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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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찾아 나선 ‘FC 블라퍼스’ [외대 월드컵 도전기 : 2편]

경기 시작 전 긴장감 역력했지만…선제골 넣으며 1-0 전반 마무리
후반 시작과 함께 동점골 허용…집념과 투지로 2-1 역전승
“매주 모여 축구하고 합을 맞췄어요”...드디어 빛을 발한 ‘그간의 노력’


지난 5일 금요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최대 스포츠 연례 행사인 ‘외대 월드컵’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간 학내 언론 및 단체, 학우들은 이른바 ‘강팀’의 승부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외대알리는 ‘강팀이 아닌 약팀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 합니다. 스포츠는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려 왔지만, ‘승패를 뛰어넘는 스포츠만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조그마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체육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에 담긴 중요한 가치는 과연 ‘승리’ 뿐일까요? 외대알리는 그간 ‘약팀’으로 분류돼 왔던 ‘네덜란드어과 축구 동아리 FC Blaffers’의 여정을 동행 취재하며 그 의미를 찾아 나섰습니다. 2024 외대 월드컵 토너먼트에 참가한 Blaffers의 여정을 직접 좇으며 그들이 스포츠를 통해 어떠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 1편 기사 링크 :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 찾아 나선 'FC 블라퍼스' [외대 월드컵 도전기 : 1편]


 

 

2024 외대 월드컵 국제통상학과와의 첫 경기를 앞둔 화요일 오전, 외대 운동장은 간밤 내린 비 탓에 진흙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장 옆 농구 코트에 함께 모여 경기가 진행 중인 운동장을 바라본 채 몸을 풀고 있었다. “저기서 어떻게 뛰지? 공이 잘 차지기나 하려나”, “경기 끝나면 진흙투성이 되겠네.” 밤새 비가 내린 운동장에서 공을 차야 하는 선수들은 각자의 고민거리를 토로했다. 선수들 모두 겉으로는 진흙 바닥을 걱정하는 듯 했지만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한 편으로 약간의 설렘도 함께 묻어났다.

 

“걱정하지 말고 그냥 차자. 우리는 항상 긴장해서 실수로 골 먹히고 무너져왔다. 긴장만 하지 않으면 한 골 넣을 수 있다.” 팀 내 최고참 최정효 (네덜란드어 16’) 학우는 잔뜩 긴장해 표정이 굳어 있는 선수들을 보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최정효 학우는 그간 블라퍼스 소속으로 다수의 월드컵, 유로컵 등 많은 대회를 경험한 ‘베테랑’이자 ‘에이스’다. 그렇기에 블라퍼스의 고질적인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말처럼, 블라퍼스는 그간 긴장감으로 인한 실수로 선취점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실점으로 인해 위축되고, 떨어진 자신감으로 그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한 채 패배하는 식이었다. 팀 분위기와 규모가 한층 성장한 블라퍼스였지만, 실전에서 침착함을 유지한 채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경험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들도 몰랐던 팀의 ‘성장’, 블라퍼스 1-0 앞서며 전반 마무리


경기가 시작되고 블라퍼스는 예상과는 달리 180도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 초반부터 4명의 수비진은 국제통상학과의 날카로운 공격 시도를 단단히 막아냈다. 후방 빌드업도 꽤 순조로웠다. 공격진들은 서로 유기적인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전개했다. 조직력이 되살아나며 계속해서 유의미한 장면들을 만든 블라퍼스였다.

 

 

블라퍼스의 기세는 결국 선제 득점으로 이어졌다. 블라퍼스의 공격 상황, 공격진들은 패스를 통해 우측면으로 공을 연결했고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수에 굴절된 크로스는 행운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1-0, 블라퍼스가 먼저 승기를 잡았다.

 

상대의 자책골이었지만, 위협적인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대회 첫 득점을 함께 자축했고, 관중들 또한 큰 소리로 득점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국제통상학과 또한 기세에 눌리지 않고 동점을 만드려 블라퍼스의 골문을 계속해서 두드렸지만,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전반전은 블라퍼스가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블라퍼스는 방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짧은 휴식시간 동안에도 “아직 완전히 (승기가) 넘어오지 않아서 조심해야 돼, 한 골만 더 넣자”, “조금만 더 집중해서 해 보자”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칫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경계했다.

 

동시에 유쾌함도 잃지 않았다. “종인이가 놓친 건 그냥 잡고 해도 들어간 건데”, “괜찮다! 대신 후반에 한 골 넣어야 한다”며 절호의 득점 기회를 아쉽게 놓친 동료의 기가 꺾이지 않도록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위기’...집념과 투지로 2-1 ‘역전 드라마’ 완성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힘차게 후반전을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불과 6분 만에 달라졌다. 후반 6분 수비 진영 좌측에서 상대가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골문 방향으로 높이 치솟았다. 골문 좌측에 서 있던 골키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다가오는 공에 반응할 수 없었고, 공은 그대로 골키퍼 키를 넘기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분위기는 얼음장 같이 차가워졌다.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고, 관중들도 예상치 못한 실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점 이후 좋은 경기력을 이어가지 못한 전례가 많은 블라퍼스에게는 치명적 위기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경기 시작 전 베테랑 최정효 선수가 했던 조언들을 확실히 각인한 듯, 선수들 모두 실점 이후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기죽지 않고 계속해서 전반전에 보여준 집념과 투지로 경기에 임했다. 블라퍼스와 국제통상학과는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지만,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추가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 1-1 후반 종료 이후 승부차기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던 상황. 경기 종료를 채 2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블라퍼스는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8분 최정효 선수가 위협적인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공략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협력수비를 들어오려던 찰나 공을 띄워 곧바로 골문을 향해 감각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묵묵히 경기를 뛰던 선수들도 예상치 못한 순간 터진 득점에 놀란 듯 했고, 또 다시 한 데 모여 역전의 기쁨을 나눴다.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쪽에서는 기쁨의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득점의 순간을 보지 못한 관중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역전 득점으로 경기는 2-1 블라퍼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블라퍼스는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29일 오전 11시 서양어대학 포르투갈어과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매주 모여 축구하고 합을 맞췄어요”...승리 요인은 바로 ‘그간의 노력’


 

 

경기 종료 후 선수와 관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주장 최현빈(네덜란드어 21) 선수는 “열심히 응원해주신 관중 여러분들 덕분에 힘을 내서 역전할 수 있었다”며 “금요일 포르투갈어과와의 16강 전 또한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감사 인사와 포부를 밝혔다. 전후반 40분 동안 모든 힘을 쏟은 선수들은 함께 뛴 동료들을 격려했고, 경기에 투입되지 못한 후보 선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블라퍼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간의 노력’이었다. 최현빈 선수는 승리의 주 요인이 ‘연습’이었다고 밝혔다. “상대적 약팀의 입장에서 강팀을 이기기 위한 방법은 우리들의 합을 맞추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매주 모여 같이 축구하며 합을 맞추려 노력했죠. 동일한 인원으로 지속적인 연습을 할 수 있어 체력도 전체적인 팀 합도 함께 향상됐던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8년부터 팀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변준규(네덜란드어 18) 선수 또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얻은 경기 감각이 승리의 주 원인이라 말했다. “경기 감각을 살리기 위해 매주 꾸준히 모여서 연습한 것이 주효했어요. 상대가 대형과라 시간이 갈수록 급해질 것이 분명했는데, 이를 잘 예측해서 우리 페이스를 유지하니 적어도 수비적인 부분에서 말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했기에 원팀으로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라퍼스는 그들도 모르는 사이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매주 함께 모여 축구하며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그것이 자연스레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블라퍼스는 여느 때와 같이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짐을 싸고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들의 유니폼과 신발은 진흙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3편에서 계속됩니다.)

 

 

박진우 기자(ggj053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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