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부에서는 ‘유니브페미’와 ‘F5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유니브페미는 새로운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표방하며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했다. 이들은 모두가 평등한 대학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혐오가 일상이 된 대학 사회에서, 유니브페미가 새로운 개척지로 삼고 있는 것은 ‘에브리타임’이다. 에브리타임은 ‘국내 1위 대학생 서비스’라는 문구를 걸고 있지만, 정작 ‘혐오 표현’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오히려 담론을 방해하는 입장이었다. 에브리타임은 일정 신고가 누적되면 글이 삭제되는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목소리가 아니면 배제하는 이 커뮤니티 안에서, 유니브페미는 에브리타임에게 ‘새로고침’을 제안했다. 2부에서 이들의 목소리와 프로젝트 이야기를 더 깊게 해보고자 한다. Q. ‘혐오 표현’ 하면 떠오르는 차별금지법, 최근 가장 큰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에브리타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승연: 일단 차별금지법 자체가 혐오표현을 처벌하거나 규정하거나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법은 아니다. 특히나 공적 영역을 중심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보니까,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학가는 온라인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의, 동아리, 대외활동 할 것 없이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적인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은 소통의 장으로 떠올랐다. 에브리타임은 학교 인증을 거친 재학생과 졸업생만 해당 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하고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완벽한 익명 시스템’이라는 기능을 자랑한다. 작성된 게시물, 댓글, 1:1 대화 내용 등은 익명 처리가 된다. 익명 처리된 작성자의 이름, 닉네임, 학교, 학번 등의 정보는 이용자나 게시판 관리자에게 보이거나 전달되지 않는다. 게시물의 외부 유출 역시 엄격히 막는다. 에브리타임은 기본적으로 익명성과 폐쇄성을 보장한다. 에브리타임은 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은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유게시판과 비밀게시판 같은 경우는 별도의 관리자가 없다. 이외의 게시판은 학생들이 직접 개설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학생이 관리자가 되며, 관리자는 게시판의 글을 삭제할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삭제는 선택 사항이기에 게시판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글이 올라와도 관리자가 삭제하지 않으면 그대로
‘350만 대학생을 위한 국내 1위 대학생 서비스 에브리타임!’ ‘전국 398개 캠퍼스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생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이다. 에타를 통해 대학생들은 시간표 작성, 같은 캠퍼스의 학생들 간의 익명 커뮤니티, 학교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하는 등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또한 매우 많다. 2011년에 출시된 에타는 전국 398개 캠퍼스를 지원하며 현재까지 449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게시글 수만 해도 7억 8천만 개를 넘어가고 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 씨 역시 에타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A 씨는 주로 학점 계산기, 시간표 작성, 커뮤니티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A 씨는 에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타의 여러 기능이 유용한 것은 맞지만, 에타에서 익명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그냥 배설해요. 마치 ‘변기’ 같아요.” 완벽한 익명 시스템과 자율? 앞서 A 씨가 ‘익명의 사람들은’이라고 말한 것처럼 에타의 거의 모든 소통은 익명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완벽한 익명 시스템’은 에타가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로, 작성된 게시물이나 댓글, 1:1 대화 내용…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A씨는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트랜스젠더(MTF)다.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A씨는 법원에서도 여성으로 호명됐다. 입학 사실이 알려지자 신입생과, 재학생,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등에서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6개 여대의 23개 페미니즘 단체는 입학 반대를 주장하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론은 확대됐다.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 성명서는 성별을 고정 불변의 정체성으로 간주한다. A씨를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라고 지칭하며 A씨의 입학이 “여자들의 공간을 침범하고 빼앗아 갈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여대는 여성의 권리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A씨의 입학은 그래서 허용할 수 없다. 스스로 여자라고 선언하는 남성의 침입까지 정당화할 근거로 남을 거다. 숙명여대는 지난해 3월 마약을 소지한 남성이 여자화장실에서 발각된 일이 있었다. 6월엔 여장남성이 캠퍼스를 활보하며 경찰에 체포된 적 있다. A씨의 입학 반대 성명엔 정당한 기본권 요구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의식의 발로가 아니라는 맥락이다. 2017년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폐교부지에 장애인학교(서진학교)를 설립하
'님들의 인권의식' - 6월 5일 성소수자 모임 아스가르드의 장례식 퍼포먼스 "기해년 칠월 경오삭 스무이레날 정유, 성공회대 성소수자 모임 아스가르드는 삼가 고하옵니다. 해가 바뀌어 회대의 인권의식 돌아가신 날을 다시 맞아 지난날을 생각하니 그 청정함이 그립습니다. 요즘, 몹쓸 짓을 하는 인간들이 회대에 판을 치고 있습니다. 부디 그들을 너그러이 살피시어 그것이 잘못된 일임을 깨닫고 성소수자 혐오를, 나아가 모든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멈출 수 있게 도와주소서. 삼가 맑은 술과 좋은 쌀로 정성을 다하여 제를 드리오니 흠향하시옵소서." 사진=이지원 기자 느티아래에 난데없는 축문이 울려퍼졌다. 장례식이지만 죽은 사람은 없다. 향을 피웠지만 들이마시는 이들은 지상의 사람들이다. 기해년 칠월 경오삭 스무이레날, 2019년 6월 5일 수요일. 성공회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아스가르드는 ‘장례식 퍼포먼스: 님들의 인권의식’을 열었다. 말그대로 장례식을 치뤘다. 영정에 들어간 이는 다름 아닌 ‘인권’, 두 글자였다. 사진=강성진 기자 사진=이지원 기자 장례는 오전 11시 50분, 오후 2시 40분, 4시 10분, 5시 40분, 하루에 네 번 치러졌다. 수업이 끝나 다들 느티아
"우리가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마세요. 당신 같은 분을 보고 소위 '꼽사리'라고 하는 겁니다."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아스가르드 인터뷰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레인 페이스북 페이지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레인’이 겨울방학 종료일을 기점으로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평범한 모임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숱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며,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에서도 그럴 수 있다. 성소수자에게는 성정체성을 표현하고 서로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가 소중하다. 학교에서는 레인이 공개적으로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레인이 사라지며 성소수자가 기댈 몇 없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성공회대학교 퀴어모임 아스가르드 페이스북 페이지 레인 활동 종료 선언 이후 비공개모임이었던 퀴어모임 ‘아스가르드’가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레인의 뒤를 이어 학내 유일 공개 퀴어모임이 된 아스가르드는 어떤 목적을 가진 단체일까. 회대알리가 아스가르드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아스가르드가 만들어진 년도와 배경은? A. 아스가르드는 2017년 2학기 처음 만들어졌다. 처음엔 체계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 당사자…
얘, 너 그거 데이트폭력이야. (2부)(*기사의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 데이트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떡하지? 한국외대 성평등센터에서는? 데이트폭력을 비롯한 대학 내부 성폭력 사건은 크게 학내 처리와 경찰 조사,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돼. 그중에서도 학내 처리와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외대 성평등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받는지 성평등센터 김지원 상담연구원께 여쭤봤어. 성평등센터에서 피해자는 크게 세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 성평등센터는 심리적 상담을 제공해준대. 상황이 위급할 경우에는 피해의 유형(정신적, 물리적 등)을 파악한 후에 해당 병원을 소개해줘. 다음으로는 법률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있어. 성평등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변호인단은 재능 기부의 형식으로 법률 상담을 해주신대. 가해자를 소송하기 전까지, 즉 법적 준비와 관련해서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그 이후로는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선임한 변호사와 함께 신고와 소송을 이어나가면 된다고 해. 마지막으로 학내 행정적 차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물론 가해자가 같은 학교의 구성원일 경우에 한하지만 말이야. 학내에
미러링이 불편하다고요? 한남충, 6.9, 소추소심. 소셜 네트워크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불쾌한가? 한국 남자가 모두 혐오주의자라고 비하당할 이유도 없으며, 성기의 길이로 희롱당하고 싶지도 않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체적 특징을 내면과 연관짓는 건 억지다. 그런데 위 단어들의 맥락은 모두 어디서 본 것 들이다. 김치녀, 절벽, '가슴이 작아서 속도 좁다'. 이렇게 여성을 혐오하는 단어들은 오랜 기간 큰 방해 없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었다. 이를 문제라고 여기고, 단어를 반사시켜 기존의 단어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전략이 미러링이다. 미러링을 통해 남성중심적, 여성혐오적 언어세계에 맞선다. 남성중심적인, 폭력적인 말들을 약자의 말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돌려준다. PC(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 ‘정치적 올바름’으로 나아가는 운동 방향을 의미)처럼 올바름을 향하지만, 그 올바름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다. PC는 모두에게 무해한 말하기를 표방한다. 반면에 미러링은 여성혐오적 언어,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한다. 그렇기에 미러링은 언어를 통해 실천하는 ‘정치적 올바름’이며, 실천을 통한
10월 초, 서울캠퍼스 사회과학관에 본인이 데이트폭력 가해자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어. 데이트폭력이 뭘까? 일반적인 폭력과 어떤 점이 달라서 ‘데이트’폭력이라고 적었을까? 데이트폭력이 무엇인지 같이 알아보자. (*기사의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 데이트폭력이 뭔데? [서울캠퍼스 사회과학관에 붙여진 데이트폭력 사과 대자보] 데이트폭력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성적,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등 모든 폭력이야. 데이트 관계란 1)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고 있거나 2) 만난 적이 있는 관계, 3) 만남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만나는 관계까지 포함해. 연인뿐만 아니라 맞선, 부킹, 소개팅, 썸을 통한 관계에서의 폭력도 데이트폭력이야. 당장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귈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그 사이에서 일어난 폭력은 데이트폭력에 해당하지. 데이트폭력은 일반적인 폭력과 달리 ‘데이트’라는 특정 관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 폭력과 분리해 다루어야 해. 사적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을 공적 차원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야.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더욱더 그러하다고. 데이트라는 사적 관계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K 교수의 공식적인 입장 한림알리는 K 교수의 요청에 따라 11월 6일 해당 강의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한림알리 취재진은 K 교수에게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동성애는 변태적 성 취향이다’, ‘동성 결혼은 애를 못 낳으니 쾌락만을 위한 것이다’ 등과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전달했다. 이에 K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모욕감을 느꼈다면 사과하겠으며,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에 대한 의도를 묻자, 교수는 “동성애에 대해 잘 모른다”며, “그날 어떤 학생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따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당시 동성애에 대해 자세히 잘 몰라 즉흥적으로 서툴게 답변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발언 말고도, 강의 제목과는 다르게 정치적인 발언을 수업시간에 많이 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K 교수는 “그 얘기는 강의 평가 때 많이 들었다. 그래서 첫 시간에 이 수업은 강의 제목 그대로의 내용보다는 자기의 관심 분야, 자기가 좋아하는 책 혹은 자기의 경험담을 나누는 이런 것을 모두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앞으로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전히 싸늘한 학생들의 반응 K 교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