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월)

대학알리

박성빈의 시선

생존권은 청년에게 필요하다

미소는 왜 집을 포기했을까.

   

 영화 <소공녀>에서 미소는 취향을 포기할 수 없어 방을 뺀다. 미소는 욕심이 없다. 일한 만큼 노동의 대가를 지불 받고 그 돈으로 집세 내며 기호품 사는 생활 너머를 꿈꾸지 않는다.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인물에 가깝다. 미소에겐 미래로 나아갈 여력을 모으는 것 보다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담뱃값이 오르자 그녀는 집과 기호품 중에 기호품을 고른다. 가방을 꾸려 옛날 동창들의 집을 전전한다. 가사노동 제공과 숙식을 등가교환 하는 식이다. 동창들은 미소를 이해하지 못한다. 동창들의 상식과 통념으로 판단한 미소는 현실감각 없는 이다. 담배피고 위스키 마시기 위해 집을 포기했다는 미소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드럼 치던 대용의 집에 머물렀을 때 대용은 자기 집이 감옥 같다고 말한다. 주택 융자로 대출받은 집은 원금 포함하여 한 달에 백만원이 이체된다. 대용의 월급은 190만원이다. 백만원씩 20년을 납부하면 그제서야 ‘자가’가 됐다. 20년 동안 그 집에서 이탈하는 게 불가능하다. 

 생존이 보장돼야 취향 향유도 가능하다. 생존 여부를 가름하는 것들 중에 주거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집이 있어야 밥 먹을 수 있다. 집이 있어야 옷 입을 수 있다. 일단 집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집을 마련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사람에게 최소한의 거처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음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집에서 살기 힘들까. 미소가 어떤 마음으로 집을 포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집에서 살기 힘들다. 특히 서울에서 살기 힘들다. 

 

 

 청년들을 진단하는 무수한 세대론들이 있다. 그것들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다. 살기 힘들다는 것. 삶은 영화가 아니라서 우리는 미소처럼 금방 집을 포기할 수 없다. 내 처지를 헤아려주며 자기 집을 내줄 만큼 아량 넓은 친구는 없다. 사위를 둘러봐도 다 비슷한 처지다. 아량을 확장하는 것 보다 생존하는데 혈안인 이들이 태반이다.

 

 서울의 집값은 사회에 처음 발 뻗는 청년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벅차다. ‘지나치다’는 과장된 수사가 아니다. 청년 세대 대부분이 고시원이나 옥탑방, 얼기설기 붙어있는 낡은 원룸촌 등 하위트랙의 주거공간을 맴돈다. 왜 그렇게 됐는지를 봤다.

 

 60년대부터 IMF 경제위기 전까지 한국은 산업화가 전개됐다. 개발이 곧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실천이었다.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었고, 성장이 이뤄지는 속도는 빨랐다. 지지부진 하락하는 구간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다. 성장은 풍요를 동반했다. 무엇이든 도전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돌았다.

 

 산업화와 동시에 도시화가 촉진됐다. 공간은 도시로 재편됐다. 아파트 단지가 설립되고 원래의 도심은 다시 현대화됐다. 그 중 서울이 도시화되는 속도가 가장 빨랐다. 재개발사업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개발은 소외되는 군상을 만들었다. 아파트단지가 진입하기 전 판자촌에 살던 주민들은 또 다른 판자촌으로 이사 가야 했다. 현대화된 주택의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원래 주민들은 이사를 강요받았다. 도시 개발은 그들이 원래 살던 공간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었다. 부동산 자본이란 언어가 생겼다. 집 혹은 주택은 단지 생활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당사자의 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됐다.

 

 90년대 주택 개발 열풍이 식고 정부는 개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는 변곡점이 된다. 김대중 정부는 IMF의 여파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의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규제 완화는 또 다시 개발 이데올로기를 부상케 했다. 주택 담보 대출이나 부동산 펀드, 부동산투자신탁회사 같은 금융제도가 활발해진 것도 이 때다. 서울시가 2002년 발표한 뉴타운 조성 계획을 기점으로 새로운 재개발 정책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토대로 마련된 이러한 부동산 경기 회복 정책의 결과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의 폭등이었다.

 

 집은 이제 생활공간의 의미를 초월했다. 부를 더 증식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 투자대상 정도의 가치를 획득했다. 집은 자산 재생산의 핵심 수단으로 정착했다.

 

 그래서 자산 재생산은 계급 재생산과 결부된다. <부동산 계급 사회>를 저술한 손낙구는 저서에서 한국의 자산 불평등에 부동산 자산의 기여도가 월등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빈부격차가 자녀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부동산 자산이 빈부 재생산의 핵심이 됐다는 거다. 서울에 자가가 없는 부모의 자녀 세대는 일생동안 노력해도 자기 능력으로 주택을 소유하기 어려워졌다. 주택을 소유한 중산층 정도의 계급으로 편입하기도 어려워졌다.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신앙처럼 떠 받드는 이들은 말한다. 취업하고 열심히 돈 모아 집 사면 되는 일 아니냐는 식이다. 그들은 취업- 결혼 - 자가 소유라는 패턴을 정상이라 간주하고 누구나 그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거라 여긴다. 그러나 패턴의 첫 관문인 취업에의 진입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기업은 고용 시스템을 변화했다. 신입 공채 같은 인력 수급 방식을 줄여나갔다.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이 같은 채용 방식의 규모는 크지 않다. 노동시장으로 진출하는 인구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대학진학률은 2000년대 중반에 이미 80%를 넘었다. 노동시장의 진출을 원하는 이들 태반이 학사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다.

  

 그래프 1을 보라. 청년세대 실업률은 지난 4월 11.5퍼센트였다. IMF 직후인 98년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부터 완만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실업률은 노동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일 할 수 없는 이들을 집계한다. 학생, 주부, 군인등은 비경제 활동 인구로 간주돼 집계에서 제외된다. 자발적으로 취업활동을 포기한 이들 역시 통계에서 제외된다. 니트족이라 호명되는 이들은 2017년 기준으로 39만 명에 육박한다.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학생의 숫자도 적지 않다. 니트족과 취업준비생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청년 세대 실업률이 20~30퍼센트가 될 거라는 진단도 무리한 예측이 아니다.

 

 IMF의 여파는 노동문제에까지 다다랐다. IMF 경제위기는 노동 시장 유연화를 촉발했다. 노동 시장 유연화는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상이다. 자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일정 분량의 정년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 노동 시장 유연화 현상으로 더 유연한 고용관계의 유지가 가능해졌다. 기업 입맛대로 고용과 해고를 집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고용 안정성은 사라지고 비정규직의 증대가 이어졌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2.1퍼센트, 2백27만명,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5.5퍼센트, 8백52만명 이다. 괜찮은 일자리로 가기 위한 관문은 좁고 파이는 한정돼 있다. 경쟁은 심화된다.

 

 이런 형편이니 청년세대는 집을 소유하는 것도 좋은 집에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권에 형성된 집값을 감당할 만큼의 경제활동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더 싼 곳, 더 열악한 곳으로 가는 청년들

 

 

 

 

 2016년 기준으로 과거 5년간 주택가격 및 전세는 크게 상승했음을 그래프 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택가격과 전세 가격이 8.4퍼센트, 17.4퍼센트 상승한 반면, 근로자의 연소득은 9.5퍼센트 늘었다. 금액으로 치환하면 서울의 주택가격이 5천12만원, 전세금이 6천6백69만원 증가할 때 근로자의 연소득은 5백5만원 증가했다. 주택가격, 전세금의 급등은 월세 수요의 증대를 야기했다. 주택을 구매할만한 여건, 자산 축적이 어려운 가구의 증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프 3을 보면 해가 지날수록 자가나 전세에 거주하는 청년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배제되고 취업을 위해 유예기간에 머무르는 청년들은 더 싼 곳, 더 열악한 곳으로 주거를 이전하고 있다. 전체 청년 가구의 약 11.3퍼센트인 29만여 가구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지하 및 옥탑 형태의 거주시설을 포함하면 17.6퍼센트인 45만여 가구다. 

 특히 청년 1인가구의 주거상황은 더 열악하다. 그래프 4 에서 알 수 있듯이 청년 1인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사는 가구는 5가구 중 1가구 꼴이다. 

 

 

 

 주거 비용 지불 능력을 살피는 지표 중 하나에 RIR(Rent to Income Ratio)이 있다. RIR은 월소득에서 주거에 지불하는 비용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래프 5는 청년세대의 RIR 지수를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RIR이 30퍼센트 이상이면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본다. 전체 청년 가구의 24.7퍼센트가 소득의 30퍼센트 이상을 임대료로 부담하고 있다. 이들 중 20-24세에 해당하는 청년세대 10가구 중 6가구는 임대료 지불에 보통 이상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벅찬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다. 그러나 거기서도 청년은 배제된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각급 임대주택의 입주 자격의 우선순위는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등을 제외하고 서울에 오래 거주한 사람들, 자녀를 출산한 신혼부부, 부양가족이 많은 이들 순이다. 나이가 어리고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입주 자격이 없다. 즉, 부부 혹은 자녀가 있는 가구 형태의 ‘정상 가족’에게 우선권이 먼저 부여된다. 서울에서 살지만 부양가족 없는 35세 미만의 비혼 청년 세대는 서울시의 주거 공급 논의에서 거론조차 되지 못한다.

  

 고작해야 사람 사는 공간인데. 기껏해야 집인데. 그 집에 불과한 것에서 사는 게 힘에 부친다.

  

 

기숙사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청년들은 계속해서 서울로 간다.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큼에도 그렇다. 그들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때문이다. 한국에서 제도권 교육을 통과한 이라면 ‘인 서울’이란 단어를 안 들어 봤을 리 없다. 대학 서열은 서울 중심으로 매겨져 있다. 서울에 좀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실제로 그렇다. 대학서열은 ‘입결’과 동시에 ‘아웃풋’의 반영이며 이는 노동시장에의 진입 여부를 가름하는 강력한 기제가 된다.

 

 수도권 A 대학에 재학 중인 방수윤 씨는 원래 집이 제주도다. 제주도보다 더 많은 기회나 자원이 있을 거란 기대로 수도권 내 대학에 진학 했다. 등, 하교를 제주도에서 할 수 없어 학교 부근의 자취방 시세를 알아봤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60만원이 평균가로 형성돼 있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하는 수윤 씨의 1년 등록금은 1천만원에 육박한다. 등록금에 월세까지 지불하면 1천5백만원을 초과한다. 수윤 씨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 보다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에 등록했다. 신입생에게 우선 배정됐기에 기숙사 입사는 쉬운 편이었다. 그러나 고학번이 될수록 성적과 거리 순으로 기숙사 입사 여부를 가름했기에 다음 해에도 여기서 생활 가능한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수윤 씨는 기숙사비로 4인실 기준 한 학기에 90만원을 지불했다. 다달이 50만원이상을 지출해야하는 월세에 비해 저렴하다. 수윤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조사 결과 4년제 대학 기준 월 평균 기숙사비는 13만 3148원이다. 고정된 수입 없이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청년들은 기숙사를 선호한다. 그러나 기숙사 시설은 학생들의 수요와 다르게 매우 부족하다. 2018년 대학 정보공시가 제공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21.5퍼센트다. 신한대, 추계예술대 등의 대학처럼 수용률이 10퍼센트가 안 되는 곳도 있다.

 

 기숙사를 더 지으면 될 일인데 쉽지 않다. 비용이나 부지선정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 대학이 기숙사 건축 계획을 발표하면 근처 지역민들의 반대에 먼저 부딪힌다.

 고려대는 개운산 근처에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밝혔다. 발표된 시기는 2013년이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시공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삽도 못 떴다. 한양대는 기숙사 설립 계획을 2015년 발표했다. 고려대처럼 기둥 하나 세우지 못했다. 지역민들은 생존권이 박탈된다는 맥락으로 기숙사 신축에 반대했다. 대학가 주변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영세 임대업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고려대 근처에서 공인중개사 업무를 보는 김 씨는 기숙사가 증대돼도 수요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진단했다. 기숙사 수용률이 10퍼센트 전후에 머물러 있고 기숙사가 신축돼도 그 수치에 큰 차이는 없을 거다. “나 같은 공인중개사나 임대 업자들에게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기숙사 계획은 6년 넘게 계류되고 있다. 한양대는 4년 넘는 시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대학 뿐 아니라 여타 대학들이 기숙사 시공 계획을 언급하면 지역민들은 생존을 거론하고 월세 가격이 하락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한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김준형 교수가 책임을 맡고 2018년 발표한 ‘대학생 기숙사 건립이 인근 원룸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을 분석 및 민원 해소방안 모색’ 연구를 보면 기숙사 시공과 인근 임대업 시장과의 관계는 무관하다. 연구진은 경희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 서울에서 기숙사가 신축된 구역의 월세 가격을 조사했다. 그래프 7을 보면 기숙사 건설 후 평당 월세는 오히려 상승했다.

연구는 서울 대학가의 주거 수요는 항상 있기에 기숙사와 임대 수요간 인과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김씨는 “원룸이 많이 신축되고 있다”고 했다. 임대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규모는 점점 확장된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7 금융안정보고서는 주택을 월세로 임대하는 가구 수가 증대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60살이상의 가구 수는 12년부터 16년까지 15만가구가 늘었다. 이들이 임대업에 투신한 이유는 주거공급이 자본 획득 수단으로 유용해서다. 주거공간에서부터 인간 삶의 기본 여건이 조성되지만, 누군가에게 주거는 투자 상품 정도의 의미다. 투자한 금액만큼 본전을 회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이들에게 중요할테다. 구체적 인과가 증명된게 없음에도 일단 기숙사 시공에 격렬히 반대하는 맥락도 혹시나 하는 회수 불가능성의 조짐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생존을 거론해야 하는 건 청년이다.

 

 

 결국 어쩌면, 혹시나 하는 마음의 발로다. 그럼 택시기사들이 생존을 언급한 맥락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의 발로로 이해 가능하다. 교통권, 주거권은 시민이라면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권리다. 그 권리가 당신들의 어쩌나 하는 염려보다 낮은 위계에 있는 건 아니다. 중개업자 김씨는 “밥그릇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당신들에겐 밥그릇에 담길 밥 양의 문제지만 청년에겐 생존의 문제다.

 

 당신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건 아니다. 청년세대의 교통권과 주거권이 침해 받는 맥락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춘천시가 교통 개편 정책을 세우고 청춘노선 설립을 발표한 건 60년만이다. 60년간 도시구조가 변했지만 지자체는 그 구조의 변화를 헤아리지 못했다. 

 

 개발주의 이데올로기 신봉과 IMF 경제 위기 이후 정착된 신자유주의 부동산 정책 때문에 청년세대의 주거 부족 현상이 시작됐다. 투자대상의 지위를 획득한 ‘집’은 이제 청년을 더 약한 계층으로 만들고 있다. 지자체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데 미온적이다. 기숙사 시공과 관련된 갈등이 그 예다. 불안정한 상황의 청년을 위해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것보다 정착하여 투표권을 쥐고 있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계산이다. 

 

 주류나 기득권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서열을 매겨 몇 등 까지가 주류라고 정의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 집단의 목소리가 사회에게 얼마나 수용되는지를 통해 주류이냐 아니냐를 가름할 수 있다. 결국 영향력이다. 청년세대의 영향력은 미약하고 그래서 비주류다. 사회는 당연한 것들이 필요하다는 청년의 목소리보다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음량에 집중했다. 수입감소가 지속되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으리라는 염려, 이해한다. 그러나 불안정한 시간을 통과하는 청년보다 이미 자리에 정착한 당신들이 기득권일테다. 공평함은 중간값을 산출하는 게 아니다. 바닥에 고여있는 이들의 구제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태동한다. 청년은 당연한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공평한 처우를 받는다고 감각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의 입장에 서있는 당신들이 청년의 처지를 헤아려주면 좋겠다. 맥락을 가늠해주면 좋겠다. 청년 세대는 혹시, 어쩌나 하는 마음을 느낄 여력도 못된다. 

 

 

취재 : 박성빈, 한지훈 기자

인포그래픽 : 최아현 기자

영상 : 한지훈 기자

글 : 박성빈 기자

 

 

1부 보러가기 : https://univalli.com/news/article.html?no=22872

 

참고문헌 : 

정민우, 자기만의 방, 이매진, 2011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청춘의 가격, 사계절, 2017 

박종선외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연구원, <택시서비스 만족도 평가지표 개발 및 평가 용역>, 대구광역시, 2015,

최경희외,  <강원도 지능형교통체계 지방계획 수립연구>,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2015

이완기, <서울 女 니트족 23만명…>, 일요서울, 19.05.29

강준만,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인물과사상사, 2015

임덕영외, <청년 주거 문제와 정책방안 연구>, 한국토지주택공사, 2017

유대근, 서울신문, <대학 기숙사 들어서도 월세 안 떨어져요>, 201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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