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수)

대학알리

대학언론

[대학언론 대담 ⑥] 제주대신문 _ 대학의 역사를 책임지는 ‘기록자’

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한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대학언론인들은 여전히 대학언론이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수지(이) : 안녕하세요. <제주대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국어국문학과 24학번 이수지입니다.


최혜민(최) : 안녕하세요. <제주대신문> 취재보도부장으로 활동하는 철학과 24학번 최혜민입니다.

 

Q. <제주대신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제주대신문>은 1954년에 창간되어 올해 73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 9월 10일, 1085호가 발행됐습니다. 신문은 한 달에 한 번, 1년에 총 12번 발행합니다. 주로 개강하는 달인 3월과 9월에 두 번씩 나오며, 7월과 1월은 신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편집회의는 신문이 발행되기 2주 전에 다 같이 모여 진행하고 있어요. 편집회의에선 각 기자가 취재 계획서를 발표합니다. 이때, 취재 아이템과 더불어 타 학보사와 지역 신문의 기사도 하나 이상씩 공유하면서 다른 신문의 구성을 함께 참고하기도 해요. 다른 학보사들은 어떠한 기사를 보도하는지,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편집회의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제주대신문>은 총 8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면이 보도 면으로 학내 이슈를 다루고 있고, 4면 기획, 5면은 학술, 6면 지역사회, 7면 오피니언, 8면 문화면으로 이뤄집니다. 1~3면 보도에는 다양한 학내 이슈가 나옵니다.

 

특히 요즘은 공공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모든 학생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죠. 기숙사, 학생회, 동아리, 시설 문제 등 보도할 이야기는 많지만, 자문자답하며 현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요.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과정 등을 거치면서 기삿거리인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사 기획부터 발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것에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신문을 인쇄하는 작업만 지역 신문사인 ‘한라일보’ 윤전기를 이용하고 있고, 인쇄 전 마무리 단계까지 학생 기자가 하고 있습니다. 기사 쓰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편집도 만만치 않게 어려워요.


: <제주대신문>은 73주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요. 과거엔 지금은 상상조차 못 할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학보사가 창간된 지 10년이 되지 않을 무렵에는 제대로 된 공간은커녕 주간 교수와의 마찰 등으로 학보사에 남아 있는 기자가 없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해요.

 

또 1980년에는 정부의 민주화 운동 탄압으로 인해 신문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어요. 그러한 과도기 동안 학보사 선배님들께서 <제주대신문>을 견고하게 지켜주었기에 지금의 <제주대신문>이 있지 않나 싶어요.


: 선배님들이 계신 ‘제주대신문 동우회’ 역시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직 기자들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동우회에 참가해서 선배 기자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실제 선배 기자님들의 당시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느끼기도 해요(웃음).


: 지금 <제주대신문>이 쓰는 공간이 공사 중이에요. 원래는 대학본부가 있는 본관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본관 건물이 AI융복합관으로 리모델링되면서 <제주대신문> 공간도 함께 바뀌고 있습니다. 본부에 있던 기획처 같은 다른 부서들은 이미 다른 건물로 옮겨갔지만, <제주대신문>은 앞으로 새로 지어질 AI융복합관 안에 자리를 얻게 될 예정이에요.


: AI융복합관은 쉽게 말하면 중앙도서관과 디지털도서관을 합쳐 놓은 공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게 될 곳이라 기대가 큰데요, 그래서 AI융복합관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제주대신문>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과 활용도가 예전보다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 부장님과 저 둘 다 2024년 11월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74기 수습기자 추가 모집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신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 저희 모두 인문대학 글쓰기 동아리를 하고 있었는데, 기자 역시 글쓰기가 많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지원하게 되었고, 이렇게 같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네요.

 


Q. 기성언론과 대학언론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대학언론’은 20대가 주체인 ‘대학의 기록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일간지 같은 기성 언론에 비해 대학의 이슈와 사건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도 하고, 인터뷰이의 대부분이 학생들이에요.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학생 기자가 보도하는 언론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대신문> 역시 과거 학생 운동을 주도하고 보도했던 학보사예요. 그렇기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보도한다고 생각해요.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학보사의 입지와 영향력에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학보사는 학내 이야기를 다루고, 그 내용을 정리해 신문으로 발행하는 부서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학교 소식지’라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학교 운영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작성하면, 연락이 와서 “왜 이렇게 작성했냐”고 여쭙는 경우가 꽤 있어요. 반대로 인터뷰를 요청할 때부터 거절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우리는 이 이슈를 취재해서 학내 구성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식지’라는 편견 때문인지 대학 본부는 좋은 이야기만 담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듯합니다.


: 신문이 발행된 이후 학내 구성원의 반응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많은 노력 끝에 신문이 나와도, 학생들은 신문을 읽지 않아요. 문제를 지적하고 관련한 자료조사, 인터뷰, 현장 방문 등 다양한 내용을 실어도 학생들은 무반응이에요. 그럴 때 조금 답답하고, 아쉽죠. 오히려 신문 나오길 기다리는 건 대학 본부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는 학생들을 위한 기사를 쓰고 있는 건데 말이죠.


: 그렇다고 외부의 관심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또 아니에요. 반대로 생각하면, 학보사의 내부 문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신문을 읽지 않은 세대가 신문을 만든다”는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문을 만드는 저희 역시 신문의 이해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없죠. 그런 말을 들을 땐 오히려 신문에 대해 우리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내부에서도 신문 스크랩을 공유하고, 일부러 더 찾아보면서 신문에 애정을 갖고, 배우고 있죠. 일반 신문을 보면서 배울 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Q. <제주대신문>의 위기는 무엇일지.


: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인력난이에요. 학내 구성원 중에서도 선뜻 신문사에 지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면접 당시엔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수습 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수습기자 추가 모집은 거의 일상이 됐죠.


: 또 다른 문제라면 ‘대학언론 간의 네트워크 문제’에요. 제주의 지역 특성상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학보사 신문들을 보면, 같은 지역의 학보사끼리 서로 기사를 써주거나, 협력하는 사례를 종종 봐요. 저희는 그렇게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제주대신문>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는 하고 있어요. 지난 2월에 학보사 기자들이 직접 부산 취재를 기획해 다녀온 적이 있어요. 학보사라면 채널PNU, 동아대학보에 방문해서 학보사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요. 다른 학보사들을 가보니 지속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작년 6월경 경북대신문이 1700호를 맞았을 때, 지면에 실린 타대학 학보사의 ‘축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각기 다른 캠퍼스에 있지만,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같은 사명감으로 신문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제주대신문>을 향한 응원이 아니지만, 저희에게도 굉장히 와닿았어요. 이런 모습을 보며, 저희도 타대학 학보사와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서 지속적으로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것 역시 대학언론의 위기 시대에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 신문의 친근함을 강조하고 싶어요. 실제로 <제주대신문>은 학내 구성원들이 신문을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생각하고, 신문이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고 있어요. 각 단과대 입구마다 신문 가판대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은 스터디카페에도 신문 거치대를 배치했어요. 아무래도 입구는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스터디카페가 공공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땐 신문을 배치하기 가장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어요.


: ‘뉴미디어’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SNS 전담기자’를 뽑고 있어요. 신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SNS를 직접 맡아 운영할 기자를 고용했어요. 일러스트 기자 역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제주대신문> 7면 오피니언 칸을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오피니언의 경우, 다른 지면과 달리 학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기존엔 제주대학교 졸업생을 위주로 담았다면, 지금은 재학생 위주로 구성하려고 해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신문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 다양한 학과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요청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올해 제주대신문 ‘독자위원회’를 신설했어요. ‘독자위원회’는 학내 구성원 중 공개 모집으로 선발됐어요. 신문이 발행될 때마다 ‘독자위원회’를 만나 신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독자위원회’가 직접 저희에게 피드백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기사에는 어떤 부분이 더 들어가면 좋겠다거나, 최근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공유하기도 하죠. 오피니언 면에 ‘독자위원회’가 직접 기고도 하고 있어요. ‘독자위원회’는 <제주대신문> 기자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는 멋진 조력자분들이라고 생각해요.

 

Q. 발행부수 감소, 신문에 끼치는 영향은 없을지.


: 과거엔 8,000부를 발행했지만, 올해부터 5,000부로 발행부수를 줄였어요.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PDF를 사용하면서, 신문 기사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졌다면 옳은 방법일 수도 있잖아요. 대학언론은 영리를 추구하거나, 신문을 발행하며 얻는 수익에 집착하지 않으니까요. 저희는 이렇게 학교의 역사를 써내려나가는 ‘기록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 자본에 대한 대가를 바라는게 아니에요. 신문 발행은 ‘기록의 의미’이기에 발행부수는 크게 중요치 않아요.


: 발행부수가 많다고 신문의 힘과 권력이 세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정으로 나오는 <제주대신문>의 8면이 얼마나 알차게 구성되고, 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담겨져 있는지가 신문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Q. 대학언론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 ‘신문에 대한 관심’인듯 해요. 물론 대학언론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운영비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우선 학내 구성원들이 신문의 ‘존재’, ‘발행’, ‘기사 내용’만이라도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조금 더 나아가서 학교의 운영 상황도 눈여겨보면 좋을 거 같아요.


학내 소식 중 더 깊게 알고 싶거나, 제보하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지 신문사로 찾아왔으면 해요. 학생의 목소리와 힘이 세져야 학보사의 힘도 같이 커질 수 있어요. 신문사를 본인과 관련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독자가 1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제주대신문>은 계속될 거라 생각해요. 신문을 읽는 학생들을 위해 저희는 계속해서 신문을 만들 거예요.


: 내부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전통 미디어의 상징인 신문이 현대 사회에선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결국 <제주대신문> 내부에서도 신문의 이해도를 높이고, 신문에 대한 애정을 보여야 해요. 그래야 그 애정이 신문에 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우리가 더 노력하고, 더 신경 쓰면 대학언론은 지속될 수 있을 거예요.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위기는 단순한 소멸의 징후가 아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시기일 수도 있다. 대학언론인이자 대학 역사의 ‘기록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실현이 이어지고 있다면, 대학언론의 위기는 곧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즉 대학언론의 내일은 오늘의 대학언론인들의 손끝으로 만들어진다.

 


송연주 기자(thdduswn915@naver.com)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