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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④

• 우리 학보사, 작년부터 ‘반쪽’ 온라인 → ‘완전’ 온라인화 결정

•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 학보사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질서

• 기사 시의성 챙기고 학내 논란 제때 짚어 관심은 끌었지만 …

• 지면 상징성과 학보사 의미 생각하면 때론 이질감도 들어

 

 

“이제 우리 신문사 영구 보존판을 없애고, 새로운 체계가 도입될 거야. 모든 기사는 시기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다 업로드하고…” 작년 초 첫 신문사 회의에서 선배 국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기존의 우리 학보사는 1년에 2번 (개교기념호, 창간기념호) 지면 발행이 이뤄줬으나 학기당 보통 4회 정도 PDF로 지면을 만들어 「대구대 신문사 영구보존판」에 업로드하는 방식의 ‘반쪽’ 온라인 체계였다. 즉, 영구보존판을 없애고 발행 시기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기사를 온라인으로 업로드하는 형식의 ‘완전’ 온라인화를 결정한 것이다. 1년에 2번 발행되던 기존의 종이 지면은 예산과 내부 상황을 판단하여 인쇄하는 것으로 했다. 완전히 학보사 운영 체계가 뒤바뀌는 내부 ‘개헌(改憲)’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 본부가 재정난을 빌미로 계속하여 교내 언론 예산을 감축하는 상황서 나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책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이다. 추억을 운운하며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긴 내 나이가 썩 많진 않지만 그래도 어릴 때와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비디오 가게들이 문을 닫고, 대부분 IPTV로 영상을 시청한다. 카세트테이프, 음반이 아니라 이제는 유튜브로 음악을 감상한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 흐름에 맞게 종이 신문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연감 및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문 구독률은 1996년도 69.3%에서 2019년도에 6.4%로 급락했다. 20여 년 전과 비교하여 1/1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기성 언론의 종이신문 사업도 허덕여지니 학보사의 신문 발행 역시 뜨거운 감자이다. 요즘 누가 종이 신문을 읽느냐는 논리로 지면 발행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학보사가 개편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대학 언론인들이 본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학보사 기자들의 모임에서도 종종 종이 신문 폐간 문제가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학보사 온라인화를 택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어찌 되었든 자발적으로 온라인화를 택한 경우에 속한다. 당시 이 같은 결정을 할 때 가뜩이나 학우들이 학보사에 대한 관심도 없고, 이를 홍보할 방안도 마땅치 않았는데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한다면 비교적 홍보가 용이하지 않을까 기대감도 있었다. 또 영구보존판에 업로드할 PDF 지면 일정에 맞추다 보니 그간 학내 이슈, 사회 문제 기사의 시의성을 놓쳐 내부에서도 늘 고민거리였다. 지면 발행 비용, PDF 제작 비용 등 절감되는 예산으로 신문사의 운영에 숨통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학보사의 ‘완전’ 온라인 전환 이후 확실히 시의성 있는 기사를 많이 작성할 수 있게 되었고, 기사들이 비교적 자주 업로드될 수 있다 보니 학우들에게 홍보하는 데 있어서도 비교적 쉬워지긴 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장점들이 오히려 단점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우선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학내 논란을 빠르게 짚어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되니 다른 일반적인 기사와의 관심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편집국 내부에서도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를 작성하고자 하니 자극적인 논란들을 짚어보고자 하는 아이템도 회의에서 많이 등장했다. 민감한 사안들을 비교적 많이 취재하게 되니 외부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이런 기사를 내도 되겠느냐”는 새로운 갈등도 생겼다. 편집국 내부에서 ‘킬’ 당하는 기사도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이전과 달리 신문사의 기사 방향도 비교적 날카로워졌다. 아무래도 논란이 많은 학내 이슈를 이전에 비해 많이 다루게 된 결과이다. 학내 논란을 비교적 많이 다루다 보니 학보사가 상황을 짚어주는 중재기구, 해명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언론 기관이 아닌 계도 기관처럼 논조가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혼란도 가중됐다. 그간 PDF⠂종이 지면 체계로 선배들이 쌓아 놓은 다양한 노하우나 매뉴얼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를테면 기사 내용을 지면 위에 가공하여 사진 배치를 하거나 글을 구성하는 것들이 이제는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템 회의를 하는 것도 난항을 겪었다. 기존에는 ‘1면(종합), 2면(취재)…’ 이런 식으로 분류된 기획지를 채워 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온라인 체제 전환 이후 이러한 기획지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 회의를 할 때 정해진 기획지 양식이 없으니 기사 주제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체계화되지 못했다. 결국 지면이 나가지 않음에도 이전에 사용하던 기획 지를 채워 나가는 형식의 회의가 부활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무엇보다도 PDF/종이 지면이 사라지니 학보사의 중요한 부분인 문화 기사가 빈약해졌다. 그간 지면 발행을 통해 연재되었던 만평들, 기자의 눈, 길거리 인터뷰, 명저 읽기와 같은 신문사 내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코너들이 사실상 사라졌다. 교수님들이 적어주시는 칼럼과 사설도 마찬가지다. 학보사의 완전 온라인화로 인해 정해진 발간, 발행시기가 사라지다 보니 이 아이템들은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가 난처 해졌다. 게다가 해당 코너들 모두 고정적인 원고료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 예산들이 생각보다 신문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됐다. 예산 절약 차원에서 온라인화를 결정했는데 이 코너들을 주기적으로 연재할 바빠엔 차라리 PDF/종이 지면을 부활시키는 게 더 합리적이었다.

 

올해 초 퇴임한 동기와 이 같은 학보사 온라인화 결정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이 있다. 그래도 지면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하게 선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학우들의 관심도 차이가 각 기사 별로 극명하게 드러난 점을 생각하면 홍보 효과도 미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에 열린 우리 신문사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이슈가 등장했다. 많은 교내 언론 3사 기자들이 그래도 가판대에 종이 지면을 채워 넣는 것이 차라리 홍보하는데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다. 눈 앞에 종이 신문이라도 보여야 한 번씩 가져가 기사를 읽어 보기라도 하는데, 온라인으로 완전 전환된 이후 특정 학내 논란 기사에만 관심을 가질 뿐 나머지 기사는 아예 읽지 않는다고 고민하기도 했다.

 

 

완전 온라인화 결정을 내린지 어느덧 1년이 됐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의성을 챙겼고, 학생들이 관심 가지는 기사도 비교적 많아지긴 했다. 그래도 지난 2학기엔 신문사 내부 사정이 나아져 남은 예산으로 지면 발행도 했다.

 

그렇지만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시의성과 신문사의 효율성만 고려한 지난 1년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해본다. 또 온라인 기사를 작성하며 지면의 상징성, 학보사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질감이 들 때도 종종 있다. 차라리 온라인화를 하긴 하되, 1년에 몇 번씩 종이 지면을 반드시 발행하는 식의 대안도 고려해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학보사의 운영 방향을 고민하는 많은 대학 기자들이 우리의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삼아 더 좋은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