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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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동물권

“비거니즘은 인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부산 비건 지도 제작자 ‘탕라마’ 인터뷰

비거니즘(Veganism) 잡지 ‘물결’을 창간한 가수 전범선은 “비거니즘은 취향이기 전에 엄연한 정치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동물권 보호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제 비건(Vegan)은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하나의 ‘운동’으로써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비건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편의점 역시 이에 발맞춰 여러 비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만약 비건 지향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당신이라면, 걱정 마라. 부산에는 비건을 위한 ‘부산 비건 지도’라는 구세주가 있다.

 

 

부산 비건 지도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부산 41곳의 비건 식당·카페·술집, 제로웨이스트숍 등을 담았다. 비건 가게가 아니라도 비건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 역시 소개하고 있다. 부산 비건 가게 등지에서 지도를 배포하고 있으며, 블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물며 환경을 생각하는 그들답게 지도 또한 비목재 펄프 종이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했다.

 

그들은 지도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일주일에 채식 한 끼만 해도 1년에 소나무 15그루를 심는 효과와 동일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 종 차별 등에 반대 △당뇨병, 암, 고혈압, 심장질환, 비만 등 현대병 예방 및 치료 △내가 먹을 식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채식 선택권)을 들었다.

 

만든 이들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산 비건 지도를 제작한 탕라마(활동명) 씨를 만났다. 그는 “(비건으로서) 행동하는 게 잘 맞다”고 소개했다.

 

탕라마 씨는 “비건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정보가 많이 없어서 정보를 모아서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도 (지도 제작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지도 제작의 이유를 말했다.

 

그가 어떻게 비건을 지향하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탕라마 씨는 평소 인권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독일 교환학생 경험에서 채식 선택권 문화를 체험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너 비건이야?’였다. 비건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비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며 “한국으로 돌아오니까 음식에 동물성이 들어가지 않은 게 너무 없었다. 그러면 ‘비건 지향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비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고 전했다.

 

비거니즘은 인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인권에 관심을 둔 계기는 결국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권뿐만 아니라 종 차별 그러니까 동물을 향한 차별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결국 모든 존재를 향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크나큰 목적의식”이라고 그는 답했다. 그러면서 “비건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게 단순히 채식하는 게 더 좋아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비건을 완벽히 지향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활 방식이 뒤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 비건 지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힘들었다. 비건에 관해서 물어볼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 특히 식단을 짜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편의의 문제도 있었다. “아무 곳이나 가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되는 게 아니고, 비건 제품을 찾기 위해 품이 많이 들긴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건 지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비건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비건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만 남았다고 했다. 비건을 이왕이면 빨리 시작하라고 추천했다. 그는 “비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롭지 않고, 시작할 때 완벽할 필요가 없다”며 “일주일에 하루만 비건을 지향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유를 두유로, 나아가서 소·돼지·닭 등을 끊고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끊을 수 있는 것부터 끊어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탕라마 씨는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자아를 찾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건강 역시 비건 지향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같이 비건 지향하는 사람들과도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했다”며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많이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박주현 기자

취재=박주현 기자·박상아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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