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빠르게, 하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늘 범인의 트릭과 정체를 자신이 마치 범인인 듯 간파하는 안경잡이 꼬마가 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라고 묻는 질문에 그 꼬마는 늘 한결같은 대답을 시전한다. “제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현재(2014년 8월 27일) 나온 만화책 83권, 애니메이션 750화, 극장판 18기, 소설 10권. 듣기만 해도 어마무시한 수를 자랑하는 명탐정 코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데, 그 끝이 안 보인다는 취미에 코난 돌려보기만큼 딱 맞는 것이 있을까. 근데 그거 아는가? 아직 코난은 초등학교 1학년이고, 코난의 세계에서 시간은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우리는 왜 대학생이 되도록 ‘초딩 1학년’ 명탐정 코난에 열광하는 걸까. 알고 보니 코난 예찬론자였던 외대알리 기자 두 명의 수다로 궁금증을 풀어보자.
▲ 내 이름은 코난, 함정이죠
1. 코난에도 엄청난 스토리가 있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검은조직 vs 코난&FBI>
유라: 뭐니뭐니해도 명탐정코난하면 검은조직이죠! 우리의 주인공 신이치가 초등학교 1학년 코난이 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어요.
유나: 바로 그거에요. 예전에 감상했던 애니메이션 한편 한편들이 사실 큰 그림을 그리는 복선이라는 걸 깨달을 때의 전율. 그게 코난에서 손을 못 떼는 이유에요.
유라: 코난을 단순히 ‘가는 곳 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코난이 그것을 해결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코난은 그리 단순한 옴니버스식의 만화가 절대 아니에요!(강조) 코난은 코난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 있어요. 진부하긴 하지만 선과 악의 대립이죠.
유나: 맞아요. 선으로 대변되는 코난과 FBI, 악으로 대변되는 검은조직 사이의 대결이 전체적인 스토리를 끌고 가면서 부차적으로 코난의 추리 사건들과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 거지, 절대 단순한 추리만화가 아니에요.
유라: 유나 언니, 저는 암 걸릴 것 같은 게 그 검은조직을 코난덕질 8년 한 지금까지도 뭐라 설명할 수 없다니까요. 무슨, 750화 될 동안 검은조직의 진짜 이름도 안 가르쳐줘요(웃음).
유나: 제 말이 그 말이에요(폭소). 세기 말[1994년]에 시작한 애니메이션이니까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검은조직이라는 말도, 단지 그 조직원들이 임무를 수행할 때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니까 편하게 검은조직이라고 부르는 거잖아요. 기껏 설명할 수 있는 게 조직원들의 코드네임이 진, 워커, 버본 등 술 이름이라는 거랑 조직을 배신하거나 정보를 누설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암살부터 하고 본다는 거?
▲코난의 스토리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491~504화 <적과 흑의 크래쉬>시리즈. 오프닝에 검은 조직과 FBI의 몇 안되는 전체샷이 나와 많은 팬들이 눈물을 머금고 환호했다.
유라: 그리고 FBI나 CIA가 검은조직의 존재를 추적하고 있다는 걸 보면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범죄집단인 거 같아요. 또 조직원들의 사회적 위치가 굉장히 다양해요. 연예인이 조직원으로 밝혀진 화도 있었잖아요. 의사도 있었고! 그냥 이 세상의 온갖 나쁜 짓은 다하는 거 같던데....도대체 이 조직의 정체가 뭘까요? 아, 말하니까 또 암 걸릴 거 같아(웃음).
유나: <307화 남아있던 소리없는 증언>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우리는 신도 되고 악마도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죽은 자를 되살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대사로 추측해 볼 때 검은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이 불로불사의 힘을 얻는 게 아닐까해요.
유라: 조금 벗어난 이야기 같지만 저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스토리라인을 보면 결국 코난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선과 악의 대립에서 악의 승리하는 결말은 드물잖아요. 특히 12세 관람가인 아이들 만화에서요. 결국 코난은 검은조직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따라 처벌받게 되면 끝날 만화인거죠. 이렇게 보면 코난덕후들에겐 검은조직은 이제 애증의 관계죠(웃음). 검은조직의 정체가 궁금해 미치겠는데 또 막상 다 밝혀지면 그건 코난이 끝난다는 소리니까 빨리 밝혀지라고 재촉할 수도 없고.
유나: 그래서 이젠 그냥 고쇼상[아오야마 고쇼-작가느님]이 조금씩 던져주시는 단서들로 추리하는데 만족하고 있어요. 코난 볼 때 단서를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추리하는 게 진짜 재밌잖아요. 내 추리가 코난과 같을 때 느끼는 그 똑똑해진 느낌이란!!검은조직 스토리도 마찬가지로 얼마 없는 단서지만 그걸 가지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아가사 박사[코난의 최고 조력자]가 검은조직 보스다’, ‘제임스 블랙[FBI 수장]이 검은조직 보스다’ 이런 쇼킹한 추리도 내놓고 있더라고요.
유라: 으? 정말요? 그런거면 진짜 대박이다. 보통 결말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아가사 박사나 제임스가 보스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해봤어요. 언니 말에 진짜 공감해요. 코난은 같이 추리하면서 봐야 해요. 본격 팬과 함께 하는 추리서스펜스스릴코믹로맨스물라고 해야되나? 근데 이거 결말은 언제 나오죠?
유나: 모르겠네요(웃음). 우리 할머니 될 때까지도 안 나올지도 몰라요. 고쇼상이 “내가 죽을 때까지 쓰겠다”고 선언한 이상. 벌써 83권인데....(한숨)
2. 톡톡, 캐릭터가 살아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점찍기
유나: 코난 전체를 이끄는 스토리라인 못지않게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것도 코난의 특징이에요. 전체 스토리라인을 나무의 몸통이라고 하면 캐릭터들은 가지 하나하나와 나뭇잎 같다고 해야하나?
유라: 맞아요! 그래서 소년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의 차이를 ‘사건 중심’이냐, ‘캐릭터 중심’이냐로 나누곤 해요. 코난은 각 화마다 중심인물이 되는 캐릭터가 코난과 함께 등장하죠.
유나: 그래서 인터넷에 ‘명탐정 코난 다시보기’라고 검색하면 소년 탐정단 편, 경시청 형사 편, 괴도키드 편, 핫토리 헤이지 편....캐릭터 중심으로 골라보는 독자들이 많더라구요. 독자마다 좋아하는 러브라인도 달라요. 저는 코하[코난-하이바라] 팬이에요(웃음).
▲222~224화 <그리고 인어는 사라졌다>에서 소꿉친구 카즈하의 손을 놓지 않는 헤이지. 캐릭터 간에 싹트는 사랑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유라: 대박, 언니 저도 코하 팬이에요! 신란[신이치-란] 팬들이 보면 아쉬워하겠지만 그 두 명이 티격태격하는걸 보면 어쩔 수 없이 코하로 마음이 기울거든요(웃음). 하지만 다른 러브라인들도 정말 볼만하고, 캐릭터도 엄청 다양하니까 언니 말처럼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요.
유나: 맞아요. 저는 괴도키드[코난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훈남 도둑]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괴도키드가 나오는 애니메이션만 쭉 찾아본다니까요. <76화 코난 vs. 괴도키드>에서 첫 등장한 괴도키드의 그 자태란! 내가 블랙 스타라면 얌전히 괴도키드의 품으로 가줬을 텐데(폭소).
유라: 전 코난 다음으로는 서쪽에서 온 명탐정! 핫토리 헤이지를 좋아해요. <222~224화 그리고 인어는 사라졌다>에서 헤이지랑 카즈하[헤이지의 연인보다 더 연인같은 소꿉친구]가 절벽 아래로 미끄러져 나무 하나에 매달리게 되잖아요. 카즈하가 헤이지라도 살리려고 자기를 잡고 있는 헤이지의 손을 화살로 찔렀는데도 헤이지는 손을 꽉 잡고 놓지 않는데....(아련) 그때 진짜 가슴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감동이 있었어요. 각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정말 쏠쏠해요.
유나: 등장인물의 성격과 배경이 입체적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주로 모리 코고로의 탐정 사무소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지만, 키사키 에리[모리 탐정의 아내이자 란의 엄마]는 변호사라서 에리가 나온 편들은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줘요. 소년 탐정단[코난의 같은 반 친구들]이 나오는 편은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즐거움이 있구요.
유라: 아까 제가 말한 핫토리 헤이지가 나올 때는 코난과의 환상적인 추리 궁합도 보고, 게다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일본의 관서 사투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3. 코난에 녹아있다! 과학기술/철학/문화
유나: 사실 코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군가가 계속 죽고,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고, 또 누가 죽고...’ 이게 무한반복 되는 거잖아요. 그것만 보면 굉장히 차갑고 비정한 느낌인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거든요.
유라: 저도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코난이 코난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철학이 있어요. ‘어떠한 경우에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거에요. 명탐정 코난이라는 작품에는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어요. 그래서 코난은 이 많은 살인사건들 가운데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것 같아요.
유나: 그게 셜록홈즈와 코난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코난은 셜록홈즈를 존경해요. 자신의 이름까지 셜록홈즈 작가 아서 코난 도일님에게서 따올 정도니까요. 그런데 분명 둘은 달라요. 셜록홈즈는 ‘사랑’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 사건을 추리하지만, 코난에게는 사랑이 내면화되어 있어요.그게 소꿉친구 란에 대한 사랑이든,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이든.
유라: <304화 흔들리는 경시청, 1200만의 인질>에 보면 코난은 1200만 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각오를 해요. 사실 304화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코난은 생명을 소중히 하죠. <11화 월광 소나타 살인사건>에서 자살시도를 하는 범인을 막지 못한 후에 코난은 절대 증인이나 범인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해요.
유나: 코난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엄청난 명대사가 있잖아요. <288화 쿠도 신이치 뉴욕의 사건>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살인자를 구해주는 신이치[코난]가 한 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동기 같은 건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을 구해주는 이유에 논리적 사고는 존재하지 않잖아?” 이 명대사를 통해 고쇼상의 철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그래서 수많은 살인사건에 질릴 법도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코난의 결말이 보고 싶어서,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유라: 알고 보면 명탐정 코난에는 그것만의 철학도, 문화도, 심지어 과학기술까지 녹아있어요(웃음). 코난이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쓰는 소품들이 있잖아요. 손목시계형 마취총, 나비 넥타이형 음성 변조기, 킥력 증강 슈즈....아직 21세기의 현대 과학 기술로도 구현해내지 못했는데, 코난의 세계에서는 아가사 박사가 만들어냈어요. 신기한 건 범인들은 코난과는 달리 우리의 과학적 상식에 맞는 트릭을 쓴다는 거죠. 아마 독자들이 함께 추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작가가 배려한 것 같아요.
▲코난이 즐겨 사용하는 탐정 도구들.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몇몇 도구는 모형이 제작돼 일본 톳토리 현의 코난 박물관에 전시돼있다.
유나: 문화적인 것도 그렇지 않아요? 명탐정 코난을 보면 사건들이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일본의 관광지와 명소들을 보여주잖아요.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무리하게 한국판으로 만들다보니 오사카에서 온 헤이지를 ‘부산’에서 온 걸로 대체하고, 오사카 성이 나오는 편은 아예 삭제를 하니까, 저는 일본 원작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일본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생활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거든요.
유라: 아 정말 공감된다. 저도 코난을 보면서 일본에 문화재가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일본 도쿄의 말과 오사카의 사투리도 비교할 수 있게 됐구요. 그러고 보니 요즘 극장판 하나 개봉했잖아요. <극장판 18기 이차원의 저격수>! 오늘 인터뷰 다 끝내고 보러갈래요?
유나: 이거 진짜 기승전코난이네(폭소).
이것만 보면 당신도 어느새 코난 덕후!
유라와 유나가 추천하는
명탐정 코난 애니메이션 & 극장판 Best 3
애니메이션
222-224화 그리고 인어는 사라졌다
345화 검은 조직과 정면 승부, 보름달 밤의 더블 미스테리
극장판
6기 베이커가의 망령
7기 미궁의 십자로
12기 전율의 악보
손유라·강유나 기자 yoonah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