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목)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방학특집]암흑요리사 '자진' 갱생기

열심히 일한 끝에 무사히 발간된 6월호를 읽던 기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독자들이 알리의 암흑요리사 갱생기만 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면 정말 암흑요리사를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기자도 자타공인의 심한 암흑요리사이기에(...) 암흑요리사 갱생기만 보고 스스로 갱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과연 암흑요리사가 암흑요리사 갱생기만 보고 혼자서 갱생할 수 있을 것인가!? 독자 입장에서 요리해본다, 암흑요리사 “자진” 갱생기!!! 메뉴는 마침 읽고 있던 6월호의 크림 파스타, 너로 정했다!

일단 재료부터 준비를 해봤다. 페투치니 파스타면, 버터, 밀가루, 우유, 베이컨, 마늘, 양송이, 올리브유, 소금, 후추.

 

#1

먼저 달군 팬에 버터 2숟갈을 녹이고 밀가루 2숟갈을 넣었다. 나는 2인분을 만들 예정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군. 느낌이 좋다.

 

#2

버터와 밀가루의 혼합물에 우유를 600ml쯤 넣고 소금을 3/4큰술쯤 넣어 간을 맞췄다. 1인분에 작은 우유팩 하나 정도가 적당하다고 적혀있는데, 혼란스러웠다. 작은 우유팩이 몇 mL지...?

 

#3

다음은 파스타의 생명, 면을 준비할 차례! 끓는 소금물에 면을 삶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어디 보자... 물은 바닷물만큼 짜게, 면은 포장 봉지에 적혀있는 것보다 2분 정도 덜 삶으면서 간간이 저어주라고? 물은 면이 푹 잠길 만큼 준비했고 소금 2큰술로 간했다. 면은 10초마다 한 번씩 저어주었고, 포장 봉지에 적혀있던 9분보다 2분 적은 7분 동안 삶았다.

 

#4

이제 파스타에 들어갈 재료들을 손질할 차례이다. 나는 집에 있는 재료인 베이컨, 마늘, 양송이를 썰어 사용하였다. 얼마만큼 넣을지 몰라서 눈대중으로 넣었다.

 

#5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는다. 어... 그러니까 올리브유는 바닥에 자작하게 깔릴 정도면 되나? 소금과 후추는 1작은술만큼 넣었다.

 

#6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베이컨을 넣고 튀기듯 볶는다. 5분쯤 지나자 고소한 향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베이컨을 넣고 볶았는데, 튀기듯 볶는 게 뭐지? 올리브유를 더 넣으라는 건가? 올리브유를 4큰술쯤 더 넣고 또다시 5분쯤 볶았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7

썰어 놓았던 양송이를 넣고 마저 볶는다. 시간이 적혀있지 않아 6분쯤 볶아줬더니 버섯의 수분이 날아가 말라버렸다. 망해가는 것은 기분 탓일 거야 분명.

 

#8

기름이 팬에 골고루 코팅되도록 삶은 면을 볶는다. 기름의 양과 볶는 시간을 정확히 몰라서 기름이 바닥에 깔릴 때까지 부어주고 7분 정도 볶았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9

양송이 굽기. 삼겹살 먹을 때 많이 구워봤으니 쉽게 할 수 있었다. 양송이를 양송이 갓에 자연스럽게 물이 찰 때까지 중간 불에 4분 정도 구우면 된다.

 

#10

크림소스를 면에 뿌려 볶아준다. 내가 평소 먹던 크림 파스타 소스의 걸쭉함에 맞춰 볶아주었다.

 

#11

완성! 볶은 양송이와 베이컨, 마늘을 면과 섞어 담고 구은 양송이를 예쁘게 얹는다. 후추도 툭툭 털어 넣어준다. 겉보기에는 훌륭한 것 같다. 과연 맛은 어떨까?

 

시식

암흑요리사 자진 갱생을 위해 열심히 만들었으니 이제 먹어볼 차례이다. 본인과 시식자 K양을 모시고 노동의 위대함을 깨달으며 감사히 먹었다. 맛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버터와 우유의 고소한 맛이 넓은 면에 나름 베여있는 것 같았고 베이컨과 양송이, 마늘도 먹을 만했다. 그러나, 거의 다 먹어갈 때쯤에는 느끼했다. 버터가 과해서인지 특유의 단맛과 느끼함이 필요 이상으로 났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충분히 먹어줄 만했다는 평이었다.

 

K양 : 음... 그런대로 먹을 만했어요. 베이컨과 양송이, 마늘을 면과 함께 먹으니 고소하고 나름대로 깔끔한 맛도 났어요. 그런데 처음 먹었을 때 약간 달고 고소한 향이 좋았는데 이게 갈수록 느끼해지더니 다 먹을 때 즈음에는 꽤 느끼하더라고요. 그래도 암흑요리사가 만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았어요.

 

결론

역시 뭘 하든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암흑요리사 갱생기는 분명 좋은 기사지만 나처럼 완전한 요알못(요리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갱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불 세기 조절과 조리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 재료의 양과 설명이 자세하지 않아 초보자가 따라 하기에는 힘들었다. 예를 들어 불을 어느 정도 세기로 맞춰야하는지는 아예 적혀있지 않았고, 베이컨을 튀기듯 볶으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튀기듯 볶는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만드는 도중에 당황했다. 루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유나 베이컨, 마늘, 양송이 등의 양은 mL나 개수 단위로 나와 있지 않아서 만드는 도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면 기자 같은 암흑요리사 또한 훌륭하게 갱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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