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2 (수)

대학알리

세종대학교

차곡차곡 쌓은 등록금의 결실! 적립금 928억♥

이유 없이 불어난 적립금 120억원

지난해 우리학교가 적립금 명목으로 쌓은 돈은 약 148억원이다. 지난해 우리학교의 등록금 수입 총액은 천억원 정도. 즉 우리가 낸 등록금의 10분의 1이 넘는 돈을 쓰지도 않고 쌓아뒀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돈을 쌓아둘 계획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초에 작성된 예산에서는 적립금 예정액이 28억원이었다. 120억원이 불어난 것이다. 불어난 만큼 장학금으로 썼으면 1,540명이 학교를 공짜로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학교의 지난해 전체 예산규모는 1,700억원에 육박한다. 매년 천억원이 넘는 돈을 운영하다보면 다소간 오차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120억원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매년 예산이 빡빡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큰돈을 추가로 적립금을 쌓는 건 대체 무슨 심보인가.
<세종알리>에서는 적립금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에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아무런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총장, 부총장, 기획처장에 이어 담당부서에도 취재를 요청했으나 모두 취재를 거절했다. 찜찜한 마음이 커진다.

목적을 알 수 없는 적립금 쌓기
학교 측은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적립금을 “건축 신축 및 입학정원 감소 등 미래를 대비할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짓거나 미래에 다가올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돈이라는 것이다. 학교 측은 지난해 등심위에서 “2015학년도에는 기금(적립금) 규모도 늘리지 않고 기금이자도 인출해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적립금을 쌓을 수 없을 만큼 재정상황이 어렵다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적립금은 되레 대폭 늘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올해 등심위에서 “강의연구동(현재 공사 중인 인벤션 센터) 설계지연으로 인한 공사대금” 등이라고 해명했으나, 공사와 관련한 적립금은 67억원 뿐이다. 이를 제외하고도 추가된 수십억원의 적립액은 설명하지 못한다. 2016년 3월 현재까지 우리학교가 안 쓰고 쌓아둔 총 적립금은 928억원에 달한다.
학교는 지난해 추가된 적립금의 주된 내역을 건축용도라고 설명했으나, 지난해 건축기금은 더 줄어들었다. 작년에 적립된 금액의 대부분인 122억원이 건축기금으로 들어가긴 했다. 그런데 건축기금에서 180억원을 꺼냈다. 꺼낸 180억원은 고스란히 기타기금으로 적립됐다. 기타기금은 용도를 따로 정해놓지 않은 적립금을 말한다. 적립금은 건축·연구·장학·퇴금기금 등으로 용도를 제한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적립금을 분명한 용도를 정해 필요한 만큼만 쌓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용도도 정하지 않은 기타기금이 작년에 184억원이 늘어났다.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사용 목적도 명확히 정해놓지 않은 채로 막대한 돈을 적립한 것이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기타기금은 342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1/3이 넘는다.

 


▶ 2015년 적립금 적립액과 누적 적립금 순위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51개 대학 중)
▶ 자료 출처 : 대학정보공시센터(대학알리미)


적립금 막쓰지망!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쌓고있다.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은 꾸준히 늘어나 작년 기준 총 8조 7천억원이다. 우리학교도 적립금을 열심히 쌓고 있다. 세종대는 지난해 전국 151개 4년제 사립대학 중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금액을 적립했다. 그리고 현재 적립금도 스물다섯 번째로 많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좋지만, 당장 재정운영이 어렵다면서 적립금을 쓸 생각은 하지 않고 불리고만 있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나마도 곱게 은행에만 넣어두면 다행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작성한 '2015 회계연도 사립대학별 적립금 유가증권 투자손익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61개 대학이 1조 4804억원을 각종 유가증권(주식, 채권 등)에 투자했다. 이 중 23개 학교에서 총 300억원의 투자 평가손실이 났다. 교육을 위해 사용돼야할 돈이 잘못된 투자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학이 적립금을 위험한 곳에 투자해 손실을 입는 것은수없이 지적됐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다. 크게 한방 터트려보려는 욕심에 우리의 등록금이 휴지조각이 돼 버릴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학교는 아직 주식에 손을 대고 있지는 않다.

등록금을 반환하라! 땅!땅!땅!
늘어가는 적립금이 영 마음에 안 든다면, 낸 등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다. 학교에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거는 것이다. 판사님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다.


▲ 판사님, DROP THE BEAT!

수원대 학생들은 실제로 총장에게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결과는 승소! 지난해 있었던 1심 판결에 이어 올해 5월에 있던 2심에서도 재판부는 등록금 일부(1인당 30만~90만원)를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원대가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용해 등록금보다 현저히 떨어진 실험실습 교육을 하고, 실험·실습·시설·설비 예산이 전용되면서 교육 환경에 영향을 줘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수원대는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착공이 불가능한 공사비를 예산에 과대 편성해 이월금을 부풀렸고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를 부당지급하고, 교비회계를 전용하는 등 총 33개 부문을 지적 받았었다. 또한 교육여건에 관한 각종 지표도 수도권 대학의 평균 수준보다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3천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던 것이다. 정신적 고통을 위로해야할 만하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입학금 반환을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 제작한 카드뉴스 일부)

수원대 판결의 영향인지 학생 사회에서는 등록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 청주대, 동덕여대 등 여러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등록금 또는 입학금 반환 소송을 내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을 줄 아는 학생회들이다.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

세종대 재단! 돈 좀 냅시다!
학교에 돈을 내는 사람은 학생만이 아니다. 재단에서도 학교에 돈을 낸다. 재단(학교법인)은 학교의 중요한 사항을 의결하고 재정을 지원한다. 재단에서 충분한 돈을 지원한다면 적립금을 많이 쌓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대학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학교 재단인 대양학원이 작년에 우리학교에 전입한 돈은 2억 2천만원 정도다. 언뜻 억단위라 많아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다. 우리학교 지난해 전체 예산(1771억원)의 0.12%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체 예산의 61%(1091억원)를 차지하는 등록금 수입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다른 대학들이 전체 예산의 3.7% 정도를 재단에서 부담하는 것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 다른 재단들도 충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 학교의 사정은 진짜 심각하다.(2014년 기준)
자료 출처 : 대학교육연구소 블로그

우리가 재단 대신 147억원을 낸다고?

재단이 대학에 반드시 줘야하는 돈이 있다.(사학연금법 47조) 이를 법정 부담 전입금이라고 하는데, 우리학교는 5년 째 이를 지키지 못 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예고한 상태다. 재단이 주지 못한 돈은 우리 등록금으로 메워진다. 2011~2015년에 재단이 내야할 돈을 등록금으로메꾼 돈은 147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연초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학생 대표자들이 항의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대학의 재단들도 법정부담 전입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사립대학의 법정 부담금 부담비율은 2014년에 평균 49.8%였다. 2014년 우리학교의 법정부담금 부담비율은 19.9%로 평균을 훨씬 밑돌았다. 전입금이 2억 2천만원인 2015년의 부담률은4.9%로 심각한 수준이다.


법정 부담 전입금? 재단이 반드시 학교에 지급하도록 법에 규정된 금액.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부족한 금액은 등록금에서 충당하게 되며, 교육부에 ‘재정여건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기준액은 내야하는 돈. 부담액은 실제로 낸 돈. 법정 부담 전입금? 우리학교의 부담률은 12년에 소폭 상승했다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재단은 몇 년 째 임시이사 핑계만
우리 재단은 2010년까지는 법정부담금을 100% 부담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점점 줄어들었다. 학교와 재단에서는 이를 임시이사 시절의 방만한 경영의 결과라고 변명한다. 2005년 당시 우리학교 재단 이사장(現주명건 이사)은 교비횡령 혐의로 재단에서 쫓겨났었다. 그래서 재단 이사를 2005년부터 2010년 초까지 교육부에서 구성했는데 이를 임시이사 체제라고 한다.
쫓겨났던 현 이사진이 다시 복귀한 후, 2011년 당시 재단 사무국 과장은 “임시이사 시절에는 학교의 자산을 어떻게 할 권한이 없어 4-5년간 정체되어 있었지만 재단의 자산을 활용해 돈을 더 많이 벌게 할 필요가 있다. 법인에서 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다. 학교에 전출금을 늘리는 것이 학교법인의 의무이다”며 임시이사 시절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로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세종대학보 575호 대학기획, 2011.9.19.)
그런데 재단에서 지적한 임시이사 시절이었던 2009년까지는 법정부담금을 100% 지급했다. 그런데 임시이사가 끝난 뒤에 전입금이 대폭줄어들었다. 학교 측은 “운영 수익을 내지 못하고 방만한 운영으로 운영 자금으로 아무런 계획과 생각 없이 재단 전입금을 줬다”고 지적했다. 임시이사 시절에는 재단이 수익이 안 나는 상태에서도 법정부담금을 지급하며 책임을 다 했는데, 지금은 방만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법정부담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말 아닌가. 학생 입장에서 임시이사 시절이 더 좋은 재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학성 기자 kimhs@sejongalli.com
장원준 기자 juny@sejongal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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