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3 (토)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역량'

지난해 9월, 52개 대학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탈락'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탈락한 수도권 4년제 대학들의 이름이 수식어처럼 제목에 언급되었다. 기사에서는 성공회대학교가 성신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와 더불어 탈락의 여파가 큰 대학이라며 언급되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패자부활전'을 치른다는 제목에 (2021년 12월 29일 한국일보 보도) 성공회대가 언급되었다. 교육부가 탈락한 대학에게 재평가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부터였다. 함께 언급된 단어는 탈락, 구제, 구조조정이었다. 올해 6월에는 지난해 말 교육부가 예고한 패자부활전의 결과가 보도되었다. 성공회대는 지난해와 달리 언급되지 못했다. 교육부가 성공회대는 구제 대상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다루는 기사들에 생존 게임을 다루는 데에 쓰일 법한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이 기사에 언급된 대로라면,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면 합격이며, 이렇게 합격한 이들은 패자부활전을 치르지 않는 승자다. 대학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들이다. 그러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다루는 기사들은 일제히 탈락과 구제라는 말을 쏟아내고, 이는 자연스레 대학 구성원들의 입말로 굳어진다. 탈락한 대학은 역량에서 낙제점을 받은 채 다음 평가를 기다려야 하고, 새로 선정된 대학은 역량을 인정받아 구제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역량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2019년 8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박백범 당시 교육부 차관.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는 ‘일반재정지원대학’,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 ‘학자금 대출 50% 제한 및 국가장학금 일부 제한, 정부재정지원 불가’, ‘학자금 대출 및 국가장학금 전면 제한, 정부재정지원 불가’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대학의 자율적 역량 개선이라는 평가의 큰 틀과 목표는 바뀌지 않으나, 3년 단위로 평가 내용과 선정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1주기 평가의 명칭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로 2015년에 이루어졌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 목적이었으며, A등급부터 E등급까지 구간을 나누어 평가를 진행했다. 성공회대학교는 C등급을 받아 상위그룹에 속했다. 2018년에 이루어진 2주기 평가에서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면 정원감축권고에서 제외되고, 그러지 않은 대학에는 감축권고실시가 이루어지는 것이 골자였다. 1주기 평가에서는 B등급부터 E등급 대학까지 총 2만 4000명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2주기 평가에서는 하위 40% 내외 대학의 정원을 2021년까지 1만 명 줄이도록 권고해 일부 대학이 많은 인원을 줄이도록 방향이 바뀌었다. 성공회대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어 정원 감축을 진행하지 않았다. 2021년에 이루어진 3주기 평가는 대학이 참여 여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되, 평가 이전에 재정지원대학을 먼저 선정해 부실 대학이 평가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했다.

 

지난해 9월 언론이 전한 성공회대가 탈락했다는 소식은 성공회대가 3주기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대학과 그러지 못한 대학의 차이는 대학혁신 지원사업 참여 가능 여부다.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참여할 수 없다. 재정 지원의 경우,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이미 같은 해 3월에 3주기 평가를 앞두고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대학을 먼저 발표했기 때문이다. 부실 대학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나쁜 결과를 받을 것을 우려해 평가를 거부하면 부실 대학을 솎아낼 수 없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앞두고 진행되었다.

 

이렇게 평가에 임한 대학들 중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에 대한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타 재정지원사업 신청,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등에 있어 제한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보도자료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4년제 종합 대학 기준 연간 평균 40억에서 5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교육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은 평가 이전에 결정된 재정 지원을 막지는 않되, 다음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될 때까지는 대학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으며, 타 대학처럼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교육부는 지난해 8월 가결과를 발표한 뒤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4일간 이의신청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김재영 성공회대 교무처 팀장은 “교육부가 제출할 수 있는 이의신청서 분량을 A4 용지 한 장만큼으로 제한했다”며 실효성 있는 이의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얘기한다.

 

대학혁신 지원사업 참여 제한은 오히려 교육부가 평가의 목표로 내세운 대학별 자율에 따른 역량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성공회대는 2018년 2주기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어 대학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사업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되었다. 2021년 8월 성공회대가 발 표한 대학혁신사업 프로그램의 주요 성과로는 학습지원 프로그램 강화, 에코스마트 캠퍼스 구축, 진로 및 취•창업 설계 강화 등이 있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캠퍼스 시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이 대학혁신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진행되었다. 그러나 일반재정지원대학 미선정으로 일부 사업은 지속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성공회대는 재정 부문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평가로 결과를 산출하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재정이 타 대학에 비해 빈약하다는 이유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감점과 그에 따른 불이익은 평가가 아닌 선제적 대응에 가깝다. 오히려 기타 지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평가 기준 중 하나는 취•창업 지원이다. 대학혁신 지원사업을 통해 성공회대가 이루었던 취•창업 설계 강화 및 이에 따른 프로그램 진행은 취•창업 부문의 점수를 높일 수 있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을 중단하며 향후 해당 지표의 점수를 확보할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미선정 대학의 자율적 역량 개선을 목표로 하지만, 개별 대학의 어려움을 개선할 기반을 마련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은 개별 대학에게 평가로 인한 결과나 대응이 아닌 연쇄적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미선정의 결정적 요인인 어떤 이유로 감점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에는 개별 항목에 따른 점수만이 전달된다. 지난해 9월 미선정 결과 발표 이후, 성공회대는 입장문을 통해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여러 정량 지표에서 만점 또는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예기치 못하게 미선정된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객관적 지표가 있는 정량지표 부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주관적 요소가 강한 정성지표에서 점수가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점수와 알 수 없는 평가 근거를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가 학생충원율이다. 성공회대는 학생 충원 부문에서 정량지표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재정이 타 대학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 편입생 충원은 넉넉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회대알리와 인터뷰 하는 김기석 전 성공회대 총장. 회대알리 최민서

 

김기석 전 성공회대 총장은 4월 회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부문에서의 감점으로 인해 편입생 충원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점이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편입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결정하는 편입생 여석 산정 요율에 반영된다고 김 전 총장이 밝힌 바 있다. 성공회대가 받을 수 있는 편입생 비율은 15%로, 100명이 결원되면 15명만 편입생으로 받을 수 있다. 재정 측면에서는 등록금 수익 확보가 어려워진다.

 

성공회대의 경우 등록금 수익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재정 확보에 큰 타격을 입게 되며, 향후 재학생 유지충원율에서 감점 요소로 작용한다. 김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재산이 많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대학이라 처벌을 더 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 다. 위헌적 소지가 많다”고 언급했다.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향후 정성평가에서 결과가 뒤집혀 연쇄적인 불이익을 받아 다시 정량평가 부문 점수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2021년 3주기 평가에서 성공회대가 받은 점수는 86점대였다. 김 전 총장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시행 첫해인 2018년에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었고, 정량 지표 관리도 꾸준히 해왔으나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해 유감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성공회대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2020년에 이뤄진 평가에서는 82점대로 올해보다 4점이 낮았지만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이전보다 점수가 올랐지만 선정되지 못한 상황은 교육부가 2018년 2주기 평가부터 도입한 권역별 배정 방식에서 기인한다.

 

 

회대알리 강성진

 

권역별 배정 방식은 상대평가와 지역별 평가가 합쳐진 방식이다.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할 대학 중 90%는 지역별로 묶어 등수를 매기고, 나머지 10%를 전국 단위로 등수에 따라 나열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흔히 ‘권역별 상대평가’라 칭한다. 지역별 상위 90% 대학을 상대평가 방식으로 순위를 나열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체 대학 중 90%인 일반대학 122곳, 전문대학 87곳을 권역별 배분을 통해 선정했다. 그리고 10%는 일반대학 14곳, 전문대학 교육부는 권역별 배정 방식을 시행하는 이유로 지역별 상생 발전과 비수도권 대학 육성을 꼽는다.

 

도입 첫해인 2018년에는 권역별 선정 비율과 전국 선정 비율을 5:1로 결정했다. 2021년에는 권역별 선정 비율과 전국 선정 비율이 9:1로 확대되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동반성장, 균형 발전 취지를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대학의 역량이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기 부족함이 없더라도, 같은 지역 내 타 대학에 비해 점수가 낮으면 선정되지 못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양측 대학의 역량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평가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성공회대 측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훌륭히 수행했음을 인정받아 ‘우수 등급’을 받고 불과 한 달 전 사학혁신지원대학에 선정된 상태라 이번 가결과를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평가 위원이 학교당 한 명이 배정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한 대학을 평가할 때 다수의 평가자가 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대학 평가 때 쓰일 평가 모델을 만든 이들이 만든 컨설팅 회사에 외주를 주거나, 이들을 영입해 평가에 대응하도록 한 대학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전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반대학 48곳과 전문대학 99곳들 중 16곳이 평가에 대비해 외부기관의 컨설팅을 받았으며, 절반 이상은 5000만 원 이상 3억 원 이하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밝혔다. 대학의 교육 역량과 구조조정 필요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의 본질이 통과될 수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이에 교육부에 전직 평가 관계자들의 개별 대학 진출이 평가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견해에 대해 물었으나, 관계자들은 모두 “개별 대학의 평가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5월에는 3주기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추가 선정을 위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재평가를 통해 상위 25%에 해당하는 일반대학 6곳, 전문대학 7곳을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표별로 점수를 매기는 기존 평가와 달리 각 대학의 교육혁신계획이 평가대상이었으며, 마찬가지로 권역별 배정 방식을 통해 일반대학은 수도권에서 두 곳, 전국 단위로는 한 곳을 추가 선정하기로 했다. 수도권에서는 성신여자대학교, 인하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가 선정되었다. 

 

재선정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던 홍은지 IT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재선정을 위해 구성된 위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교육혁신계획서를 작성했지만, 짧은 기간 안에 혁신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 한계와 재정이 취약한 우리 대학에서 제시 가능한 예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자체적인 교육 목표와 계획에 따라 학문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본연의 사명보다, 평가를 받기 위한 행정체계를 만들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한다. 이미 주기적인 대학기관인증평가를 통해 대학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모든 항목들을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는 중복적 요소가 강하며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한다”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평가

 또 다른 시사점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진단이 아닌 구조조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학 평가가 최초로 기획된 국민의 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이 기조는, 현재까지 부실 대학을 솎아내며 대학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집권한 국민의 정부는 분야별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고, 교육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1999년에는 교육 발전 5개년계획 시안이 발표되었다. 효율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을 우선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율적인 개선과 규모•재정 차원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대학별 경쟁력 확보라는 경제적 논리가 강조되었다. 교육이 아닌 경제를 관할하는 부처 차원에서 기획되었으며, 교육적 가치가 아닌 효율과 경쟁 논리가 강조되었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교육부 총리로 김진표 현 민주당 국회의원을 임명한 바 있는데, 김 의원은 교육부 총리 임명 전인 경제부총리 시절 "개방을 통해 교육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교육 분야도 경쟁을 통해 수월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교육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발언한 바 있다. 경제 논리인 경쟁을 교육에 끌어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요지의 발언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학은 산업"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11년에는 대학 43곳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이 중 15곳은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되었다.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학생들의 여건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하위 15% 대학이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었으며, 전체 대학 337곳 중 43곳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었고 13개교는 학자금 대출 제한이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8곳은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시기에는 최초로 교육부 차원에서 대학 평가를 진행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대학 평가를 통해 대학의 자율개선을 유도하던 정책이었으나, 학생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측면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재학생 충원율을 30%나 반영한다는 점은 비수도권의 중소 대학에게 더욱 불리했다.

 

법적 근거를 둔 견해 차이

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둔 견해 차이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시행하며 내세운 법적 근거는 고등교육법 제5조인 포괄적 지도, 감독권과 제7조 대학에 대한 교육재정 지원 기능 조항이다. 제5조에는 ‘학교가 교육부 장관의 지도 감독을 받는다’ 규정되어 있으며, 제7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재난 등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의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財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대학들은 지도 감독 차원에서 기본역량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결과를 통해 재원 보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는 평가에 관한 내용도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대학의 교육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의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고등교육법 제11조의2에 따르는 다섯 가지 항목은 연구, 운영 등 사항을 스스로 점검하고 평가하여 공시할 것, 학교가 신청할 경우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기관에서 운영 및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한 내용을 공개하고, 연구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기관에서 학술에 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학교의 역량에 관한 평가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부는 연구 객관성과 학문 추구에 대한 평가를 관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법률안을 제정해 교육부에 평가 근거를 부여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대학구조개혁법안(대학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안홍준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김희정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입법해 교육부의 대학 평가와 구조개혁의 권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했었다. 허나 이는 시민사회와 교수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3주기 평가를 한 해 앞둔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분석과 개선과제’ 중 네 번째 항목인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 등과 관련된 법률 검토’에는 학교장에게 법령이나 이에 의거한 명령, 학칙을 위반할 경우 시정과 변경을 명할 수 있으며, 사립대학의 비위행위나 부정, 비위가 있는 상황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임원 승인을 취소하거나 감사증명서 등을 요구해 대학의 구조개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외의 구조개선과 관련하여 필요한 행정명령을 적시에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으며, 현행법상 행정적 수단들은 일상적이고 부분적이라고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구조조정과 평가의 대안

2022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한 장상윤 교육부차관. 교육부

 

2022년 6월 23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는 한 차례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대학 총장들에게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없애야 할 것을 묻는 설문이었다. 대학 133곳의 총장 중 40% 이상이 교육부의 대학 평가라 답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세미나 이후 이에 화답하듯 대학 평가를 개편하고, 먼저 재정지원을 한 뒤 성과관리를 하겠다고 답했다.

 

5월에는 장 차관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들은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는 부제를 덧붙였다. 재정지원 여부는 정부가 기존처럼 평가를 통해 판단하되, 정원을 줄이거나 구조개혁을 하는 등의 개편은 대학의 자율적 의지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자율적 발전이라 칭하는 것이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에 머물고 있다. 고등교육의 질적 발전이나 개혁이 아닌 대학의 인원 충당 혹은 미충족에 따른 정원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언급한 6월의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는 이 논의가 보다 심화되어 장 차관이 국가장학금 II유형에 대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 형성되어 있다” 발언했다. 국가장학금 II유형은 평균 등록금을 인하 혹은 동결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기존에는 한계대학을 비롯한 낮은 등급을 받지 않은 이상 국가는 국가장학금 II유형을 대학에 지원해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막아왔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통해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는 것은 등록금 인상 억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측면도 있다. 자율적 개선을 보인 대학 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의 평가 취지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문제는 대학별 역량 개선의 핵심인 예산 문제다.

 

이는 국가가 고등교육에 지출하는 금액이 다른 국가나 교육과정에 대비했을 때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2018년 기준 1만 1290달러였다. 같은 해 OECD 평균 금액은 1만 7065달러이다. 이는 전체 대학에 국가가 직접 투자한 금액을 학생 수로 나눈 것으로, 한국은 OECD 평균 대비 약 66%에 불과한 금액을 학생 한 명에게 지출한 것으로 산출되었다. 같은 해 한국의 1인당 초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2535달러로 OECD 평균인 9550달러보다 2985달러 높았으며, 1인당 중등교육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 4978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1192달러보다 3786달러 높았다. 모두 고등교육에 투자된 비용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자체적인 교육 계획과 목표를 실천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재정적 토대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국가가 대학의 역량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부실 대학을 퇴출하고, 일정 수준 이상 역량이 검증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등수 이하의 대학에 재정 지원을 멈추는 등 불이익을 주며 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가의 고등교육 지출이 현재 상황에 머무른 채, 국가장학금 II유형이 폐지된다면 대학의 위기는 학생들이 낼 등록금이 인상되며 해결된다. 부담은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또한 역량이 검증된 대학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본질에 어긋난다.

 

1996년, 김영삼 정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공포하며 대학 설립 규제를 완화했다. 교사, 교원,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만 있으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이 늘어나면 서로 경쟁을 할 거라는 믿음은 부실 대학의 등장과 출생율 감소에 따른 '대학 난립'으로 이어졌다. 교육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 지원 후 평가’ 방식은 순서만 바뀌었지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부실•한계대학을 솎아내겠다는 기조를 잇는 건 의미가 있으나, 결국 현재의 평가와 관점을 같이 한다면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은 교육을 교육으로써 바라보지 못하고, 대학을 경제활동과 이에 참여할 인구와 역량을 길러내는 곳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갖는 한계는 학문과 교육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놓치고, 수치화 될 수 있는 기준과 내용에 매몰되었다는 점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자체는 이러한 상황 속 국내 대학의 교육 역량을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비수도권 대학이나 전문대학에게는 자신들의 역량을 높은 등급으로 증명해낼 기회였으며, 교육 시장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는 한국 교육계에서 대학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한 투자 강화나 시각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아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이렇게 평가를 위한 평가로, 교육에 대한 왜곡된 시각만을 반영한 채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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