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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에 우리는 너무 방어적

우리는 왜 비혼을 선택했는가

 

결혼, 출산 당연히 ‘안’ 할건데요?

 

2019년 대학 사회 강타한 키워드 ‘비혼’

 

20대 열 명 중 여섯 ‘안 해도 돼’

 

 

 올겨울은 방어가 맛있을 거라는 뉴스를 봤다. 이번 겨울은 추울거라고, 그래서 방어 살이 아주 기름질 거라고. 가슴이 너무 설레서 오빠를 불러냈다. 방어에 소주 한잔만 하자고. 가짜 뉴스는 아니었나 보다. 입에 척 척 달라붙는 맛에 예정과 다르게 술 몇 병을 비웠다. 신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술잔을 들어 눈짓으로 건배를 제안하면서,

 

“오빠는, 결혼 할 거야?”

“아니”

“확신하네. 왜?”

“내 몸 하나 책임지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그러게”

 

원래부터 씁쓸했을 터인 소주 뒷맛이 유난히 오늘따라 유난히 강하다.

 

그땐 다 일찍 했어. 당연히 그런 거였어.

 23세, 부모님께서 나를 낳으신 나이.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자 마자 든 생각은 ‘세상에! 죄송합니다!’ 였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맞았다. 이인제야 ‘지금 당장 내가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면-‘ 하는 가정이 몸소 와 닿았기 때문일까. 내 생각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우리 때 그 나이에 애 낳는 게 뭐 신기한 일이라고. 그리고 결혼은 일찍, 꼭 하고 싶었어. 그땐 다 그랬어.”

 

결혼 · 출산, 당연히 ‘안’ 할 건데요?

 2019년, 내 주변에 “나는 결혼할 거야!”하는 친구가 있었던가. 반면 ‘비혼’을 자처하는 지인은 많았다. 나부터도 그랬다. 결혼한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버거웠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결혼’이라고? 말도 안 돼!

 

▲ 비혼주의 인식 설문조사(2018) 출처: 잡코리아, 알바천국

잡코리아와 알바천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미혼남녀 15%가 ‘나는 비혼주의’라고 밝혔다. 또한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비혼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 여성가족부 총 혼인 건수 및 조혼인율 추이 (2018) 출처: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총 혼인 건수를 보면 비혼주의가 잠시 거쳐 가는 ‘트렌드’가 아님은 더욱 확실해진다. 2011년 이후 총 혼인 건수는 지속해서 줄고 있으며 2018년 총 혼인건수는 7년 전보다 71,500건 감소했기 때문이다.

 

 

▲비혼주의 설문조사 결과, 비혼을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69%에 달했다. (출처 = 외대알리)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주변 대학생 36명을 대상으로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36명 중 ‘비혼을 고려한다’고 답한 인원은 25명에 달했다.

인터뷰 결과 비혼을 고려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 경제적 부담 때문에, 둘째,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셋째,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으로 나뉘었다.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비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조사 결과 과반수 응답자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68.3%) 이후 응답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는데, 남성은 ‘경제적 이유’(47.5%)가, 여성은  ‘육아에 대한 부담 및 결혼 제도가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두려움’(38.1%)이라는 응답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결혼보다도 취업, 내 집 마련. 할 수 있을까

 “결혼, 자녀. 듣기만 해도 너무 부담스럽다. 나 하나 간수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만약 가정을 꾸린다면 배우자이며 아이이며 책임질 일이 더해지겠지. 돈은 누가 줄 건데. 결혼은 우리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주제이다.” (익명의 인터뷰이 甲)

 

 변한 건 무엇일까.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워진’ 현실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재수, 추가 학기, 휴학, 취업 준비 기간을 합치면 도대체 언제쯤 내 몸 하나 의탁할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까.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30대 주택 소유율은 전체 연령 대비 12.1%에 그쳤다. 암울하다.

그래. 내 집 마련은 너무 먼 이야기이다. 안정적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꺼야 할 가장 급한 불은 ‘취업 성공’이다. 당장 내년, 취업 시장에 뛰어들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찔해진다. 

 

▲ 청년 실업률과 확장실업률 (2018. 통계청) 그래픽 출처= 중앙일보

 

그런데 2018년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만 7천여 명 줄었고, 반대로 실업자는 40만 7천 명으로 2천여 명 늘었다. 청년 실업률은 9.4%,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2.8%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결혼! 덧셈 뺄셈도 못 마쳤는데 적분 진도 나가라는 소리지!

 

나는 기혼 여성으로 살고 싶지 않다: 경력단절 이야기

 몇 년 전, 빵집에서 일했을 때였다. 매일 아침 사장님과 나란히 앉아 갓 구운 빵을 포장하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이 작업은 굉장히 단조롭다. 그래서 우리는 늘 기계적으로 빵을 포장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소보로 빵을 포장하고 있을 때였다.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한창때에’가 이날 대화의  주제였으리라.

 

-사장님은 빵집 하시기 전에 어떤 일 하셨어요? 

-나? 은행에서 일했지. 종각에 OO 은행 본사 알죠?

- 네. 그 엄청 큰 거요. 

-맞아. 거기서 오래 일했어. 그런데 육아휴직 쓰고 나니 지방 대리점으로 발령을 내리더라. 은행 실무는 13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직책은 높은데 통장 발급도 어리바리하니, 다들 무시하지. 그래서 나왔어. 

 

그리고 사장님께서는 들뜬 듯 기쁜 듯 본사에 있었던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다. 빵을 다 포장하고, 청소까지 모두 마칠 때까지.  20대로 돌아간 듯한 천진한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 고용조사 경력단절 여성 현황 (통계청. 2018) 그래픽 출처=한겨레

 

통계청 고용조사 현황 발표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결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85만 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만 5천 명 증가한 수치이다. 비율로 따져보자. 기혼여성 가운데 20.5%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결혼, 육아, 임신’이 경력단절 사유 중 92%를 차지한다. 비취업 여성 중 절반 이상이 경력단절 여성이다.

 

늘 존재해왔던 억압, 무엇이 달라졌는가?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차별은 늘 존재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최근 청년사회 결혼관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일까?

답은 ‘부조리한 관습’에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물론 가부장제 아래 기혼 여성에 대한 압력이 잔존함에는 다수가 동의한다. 달라진 것은 최근 이러한 부조리한 관습에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 예고편 중 일부

 

최근 손익분기점을 2배가량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82년생 김지영’을 보자. 이 영화는 기혼 여성이 겪는 고충을 담담하게 잘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 주변에 ‘그저 존재해온 것’을 일상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일부는 이 영화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그 문제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일상적 부조리를 폭로하는 영화가 기존에  부조리로 인식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부분이다.

 

 이번 설날에는 명절 달만 되면 명절 증후군으로 정신과를 찾던  우리 어머니의  ‘3회차 명절 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작년 설 무렵, 엄마께서 아버지께 ‘우리 엄마는 너 오면 고기며 생선이며 진상을 차려 대접해주는데, 왜 나는 너희 집 주방 이모를 해야 해!’라고 외치시고 이틀간 집을 나간 후에서야 얻어낸 유의미한 성과였다.

 

▲2019년 추석을 맞이하는 기분은? (2019. 나우앤서베이) 그래픽 출처=글로벌 신문

 

그래, 우리 집만 그럴 수도 있지. 2019년 나우앤서베이가 시행한 조사를 보자. ‘올 추석을 맞이하는 기분은?’이라는 질문에 ‘마음이 설레고 기다려진다(매우 긍정적)’와 ‘좋은 편(긍정적)이다' 라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35%, 여성 25%로 나타났으며, ‘귀찮은 편이다(부정적)’와 ‘매우 귀찮고 짜증 난다(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남성 21%, 여성 38%로 차이를 보였다. 

명절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명절 스트레스 요인 조사에서는 여성은‘가사노동’(29%)이  1위인 ‘잔소리’(31%) 의 뒤를 이으며 2위를 기록했다. 명절 가사노동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임이 드러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구시대적 ‘기혼여성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가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청년 세대는 ‘그 역할’을 맡을지도 모르는 가능성 자체를 회피하고자 한다. 그래서 비혼. 그뿐이다.

 

다양한 결혼관 확산, 나는 나에게 충실하고 싶다.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겠지?’라는 주변 압력을 받게 된다. 왜 그런 걸까. 아이를 낳으면 내 삶에 이전처럼 충실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냥 내가 번 돈과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 쓰며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종속되고 싶지 않다.” (익명의 인터뷰이 乙)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결혼은 선택일 뿐'이라는 유연한 가치관 확산은 과거와 다른 결혼관을 만들었다. ‘혼자여도 괜찮다.’, ‘자유로운 연애나 동거 형태로 살고 싶다.’, ‘결혼하더라도 딩크족으로 살겠다.’ 등 종전 통념과 대비되는 가치관이 낯선가? 

 

▲ 19세-26세 대상 결혼 인식 조사 (2017. 여성가족부) 그래픽 통계=SK

 

여성가족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이 37%에 불과했던 반면 2016년에는 같은 질문에 절반이 넘는 51.4%가 응답했다. 13세부터 24세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기성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청년세대 결혼관 변화를 보여준다.

 

비혼주의 확산도, 가치관 변화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뿌리 깊게 박혀있는 부조리한 관습'과 '결혼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사회'는 분명히 잘못됐다. (일부는) 못하니까 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누구의 책임일까.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씁쓸한 밤이니, 달달한 제철 대방어 한 점과 소주 한 잔을 기울여야겠다.

 

정설 기자 (seol@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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