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2 (금)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디에타민 열풍’...청소년 위협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마약류 식욕억제제 불법 판매·구매 단속

올해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은 5천988명으로 지난해(5천108명)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경찰청이 8월부터 3개월간 전국 단위 ‘마약류 유통 및 투약사범 집중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마약류 식욕억제제에 대한 모니터링과 검거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디에타민)를 불법 판매·구매 사범 59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10대가 47명으로 대다수였고, 구매자 중 50명은 여성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지난해 11월 ‘마약류 식욕억제제 온라인 판매 집중단속’을 통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누리집 147개를 적발하여 누리집의 접속을 차단했으며, 이중 반복해서 위반한 판매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10대 청소년 ‘프아’ 열풍과 디에타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말라(매우 마른 체형)’,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체형)’ 등의 용어와 함께 마른 몸을 동경하는 ‘프로아나 신드롬(pro-ana syndrome)’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프로아나’는 pro(프로)와 anorexia(거식증)의 합성어다. 청소년들은 SNS에서 ‘프아계’를 만들어 다이어트 강박 용어와 마른 체형의 사진을 함께 게시하여 공유한다. 이들은 SNS를 통해 식욕억제제를 구하기도 하는데, 디에타민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식욕억제제다. 하지만 디에타민은 향정신성 약으로,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만 16세 미만은 처방받을 수 없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도 보호자와 동반해야 처방받을 수 있다. 이런 규제로 디에타민을 구매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SNS에서 불법 거래를 통해 디에타민을 구한다.

 

하지만, SNS에서 대리처방을 통해 디에타민을 구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마약사범이 될 수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 3조에서는 ‘금지하는 행위에 관한 정보를 타인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제 4조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출, 제조,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불법 구매 후 소지만 하고 복용하지 않더라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에타민을 구하는 이들

프로아나 열풍 이전부터 디에타민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몇몇 10대 청소년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디에타민을 알게 된 경로를 묻는 질문에, 20대 A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살 빠지는 방법이 있다며 디에타민이라는 약을 알려줬다. 그때부터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2주에서 3주 정도 복용했다. 약을 알려줬던 친구도 통통한 편이었는데, 그 친구가 살을 빼면 비교될 것 같다는 생각에 복용하게 되었다”며 복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0대 B씨는 “쁘띠 시술을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에 방문하고 식욕억제제라며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언니가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로만 알고 있었다. 이후에 디에타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복용 당시를 설명했다.

 

고도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디에타민은 만 16세 미만은 처방받을 수 없고, 미성년자도 보호자를 동반해야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처방이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SNS에서는 디에타민 처방 방법과 처방 병원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A씨는 “학교 앞 평범한 내과에서 처방받았다. 당시에 뚱뚱하다고 볼 수 없는 체형이었음에도, 몸무게를 재는 등의 절차 없이 3분 만에 바로 처방전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B씨는 “언니가 먼저 처방을 받아서 그 약을 먹었고, 이후에 다시 가서 처방 받았다. 병원에서 처방 받는 것은 쉬운 편이었다”며, 디에타민이 있는 약국을 찾기가 어려웠을 뿐 병원에서 처방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A씨와 B씨 모두 원하는 감량 목표에 도달했다고 말하면서도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A씨의 경우, “당시에는 몰랐지만, 부작용인가 싶어서 떠올려보면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잠도 잘 안 오고, 확연히 입맛이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며 복용 당시를 설명했다. B씨는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이 아닌 기분, 내 정신이 아닌 기분이 들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술 마시는 기분이랑 비슷하다. 집중도 잘 안 되었다”고 말했다. 또, 디에타민의 부작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신체가 건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잠도 잘 안 오고 입이 엄청 건조해져서 계속 물을 마셔줬어야 했다. 피부도 건조해져서 로션이나 립밤을 필수로 들고 다녔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알게 된 부작용…충분한 설명 없었다

전술했듯이 디에타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 약물이다.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장기 복용하는 것은 습관성과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의사의 판단과 처방을 받아 조절하여 복용해야 하지만, 고도비만치료 목적이 아닐 때도 처방이 쉽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씨와 B씨 모두 디에타민 처방 후 부작용이라고 할만한 신체의 변화와 현상이 있었지만, 처방 당시에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답했다. B씨는 “처방을 받을 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거다’, ‘식욕억제제다’ 정도의 설명만 들었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못 들었다. 약에 대해 알아보다가 부작용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 또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만 말하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정확히는 듣지 못했다”며 “약국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정확히 무슨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복용 당시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복용 후 느껴지는 몸의 변화 때문에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고 부작용을 알게 된 것이다.

 

SNS에는 디에타민을 구하는 글이 하루에 10개씩 올라온다. 그 중엔 10대 청소년도 있다. A씨는 “왜 어린 친구들이나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살을 빼려고 하는지, 사회적인 배경에 대해 조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SNS에는 ‘자극짤’이라고 칭하며 서로 마른 몸 사진을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키빼몸(키에서 몸무게를 뺀 숫자) 120이 목표이다’, ‘뚱뚱하다고 받는 시선이 싫다’라며 ‘씹뱉(씹다 뱉기)’, ‘먹토(먹고 토하기)’ 방법을 공유한다. 이런 문화의 기저에는 ‘비혐(비만혐오)’, ‘자기혐오’ 등 해로운 인식이 존재한다. 결국 단순히 마른 몸을 추구하는 일이 건강한 다이어트가 아닌 먹토, 씹뱉 등의 섭식장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있는 ‘프로아나’는 강박이나 자극 등을 공유하는 문화를 기본으로 하면서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강박적으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 마약류 약물 디에타민에 대한 허술한 관리·단속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취재, 글=황혜영 기자 (hyeng925@gmail.com)

디자인=강성진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