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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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군, 인권열외> 저자,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을 만나다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 군인
가기 전에는 모르고 전역 후에는 잊고 싶은 사각지대
군의 땜질 식 대책 세우기
군 인권,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국민의 책임

지난해 11월 말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생인 김 이병(21)이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GP 초소서 사망했다. 이달 12일에는 태백시의 한 군부대 연병장서 내한 훈련(혹한기에 앞서 추운 날씨에 적응하는 훈련) 중 이등병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나라를 지키고자 입대한 이들이 정작 자신들은 지켜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경우는 수두룩하다. 故 윤승주 일병, 변희수 하사, 이예람 중사 등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사망한 군 장병 수는 1,050명이다. 2014년 이후 사망사고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감소하는 듯 보였으나 2021년에 102건을 기록하며 크게 증가했다. 

 

 

군에서는 왜 지속적인 사망사고가 일어날까. 군은 왜 나라를 지키고자 부른 이들을 지켜내지 못할까. <군, 인권열외>의 저자인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을 만났다.

 


 <군, 인권열외>


 

Q. 어떤 계기로 <군, 인권열외>를 집필하셨나요?

 

A. 2016년부터 군인권센터에서 군 인권 관련 활동을 해왔지만 '군 인권'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고 생각했어요. 군인과 인권이 잘 매치되지 않죠. 우리에게 군대는 멀게 느껴져요. 물리적으로 그렇고 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어요. 군은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어렵고 사건 사고가 나면 가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죠. 사실 군인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주변을 보면 군인이거나 군인이었거나 군인이 될 사람이잖아요. 군대는 멀지만 군인은 가까운 존재죠. 그러니까 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낯설지라도 군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까운 사람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멀게만 느껴지는 군대와 군 인권을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서 공감을 불어일으키고자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Q. 군인과 인권은 잘 매치가 되지 않는데, 군 인권 인식 제고를 위한 국가나 개인적 차원의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A. 국가 입장에서 군인은 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내부에서 매일같이 때리고 욕하고 성폭력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유사시에 군인으로서 제대로 역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고 고통의 구렁텅이 안에 집어넣었는데,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의 목숨을 건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존중받는 사람이 다른 생명도 존중하고 지킬 생각을 하는 거지,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열심히 싸우겠습니까. 당연히 도망가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 군대를 지켜야 할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죠. 군대가 온전하게 기능하려면 국민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고, 저절로 둔다고 제 역할을 하는 곳은 없어요.

 

Q. 책을 쓰시면서 독자층을 미리 생각해두셨나요?

 

A. 다양한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군대에 가야 할 사람, 군대를 다녀 온 사람, 군에 자식을 보내는 것을 앞두고 있는 사람, 또 사랑하는 이를 군대에 보내야 하는 사람일 수도 있죠.

 

 

Q. 부제가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 군인'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A. 군인 하면 강인한 사람이 아주 춥거나 더운 곳에서 총을 옆으로 차고 나라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요. 반면에 군인이 두들겨 맞고 있거나 울고 있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가죠. 이러한 군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유는 우리가 군인에게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에요. 즉, 군인은 나라와 국민들을 지키는 사람인 거죠. 사실 누군가를 목숨 걸고 지키는 일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희생이잖아요.

 

왕조 시대에는 왕이 군인에게 밥도 주고 잠도 재워줘요. 군인은 왕을 지키죠. 그래서 봉급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1882년 임오군란 때에는 군인들이 모두 왕궁으로 몰려가요. 우리의 주인이 왕이니까 왕궁으로 가는 거죠. 자신을 배고픔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분노가 왕에게 향했죠.

 

그럼 민주공화국에서 군인을 지켜야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국민이죠. 자신을 지켜주는 일을 국가에 맡겨놨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킬 의무도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있다는 거예요. 지키는 사람과 지켜지는 사람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군대여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오랜 세월 동안 그렇지 못했어요. 군인들은 우리를 지켜주고 있지만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서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못한 사람'이라는 부제로 군인을 정의했어요.

 

Q. 책에 "군대 가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군대를 간다"라는 표현을 적으셨는데, 어떤 의미를 담으신 건가요?

 

A. 흔히 '군대를 가야 사람이 된다'고 하잖아요. 반대로 '사람이 군대를 간다'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서 여러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군대라는 공간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고, 군대에 가서 되는 사람이라는 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이기도 해요. 즉,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침해와 차별을 내재화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사람을 요구하는 거죠.

 

예를 들어, 내 말을 잘 안 듣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앉혀 놓고 설득해요. 달래고 밥도 사줘요. 돈이랑 시간, 에너지까지 들고도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 뺨을 한 대 때려요. 또 때려요. 발로 차고, 말을 안 들을 때마다 묶어놓고 막 때려요. 그러면 안 맞으려고 말을 듣긴 하겠죠. 이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10분이면 할 수 있어요. 심적인 에너지도 별로 쓰지 않고 상대방도 아주 말을 잘 들어요.

 

효율적이지만 바른 방법이 아니에요. 문명사회에서 '서로 때리면 안 된다'라는 것이 합의된 규칙이고, 노예 제도를 운용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런데 군대는 여기가 군대라는 이유만으로 그 방법을 효율적이라고 가르쳐온 거죠.

 

사회에 나가서 그 효율을 경험해 본 사람은 본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때리는 것을 선택지에 올려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 나이 많은 어른들이 "진짜 한대 때릴 수도 없고" 이런 말을 하잖아요. 이게 선택지에 있다는 거죠. 그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어딘가 생각해 보면, 군대처럼 폭력이 용인되는 공간들이에요. 그런 것들을 배우고 나오면 아주 효율적이고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이 된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죠. 그런 사람은 사회에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군 인권을 이야기하는 게 단순히 군대라는 공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군대를 경험하고 나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 전체를 이야기하는 개념이 될 수밖에 없어요.

 


군과 사회


Q. 우리 사회에서 군 인권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A. 특정 누군가가 특별한 인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삶의 주인으로서, 삶의 주체로 살아가죠.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군인의 인권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져요.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고 전 국민의 절반이 군대에 가야 하거나 갔다 온 사람들이에요. 짧게는 1년 반에서 길게는 2년 정도의 시간을 군대라는 공간에서 보내고 나오는데, 이 공간이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곳이면 그것들을 다 체험하고 나오는 거예요. 전역 후에 군에서 겪은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이중적이죠. 군에서 침해와 차별을 받은 피해자이지만 어느 순간에는 침해와 차별의 주체가 돼있을 수도 있어요. 이러한 위험성을 복합적이고 양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이 군대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바꾸고 군인의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절반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Q.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군 인권 보호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군인은 그 정도 참아야지", "군인이니까"라는 말이 군인의 특수성, 군대의 특수성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특수성이 용인되는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생각해 보면 광복 이후 단기간 내 겪은 한국전쟁과 나라가 못 살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됐는데 나라는 지켜야 해요. 이런 상황에 사람을 데려다 쓰니까 싼값으로 소모품처럼 써요. 그런데 사람을 이렇게 싸게 데려다 쓰려면 명분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군인이라면 이 정도 참아야 돼" 같이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고 살아가는 것을 세뇌시켜요. "너는 싼값에 와도 되고 너는 좀 맞아도 돼. 그래야 말을 들으니까"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군이라는 공간을 인권침해나 차별이 용인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군대는 폐쇄적이에요. 물론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나가지만, 들어가면 폐쇄적인 사회이고 나가면 나와 관계없는 공간이죠.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죠. 우스갯소리로 남자들이 제일 많이 꾸는 꿈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싫으면 꿈을 꾸겠어요. 그래서 군이 섬 같은 공간이 돼버려요. 전역하고 나면 잊어버리고 가기 전에는 사각지대로 남아버리죠.

 

Q. 군 내⋅외에서 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나 시설이 언제부터 갖춰졌나요?

 

A.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부터 인권이라는 개념이 사회 운동의 형태로 나타났어요. 그리고 김대중 정부 때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인권이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돼요. 이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사회 다양한 부분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군인의 인권 문제가 대두된 건 노무현 정부 때가 처음이 아닐 거예요. 이전에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참여정부 때부터 제도권에서 토의하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토의가 시작되는 변곡점이 항상 누가 죽었을 때예요. 군 인권이 폭발적으로 이야기되기 시작된 것이 2014년도 윤 일병 사망 사건이에요.

 

 

'군대에서 사람이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생겨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어요. "상명하복 좋고 효율적인 것도 좋지만, 사람이 죽는 건 좀 그렇지 않아?"라는 인식이 있었죠. 아주 기초적인 생각인데, 인권 개념에 있어서는 2014년에 와서야 제도화됐어요.

 

Q. 군이 병사를 사람이 아니라 무기나 도구 정도로 여긴다는 생각도 있어요. 군대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A. 보통 사람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군대는 사람의 생명이나 삶보다 더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사건 처리 방식도 이에 맞춰 돌아가요. 진실을 규명하고 원인을 찾아내기보다는 어떻게 잘 덮고 이 파도를 지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죠. 단기적으로는 죽음이나 피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이 여러 사람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되니까요. 그런데 어떤 것이 더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지금 잘못한 사람 5명의 책임을 밝혀서 처벌하고 진상 규명해서 대책을 세우면, 이후에는 한 명의 피해자도 없을 것이고 처벌받는 5명도 없을 거예요. 처벌받는 5명을 보면 누군가는 '아 저런 일은 하면 안 되구나'하고 생각하겠죠.

 

'5명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고 대충 처리하면 대책도 땜질 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내가 중대장이라면 매일 안전 점검하고 병사들 잘 지내는지 확인하는 것들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굳이 안 해도 재수 없으면 사고 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재수 없어서 사고가 나도 군에서 조직을 위해 나를 보호해 줄 텐데 그냥 적당히 지나가겠지 정도예요. 이에 맞춰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조직 구성원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거예요. 군이 바뀌지 않는 고질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봐요.

 

Q. "요즘 군대 좋아졌지"라는 말처럼 스마트폰 사용이나 시설의 개선 등 군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데, 군 인권이 정말 보호받고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A. "요즘 군대 좋아졌지"라는 말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오는 말이고 완전히 상대적이에요. 책에 인권도 작전처럼이라는 파트가 있어요. 우리 군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군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우리 군대는 많이 좋아졌다"거나 "요즘 군대는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탈바꿈됐다"라고 하죠. 이건 인권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오독한 거예요. 인권은 작전이 아니거든요.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거죠. 세상이 계속 바뀌듯이 인권의 모양도 계속 바뀌어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체크해야죠. 인권이 달성 가능한 목표라면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상시 조직이 왜 마련되어 있을까요. 군은 구타⋅가혹 행위 사건이 10건이었다가 3건으로 줄어들면 "우리는 인권 친화적인 군대로 드디어 탈바꿈 됐습니다"라고 말해요. 몇 년 뒤에 보면 그런 말을 비웃듯이 지표가 확 늘어나 있어요. 그만큼 군이 인권을 목표로 보고 달성했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쓴다는 거예요.

 

Q. 책 말미에 포퓰리스트의 징병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정치와 군대의 상관관계가 군 인권에 크게 작용하나요?

 

A. 병역의 형평성이나 군 사망사건이 나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요. 그럼 여기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사람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정치인이 그렇죠. 우리 군과 병역제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논의를 하면 좋을 텐데, 그저 어떻게 하면 나의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죠. 와서 밥을 먹었으면 밥도 지어놓고 가야 하는데 먹기만 하고 튄다는 거예요.

 

BTS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해요. 멤버 중 진이 얼마 전에 군대를 갔죠. 그전까지 약 2년 동안 BTS의 병역 문제 논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진이 군대에 가니까 모든 논의가 사라졌죠. 이 이슈는 정치인에게 끝난 이슈거든요. 폭을 넓히면 아이돌 혹은 문화예술인의 병역 문제, 우리 청년 세대의 병역 문제, 병역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될 수 있어요. 국회에서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BTS 몇 사람의 병역 면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우스운 일이죠. 그래서 BTS가 입대를 앞두고 있었을 때, 전성기여서 몇 년 더 활동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어떤 국회의원 한 명이 입법을 해요. 탁월한 문화⋅예술적인 성과를 낸 사람들은 만 30세까지 병역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 성과의 근거는 문화훈장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 20대 중에 문화훈장을 수훈한 남성은 BTS밖에 없어요. 맞춤형 입법인 거죠.

 

 

거꾸로 생각해 보면 군대를 가야 하는 모든 남성이 만 30세까지 가고 싶은 시기에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꼭 "모두가 병역을 면탈하려고 30살까지 군대 안 갈 거 아니냐"라고 해요. 누가 그럴까요. BTS는 병역을 면탈하려고 30살까지 군대를 안 간 건가요? 대부분이 20대 초반에 빨리 군대 갔다 와서 취직을 하지, 직장에 다니다가 군대를 가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BTS가 늦출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늦출 수 있게 제도를 포괄적이고 일반적으로 설계해야죠.


군인권센터


 

Q. 사무국장님은 어떤 연유로 군인권센터에서 근무하시게 되셨나요?

 

A. 제가 군 복무하던 곳은 간부들의 폭언이나 위협적인 행동이 일상적이었어요. 동료들이 많이 겪었고요. 그런데 그 간부들이 병사들이랑 처음부터 원수지간이거나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같이 앉아서 밥을 먹을 때는 화기애애하고 너무 좋아요. 맛있는 것도 챙겨주는데 일하는 시간만 되면 그러는 거예요.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소리도 지르고, 욕도 좀 하고, 물건도 좀 집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게 일상화되기 시작하면 수위가 계속 올라가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칼을 집어던지는 등의 상황을 보면서 제가 전역을 앞두고 있을 때쯤 후임들이 신고하고 싶다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신고를 도와주고 고소장이랑 탄원서도 썼어요. 군은 저희를 회유하고 협박하며 불이익을 주거나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어요. 결국 간부들을 다른 곳으로 보냈죠. 그런데 간부들이 저희를 조직을 망가뜨린 별난 애들로 치부하더라고요. 후임이 "괜히 이런 짓을 했다. 참고 살 때가 좋았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군에서 사회에 나가면 부당하고 부조리한 것은 참고 그냥 눈 감고 사는 것이 현명하고 장기적으로 더 편하다는 것을 깨닫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사회가 너무 암담하잖아요.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군대를 바꾸는 일이 사회를 바꾸는 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전역 열흘 후부터 군인권센터에서 상근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Q. 군인권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군대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건들을 상담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상담은 연간 1,500에서 2,000건 사이 정도로, 언론에 나는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요. 저희가 국방부나 군이랑 소통해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훨씬 많아요. 사실 군도 외부에서 문제 지적하는 것을 군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군대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서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보자는 거고 군도 좋은 거죠. 때때로 사건 처리 이상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돼요. 그래서 입법 관련이나 정책 개선 활동도 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사업도 진행해요.

 

Q. 과거와 비교해서 군인이나 가족분들의 도움 요청이 많아졌나요?

 

A. 제가 근무를 시작한 2016년에 상담 수가 6-700건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죠. 과거보다 인권 침해가 많이 발생해서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에요. 객관적으로 10년 전 군대보다 지금의 군대가 더 인권친화적이겠죠. 구타나 가혹 행위는 현저히 줄어들었어요. 그럼에도 사건 수가 늘어난 것은 과거에는 참고 지나갔던 일들을 이제는 군인이라는 이유로 참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러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군인의 직업을 선택해서 군에서 복무하는데 "왜 내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해? 왜 내가 이런 부당한 일을 참아야 해? 이건 나라를 지키는 일이랑 상관이 없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A. 제가 책을 쓴 가장 큰 목적은 군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 군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에요. 책을 읽은 뒤 "어떻게 바꿀 건데?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해요. 제일 중요한 점은 군인 당사자의 권리 의식 성장이에요. 지금은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이에 호응해서 내부의 권리 의식도 올라가는 건데, 군인 당사자들이 권리의 주체로 나설 토대나 플랫폼이 부족해요.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가 직업 군인 간부들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당직 근무를 하면 받는 1만 5천 원을 올리기로 공약을 했었어요. 그런데 올해 예산안에서 기획재정부 반대로 다 무산됐어요. 군인은 특수직 공무원이어서 안된다는 거예요. 일반 공무원이었으면 노조에서 난리가 났을 거예요. 더불어서 간부 지원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군대가 직장으로서 매력이 없다는 거죠. 군대를 유지하고, 잘 싸우는 군대를 만들고, 우리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군인의 처우나 인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이에요. 지켜야 하는 사람을 잘 지켜주는 것도 우리 스스로 잘 지킴을 받기 위한 과정이에요.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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