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혹시 지금 방을 구하고 계신가요?

 

  서울 캠퍼스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전봇대에 붙어있는 말도 안되는 가격의 원룸 광고들을 본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가격이 낮은 만큼 저절로 눈길이 가지만, 정말 저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을지, 위험하지는 않을지 한편으로는 의심도 들기 마련이다.

 

서울캠퍼스 앞 사거리 전봇대에 붙어있는 원룸 광고 전단지들(사진 - 외대알리)

 

  원룸 전단지 광고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도 달랐다. 한국외대 재학생 이 모 씨는 “광고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라고 답한 반면, 또 다른 재학생 김 모 씨는 “중개비가 없기 때문에 저렴하고 따라서 집주인과 학생 모두 이득을 볼 수도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낮은 가격에 충분히 만족할 만한 방을 구할 수 있을지, 학생 여러분들의 궁금증들을 해결해주기 위해 기자가 직접 연락을 취하고 방문을 해보기로 하였다.

 

 

▷ 첫 번째 방: 보증금 30만원, 월세 10만원

 

가격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사진 - 외대알리)

 

  기자가 첫 번째로 찾아간 광고주는 보증금 30에 월세 10을 내세우며, 여학생만 받는다는 광고였다. 학교 앞 전봇대에 붙은 광고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기자는 확인을 위해 바로 전화를 걸어 다음날 오전에 집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오전 약속한 시간에 광고주의 안내에 따라 첫 번째 집을 방문하였다.

 

  어떻게 이렇게 싼 가격에 방을 내놓았는지 궁금해하며 방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방문을 열자 마자 궁금증이 바로 해결되었다. 방은 역시 지저분하였으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또한 매우 좁아 옥탑방까지 모든 방을 보는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가격이 저렴하고 여학생만 받는다는 이상한 광고는 기자가 처음에 의심했던 것처럼 위험한 광고는 아니었다. 방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았으며 같이 사는 사람이 여성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방을 모두 둘러보고 가격은 매우 저렴하지만 위 방에서 살 수 있는 학생은 몇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광고를 붙이신 집주인 할머니께서는 월세를 8만원까지도 내려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방 상태와 상관없이 가격만 저렴하면 살 의향이 있는 학생들은 이곳에 바로 전화를 하면 될 것이다. 기자가 학교 주변에서 찾아본 방들 중 가장 싼 가격의 방인 것은 확실하다. 집주인에 따르면 몇 달째 방에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하니 전화만 하면 바로 들어가 살 수 있을 것이다.

 

 

▷ 두 번째 방: 보증금 200만원, 월세 36만원

 

말이 풀 옵션이지, 가격 대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사진 - 외대알리)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6만원을 내세운 집이었다. 여전히 학교 주변 부동산들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풀 옵션이라고 적혀 있어 궁금증을 가지고 전화를 하여 집을 보러 갔다.

 

  2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라가보니, 오랫동안 입주자가 없었는지 청소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또한 풀옵션을 정말 갖추었는지도 확인해 봤는데, 먼저 풀옵션의 필수 조건인 가스 레인지를 찾았다. 구석에 놓여있던 조그마한 가스레인지는 당장 작동이 될지도 불확실할 정도로 부실한 모습이었다. 그 외에 침대와 책상의 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보증금이 분명 저렴한 것은 맞지만, 월세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지 않은 방이었다.

 

 

▷ 세 번째 방: 보증금 50만원, 월세 30만원 대 초반 '원룸텔'

 

  세 번째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방을 방문하였다. 보증금 50만원에 월세는 30만원 초반으로, 보증금이 특히 눈에 띄게 저렴했다. 이는 다른 집들과 달리 원룸텔 형식이기 때문이었다. 원룸텔은 하나의 건물 안에 여러 개의 방이 있어, 한 방에 한 명씩 입주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취사가 공동 취사이고, 다른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는 등의 불편한 점이 있다.

 

  원룸텔에서는 약 3개의 방을 둘러보았다. 첫 번째로 본 방은 한 명이 누우면 가득 찰 정도의 매우 좁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방은 첫 번째 방보다는 넓었지만, 창문이 아예 없어 통풍이 되지 않았다. 또한 원룸텔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조용히 살아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었다. 좁고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이전의 전단지 광고 방들보다는 쾌적했기 때문에 높은 보증금이 부담스러운 학생에게는 원룸텔을 추천하고 싶다.

 

 

▷ 부동산을 통해 알아본 마지막 방: 보증금 500, 월세 45만원

 

외대 후문 근처 반지하 원룸.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방들보다 훨씬 깔끔했다(사진 - 외대알리)

 

   마지막으로 기자는 현재 자취방의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한 곳 (청*부동산)을 방문해 보았다. 기자는 방을 구하는 외대 학생처럼 연기를 하였고 지금 구할 수 있는 방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먼저 앞서 살펴본 3곳처럼 저렴한 가격의 방이 있는지 여쭤보았다. 부동산 중개인 분께서는 놀라며 그런 가격에는 제대로 된 방을 절대 구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기자가 찾아간 시점이 개강 2주일 전이었기 때문에 이미 방이 거의 다 나간 상태였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지금 남아있는 방들 중 여자 혼자 살 만한 가장 저렴한 방을 보여주신다고 하셨다.

 

  놀랍게도 그 방의 가격은 앞의 방들에 비해 너무나도 비쌌던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 (관리비 5만원 포함) 이었다. 위치는 후문에서 3분 정도 거리였고, 반지하 방이었다. 중개인의 안내에 따라 방을 구경해 보았다. 앞서 본 3개의 방들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목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잠금 장치도 잘 되어 있어 앞의 방들보다 훨씬 안전하였다. 방안도 넓고 쾌적했다. 앞의 3곳과 달리 당장이라도 들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방이었다.

 

 

  중개인은 같은 가격의 방을 한 군데 더 보여주셨는데, 이 방은 지상으로 매우 깨끗하고 안전한 집이었으며 바로 살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아래 첨부된 것이 두 번째 방의 사진이다.

 

지상에 위치한 두번째 원룸.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안전한 방이었다(사진 - 외대알리)

 

  중개인은 친절하게 방을 소개해 주셨고 기자가 물어보는 것들에 모두 성심성의껏 답을 해 주셨다. 그 분께서는 이보다 더 싼 가격의 방들은 지내기 매우 불편할 것이라 하며, 전봇대에 붙어있는 광고들처럼 값이 저렴함에도 팔리지 않은 방들은 남아있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전단지의 방들과 부동산의 방을 구경해 본 기자가 느낀 점도 이와 같았다. 전단지의 원룸들은 오래되고 지저분해 보여서 가격이 저렴해도 살고 싶지 않은 방들이었다. 안전하고 깔끔한 방을 구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적어도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원 정도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단지를 통해 가본 방들은 제각기 저렴한 이유가 있는 방들이었다. 전단지만 보고 방을 구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착각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란다.

 

 

  자취는 많은 학생의 로망이다. 부모님의 간섭을 피할 수 있으며, 늦게까지 술자리에 있을 수 있는 등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취에 대한 갈망 때문에 급하게 집을 구하거나 중개인의 말에 혹해서 좋지 못한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자취는 돈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대부분 저렴한 월세를 원한다. 저렴하기만 한 집보다, 가격 대비 만족할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자의 본 취재는 학교 앞에서 본 매우 저렴한 가격의 원룸 광고들을 보며 느낀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자가 직접 다니며 확인한 사실들이 앞으로 방을 구할 학생들이나 평소에 궁금증을 가졌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채은 기자(codms980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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