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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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만 챙기고, 그 실상은?

 

 

“인스타그램 맞팔하실래요?”라는 말이 인사치레를 대체할 만큼 최근 인스타그램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은 화려하고 트렌디한 사진을 올릴수록 좋아요와 댓글 수가 증가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내가 이만큼 잘살고 있다’ 를 보여주는 SNS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자기과시적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은 완벽한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흔히 ‘인스타 감성 카페’라고 불리는 카페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카페들은 내부를 굉장히 특이하게 꾸미고 외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게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그동안 본 적 없던 기발한 음료나 디저트를 만들어낸다. 유명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연예인 000도 왔다간 카페!’ 라며 패키징되기도 한다. 홍보 방식 역시 인스타그램이다. 해시태그를 통해 쉽게 불특정다수에게 카페를 노출시킨다. 

 

인스타그램에 점철되어있는 카페들의 실상을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인스타 감성 카페 방문 전적을 묻고,  전반적으로 어떻게 느꼈는지를 중점으로 질문했다. 

 

먼저 인스타 감성 카페를 다녀온 A씨를 만나봤다. 

“인스타 감성 카페 좋죠. 저는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소품의 카페들을 좋아하는데 요즘 이 감성을 살린 카페가 많아서 좋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만한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기도 하고요. (웃음) 저는 인스타그램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카페를 찾고 이용하는 편인데 불편한 점이 좀 많았어요. 보통 그런 카페들은 다 크기가 조그마한데, 사람이 많아서 두세 시간동안 기다린 적이 있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기다렸는데,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홍보 내용과 많이 달랐던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디저트나 음료가 사진과 많이 다르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커피 한 잔에 7천원씩 받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특히 카페 테이블이 너무 불편해요.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 조금 과장하자면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음식을 먹어야 할 정도예요.”

 

 

A씨의 말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과 불편한 테이블에 집중해 볼 수 있다. 소위 ‘핫플’이라는 이유로 커피 한 잔을 상식에서 벗어난 수준의 가격으로 팔고 있는 카페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반적인 메뉴인데도 감성카페라는 이유로 더 비싸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스타 감성 카페에 ‘SNS 세금’을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SNS에 과시할 수 있는 예쁜 음료와 디저트에는 세금처럼 가격을 더해져 터무니없는 가격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감성 카페들은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테이블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A씨는 내부 인테리어에 대해 “일부러 카페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려고 좌석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매우 불편함을 느꼈고, 실제로 한시간도 앉아 있지 못하고 나와버렸다.”라고 덧붙였다. 

 

 

B씨는 카페의 불친절 문제를 꼽았다. 인스타 감성 카페들은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인 경우가 많은데, 고객 응대도 미숙할 뿐더러 영업 관련 공지를 SNS를 통해서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는 지방에 살아서 서울에 갈 때 꼭 계획을 세우고 가는 편인데, 인스타 감성 카페들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지를 내더라고요. 당일에 그냥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띡”. 너무 기분이 상했어요.” 그는 판매자 중심의 영업 방식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카페 주인의 갑질은 최근 SNS를 통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한 카페의 ‘케이크 폐기 사건’을 통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소비자는 문제가 된 가게에서 6만원 상당의 케이크를 주문 제작했고, 다음 날 오후 2시 30분에 수령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 일정으로 수령 시간보다 5분에서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 가게 사장에게 이 사정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퀵을 부르라’였다. 소비자는 5분 늦는 것으로 약 5만원 상당의 퀵을 부르고 싶지 않았고, 자신이 다 책임질테니 케이크를 가게 앞에 두고 가달라고 사장에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가게 사장은 영업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기다릴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결국 케이크를 폐기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해당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 가게에서 불합리하게 케이크가 폐기된 소비자들이 많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이 사건에 대해 ‘남의 것을 무슨 권리로 폐기하는가? 케이크를 인질로 잡고 같잖은 갑질하는 거로 보인다’ ‘손님이 책임진다고 했으면 그냥 가게 밖에 두고 가면 되는데 굳이 폐기 처리를 하는 건 무슨 심보냐’ ‘5분 늦은 손님조차 못 기다리고 자기 일정 챙길 정도의 융통성이면 장사하면 안될 듯’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스타 감성 카페가 소비자들에게는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카페 공간을 제공하고, 개인 카페 주인들에게는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지만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전체 숲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당장 눈앞에 있는 유행만 타려고 한다면 장기적인 카페 운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고객을 우선시하고 위생, 적당한 가격, 음식의 맛 등 기본적인 요소를 갖춰야만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기사에 사용된 카페 사진들은 직접적인 비판 대상이 아니며, 참고(예시) 자료임을 밝힙니다. 

 

최서연 기자 (chltjdu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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