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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성희롱을 파업전략으로 이용한 것’, 학교의 비호 속에 자란 성희롱 가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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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 외대미투, 2006 외대파업을 향하다.

 <1> 12년 전 외대노조파업 중 일어난 L 교수 성희롱 사건  

 

[기획의도]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에서는 3건의 미투 고발이 터져나왔다. 가해자 중 한명인 L 교수는 2006년에도 성희롱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았지만 학교는 L 교수를 비호했다. 반면에 당시 성희롱 사건을 세간에 알린 한국외대생 조명훈씨는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으며,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는 7년 6개월 동안 두 번의 해고와 복직을 견뎌야 했다.

외대알리는 올해 상반기 외대미투 취재 중 2006년 성희롱 피해자인 노조원 A 씨와 이를 고발했던 졸업생 조명훈 씨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은 박철 전 총장의 교비횡령사건과도 연결된다. 뿐만 아니라 외대파업의 배경에는 최근 삼성노조와해 문건이 발견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그 대표 심종두가 있었다. 

2018년 외대미투와 2006년 외대노조파업. 두 사건은 서로 다르지만 외대 교수들이 돈과 권력을 무기로 직원과 학생의 삶을 짓밟았다는 지점에서 맞닿는다. 미투 가해자 L 교수를 키워내고, 노조원들을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간 박철 전 총장. 그리고 그를 명예교수로 추대한 외대 교수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자 한다. 

 

| 파업 중 발생한 성희롱

2006년 6월, 학생처장단 회의가 열린 교수회관 내 귀빈식당. 파업 중이던 외대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이 이곳에 들어섰다. 외대노조의 간부로서 파업을 이끌고 있었던 노조원 A 씨도 함께했다. 회의 몇 시간 전에 벌어진 모교수의 노동조합원 폭행사건에 대해 학교 측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외대 교수회관에 있는 귀빈식당(사진: 외대알리)]

회의 장소를 둘러싼 노조원들, 그리고 회의 중이던 보직교수들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이때 현장에서 용인캠퍼스(현 글로벌캠퍼스) 학생지원처장을 맡고 있던 L 교수는 노조원 A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슴 보여”, “거기나 잘 가리고 다니지”

| “아니 (가슴을) 보는 게 아니라 . 나 같은 늙은 사람들에게는 신경쓰이니까”

그 자리에서 A씨는 L 교수의 성희롱에 미처 항의하지 못했다. 수치심과 모욕감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며칠 후 한국외대 4학년생 조명훈(영어, 99) 씨의 고발로 세간에 알려졌다. 학교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조 씨를 허위사실 유포로 무기정학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결국 성희롱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소했다.

L 교수는 당시 ‘노동조합원들이 학교 측 허락도 없이 회의 장소에 들어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므로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며, 성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파일 등을 검토한 인권위는 L 교수의 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2007년 3월, 가해 교수와 학교 측에 두 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1. 피진정인(L 교수)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특별 인권교육을 받을 것

2.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박철 전 총장)은 피진정인에 대하여 경고 조처를 하고 성희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고할 것

그러나 이후 L 교수와 박 전 총장은 어떠한 권고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선임해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인권위 측 변호인에는 진선미 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출처 : MBC 뉴스데스크 2018.3.15 "한국외대 '미투' ...성희롱 교수 11년 만에 또 성폭력" 갈무리]

 

ㅣ주요 보직교수들의 탄원, ‘노조 측이 성희롱을 파업 전략으로 이용한 것이다.’

대법원 소송이 진행되던 2008년 12월 초. 한국외대에서 주요보직을 맡고 있는 처장단 교수들 명의의 탄원서가 대법원에 제출됐다. 탄원서에서 이들은 ‘L 교수의 발언이 성희롱이라고 단정하는 판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피해자 A 씨를 “성희롱을 투쟁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측에서 3개월이 지난 일을 침소봉대하고 나온 것은 ‘성희롱’이 사회적 여론을 모을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특유의 파업 전략의 일환으로 제기되었음이 명백합니다.”

반면에 “(L 교수가 A 씨의) 방정치 못한 품행을 꾸짖다가 성희롱으로 왜곡되는 바람에 평소 존경받는 교수로서,주변의 신망을 받고 있는 인간으로서  어이없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며 L 교수를 옹호했다.

“설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어도 양심을 가릴 수 없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L 교수의 발언이 성희롱이라고 단정하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외대알리는 당시 처장단에 속해 있던 복수의 교수를 찾아갔다. B 교수는 탄원서를 본 적 없다고 답했다. 반면 C 교수와 D 교수는 당시 처장단에서 논의를 해서 썼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C 교수는 탄원서에서  A 씨를 “성희롱을 투쟁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한 인물”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주변의 지인들의 의리나 동정에 의해서 나가는 것이 탄원서이기에 아무래도 학교 측에 도움이 되게 워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탄원서에서 L 교수를 옹호한 것은 같은 처장단으로서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터진 L 교수의 미투 사건과는 다르게 “2006년 사건은 은밀한 곳에서 단독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고. 당시 노조 측에서 밀어붙이니까 말 실수를 하게 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D 교수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 L 교수가 의도적으로 성희롱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성희롱 피해자가 성희롱을 투쟁 전략으로 썼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르다고 본다”며 “심하다고 볼 수도 있고, 실제 전략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서 “전략적으로 쓰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L 교수의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3천 8백 50만 원...가해교수 비호에 교비까지 동원돼

1심부터 대법원까지 학교가 인권위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에 사용된 비용은 총 3천 8백 50만 원. 모두 교비에서 지출됐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가해 교수의 소송비용으로 쓰인 것이다.

해당 지출 내역은 곧 박철 전 총장의 횡령혐의에 포함됐다. 2016년 6월 16일 서울북부지법(형사11단독 박현배 판사)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용도에 사용돼야 할 교비를 학교법인을 위한 변호사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그 횡령액의 합계가 약 11억 원에 이르는 거액인 점에 비추어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 전 총장은 이후 대법원까지 상소를 거듭했으나 대법관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그럼에도 박 전 총장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했고, 올해 8월 기각,각하 됐다.


| ‘인권위 권고 정당하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A씨

박 전 총장과 L 교수가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권고결정취소 소송은 결국 2009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이 노사가 서로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해진 점, 이 사건 발언의 내용, L 교수의 발언 태도 및 표정’ 등을 종합해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이 사건을 인권위 성희롱 백서에 게재했다. 출처:국가인권위원회 2012년 성희롱 백서]

인권위의 권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A 씨는 학교나 L 교수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학교는 L 교수를 끝까지 비호했다. 그 누구도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올해 2018년 L 교수는 여러 제자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은 것이 폭로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언론사들은 L 교수 미투 사건을 앞다퉈 보도하며 2006년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다. 조선일보도 L 교수의 2006년 성희롱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에 한국외대는 정정 및 반론보도를 통해 "2006년 사건이 직원 노동조합의 파업 중 발생한 일이므로 지금 상황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외대는 A씨 해고와 당시 성희롱 사건의 연관성을 사실상 부인했다. 하지만 외대알리 취재결과, A씨에 대한 징계 사유에는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일명 ‘괘씸죄’로 보이는 사유가 추가된 것과 A씨의 징계재심위원회에 L교수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외대알리 정소욱 기자 (faithery09@gmail.com)

외대알리 인보근 기자 (coriendo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