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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권력형 성폭력' 5개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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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미투(#MeToo) 운동. 차기 대선 주자부터 유명 영화 감독, 연기파 배우 등 사회 주요 인사들이 자신의 경력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이들은 높은 지위를 남용해 자신을 거역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성적 폭력을 행사했고,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잘 기억이 안 난다', '합의에 의한 관계' 등을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한국외대 역시 '권력형 성폭력'이 일어났다. 교수 지위를 앞세워 여학생들에게 무차별적인 성희롱 발언과 성폭력을 일삼은 이들의 만행이 1학기 개강 직후 알려졌다.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는 모두 세 명으로, 김원회 교수(그리스-불가리아어과, 前 글로벌캠퍼스 입학처장), 故 이영태 교수(아랍어통번역학과, 前 글로벌캠퍼스 학생처장), 서정민 교수(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이다.

 

 

3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연이어 알려진 교수들의 만행

 

(출처 - 트위터 ‘I_know_whatudid’ 계정)

 

3월 5일 - 김원회 교수 성폭력 폭로

트위터 아이디 ‘I_know_whatudid’ 계정을 통해 그리스 불가리아어과 김원회 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폭로됐다. 작성자는 게시물에서 “김원회 교수님은 가슴이 조마조마하지 않으실까요”, “입학처장이 되다니 너무 치가 떨리고 무섭다고요. 다른 것도 아니고 입학처장…”이라는 글을 남겼다. 3월 8일 이와 관련해 학생처장과 그리스-불가리아학과 학과장이 회의를 진행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3월 14일 - 이영태 교수 성폭력 폭로

한국외대 대나무숲을 통해 아랍어통번역학과 이영태 교수의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폭로됐다. 학교 측은 다음날인 3월 15일 이 교수 관련 진상조사팀을 구성, 16일에 이 교수와 면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7일, 이영태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교수협의회 공지를 통해 알려져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3월 19일 - 서정민 교수 성폭력 폭로

마찬가지로 대나무숲을 통해 국제지역대학원 서정민 교수에게 수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서정민 교수는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월 28일 - ‘권력형 성폭력 가해지목 교수’ 인사발령 단행

3월 20일 학교는 총장 명의의 이메일을 외대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과 피해자 보호를 약속했다. 이어 28일에는 성폭력을 저지른 세 명의 교수에 대한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김원회 교수는 입학처장, 서정민 교수는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직에서 각각 면직처분을, 故 이영태 교수는 해임처분을 받았다.

 

(출처 - 한국외대 홈페이지 공지란)

 

 

4월~6월: 진상조사와 징계위원회 진행

 

3월 20일 - 김원회 교수 1차 진상조사위원회 진행

김원회 교수에 대한 첫 진상조사위원회가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렸다. 글로벌캠퍼스 부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성평등센터장과 교무위원 2인, 여성교수가 포함된 교수위원 3인, 여성을 포함한 직원 2인, 학생대표 2인(총학생회장과 여학생대표)으로 구성된 진조위는, 김 교수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학내 성희롱 예방 및 처리에 대한 규정 개정 관련 심의도 함께 진행했다. 이후 4월 3일, 김원회 교수에 대한 2차 진상조사위원회도 열렸다.

 

4월 17일 - 진조위, 김원회 교수 징계위에 회부

진상조사위원회는 김원회 교수의 성폭력 진상조사를 마친 후 만장일치로 김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진조위의 결정에 따라 학교 법인 이사회는 5월 9일 회의에서 김원회, 서정민 교수 징계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출처 - 외대알리)

 

5월 18일 - 김원회, 서정민 교수 1차 징계위원회 진행

진상조사위와 법인 이사회 논의를 거쳐 두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초 6월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징계 결과는, 6월 1일 2차 징계위원회 진행 후 6월 27일 법인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징계 결과가 본인에게만 통보된다는 학교 교칙으로 인해 결과 여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7월 ~ 8월: 늦어진 징계 공지... 최종 결과는?

 

7월 5일 - 총학생회, 징계 관련 성명서 발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푸름’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교 측에 징계 결과 자료 공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올렸다. 총학은 성명서에서 “6월 27일 법인 이사회가 김원회, 서정민 교수의 징계에 대한 논의 및 의결이 진행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료 공유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사실 확인 및 공유를 요구하는 공문을 총장과 이사장 앞으로 발송했다.

 

(출처 - 한국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7월 27일 - 총학생회, 교무처 항의 방문

총학생회의 자료 공유 요구에 학교 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총학은 교무처를 직접 방문, 항의 행동을 진행했다. 교무처장은 총학과의 면담에서 “8월 1일에 징계결과가 공개될 것이며, 공개를 특별히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안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8월 2일 - 최종 징계 결과 공개

학교 측이 밝힌 예정일보다 하루 늦은 8월 2일, 외대 홈페이지에 교원인사발령 관련 게시물이 공지됐다. 해당 게시물 하단에 김원회 교수가 6월 27일자로 한국외대 교수직에서 해임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정민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총학생회가 학교 부처 내에 발송된 공문을 확보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8월 5일 성명문을 통해 알리면서 ‘권력형 성폭력 가해지목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가 모두 공개됐다.

 

(출처 - 한국외대 홈페이지 공지란)

 

징계 후: 교칙은 중요하고, 피해자는 안 중요하다?

 

각각 해임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김원회, 서정민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가 나오면서, 5개월 가까이 진행된 ‘권력형 성폭력 가해지목 교수’에 대한 처분은 매듭지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교수에 대한 징계는 합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정직’의 경우 정직기간에도 교원 신분이 유지되며 기간이 지난 후에는 즉시 복직할 수 있다. ‘해임’의 경우 교수직을 잃지만, 퇴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고 해임 3년후에는 교원 재임용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김원회, 서정민 두 교수 모두 일정 기간만 지나면 한국외대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며, 학교로부터 받은 징계 외에 이들이 받는 처벌이나 손실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징계 결과를 알리는 학교의 대응 역시 미흡했다. 8월 2일 공지된 교원인사발령에서 김원회 교수의 해임 일자는 6월 27일로 나와 있는데, 이는 학교법인 5차 이사회가 진행된 날이다. 즉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자 마자 해임을 확정했다는 것으로, 확정 이후 한달이 지나서야 징계 결과를 알린 것은 학내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2학기 교원인사발령에 해임 내용을 포함시켜 조용히 넘어가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여기에 서정민 교수의 징계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교칙상 징계결과를 당사자에게만 통보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다른 징계 사유와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고, ‘성폭력‘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예외를 적용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조차 언론 보도 이후에야 징계 결과를 알았다는 사실은, 학교가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이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달수 기자(hds802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