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포일러가 필요한 영화: 공각기동대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1995)

●감독 : 오시이 마모루

 시로 마사무네(士郎正宗)의 만화 ‘공각기동대’를 원작으로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한 애니메이션이다. <매트릭스> <제 5원소> 등 수 많은 작품이 이 영화를 오마주 하였으며, 2017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하고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공각기동대 : Ghost in The Shell’ 실사판이 개봉 예정에 있다.

공각기동대는 사색적 픽션의 뛰어난 작품으로 문학 수준에 이르렀으며 뛰어난 영상을 제공하는 진정한 최초의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그것의 디자인, 영상의 시, 테마의 깊이는 다른 공상과학 영화들과 구별시켜준다. 나는 오시이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영상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제임스 카메론

 

1. 공각기동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

 알파고가 바둑게임에서 이세돌을 4대1로 이기던 순간,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기계가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우리가 기계를 발명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당연한 사실에 놀랐던 것일까. 그 이유는 바둑이 지성(知性)을 이용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로봇이 장미란과 역도 대결을 해서 이겼더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크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간을 지구에서 가장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로 만든 것은 지성과 이성(理性)이다.  알파고가 지성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 인간은 다른 존재와 자신을 구분하던 하나의 기준을 잃어버린 것이다. 만일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이성을 침범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그들과 우리 자신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것이 공각기동대가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이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메시지를 받아들이기엔 공각기동대를 이해하기가 너무 까다롭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에서 공각기동대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설명들을 제공할 것이다.

 

2. 공각기동대를 오마주한 주요 작품들

매트릭스

1. 녹색 문자- 왜 매트릭스에서 뜬금없이 일본어가 나오는지 알 수 있다.

<공각기동대>

<오마주 장면>

 

2. 목 뒤의 연결장치

<공각기동대>

<오마주 장면>

 

3.전투 장면

 

<공각기동대>

<오마주 장면>

 

제5원소

<공각기동대>

그 유명한 다이빙신, 참고로 나체가 아니라 살색 슈트를 입은 것이다.

 

3. 줄거리

 2029년, 네트워크 기술이 극도로 발전하고 인간의 뇌를 정보화하여 기계로 옮길 수 있게 된 미래 사회. 한 국가의 외교부(여기선 '외무성'이라고 불린다)에서 외교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코드명은 프로젝트 2501. 그들은 프로젝트 2501을 이용하여 각종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며 상대국과의 외교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젝트 2501이 자의식을 갖게 되고 외무성의 지시와 무관하게 자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를 알아챈 외무성은 그들 산하의 정보 기관과 수상 직속 특수부대를 이용하여 프로젝트 2501을 포획하려 한다. 이익을 위해 불법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알려지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무성은 프로젝트 2501에게 '인형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미국 출신의 테러리스트라고 발표한 뒤 포획 작전을 진행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수상 직속 특수부대인 공안 9과에 인형사가 도착한다. 공안 9과 요원 쿠사나기는 인형사를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인형사가 공안 9과 사람들에게 자신이 외무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순간 외무성 산하 기관인 공안6과가 인형사를 납치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공안 9과는 인형사를 다시 추격한다. 추격 끝에 인형사와 홀로 대면하게 된 쿠사나기. 인형사는 쿠사나기에게 자신과 융합하여 한 차원 더 높은 생명체로 다시 탄생할 것을 권유한다. 쿠사나기는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4. 주요 개념 설명

영화를 보기 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몇가지 개념들을 정리해 보았다.

 

● 전뇌화 : 전자두뇌화의 줄임말. 뇌를 전자화 시키는 것을 말한다. 뇌를 전자화 시킴으로써 뇌와 컴퓨터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뇌를 스마트폰처럼 인터넷으로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장치로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전자 두뇌는 해킹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 고스트 :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으로 자의식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뇌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고스트 또한 복사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데, 그럴 경우 고스트에 정보 손상이 생긴다. 이를 통해 원본 고스트와 복사된 고스트를 구분할 수 있다.

 

● 의사체험 : 전자 두뇌는 해킹이 가능하다. 전자 두뇌를 해킹하여 거기에 가짜 기억을 주입하면 당사자는 가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데 이를 의사체험이라고 한다. 주입된 가짜 기억은 제거하기가 힘들다.

 

● 의체화 : 신체를 기계로 갈아 끼우는 것을 말한다.

 

● 다이브 : 상대의 고스트에 접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 프로젝트 2501 : 이 영화에서 중요한 개념이지만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2501은 외무성(우리나라로 치면 외교부)이 상대 국가와의 외교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만든 비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전뇌해킹 등 불법적인 업무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것이 다른 국가에 알려질 경우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외무성과 공안 6과는 이 같은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안 9과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다.

 

● 공안 9과 : 수상 직속 특수부대로 별명은 공각기동대이다. 주로 공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들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비밀부대.

 

● 공안 6과 : 외무성의 하위 부서로 공적인 일들을 담당하며 프로젝트 2501의 보안을 맡고 있음.

 

● 공안 2과 : 프로젝트 2501 제작 담당

 

●가벨 공화국 :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국가(A국가라고 하자)의 주변국으로, 군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 공화국을 수립한 나라이다 (한국이 연상된다). 가벨 공화국 이전의 군사정권의 우두머리인 마레스 대령이 현재 A 국가에  망명신청을 한 상태이다. 또한 A 국가는 이전의 가벨 공화국을 착취한 과거가 있는데(확실히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이를 근거로 가벨 공화국은 이 국가에게 재정적 원조와 마레스 대령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5. 등장인물 소개 및 인물 간 역학관계

 A. 공안 9과 VS 공안 6과

아라마키 과장 - 공안 9과 총 책임자.

나카무라 부장 - 공안 6과 총 책임자

협력 관계 , 공안 6과는 공안 9과에게 프로젝트 2501을 숨기고 있음

주로 공안 6과가 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공안 9과가 비밀리에 대신 해결한다. 공안 6과는 외무성에 소속되어 있으나 공안 9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안 6과는 프로젝트 2501에 대한 정보를 공안 9과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B. 쿠사나기 소령 VS 인형사

쿠사나기  - 공안 9과 소속 요원

인형사(프로젝트 2501) -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호기심. 뇌의 일부분을 제외한 모든 신체가 기계로 이루어진 쿠사나기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는다. 인형사 또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불완전한 생명체라고 말한다.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은 서로에 대해 묘한 동질감과 호기심을 느낀다.

 

닥터 윌리스 - 프로젝트 2501을 이끄는 총 책임자. 미국 출신의 AI 전문가이다.

 

6. 이해가 어려운 장면 분석

 6-1. 가벨 공화국 외교관 암살 작전

호텔방에서 가벨공화국 외교관과 한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있다. 호텔 옥상에서는 쿠사나기 소령이 대화를 엿듣고있다. 잠시 후 호텔방 안으로 공안 6과의 군대가 들이닥친다.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근거로 책임자를 부를 것을 요구한다.  이 때 나카무라 부장이 나타나 공인 프로그래머를 빼가는 것은 불법이니 그만두라고 이야기하지만 외교관은 이를 거부한다. 그 때 갑자기 쿠사나기 소령이 창문을 깨고 외교관을 총으로 사살한 뒤 유유히 사라진다.

처음 이 장면을 보면 "이게 뭐지...?" 할 것이다. 설명을 하자면 가벨 공화국이 프로젝트 2501의 존재를 알게 되어 이것을 만든 기술자를 자신의 국가로 빼오려는 상황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외무성은 공안 6과와 9과를 출동시킨다. 공안 6과가 공식적으로 외교관을 설득해서 프로그래머를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비밀부대인 공안 9과가 외교관을 암살하는 장면이다. 물론 공안 9과는 프로젝트 2501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외무성이 시키는대로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것 뿐이다.

 

6-2 외무장관 통역관 해킹 사건

외무장관과 가벨공화국이 비밀 회담을 갖기 전 갑자기 외무장관의 통역사의 고스트가 해킹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알아챈 공안 9과는 이를 인형사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끈질긴 수사 끝에 청소차를 타고 이동하며 통역사의 고스트를 해킹하던 청소부를 붙잡는다. 하지만 청소부는 인형사에게 고스트를 해킹당해 의사체험을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청소부는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한 아내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아내의 고스트를 해킹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청소부는 애초에 아내가 없었다. 인형사가 청소부의 고스트를 해킹해 아내와 딸이 있었던 것처럼 기억을 조작한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모두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충격에 빠지는 청소부. 쿠사나기는 그런 청소부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장면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프로젝트 2501과 인형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인데, 외무장관의 통역사를 해킹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외무성이다.  이전 장면에서 외무부 장관과 아라마키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화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벨 공화국은 이 나라에 재정적 원조와 마레스 대령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외무성은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위해 프로젝트 2501을 이용한 것이다. 즉 프로젝트 2501을 이용해 외무장관의 통역사를 해킹하여 가벨 공화국과의 회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가벨 공화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자신이 외교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외무성의 작전이었던 것이다.

 

6-3 인형사의 등장

'메가틱 바디' 라는 사이버 바디 제작 공장의 라인에서 저절로 로봇 하나가 제작된다. 공장 관리자가 이 사실을 알고 달려왔으나 이미 로봇은 도망친 후였다. 잠시 후 이 로봇이 트럭에 치여 공안 9과로 전달된다. 공안 9과는 이 로봇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분명 뇌 한 조각 없는 로봇인데 머리 속에 보조 전뇌에서 정보 손상이 없는 고스트를 발견한 것이다. 이를 본 쿠사나기는 자신이 고스트에 다이브해서 알아볼 것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곧이어 공안 6과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다. 공안 6과의 나카무라 부장은 이 로봇 안에 있는 고스트는 자신들이 지금껏 추적해왔던 세계적 범죄자인 '인형사'의 고스트이고 이것은 자신들이 수거해 가겠다고 주장한다. 그 때 갑자기 인형사가 스스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 나의 코드명은 프로젝트 2501,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다." 이 말이 끝나자 갑자기 연구실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그 사이 인형사가 사라진다. 곧바로 공안 9과는 인형사 추격에 돌입한다.

 

여기서 나카무라 부장의 거짓말이 나온다. 나카무라는 닥터 윌리스와 함께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인형사를 추적해 왔다고 말한다.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형사가 자신의 고스트를 로봇에 전송하도록 유도하고 고스트가 전송되는 순간 인형사를 죽이고 그의 고스트를 보안 프로그램으로 잡아내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인형사는 공안 6과가 담당하고 있는 비밀 프로그램 '프로젝트 2501'의 산물이다. 이것이 갑자기 자의식을 갖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자 공안 6과는 '인형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를 회수하기 위해 추격해온 것이다. 인형사가 공안 9과로 전달되어 나카무라가 조용히 인형사를 회수하려는데 갑자기 인형사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밝히려하자 미리 준비해둔 요원을 투입하여 인형사를 납치하게 된 것이다.

 

7. 공각기동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얼마 전 뇌로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이 발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한 조종 도구 없이 생각하는대로 드론이 움직이는 것이다. 공각기동대는 2029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각기동대가 가정하고 있는 세계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뇌가 네트워크에 액세스하는 단말기가 되는 세계, 우리는 그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뇌 속에 있는 정보를 전자화해서 인터넷에 저장할 수 있는 세계가 실현된다면? 아마 나는 제일 먼저 테러방지법 폐지 시위에 참여할 것 같다. 한 편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형사처럼 순순히 인간과 융합해준다면 고맙겠지만 매트릭스 속 세계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공각기동대는 나에게 흥미롭고도 섬뜩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짓는 인간의 고유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고민할 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문명 속에서 안정적으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 팟캐스트 <지대넓얕> 91회 공각기동대 편을 참고하였습니다.

 

정수현 기자 awesomeo1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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