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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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외대스캔들, 학교에 얼마나 스캔들 뿌렸니?

지난 해 이맘때다. 조봉현(사범·영교 09) 전 총학생회장과 권소정(상경·국통 10) 전 부총학생회장은 ‘외대스캔들’이라는 이름으로 제 47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들은 “외대의 캔들(candle)이 돼 우리학교를 환히 밝히고 싶다”면서 “문제유발이 아니라 ‘당당한 폭로’라는 의미의 스캔들을 일으킬 것”이라 말했다. 이름에 걸맞게 주변을 밝히는 핫핑크색 의상을 입은 채였다.

학생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총학생회는 준비한 공약을 지키고 기본적으로 해야 할 임무를 완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길고도 짧은 1년 동안 2013 외대스캔들은 얼마나 ‘당당한 폭로’에 성공했을까. 선거 운동 시 그들이 입었던 핫핑크색 만큼이나 진실로 학교를 밝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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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대스캔들을 이끌었던 조봉현 전 총학생회장(왼쪽)과

권소정 전 부총학생회장(오른쪽)

새로 출범할 2014 총학생회가 우리학교를 더 환히 밝힐 수 있게끔 2013년 제 47대 총학생회 외대스캔들(이하 외대스캔들)의 주요 공약과 행적을 돌아보자.

“과회비 어디에 쓰이나요” 의문,

“흡연부스 설치한다” 약속…어디로?

새내기는 대학교에 들어갈 때 학교에 입학금과 등록금을 낸다. 이와는 별도로 학생회 자치활동을 위해 학과에 내는 비용이 있으니 바로 과회비다. 외대학보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의 새내기 평균 과회비는 학과마다 4만원에서 30만원까지 다양했다. 과에 따라 사용내역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어 과회비는 종종 의문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에 대해 외대스캔들은 “각 학생회 자치회비에 대한 감사 범위를 과회비와 기부금으로 확대하고 보고자료집을 발간하겠다”며 의문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과회비 사용 내역이 담긴 보고자료집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외대스캔들은 “감사 위원회는 학생회에서 완전히 독립된 단체여야 하기에 감사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전문적 근거를 하나하나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준비 기간이 오래 걸려 결국 회칙을 개정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외대스캔들이 지키지 못한 또 다른 공약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던 ‘흡연부스 설치’다. 외대스캔들은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참여 인원 952명 중 893명인 93.8%가 흡연시설 설치에 찬성했다. 이에 시안이 모두 완성되고 착공을 시작하려는 찰나 학교의 반대로 모든 것이 무산됐다. 학교에서는 “흡연부스는 교내 조경을 해칠 뿐 아니라 흡연 공간 설치는 오히려 흡연을 장려할 것”이라며 흡연 부스 설치를 불허했다. 조봉현 전 총학생회장은 “당시 면담에서 학교에서는 학교 측에 이미 흡연방지대책이 있다고 했다”며 “그 대책이란 흡연 밀집지역에 화단 설치 등이었다”고 말했다.

“연계전공 사무실 신설”과 “한대련 탈퇴”…풀지 못한 숙제

외대스캔들은 연계전공 학생들을 위한 학과 사무실 신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외대스캔들은 이에 대해 “우리학교에 공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이유는 연계전공 담당 교수의 부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학과 사무실을 만들기에 앞서 각 연계전공에 대한 학문적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두로 약속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외대스캔들이 활동을 마친 현재, 결국 약속이 지켜질지는 오직 학교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외대스캔들이 풀지 못한 숙제에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재신임 문제도 있다. 외대스캔들은 지난 해 11월 우리학교의 한대련 재신임 여부에 대한 재학생 총 투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재적인원 7981명 중 12.3%인 985명이 표결했고, ‘한대련 가입유지 반대 69.2%’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에 따라 외대스캔들은 비상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어 한대련 탈퇴를 최종 가결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공표했다. 하지만 외대스캔들이 한대련에 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전 학교 측에서 먼저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외대스캔들은 “학생이 주체가 된 투표결과를 공개하는데 학교에서 개입한 점이 부당하다”며 “언론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알렸다. 이후 한대련에 공식적으로 탈퇴 여부를 알리는 행위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최초로 총장선거 학생 총 투표 이끌기도

지난 해 우리학교에는 제 10대 총장을 뽑는 총장 선거가 열렸다. 1994년 이래 지금까지 우리학교에서 총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오로지 교수뿐이었다. 이런 교수 중심의 직선제 선거 구조는 학교 전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교수 사회를 지나치게 정치화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불러왔다. 이에 외대스캔들은 학생들의 선거권을 요구하는 한편 서울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한 ‘총장 선거 학생 투표’를 진행했다. 또 투표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해 최종적인 판단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물론 학생 투표 결과가 직접적으로 총장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총장 선거에서 원하는 총장 후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대스캔들에서는 “학교의 주체는 학생, 직원, 교수”라고 말하며 “투표를 통해 교수들의 외대 발전상과 학생들의 외대 발전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다”고 전했다.

학교의 노천극장 없애기… 그 자리에서 학생총회로 대응해

지금은 사라진 노천극장은 우리학교 최대의 광장으로 학생회와 각종 자치단체들이 총회를 열거나 축제를 하는 장소였다.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언제든 모일 수 있어 ‘학생들만의 광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노천극장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바로 앞에 위치한 도서관과 기숙사에는 소음으로 다가오는 문제 등을 제기했고, 2012년 12월 결국 철거가 결정됐다. 학생들의 광장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담아 당시 서울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는 ‘도서관을 등진 방향으로 무대를 다시 설치해 학생들이 모여 행사를 할 수 있게 한다’, ‘완전히 다른 시설물로 해당 자리를 대체하지 않고 노천극장의 학생 수용 인원수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등의 요구 조건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잔디광장이 노천극장의 기존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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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공사가 시작되었을 당시 노천극장의 모습이다. 이 모습을 마지막

으로 노천극장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권혁일(언론정보 07)

하지만 공사를 위해 씌웠던 가림막을 벗은 잔디광장은 약속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 곳에는 광장의 기능을 이행하기 어려운, 단순 평지만이 존재했다. 이에 외대스캔들에서는 학교 측에 여러 차례 항의하고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당시 외대스캔들에서 요구한 안은 ‘학생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로써의 기능 유지’, ‘잔디광장에 학생들이 착석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이었다. 학교는 학생 측 의견을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현재까지 간이무대를 위한 나무 덱과 벤치 등이 설치되지 않는 상태다.

외대스캔들은 이처럼 무대가 설치되지 않은 잔디광장에서 하반기 정기학생총회를 열었다. 당초 학생총회 장소는 오바마홀로 예정돼 있었으나 조봉현 전 총학생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잔디광장이 노천극장을 대신해 우리들의 의견을 말하는 공간임을 명백히 밝히자”며 잔디광장으로 장소를 바꿈을 알렸다. 이에 개의정족수 791명을 넘긴 818명이 참여해 2년 만에 학생총회 성사가 이뤄졌다. 당시 학생총회에 참석했던 임수진(일본·13)양은 “무대도 없는 잔디광장에서 학생총회를 연 것은 학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대응책이었다”며 “외대스캔들의 이런 감정적 호소가 오히려 학생들의 설득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 47대 총학생회 외대스캔들이 밝힌 캔들 중 1년 내내 꺼지지 않았던 확실한 캔들은 바로 ‘페이스북’이었다. 신현규(영문·08)군은 “외대스캔들이 잘한 점은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해 소통을 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외대스캔들의 공지를 받아보고자 ‘페이지 좋아요’를 누른 이는 오천 명 이상이었다.(2013년 12월 기준) 서울캠퍼스의 재학생 수는 매년 칠천오백에서 구천 명 사이다. 이는 외대스캔들이 하반기 정기총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제 48대 총학생회 후보로 단선 출마한 선거운동본부는 “제 47대 외대스캔들을 잇겠다”며 다시 한 번 ‘외대스캔들’을 들고 나왔다. 그들이 47대가 이루지 못했던 공약과 47대가 밝혔던 캔들을 이어 받아 더 환한 불빛을 태울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임채윤 기자 towhfl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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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외대스캔들, 더 큰 스캔들 뿌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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