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30 (목)

대학알리

대학민주화

“빼앗긴 성신에도 봄은 오는가”

성신여대 총학, 이사회 규탄 대규모 시위 열려
"최다 득표자 1,2위 후보 가운데 이사회가 선택"
"투표는 우리가 했는데... 최종적인 총장 선임 권한은 이사회가"
"총장 선거 관련 성신학원 정관 개정하라"

 

지난 5월 12일 오후 7시, 성신여자대학교 제34대 총학생회 찬란으로(이하 총학생회)는 성북구 돈암수정캠퍼스에 위치한 성신관 앞에서 이사회 규탄을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 성신여자대학교에서는 지난달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12대 총장 선거가 시행됐다. 그 결과 성효용 교수가 50.2%의 득표율로 당선이 유력했지만,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한 이성근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되었다.

 

선거 후 1위 두고 2위 득표자 선임한 이사회 "20년 전 사태 반복되나 "

 

이에 총학생회는 즉각 반발하였고, 1위가 아닌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총학생회 측은 지난달 23일 “전국의 몇 안 되는 총장 직선제 시행 대학교, 타 대학에 비해 높은 학생 투표 반영 비율 등 성신여자대학교는 언제나 학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는 모두 학생과 여러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런 수년간의 노력을 이사회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부담금도 납부하지 않아 각종 대학 평가 지표 중 ‘법인 책무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오던 성신학원은 총장 선거에서만 ‘이사회의 권한’, ‘이사회의 학교 운영 자율성’을 운운하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투표 결과를 거스른 것에 대한 사과’와 ‘총장 선임 결정 철회’, 그리고 ‘총장 선거에 대한 성신학원 정관 개정’을 이사회에 요구했다.

 

동문 교수들 또한 “이사회는 교수, 직원, 동문, 학생 4주체의 합의로 선출된 1위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모사를 꾸며 2위 득표자를 선임하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총장 선임 결정을 규탄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 성신여자대학교 동문 교수 일동은 20년 전 총장 선거에서 당시 이사회가 2위를 기록한 후보를 선임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 역시 학내 분규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성신의 민주주의 총의를 묵살시킨 집행부, 이사회, 후보자, 총동창회장이 공조, 결탁한 산물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를 향해 ‘재정지원탈락’에 대한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었음을 거론하며 “세력 유지에 급급한 대학본부가 엉뚱하게 교육부의 책임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도 이번 ‘이성근 총장 만들기’의 전조 현상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위 득표자인 성효용 교수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도 “이사회에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함으로서 20년 전 겪었던 분열과 혼돈이 엄습하고 있다”라며 동문 교수 일동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제12대 총장 선임의 부당함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입장문에서 “성신여자대학교는 오랜 갈등을 거쳐 학생, 동문, 교수, 직원의 4주체가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제반을 구축해왔고, 이번 선거도 5명의 후보자가 세 차례의 토론을 거치며 대학의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총동창회장이 이성근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가 자행되었고, 결국 그가 선관위에서 제명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성효용 교수와 후보자들은 “총동창회장이 보낸 사과문에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이성근 후보를 지지하고, 다른 상대 후보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선관위가 이 과정에서 엄중히 대처했어야 했고, 이는 성신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되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현 이사회는 재정 능력이 전무하여 교수들이 법인 전입금조차 대합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하며 “책무는커녕 권력에 취해 구성원의 민의를 아랑곳 않고 성신을 수렁으로 몰아가는 이사회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고철환 이사장 총장 선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목소리 잘 안들려" 

 

 

결국 지난 25일 총학생회는 성북구 돈암수정캠퍼스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총학생회 측은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사립대학의 총장 선임 권한은 법인에 있지만 성신은 총장직선제를 채택한 대학이다” “2018년부터 총장직선제를 채택해왔고 그렇기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거스르고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대학 민주화에 어긋나는 행위이다”라고 평가했다. 회견 자리에서 “성신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총학생회는 재학생 100여 명을 비롯해 ‘성신학원 창립 86주년 및 개교 57주년 기념행사’에서 침묵을 유지한 채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고철환 이사장과 이사회 주요 인사들이 시위를 무시하였고 이에 시위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어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이사회의 총장 선임 기준이 무엇이냐”라며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총장 당선자의 사퇴, 총장 선거 관련 성신학원 정관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이어갔으나, 이사회 인사들은 시위자들을 외면한 채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법인사무국장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해라, 면담을 신청하면 발언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이에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오히려 이사회가 면담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2위 득표자를 선임시켰으면 마땅한 기준을 공개해야하지 않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사회 인사들이 퇴장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자,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소통을 원한다, 이사회 측에서 먼저 면담 요청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총학생회는 이사회 측에 지속적으로 면담을 진행했지만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면담 중 지속적으로 “학생들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다 보면 여러분이 볼 수 없는 눈이 또 있다”라며 “우리들이 학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라는 등의 납득할 수 없는 이유와 관련 없는 공약집과 대학 발전 계획서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고,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으며 정관을 이해하지 못했다”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400명 모인 대규모 시위 "권희정 열사의 의지 이어갈 것"

 

 

집회와 시위 등 4차례 이상의 공론화와 3차례의 면담회 이후에도 이사회가 여전히 대학 구성원들의 요구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김지원 총학생회장, 박서희 부총학생화장을 비롯한 각 단과대학 대표자가 발언대에 올랐으며 공연과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김지원 총학생회장은 시위 경과를 보고하며 “지난 9일 공개된 이사회 면담 회의록에서 알 수 있듯이 이사회가 여전히 일관된 태도로 학생들을 무시하며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사회는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반발을 가짜 뉴스가 촉발한 오해라고 치부하고 있다”라며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이사회의 결정과 행보는 자주정신의 정신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임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닌 사과와 결정 철회이다”라며 이사회에게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과 대학 구성원에게는 연대에 함께할 것에 대한 촉구를 시작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작년 우리 대학의 대학 기본 역량 진단 미선정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투표 반영 비율 합의를 이뤄내 학생 투표 비율을 9%에서 11.5%로 늘렸고,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는 대학의 학내 구성원으로서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생각하며 투표권을 행사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사회는 4시간이라는 짧은 논의로 학내 구성원의 노력과 가치 그리고 그동안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저버렸다”라는 발언과 함께 “이사회는 총장 후보자 면접 영상 공개를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까지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총장 당선자의 부정 모의 의혹에 대해 이사들에게 알아보겠다고 했으나, 불과 7일 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이사회의 지속적인 번복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박서희 부총학생회장 또한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어떠한 제대로 된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사회는 본인들의 선택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이 동의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라며 이사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박서희 부총학생회장은 “권희정 열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사회의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끝으로 총학생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을 밝혔다. 권희정은 성신여자대학교 국민윤리교육학과 출신의 인물로 과거 ‘합리적 등록금 책정을 위한 재단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 및 총장실 점거 농성 중 과로와 단식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투표는 구성원이, 선임은 이사회가? 사유는 두 마디 '"공약이 좋았다"

 

 

각 단과대학의 대표자들 또한 “이 자리에 모인 1,400명의 학생들은 권희정 열사님과 선배님들이 지켜내신 성신의 봄을 되찾을 때까지 되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라며 “이사회의 행동은 이런 성신의 거버넌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이번 12대 총장 선거를 평가했다.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을 설득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부정 선임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행동 또한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총장 선거부터 그 결과의 연장선인 현재까지 구성원들 의견이 반영된 부분은 전혀 없는 셈이다”라며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안수빈 인문과학대학 독일어문문화학과 학생회장은 “이전부터 이사회가 총장 후보자 두 명 중 한 명을 선임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이사회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면 투표는 무슨 의미인가”라며 성신여자대학교의 총장 선거 정관에 대한 불합리성을 제기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성신여자대학교의 총장후보자 및 선거관리 규정 제19조(후보자 선정 및 추천)’에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제18조 제3항 또는 제4항의 개표결과 다수득표자 순으로 1위와 2위 득표자를 총장후보자로 선정하고, 총장후보자의 순위를 표시하여 법인 이사회에 지체 없이 추천한다”라는 내용이 제1항으로 명시되어있었다. 성효용 교수가 1위 득표자가 되어도 사실상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까지 총장 후보자로 선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두 후보자 가운데 이성근 교수를 추천하여 총장으로 선임한 것은 정관 상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 이사회 측의 주장이다. 실질적으로 성신여자대학교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총장 선임’이 아닌 이사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두 명의 후보자를 선발하기 위한 투표에서 유효한 것이다.

 

하나. 이사회와 총장 당선자 사퇴하라!

하나. 이사회는 학내분열조장 사과하라!

하나. 학생의 외침에 연대하라!

 

 

시위 마무리 직후 진행한 현장 인터뷰에 따르면 한 총학생회 측 관계자는 “법인사무국장은 2위 득표자 총장 선임 사유로 단순 ‘공약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구성원들에게 본인들의 의사 결정이 얼마나 공정했고 정당했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이사회는 ‘경험을 보니 딱 봐도 잘 할 것 같았다’, ‘기부금을 유치했던 사실들을 보고 감동 받았다’라는 식으로 논리가 아닌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관에 허점과 함께 이사회의 모호한 총장 선임 사유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법인사무국장이 이성근 교수와 부정적으로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이를 법인사무국장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가 법인 사무국장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있다” “정관도 문제지만 선거에 있어 부정적인 모의가 있었다는 것도 드러났기 때문에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시위의 이유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재학생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총동창회와 총학생회 그리고 교수 대의원회가 모여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서 회의록을 비롯한 녹음본과 영상 공개, 어떠한 기준으로 2위 득표자인 이성근 교수를 총장 선임을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지거나 것들이 부끄러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르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학우들이다”라는 말과 함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1,400여 명의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라며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총학생회는 내달 23일, 약 5년 만에 개최되는 전체 학생 총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논의와 의결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 차종관, 이래희

글: 송유진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