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대학알리

서울시립대학교

너만 알아둬” 족보, 왜 그리고 어떻게?

이번 학기도 여느 때와 같이 기말고사만을 남긴 채 종강을 앞두고 있다. 학생들은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교재나 필기를 뒤적인다. 시험을 치르는데 필요한 것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지만 시험 자료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족보’이다.

대학에서 족보란 학번을 거쳐 전해 내려오는, 동일한 강의에서 그동안 출제되었던 시험문제와 그 정답을 의미한다. 수험생 시절에도 중요시하던 기출문제이지만 유독 대학 사회에서 족보가 가지는 의미는 꽤 커 보인다. 족보가 시험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기에 그만큼 족보는 정보력이 우수한 소수에 의해서만 주고받아지는 듯하다. 그렇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족보를 찾는 목소리는 많다. 사실 관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극단적인 경우 경제적인 거래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수요와는 별개로 학생들은 족보 문화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그 속에 숨은 생각은 어쩌면 상반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학우들의 족보 문화에 대한 인식을 취재하였다.

족보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설문을 이용하였다. 설문은 2019년 6월 5일 하루동안 서울시립대학교 에브리타임에 설문조사 링크를 게시하였고 총 58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다.

알아보고자 한 것은 크게 다음과 같다. 먼저 족보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답변은 90% 정도로 꽤나 부정적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나머지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로 족보가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여기서 족보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지배적인 의견을 알아 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족보의 존재 원인을 출제자, 즉 교수에게서 찾았다. 반복적이고 고착된 출제 경향이 족보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족보 문화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물은 세번째 질문에도 출제 경향과 관련한 의견이 대다수이다. 그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시험지를 걷는 등 유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유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니 오히려 문제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출제 방식을 자주 수정하여 족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일부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족보의 영향력을 출제자의 입장에서 줄여 공정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족보 문화에 대한 문제점으로 유통보다는 생산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대학은 지식 추구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학점과 취직이 크게 중시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졸업 이후의 삶을 위하여 대학에서 요구하는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족보 문화는 이러한 욕구와 더불어서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서 소수만이 특정한 요소를 점한다면 불공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족보 문화에 대한 불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긍정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내야 할 것이다.

 

시대알리 지정환 
leoji118@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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