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비정상적인 11인, 왜 사람들은 그들에게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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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다녀도 안 보이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가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외대를 다니면 세계가 보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세계를 보고 있는가? 세계가 잘 보이지 않는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는 방법을 소개하려한다. 프로그램 리뷰부터 거침없는 지적질까지.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 부러운 11명의 비정상들을 따라 세계를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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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아직도 몰라욥?

<비정상회담>은 올해 7월 7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약간의 멤버 교체나 자리의 이동은 있었지만 기본적인 형식은 같게 이어져 왔다. 세계 각국에서 온 11명의 외국인들을 정상으로 하는 회담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매 회 새롭게 나오는 주제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으로 의견으로 나뉘어 열띠게 토론하거나,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며 그들의 눈으로 보는 한국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전달한다. 때로는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우리나라 국회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예민한 국제관계에 놓인 국가 출신 정상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 때도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 구경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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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예능이 아닌데에?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수많은 예능들 사이에서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을까? 그동안 외국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기존 프로그램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비정상회담 터키 대표인 에네스가 캐스팅 될 당시에 했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방송하려면 에피소드가 많아야 살아남죠.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170만 명이나 되는데도 하나같이 뻔한 질문, 뻔한 대답들 뿐이라 지겨워요.”

즉 에피소드 중심의 진행 대신 제시된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 시청자들은 특정 국가의 한정된 사례가 아닌, 의견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문화적인 차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에네스와 같이 자신만의 논리와 생각을 가진 출연자들을 섭외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 또한 비정상회담의 인기 비결이다. 비정상회담 작가들은 ‘비정상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어학당부터 이태원의 술집들까지 돌아다니며 1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을 개별 인터뷰했다고 한다. 사실 TV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100명 정도 인터뷰한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매체에서는 모두들 이것을 비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섭외한 11명이 매력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비정상회담의 팬으로서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야?

터키 유생부터 전직 프로게이머까지. 톡톡튀는 11인의 비정상들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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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24)

국적 : 가나

한국이름 : 오철희

본명은 사무엘 나나 쾌시 오취리 잔 튀니보아 코뒤아 달코. 한글 이름에 들어간 밝을 철과 기쁠 희의 한자처럼 늘 활기찬 인물. 가끔 사기꾼으로 의심받지만 가나의 대통령을 꿈꾸는 즐거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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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안(31)

국적 : 중국

한국이름 : 장한울(순수 우리말로 큰 울타리라는 뜻이다)

중국을 사랑하는 남자, 중국중국 누가 말했나 장위안이 말했지. 조금 배타적이지만 자신의 나라를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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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32)

국적 : 이탈리아

한국이름 : 안배동

물결이 일 배, 움직일 동의 한자를 사용하여 여자들의 마음을 요동치는 남자라는 뜻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되고 싶다는 비정상회담 공식 로맨티스트. 알렉스의 족욕 파문 이후로 남성들을 고통에 빠뜨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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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패트리(33)

국적 : 캐나다

한국이름 ; 고기용(고기가 졓아, 소고기는 더 졓아)

임요한, 홍진호와 어깨를 나란히 한 스타 프로게이머 출신. 하지만 지금은 비정상회담에서 고기를 좋아하는 착한 형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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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27)

국적 : 미국

한국이름 : 윤하람(하늘이 내린 소중한 사람)

현재 맹자를 읽고 있는 어려운 한국말 사용의 대가. 노래 실력도 수준급으로 알려져 놀 땐 노는 매력까지 더하고 있다. 만나면 대화보다는 노래방을 택하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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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카야(31)

국적 : 터키

한국이름 : 곽막희(꽉 막힘)

형제의 나라에서 온 유생 에네스. 곽막희라는 이름답게 보수적인 의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앞머리를 내리면 모든 것이 용서 된다는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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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데이아나(25)

국적 : 프랑스

한국이름 : 주태무(주뗌므;프랑스 말로 ‘사랑해’란 뜻)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비정상회담의 피스메이커. 본인의 이름답게 최근 프렌치 키스로 기네스북 신기록을 깨고 싶다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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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퀸타르트(28)

국적 : 벨기에

한국이름 : 봉준우(봉주르)

세상 모든 것의 시초가 벨기에라고 생각하는 인물. 쉬지 않고 말하는 비정상회담의 공식 수다쟁이다. 특기는 침 튀기면서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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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30)

국적 : 독일

한국이름 : 이대만(이대로만 계속 한국에)

의견을 조율해 토의를 돕는 실력이 외모만큼이나 부드러워 딱딱한 독일인의 편견을 깨는 인물. 하지만 유머에서는 독일인의 편견을 깨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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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스눅스(21)

국적 : 호주

한국이름 ; 호순욱(호주에서 온 스눅스)

온 몸에 문신을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순진하고 귀여운 남자. 작은 키에도 항상 모델 포스를 뿜고 다닌다. 아쉽게도 학업을 마치기 위해서 비정상회담을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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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다 타쿠야(23)

국적 : 일본

한국이름 ; 김탁구(이름을 제빵왕 김탁구와 매칭시켰다)

존재감이 없어서 항상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섬섬옥수의 손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앞으로의 발언이 더욱 기대되는 인물.

, 너 나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비정상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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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생 에네스 vs 벨기에 꽥꽥이 줄리안

터키 유생이자 보수적인 남자의 끝판왕 에네스와,항상 할 말이 굉장히 많은데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줄리안은 비정상회담의 콜라와 아이스크림이다(만나면 터진다). 매 회마다 의견이 심하게 상충되는 만큼 ‘손에 손잡고’라는 평화의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르게 하는 조합. 에네스가 잠시 비정상회담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 줄리안이 “에네스가 없으니 다들 편하게 대화해서 좋다”고 말하자, 에네스가 돌아오자마자 “염소가 없으니 양이 왕노릇을 한다”는 터키 속담으로 화답했다. 지금도 늘 의견이 분분한 그들이지만 최근 광고와 예능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오히려 케미커플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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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남자 장위안 vs 섬섬옥수 타쿠야

비정상회담 초창기, 자신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타쿠야에게 장위안이 “네가 역사문제를 존중해 준다면, 나도 네의 뜻을 존중할게”라고 발언한 것을 시작으로 형성된 관계. 이 두 명은 중국 밖에 모르는 바보 장위안이 역사적인 문제와 마주칠 때마다 사사건건 대립한다. 하지만 그들의 대립에 3명의 mc들이 주도적으로 나섰고, 결국 정상이 아닌 비정상들끼리지만 두 나라가 극적으로 화해하는 장면을 보여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아이스버킷 첼린지를 함께하거나 술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면서 중국과 일본의 사이도 두 정상들처럼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훈훈한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나도 비정상이다

그렇다면 실제 외국인들은 비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거주한 경험이 있는 미국과 독일, 중국인들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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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드라 무어(미국)

Q. 비정상회담을 조금 보다가 지금은 안 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뭐에요?

A. 사실 저도 비정상회담이 굉장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어요. 첫 번째로는 구성이 너무 치우쳐져 있다는 거예요. 먼저 모든 출연진들은 남자죠. 또 인종적인 다양함도 부족해요. 대부분이 서구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흑인은 한 명 뿐이죠. 항상 말하는 사람들만 말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물론 예능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런 점들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더라고요. 또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데 너무 가볍게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도 좋지 않았어요. 저는 그들의 의견을 조금 더 듣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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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파니 마인델(독일)

Q.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가요?

A. 당연히 독일의 다니엘이죠. 사실 다니엘은 제 대학 선배에요. 우리 둘 다 독일 본이라는 지역에서 공부했거든요. 다니엘은 제가 대학 다닐 때 저를 많이 도와주었어요. 그는 굉장히 멋있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에요. 한국말로는 “훈남” 정도가 되겠네요. 비정상회담에서도 보는데 한국말도 굉장히 능숙하고 독일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굉장히 부드럽고 젠틀한 사람이라서 독일 사람들이 딱딱하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 같았어요. 사실 우리는 그렇게 딱딱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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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흠희(중국)

Q. 비정상회담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들이 좋았어요?

A. 우선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제가 한국에 와서도 중국과 비슷하거나 다른 문화들이 굉장히 흥미로웠거든요. 예를 들면 중국의 학생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굉장히 힘들게 공부해요. 저는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심하게 공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어떤 연구 결과를 보니까 한국에는 가정 수입의 반 이상을 교육비로 지출하는 집들도 많대요. 이런 점들은 오히려 중국보다 심한 것 같아 놀라웠어요. 비정상회담에서도 많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점들을 발견해요. 이런 점들이 재미있는거죠.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이 나라들 사이의 관계를 너무 예능의 측면으로 다루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돼요. 무거운 사안에 대해서 웃으며 넘기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새로운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걱정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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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중심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이렇게 화제를 끌고 있는 비정상회담이지만, 프로그램 진행상의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논란으로는 기미가요에 대한 논란이 있다. 타쿠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일 게스트로 초청된 일본 대표의 등장음악으로 기미가요를 사용한 것이다. 이 일로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주장까지 터져 나와, 현재 책임 프로듀서의 경질이 결정되었다. 기미가요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음악으로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과거 일제강점기 시대를 겪은 우리나라에 있어, 우리나라 방송에 기미가요가 울려퍼졌다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문제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이 세계의 평화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 이 기미가요의 사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문화권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가장 조심했어야 하는 부분을 실수했다.비25

또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예민한 사안들에 대한 논란들도 이어진다. 의장이자 MC인 성시경은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하여 아직 선진화 되지 못한 문화라는 어조의 주장을 했다가 여론으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발언자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조심해야만 했던 것. 그 외에도 위의 외국인 인터뷰에 나온 것처럼 인종이나 성별, 발언자가 치우친 부분이나 무거운 사안에 지나치게 예능스러운 접근을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면서도,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비정상회담.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김홍범 기자 runner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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