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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인구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역에서 실종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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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째 딛고 있는 살얼음판, ‘서울공화국’

내 자식은 내가 하는 힘든 일보다는 서울 가서 공부하고 사무직 했으면 좋겠는데,

그 바람이 잘못된 건가요?

 

지역에서 청소년의 '할 일'을 찾도록 돕는 '멘토리 (mentory)' 권기효 대표가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학부모에게 들은 말이다. 권 대표는 학부모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지역에서 이미 수년 살아온 청소년이 더 많은 기회를 위해 지역을 떠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지역 의제를 다루면서도 최근 서울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비꼬는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에 의아해했다. 그는 유년기에도 서울은 과포화 상태라는 말을 줄곧 들으며 자랐으며 발견된 문제가 아니라 원래 있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공화국과 지방인구 감소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약 20년 전 발행된 역사비평 『거대 도시 '서울공화국'의 명암』에서 장규식 교수는 “ 서울공화국으로 전락한지는 이미 오래” 라고 저술했다. 이 논문에서는 6.25 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낳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인구가 100만 명대였던 1950년대를 지나 60년대 중반에는 300만 명을 돌파했고,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1000만 명대에 육박했다. 현재는 이것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1000만 명 안팎을 유지 중이다. 이 같은 통계는 다른 나라의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치다. 서울에 집중된 국내총생산(GDP)은 절반 이상인 52.2%로, OECD 국가 수도 중 도쿄나 파리, 런던보다도 20%가량 높다. 

 

 

청년들의 지역이탈을 막는 지역들

이에 따른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의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20년 5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46.1%에 달한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가임기 여성인구 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소멸위험지수는 일본의 정부 관료 마스다 히로야 씨가 2014년, 일명 ‘마스다 보고서’에서 일본의 고령화 사회 진단을 위해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마스다 보고서는 일본의 지방쇠락, 인구소멸의 미래와 예측에 대한 보고이며, 일본에서 지방소멸의 위기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일본과 비슷한 양상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는 우리나라 또한, 소멸위험지수를 이용해 지방소멸 위험을 측정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출산 문제로 돌리는 것에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소멸을 연구하는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 이시원 연구원은 “지역소멸의 지표들이 출산과 연관이 있는데 그런 지표들이 낡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도입되고 있는 청년 정책들 역시 인구유출을 막는 데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중앙정부에서는 소외지역인 동시에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12개 중 7개 가량이 청년의 지역정착이 목적이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청년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지역정착을 돕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은 청년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청년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중간 성과 (2019년 8월)를 살펴보면 주민등록지를 이전한 사업 참여 청년 중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이 많아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713명 중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이전한 청년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한 청년보다 10배 이상 이다.

 

 

하지만 멘토리 권 대표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주소 이전한 청년의 수를 척도로 잡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지역에서 창업을 하고 주소 이전을 하게 되면 주소 이전의 성과는 지자체로 돌아간다 . 이미 청년 정책의 성과를 달성한 상황에서 청년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2-3년 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게 되면 실패의 몫은 온전히 청년에게 떠넘겨진다. 권 대표는 주소 이전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청년이 지속적으로 지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자체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방소멸을 논할 때 언급되는 소멸위험지수에도,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청년 정책에도 포함되지 않는 집단이 있다. 바로 지역 청소년이다. 각 지역에서는 지방소멸과 청년인구 감소 대비책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청년마을을 만드는 등 안간힘을 쏟고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각종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청년 정책과는 달리, 지역 청소년을 향한 지원은 열악했다.

 

지방소멸 속 사라지는 지역 청소년

상주에서 자라 홍성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송예나(성공회대 21) 학우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소년 간의 인프라와 지원 규모의 차이를 지적했다.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데 누리는 건 차이가 너무나도 심하다”면서 “상주에 살던 중학교 친구들은 모두 지역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생활할 당시 청소년 상담과 체험활동을 경험했지만, 시간만 채우기 급한 상담 서비스와 형식적인 과학센터, 문화센터 탐방이 전부였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은 여러 체험과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복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해 청소년은 지자체의 예산안에서 배제되어왔다. 소멸위기지수 고위험에 해당하는 고흥군의 여성청소년과 본예산을 분석해본 결과, 총 570억 원의 예산 중 노인복지 예산은 약 385억 원이었던 반면에 청소년 관련 복지예산은 7억 원에 그쳤다.

 

 

지역 청소년 지원 사업을 살펴보면, 하루 동안 진행 되는 진로탐색교육이나 단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시설 이용률 또한 매우 저조했다. 박경미 전 의원이 ‘2015년 회계 연도 여성가족부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립청소년 수련시설의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0~200명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청소년수련시설은 여성가족부 소속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운영되는데, 건설 비용도 막대하고 예산 또한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이 소요 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참여수준이다.

 

이처럼 청소년 사업과 정책의 부재는 곧 지역 청소년에게는 입시부담으로 이어진다. 멘토리 권 대표는 “서울이랑은 다르게 지역 청소년은 대학 외에는 지역에서 다른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나 생각을 할 겨를 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지역에 적합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숙 형태로 이루어지는 입시 위주의 공부가 지역 청소년의 선택지를 좁힌다는 것이다.

 

충북의 한 대안학교 김아람(가명) 교사는 현재 지역 청소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던 청소년 시기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20대 중반의 그는 살아온 지역을 항상 ‘떠나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다. 그의 지인들도 하나같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대부분 서울로 떠났고, 결국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년은 김 교사뿐이다.

 

현장에서 바라본 지역청소년① -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멘토리는 '청소년들이 우리 동네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조직이다. 실제로 여러 곳을 다니면서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청소년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고민하고 꾸려나간다.

 

2019년도 강화도에서 진행한 ‘강화도령 보드게임’은 기존의 강화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난 색다른 접근이었다. 강화도는 역사 유적 관광지로, 그 이미지가 굳게 자리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역 청소년들은 강화도를 관광지로서의 이미지로 조명하기보다는 숨겨진 역사와 주목받지 못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조선의 25대 왕 철종은 강화도에서 평민으로 지내다 갑작스럽게 왕이 되면서 결혼을 약속한 여인과 헤어지게 된다. 청소년들은 이 이야기에 주목해 보드게임을 만들었고, 크라우드 펀딩 공모전에 제출하기도 했다. 강화도의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알릴 수 있고, 청소년은 지역에서의 할 일을 고민해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권 대표는 지역에 사는 젊은 세대의 이탈이 서울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만, 정작 지역 청소년 당사자는 지역에서의 삶을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고민해보긴 하지만, 얼마 안 가 ‘우리 동네에서 뭐하고 사냐’로 마무리된다”며 “고민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와 기회를 만드는 것을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저께까지 보던 강화와 오늘 보는 강화는 조금 다르네요"

 

2019년 멘토리가 진행한 ‘강화 갯벌 영화제’에 참가한 청소년의 말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전과는 달리 강화도 역사에는 흥미를 못 느껴 갯벌과 강추위를 주제로 내세워 ‘얼어죽을 강화’라는 영화제를 12월 1일에 열었다. 권 대표는 이 말에 멘토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청소년이 지역을 오래 봐오면서 느낀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에서 벗어나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좋은 변화라는 점에서다.

 

현장에서 바라본 지역청소년② -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는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도모한다는 핵심 가치 아래에서 민주주의, 지역공동체, 지방자치 등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 희망제작소에서는 지방소멸에 대한 문제의식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내일상상프로젝트’도 그것의 일환이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의 진로 욕구와 지역에 파편화되어 있는 자원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연결해, 청소년이 도움받을 수 있는 활동 생태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취지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전주, 순창, 완주, 진안, 남원 등 여러 지역에서 지역 청소년들과 청년, 지역공동체를 만났다. 강연과 사람책(도서관의 책처럼 사람을 통해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청소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후 워크숍을 통해서 다양한 진로 고민들을 나누게 된다. 지역자원과 진로문제를 결합하여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고 희망제작소는 최종적으로 청소년의 관점과 지역 구성원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연구를 진행한다.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지역 구성원의 참여도 중요시 한다. 사람책이나 강연에서는 낙농업 종사자, 지역 청년, 카페 자영업자, 지역언론인 등을 섭외해 지역사회 구성원의 경험과 자원을 공유한다. 내일상상프로젝트를 맡고있는 이시원 연구원은 “청소년의 변화도 있지만 청소년을 바라보는 지역구성원의 변화가 오히려 더 많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자원으로 참여한 지역 주민들은 이번 계기가 아니었다면 청소년은 그저 학교 다니는 학생으로만 인식 되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네트워크 형성을 반가워했다. 이 연구원은 “지역사회 내에서 지역 청소년과 새로운 연결과 발견이 이어지는 점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활동이 매개가 되어 지역 주민과 연결 되고 소외되었던 관계들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지역 청소년에게 닿기 위한 노력 지역과 지역 청소년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지역 청소년이 지역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은 근시안적 대안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문제다. 지역 청소년의 교육과 입시로 인한 지역이탈은 단순히 도시재생사업이나 청소년 정책만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의 소규모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학교와 지역만의 뚜렷한 색이 있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이 필요해보인다. 남원시 운봉·산내·아영·인월면의 4개 학교에서는 내일상상프로젝트를 교실 안으로 끌어오자는 취지로 자유학년제(중학교 과정에서 1년간 지필 고사 없이 진로탐색·동아리·체육 등의 교육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학년제 수업 시간을 이용해 지역에 적합한 자원과 공간을 연결하는 ‘마을연합 진로탐색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단기적, 이벤트성"

 

지역 청소년 지원과 관련해 취재원이 언급한 단어다. 일회성의 프로그램이나 단기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빠르게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짧은 기간 동안 하는 프로그램을 장기간 진행한다고 해서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1년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이후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를 이끌고 갈 주체가 없으면 지역 활동가들은 사적 부담을 떠안고 진행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역 청소년은 지역에서의 고민을 이어나가기 힘들다. 서울에는 사람과 자원은 차고 넘치지만, 서울이 가지지 못한 것을 지역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오랜 전통과 문화, 혹은 지리적 위치, 산림자원 등이 차별화가 될 수 있다. 멘토리 권 대표는 서울에서 잘 할 수 있는 일과 지역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지역의 매력을 높이고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할 일 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물었을 때 직업으로 대답하는 시대를 지나 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시대다. 지역은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게 만든 적도 없고 하고 싶을 때 해주지도 않는다. 지역 청소년에게 더 많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

 

수년간 지역에서의 삶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청소년에게 선택권과 기회가 배제되어왔다. 지역 이탈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역 공동체 안에서 그들만의 가치를 펴나갈 기회와 선택지가 새로운 지역 청년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지역 청소년의 시계는 째깍이고 있다.

 

 

글=방의진 기자(qkd0412@naver.com)

취재=김동우, 길시은, 방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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