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5 (일)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장애인을 위한 외대는 없다!? 엘리베이터 없는 외대...사회적 취약계층 위한 편의시설은?

#사례1

“엘리베이터는 본관에 있어요.” 이번학기 교류학생 자격으로 외대에 수강을 신청한 변재원(22·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씨가 인문과학관 내 엘리베이터가 있냐고 묻자 들은 말이다. 변씨는 지체 3급 장애인으로 왼쪽 다리가 마비되어 있고, 평소 목발을 짚고 걷는다. 그는 이번 2014년 2학기에 한국외대에 교류학생으로서 미디어와 젠더(월34), 한국철학사(금456), 정치철학(금789)수업 총 8학점을 신청했다. 그 중 정치철학의 강의실은 인문과학관 408호였다. 다리가 불편한 변씨는 엘리베이터 없이는 4층 높이의 강의실에 올라 갈 수 없었다. 결국 변씨는 이번 학기 외대에서 강의듣기를 포기했다.

#사례2

서양어대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씨(22·여)는 학기 중 무릎인대파열로 무릎에 깁스를 했다. 깁스를 한 다리를 이끌고 인문과학관에 수업을 들으러 가기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 인문과학관 수업이 많던 그는 혼자서는 도저히 강의실에 갈 수 없었다. 결국 이씨는 매번 부모님이나 같은 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강의실을 가야했다. 만약 인문과학관이나 교수학습개발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이씨가 강의실까지 가는 길은 조금이나마 수월했을 것이다.

위의 사례는 외대에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함을 겪은 일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뿐 아니라 부상을 당한 일반학생도 엘리베이터와 같은 편의시설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외대의 건물 중 학부생이 주로 이용하는 인문과학관(6층·연면적7600㎡), 교수학습개발원(6층·연면적7600㎡), 사회과학관(6층·연면적6200㎡)등의 건물에는 엘리베이터, 장애인용 리프트 등의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도서관의 경우에는 책을 빌릴 때 사용할 수 있는 업무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자체가 너무 비좁고,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는 4~5층의 열람실과 6층 휴게실에 갈 수 없다.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 건물들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서관 입구

위의 건축물 중 인문과학관과 교수학습개발원 등은 현재 건축법에 따라 신축된다면 필수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박정우 동대문구청 건축과 주무관은 “2013년 개정된 건축법 64조에 따르면 6층 이상 연면적 2000㎡ 이상의 건축물에는 필수로 승강기를 설치해야한다. 그러나 이미 준공된 건물은 신축할 당시의 건축법이 적용되므로 승강기 미설치가 법에 저촉되는지는 따져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주무관은 “승강기와 같은 편의시설의 경우 법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설치의 필요성을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외대 장애학생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은 학교 측에서도 공감하고 있지만, 엘리베이터 설치와 같은 부분은 여러 부서간의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지원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은... 엘리베이터 없다고 소송까지?

타 대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이 학교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경우도 있었다. 경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진기(31·지체1급)씨는 학교 내 엘리베이터, 리프트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해 동등한 교육기회를 받지 못했다며 경남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 대해 지난 9월 26일(금)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경남대는 해당학생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학교에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와 높낮이 조절용 책상, 경사면이 없는 것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장애인 차별이 인정된다” 며 학교가 해당학생에게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런 판결의 근거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법률’ 제14조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에는 “교육책임자는 당해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교육기관 내 교실 등 학습시설, 화장실, 식당 등 교육활동에 필요한 모든 공간에서 이동하거나 접근하는 데 필요한 시설·설비와 이동수단 등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서관 1층 구석, 먼지만 쌓인 휠체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도서관 1층 구석, 먼지만 쌓인 휠체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인근 대학은... 이미 편의시설을 확충했다고?

인근학교인 경희대는 2007년 장애인 특별전형을 부활시키면서 경희대 내부 건축물의 시설을 보강했다. 당시 경희대는 법학부와 관광학부 관련 건물에 엘리베이터, 리프트 등을 설치한 이후 해당과에 장애학생을 위한 전형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그 당시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경희대 측은 “대학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특별전형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며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사회적 책무와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라고 밝혔다.

성균관대의 경우도 2002년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며 장애시설 투자에 대대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장애시설을 위한 예산에 6억 5000만원을 별도로 배정했다. 이 결과로 대부분의 건물에 경사로나 턱 낮추기 시설, 승강기와 장애인 화장실 및 주차장 등이 갖춰져 있다.

외대 장애학생 교육복지 우수대학... 그러나 현실은?

외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실시한 ‘장애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에서 2008년과 2011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실제로 외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점자표기판, 장애인용 화장실 등의 몇몇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외대는 아직도 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 인문과학관과 교수학습개발원 사회과학관 등의 건물에는 승강기,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같은 기본 편의시설이 아직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학교 입학전형에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수자들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장애인 특별전형은 경희대, 성균관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이미 신설되어 있는 전형이다. 장애인 특별 전형이 없다는 것은 장애인들의 입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외대에는 장애인 학생의 수 자체도 많지 않다.

장애인들의 수가 적으면 기본 편의시설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 이런 편의시설에 대한 기본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기본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는 다시 장애인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학생 수가 적기에 장애 편의시설을 확충하지 않고, 편의시설의 확충되지 않았기에 다시 장애인 학생을 뽑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애초에 편의시설을 확실히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고, 시설물을 핑계로 장애인 학생을 제대로 뽑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계단은 에베레스트입니다.

외대... 장애인을 위한 외대로 변할 때가 되다!

외대는 전 세계 75개국 370개 이상의 대학 및 기관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또 외대에서는 현재 45개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만약 장애를 가진 학생이 이런 네덜란드어나 몽골어 등 소수어에 대한 대학 교육을 받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은 외대뿐이다. 다양한 소수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실질적으로 외대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이 학교의 편의시설 부재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대 중국어과 4학년인 박아무개씨(26·여)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수업과 학습에 대한 권리가 보장 되어야 하는데, (엘레베이터가 없는 것은) 신체적으로 힘든 학생이나 강사, 교수님들에겐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라며 “학교는 엘리베이터나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학습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대는 특수한 교육시설로써 더더욱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더욱이 엘리베이터 같은 기본 편의시설은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일반인에게도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외대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전공하고 있는 김헌용씨(남·시각장애인)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시설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혹은 일반인에게도 필요한 시설”이라며 “학교가 이런 부분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외대가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길은 장애인·노약자등의 취약 계층을 포함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평등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다올바른 교육 가치의 지향을 위해 외대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외대 학우에게 직접들은 외대이야기

-시각장애인 김헌용씨(통번역대학원 한영과 번역전공 13) 인터뷰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 수는 총 5명이다. 이 중 3명은 지체장애, 1명은 뇌병변장애, 1명은 시각장애이다. 그 중 시각 장애인인 김헌용씨(통번역대학원 한영과 번역전공 13)를 만나 학교 편의시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씨는 “학교가 자신이 입학한 후 점자로 강의실을 표시 해주는 등 여러 편의시설을 설치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나, 학교의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아직까지 미흡한 점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씨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시각장애인 김헌용씨

수업을 주로 어디서 들으시나요? 수업 들으시는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나요?

대학원건물 옆에 있는 국제관(국제지역학대학원)에서 모든 수업을 듣습니다. 이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없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불편하신가요?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좋겠죠.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지체장애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필수적인 부분은 아닙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엘리베이터보다 점자 시설 같은 것들의 더 필요하죠. 물론 엘리베이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설물은 장애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시설이기도 하니까요.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때로는 일반인들도 엘리베이터가 필수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필요에 대해 학교 측에서 고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실 이용 시 큰 불편은 없으신가요?

제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국제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시설을 설치이 설치됐어요. 국제관 계단 난간에 층수와 강의실 호수가 점자로 쓰여 있습니다. 이런 표시가 시각장애인에게는 가장 중요하죠. 이런 부분을 배려해 주신 것에 대해 학교 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사실 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는 최소한의 의지만 있으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설물 설치가 완벽히 안 돼 있더라도, 우선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 제대로 확보가 돼 있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수 있는거죠.

학교 시설물 이용 중 불편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굳이 말하자면 제겐 도서관 이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체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만 있어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 특별한 기자재가 없으면 장서들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우리학교 도서관에는 사서들의 전문 교육도 사실상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도움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상 도서관의 시설 뿐 아니라 컨텐츠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식당이나 교수회관식당을 이용할 때도 불편이 많아요. 이 두개의 식당에서는 자동 발권기를 통해 티켓을 팔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혼자 티켓을 사기가 힘들죠. 또 티켓을 샀다고 하더라도 배식을 받기가 참 힘듭니다.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책을 스캔하면 이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계가 있습니다. 이 기자재를 비치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정했지만 아직 비치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원 측에 요청을 하려다가 하다가 도서관에게 요청했지만 아직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학교의 경우 장애학생들을 위한 기자재는 기본적으로 구비되어있습니다. 외대는 장애인학생들이 많지 않다 보니 이런 기자재들이 제대로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지 않나요?

우리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우리 학교 국제학사 학생감동팀 부서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찾기가 힘들죠. 또한 장애학생지원센터 내에 사회복지나 특수교육 받은 전문적인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 그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그 예로 저는 2013년 입학 당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 갔었습니다. 저는 기숙사 1인실을 배정받고 싶었죠. 그런데 당시 장애지원센터에서는 제가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대학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룸메이트로 근로장학생 도우미 학생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장애인지원센터는 직접 찾아가기 전까지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한 적도 없고, 찾아간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장애인학생지원센터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장애인지원센터의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장애인지원센터의 존재여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강의계획서나 홈페이지 등에 장애지원센터의 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장애인지원센터의 전문성을 높여 실질적인 장애인학생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애인의 요구라는 것은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마다 다 다를 정도로 정말 다양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지원센터에 장애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전문성이 갖추어 졌을 때야 장애인 지원에 관한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장애인 학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복지를 위한 의식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그리고 그전에 이런 복지를 위해서는 앞에서도 말했듯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어야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장애인 복지를 실천할 의식과 의지가 있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아질 겁니다.장애인과 소수자들을 위한 복지가 법이라는 규정만 피하는 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겨레 기자 kr828@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