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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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휴스쿠] “지역신문 기자로서 풀뿌리부터의 변화를 만들고 싶어요”, 남동진을 만나다

45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사진작가 브랜든 스탠튼의 사진집 ‘Humans of New York’로부터 시작된 인터뷰 무브먼트 ‘휴먼스(HUMANS)’는 전 세계적 반향을 이끌고 있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즉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인터뷰는 교수, 재학생, 졸업생을 넘어 성공회대학교와의 인연을 가진 모두와 만난다는 휴스쿠의 본질을 살린다. 인터뷰이는 남동진 고양신문 기자. 광운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수료했다. 대학원에서의 일화, 첫 취재 이야기, 지역신문의 특징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휴스쿠가 전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듣는 그 시작의 포문을 연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시 지역신문인 고양신문에서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남동진입니다.

 

성공회대 대학원에 오기 전, 학부에선 어떤 걸 전공하셨나요?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어요. 사실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할 생각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게임과 컴퓨터를 좋아하고 대학 지원할 당시 컴퓨터공학이 대세였어요. 그래서 대학교도 컴퓨터 관련 학과를 지원하려고 했죠. 최종적으로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합격했어요. 원했던 전공이 아니어서 다시 수능을 준비하거나 편입 등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당시 학생 운동하던 선배를 따라 활동도 하고 학생회에서 일하면서 학과에 애정이 생겼어요. 도저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 계속 다니게 됐죠. 그렇다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웃음) 그땐 흥미가 별로 없었어요. 교양 수업이나 사회학과, 사학과 수업을 찾았죠.

 

성공회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를 수료하셨어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하고 싶은 게 딱히 없었어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기자가 매력적으로 보이진 않았죠. 기자가 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을 ‘언론고시’라고 할 만큼 준비 기간도 길고 어렵잖아요. 선배들이 오래 준비하는 걸 보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던 중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이사로 있는 김연수 선배를 따라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죠. 학교 다닐 때 공부 모임을 만들어 책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함께 했거든요.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어 성공회대 대학원에 오게 됐어요. 준비 없이 입학한 것 치고는 주변의 도움 덕에 적응할 수 있었고, 석사까지 수료하게 됐네요. 

 

 

대학원 공부가 기자 생활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됐나요?
사회학을 공부한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대학원을 졸업하려면 논문을 써야 하고, 논문을 쓰려면 완결성 있는 글을 써야 하니까요. 어쨌든 기사 형식의 글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논문을 써본 경험이 큰 자산이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나요?
김진업 교수님의 ‘사회과학방법론’이요. 과학, 철학과 관련된 내용이라 어렵긴 했지만 이상하게 매력적이었죠. 메타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재밌는 수업이었고 수업 방식도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라 기억에 남아요.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요. 대학원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해 주세요. 
논문 준비를 위해 조희연 교수님을 찾아가 지도교수가 되어 달라 부탁했어요. 제가 졸업논문을 쓸 때는 안식년이셔서 대만에 계셨어요. 논문을 쓰려고 하니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가까스로 써서 보내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이대로 쓰면 될 것 같다며 엄청나게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살면서 그렇게 칭찬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교수님은 제가 논문을 쓸 수 있을까 걱정하셨대요. 학교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셨대요. 당시를 떠올리면 저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1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서론-본론-결론을 갖춰서 썼다는 게. 반드시 졸업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없었으면 못 썼겠죠. 살면서 가장 열심히 임했던 순간 중 하나에요. 

 

성공회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성공회대학교’라는 이름이 언론사 입사에 도움이 되나요?
제가 느끼기에 성공회대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학교였고 다른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사회학에 뛰어난 선생님들이 계셨고 학생들 활동도 활발했죠. 성공회대에서 시선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됐어요. 사실 언론사에 입사하는 데 학교 이름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자기 실력이 중요하죠. 기반이나 경험적 측면에서 본인만의 강점을 만들어야 해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웃스탠딩’이라는 언론사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스타트업 언론사 중 가장 성공사례로 꼽히는 곳이죠. 유료 구독을 우리나라 유일하게 성공한 곳이고 그걸 맨손으로 일군 친구가 광운대학교 학부 후배예요. 광운대 출신 최고의 인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는 특이한 친구였어요. ‘뉴스토마토’에서 일하면서 주식 뉴스나 리포트를 자기 블로그에 올리더라고요. 그땐 성실하다고만 생각했죠. 어느새 보니 언론사를 차린 거예요. 독자나 기자가 가지고 있는 기사 형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런 걸 다 깨고 독자 수요에 맞춰 이모티콘도 넣고 블로그처럼 기사를 쓰더라고요. 선풍적이었죠. 페이스북을 잘 이용했고 운도 따랐겠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갖춰져야 이룰 수 있는 거잖아요. 엄청난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여기서 학교 이름이 중요하지는 않았거든요.

 

 

 

고양신문에는 어떤 계기로 입사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사회과학부 석사과정을 지나 2011년에 바로 고양신문에 입사하게 됐어요. 당시 박사과정을 이어가자니 망설여져서 사회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는데 이종구 교수님이 고양신문에 연결해주셨어요. 이종구 교수님 연구소에서 일하며 인연이 생겼거든요.


이종구 교수님은 안식년이었던 2010년에 ‘고양무지개연대’라는 선거연합활동에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셨어요. 당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초로 범야권 단일화 성과를 이뤄 크게 주목받았던 단체였죠. 그러면서 신문사도 알게 되셨고 신문사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이야기에 저를 추천해주셨죠. 사수는 김진이 기자였어요. 편집장으로 계실 때 고양무지개연대에 참여하셨나봐요. 고양신문 첫인상은 ‘열악하다’였어요.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사무실은 열악하고 다들 피곤에 찌들어있는 게 이상하게 있어 보였어요. 그때만 해도 얼마나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벌써 10년이 넘어갔네요.

 

누구나 첫 순간은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신문사에 입사하고 처음 나간 취재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첫 취재는 토마토저축은행 주엽점 영업정지 사태였어요. 대책을 듣기 위해 은행 앞에 모인 예금주들 취재하러 고양시민이 가장 애용하는 11번 버스를 타고 주엽동으로 향했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닫힌 문 앞에서 걱정하는 수많은 예금주가 보였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어떤 분이 다가와 ‘제2금융은 5000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등의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그 사람이 아직까지 누군지 모르겠어요. 명함이 없어 선배 기자 명함을 줬는데 도망갔거든요. (웃음) 그 사건을 취재하며 피해자 모임도 나가고 하니 정보과 형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었어요. 그땐 정보과 형사가 소중한 동료라는 걸 모르고 학생 운동하던 기질로 매몰차게 대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죠.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어요.


사진도 열심히 찍어 좋은 사진을 하나 건졌어요. 초상권 문제 때문에 모자이크해야 해서 원래만큼의 느낌은 아니어도 상황이 잘 담겨서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대표님이 보시곤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하셨죠. 그 이후로 저는 대표님에게 사진 잘 찍는 사람이 됐어요.

 

지역신문에서 일하면서 생기는 특수한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지역에서 일하면서 특수한 관계들이 생겼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기사를 쓰고 싶어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알게 됐어요. 중앙언론은 인터뷰이나 관계자를 한 번 정도 만나지만 지역신문은 동네가 좁다 보니 만났던 사람과 또 만나고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가 모호해지기도 해요. 일장일단이 있죠. 그래도 지역의 또래들과 친분이 생겼고 참여 활동도 해요.

 

 

지역신문과 중앙언론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지역신문은 지역의 일을 조명하고 분석하거나 대안 제시도 하죠. 제가 지역신문 기자를 시작했던 것도 기자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지역사회와 지역운동에 더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런 관심사가 지역신문 기자로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대학 때는 동네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어요. 공동체라고 하면 대학, 대학원이라는 공간이었는데 고양신문에서 일하면서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느끼게 됐죠. 동네에 대한 애착심도 생기고요.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오래 살 수 있는 동네를 찾게 돼 기뻐요. 고양시에 와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는 또 다른 경로로 얻은 네트워크죠. 

 

현재 따로 맡는 분야 없이 다방면으로 취재하고 계시잖아요. 그중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부서로 따지면 사회부일 것 같아요. 중앙언론사는 사회부라고 하면 경찰서에 출입하고, 사건 사고를 다루지만 사회라는 건 정치나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폭넓은 부분이죠. 굳이 따지면 강연이나 문화행사 외에 이슈나 사회 이런 분야에 더 관심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는 행사 외에도 취재해야 할 더 중요한 사안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슈 문제와 연결되는 지역행사는 취재할 수 있겠죠.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의 안수찬 교수님이 쓴 ‘[사실과 의견] 칼럼 쓰지 맙시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사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보태고 싶다면 기자수첩이나 칼럼이 아닌 해설·분석 기사로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생각을 보태게 되는 기사보다는 다뤄야 할 문제와 사안을 더 발굴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사를 쓰는 거죠.

 

기자 생활을 하며 생긴 직업병 같은 게 있을까요?
음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주간지다 보니 주 단위로 타임스케줄이 맞춰지는 게 있죠. 월요일엔 발제해야 하고 목요일부터는 다음날 원고 마감을 걱정하고 금요일엔 신문 마감이 있으니 약속을 잡지 못하고. 이런 것들이요. 또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가끔 피곤할 때가 있어 연락을 잘 안 받는 경우가 있어요.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도 있고요. 청주에 사는 대학 친구와는 일 년에 한 번 통화해요. 그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이야기 나누는 게 가끔 신기해요. (웃음)

 

취재할 때 꼭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노트북, 휴대폰, 메모장 정도인 것 같아요. 기자수첩은 잘 안 들고 다녀요. 급하면 휴대폰으로 메모하거든요. 네이버 클로바노트는 녹취할 때 애용해요.

 

 

일과 일상생활의 분리가 잘 되는 편인지 궁금해요. 쉴 때는 주로 뭘 하시나요?
처음에는 일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했어요. 일 끝나고 나서도 신경이 곤두서 있고 주말에도 작업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유동적인 일정과 시간 관리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게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껴요.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기자 본인이 일정을 직접 관리하고 움직이다 보니 업무시간과 활동이 자유롭죠. 쉴 때는 주로 온라인 게임을 해요, ‘검은사막’ 게임을 하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보죠. 아 야구도 좋아해요. 재밌는 건 야구는 한화를 응원하고 LCK에서는 KT를 응원해요. 

 

사회에서 각자 맡는 역할이 있잖아요. 기자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요. 고양신문 기자로서 고양시가 더 좋은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고양시에 애정이 많아요. 어릴 때 살았던 경북 문경보다 여기서 머무른 시간이 더 길거든요.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풀뿌리에서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도루묵이니까요. 지역신문 기자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절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역할이 있다면 충실히 하거든요.

 

 

 

글=황혜영 기자(hyeng925@gmail.com)

취재=황혜영, 권동원 기자

사진=황혜영, 권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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