큼,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학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친 미투 운동은 외대 반성폭력 문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련의 사건은 단발성의 개별 사건이 아닌,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쌓여 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그러기에 문제를 더욱 심각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학교 차원에서 구제 절차를 제대로 확립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에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교내 성평등센터 역시 캠퍼스 모두 연구원 1명을 주축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기에 업무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성폭력 및 성차별 문제 해결 인원을 충원하고, 학내 문제 해결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 역시 필요합니다. 비대위에서 진행한 S 교수 포상 철회 서명운동도 작년 10월 3일 기준 참가 인원 918명으로 목표치인 3,000명에서 한참 모자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미투 운동의 파란이 잠잠해지고, 학생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상황임을 감안해도 아쉬운 결과입니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항의가 있었기에 문제 교수를 처벌하고, S 교수가 포상을 반납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계속해서 학내 사회를 감시하고 피해자에 연대한다면, 학교 역시 사건을 무마하거나 독단적으로 사건 해결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년간의 외대 권력형 성폭력 아카이빙이 조금이나마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앞으로도 외대알리는 피해자와 피해자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학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조시은 기자 (ohno2828@gmail.com)

진다혜 기자 (clestej@gmail.com)

 

1 서혜진(2018),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특성 및 문제점,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심포지엄 자료집,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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