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월)

대학알리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➂ 모두의 화장실의 가치,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난 16일, 성공회대학교에서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이 열렸다. 2021년 성공회대학교를 뜨겁게 달군 ‘모두의 화장실 논란’이 우여곡절을 넘어 마침내 준공에 이른 것이다. 본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사업에서 학교 사업으로 넘어가 준공되기까지,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해 힘쓴 주역들이 있다.
회대알리는 (전)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이훈, (전)인권국장 문봄, (현)인권국장 성계진, 학생복지처장 박경태 교수를 만나 지난 1년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2021 총학생회 선거 ▲모두의 화장실 설치 기사화 ▲사업에 대한 여론 ▲설치 합의 등 그들이 진술한 이야기들을 총 3부작으로 나눠 보도하려 한다

성공회대학교의 학생복지처장 박경태 교수와 (현) 인권국장 성계진은 성공회대학교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며 강조했다. 회대알리는 이들에게 모두의 화장실로 기대하는 지점이 있는지, 혹은 우려가 있는지 물었다.

 

Q: ‘모두의 화장실’ 설치로 기대하는 점이 있나?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성계진: 화장실 때문에 학교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한 구성원에게 쓰임이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학우분들이 이 화장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어색한 공간이 아닌 가정 화장실과 같은 편안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거부감을 가졌다면,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단순히 시설물이 생긴다고 인권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치 이후 성공회대학교 내부 구성원들이 해야 하는 노력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모두의 화장실’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성공회대학 본부와 학생 대표자들 그리고 학생사회 전체가 다 같이 책임의식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학내 모든 화장실의 불법촬영기기 탐지를 36대 학생회와 37대 학생회가 실시하고 있다. 공동체가 안전할 수 있도록 사업을 유지하고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경태: 우려는 없다. 만들어지고 나면 이제껏 해왔던 우려들, 위험성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완전히 인증될 것이다. 교외의 혐오세력이 우리 학교를 공격할 빌미로 삼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건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내서 다른 대학에도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사용해 봄으로써 시설의 장점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학교가 다른 대학의 화장실 설치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산청간디학교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앞서 (현)인권국장 성계진은 모두의 화장실에 대하여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공회대 내 모두의 화장실 설치가 학내 이슈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내 인권 증진을 위한 시발점이 되리라는 예상이었다.

이 예측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실현되었다. 경남 산청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산청간디학교에서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산청간디학교에 재학 중인 임채원 학생은 회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성공회대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 기사를 보고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용기를 얻어 학내 화장실 설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작년(2021년) 8월에 있었던 장애이해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 초청 강의로 오신 강의자분께서 휠체어 장애인이셨는데,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여러 사람에게 들려와야만 했었다. 강의 시작도 전에 학교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학교에는 높은 턱과 계단들이 수두룩했다. 이때부터 학교 공간에 관심을 가졌다.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고, ‘리모를 찾아서’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모두를 위한 학교를 찾아 다시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공간이 주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모두의 화장실’에 닿게 되었다. 곧바로 식구총회(교내자치회의기구)에 올려 학교 식구들과 나누고 설치에 동의를 얻었다.

 

Q: 학교에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모두의 권리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화장실은 산청간디학교 학생들이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스스로와 우리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 배제를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것. 모두가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두의 화장실이 대신 답할 수 있다.

 

Q: 본교(산청간디학교)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성공회대학교의 활동이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나?

A: 그렇다. 아주 컸다. 성공회대에서 먼저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 목소리를 듣고 관심 가지고 함께 힘이 되고 싶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힘을 얻기도 했다. 씨앗과 불의 역할이 되어준 성공회대학교에 감사하다. 그리고 응원하고 있다. 더 이상 모두의 화장실의 필요성을 외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위해 함께 나아가고 싶다.

 

Q: ‘산청간디학교’라는 학교의 특성이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A: 처음 문제 인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학교에서의 배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타인과 함께 확장하고, 실현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학교의 영향이 컸다. 또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이런 생각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산청간디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Q: 성공회대학교의 경우 학생사회 내에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성공회대학교의 ‘모두의 화장실’ 설치 기사를 인상 깊게 읽으신 입장으로서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A: 처음엔 이런 사회의 현실에 막막함을 크게 느꼈다. 산청간디학교의 특성이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반대로 간디 밖에선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렇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분명하게 인정하는 사회, 그리고 그런 사회를 가시화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성공회대의 꾸준한 움직임에 감동했고, 끝으로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

 

Q: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다룬 부분은 무엇인가?

A: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움직이자’라는 생각이다.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낳지 않을까?’, ‘이런 제약들이 있을 때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했다. 어렵고 더디지만, 꾸준히 실제 사례들과 자료들을 찾아보며 길을 찾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Q: 모두의 화장실을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많은 것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설치 이후 남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 나가는가를 꾸준히 관심 가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에 맞게 사용되고 생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꾸준히 화장실을 지어간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Q: 모두의 화장실 설치 후의 학교를 상상해보신다면 어떤 모습인가?

A: 모두의 화장실을 시작으로 모두를 위한 학교를 꿈꾸고 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만으로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돌길과 계단은 존재하며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만, 모두의 화장실의 존재가 이것들을 가시화시키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모두의 화장실의 의미에 발맞춰 공동체가 성장하고 움직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같은 권리로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바란다. 학교가 배제했던 수많은 소수자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날까지 계속해서 꿈꾸고 움직이고 싶다.

 

‘모두의 화장실’로 기대할 수 있는 가치

산청간디학교의 사례는 모두의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이처럼 학내 모두의 화장실 설치는 모두에게 열린 학교를 향한 징검다리로 기능한다. 국내 최초 캠퍼스 내 모두의 화장실 설치 대학이 된 성공회대학교는 대학 사회 내 모두의 화장실 설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Q: 성공회대의 다음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훈: 성공회대학교는 구성원들에게 ‘이게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냐’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학교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교가 변화에 발맞춰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인권, 소수자, 기후 위기에 대해 유명한 이유는 몇몇 교수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학생들, 졸업생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많이 변화해야 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문봄: ‘인권과 평화’의 이름을 가졌으면 그 이름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가치를 당당하게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모두의 화장실’도 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건물마다 무조건 하나씩은 지어졌으면 좋겠다.

 

성계진: 설치가 끝이 아니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 후 사용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과 시설 보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학교 본부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학교 내에 해결해야 할 인권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문제라도 해결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움직여주었으면 한다. 부족한 현실에 쉽게 순응하기보다는 해결방법을 찾는 데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

 

박경태: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낸지 20년이 지났다. 국내에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던 시절에 우리 대학이 내걸었고, 그 결과로 이제는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 슬로건을 기본으로, 성공회대가 상징해낼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생태 문제일 수 있고, 또 민주주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여러 다양한 가치 중에서 우리가 먼저 이야기해, 또 한 번 보편적 가치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노력해서 함께 만들어가자.

 

 

성공회대학교는 20년째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모두의 화장실 설치 사업에 주력했던 인물들은 모두 입을 모아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치로부터 시작되어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인권국장 성계진은 “단순히 시설물이 생긴다고 인권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모두의 화장실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성공회대학 본부와 학생 대표자들 그리고 학생사회 전체가 다 같이 책임의식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설치 이후 모두의 화장실을 향한 학교와 학생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위해 힘쓴 이들이 모두의 화장실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고,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성공회대학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귀추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글=황혜영 기자(hyeng925@gmail.com)

취재=최민서, 황혜영 기자

사진=최민서, 황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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