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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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학은 학생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 <예술대학이 처한 위기 현실 진단> 열려
"예술대학 내부 혁신은 물론 대학, 교육부, 문체부 책임져야"

 

 

지난 9일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1차 토론회 <예술대학이 처한 위기 현실 진단>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예술대학생네트워크, 국회 도종환·권인숙 의원실, 예술대학 살리기 교수 및 학생 모임 등 여러 유관기관에서 공동주최했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는 “현재 예술대학은 물리적인 교육의 지표마저 각종 법정 기준이 미달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라며 “대학 예술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예술대학 체질 개선을 목적으로,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 및 기관, 행정부처 그리고 대의 및 입법 기관들과 함께 공론장을 마련해 현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행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은 기존 국회에서 진행하고자 했으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화상회의(ZOOM)로 대체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소현 계원예대 총학생회장은 현재 예술대학생이 겪고 있는 열악한 현실과 이에 관한 원인을 분석했다. 더불어 앞으로의 고등예술교육 방향성 및 책임 주체(△각 대학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과제들을 논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시작하기에 앞서 “2020년 기준 고등교육기관 전체 재적생 327만 6,327명 가운데 예체능 계열 학생이 10.3%(33만 7,638명)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대학생 10명 중 1명이 예체능을 전공으로 두는 것”이라며 “결코 적지 않은 학생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예술교육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예술대학생은 끊임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가로 사는 삶을 회의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졸업 후 창작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부재” 

 

이어 장 총학생회장은 예술대학생들에게 처한 열악한 상황을 알렸다. 첫 번째로 ‘예술대학생들의 문화예술계 종사 희망 정도와 현실의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인용한 예술대학생네트워크 <2019 예술대학 진로 교육 및 커리큘럼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193명 중 94.3%(2,035명)가 “대학 졸업 후 문화예술계 종사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 가운데 79.9%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술계열 졸업자 취업률은 63%로 계열 평균 취업률 74.8%보다 낮다”며 “그 중 건강보험 가입 직장은 43.72%로 계열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많은 예술대 졸업자가 양질의 일자리에 취직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예술대학 졸업자 다수가 졸업 이후에도 문화예술계 종사를 희망하지만, 자신의 진로를 문화예술 분야로 선택하는 것이 곧 생계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험난해짐을 뜻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이러한 현실의 원인으로 책임 주체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진단했다. 그는 “고등예술교육 실패에 따른 예술대학의 열악한 환경은 최소한의 책임조차 가지지 않는 방식으로 기능했던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며 문제의 책임 주체인 대학을 향한 비판을 쏟아 냈다.

 

 

“예술대 고액 차등등록금, 학생 몸과 마음을 빈곤케 해”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예술계열 차등등록금은 타 계열 대비 최소 32만 원에서 최대 165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는 전체 계열 가운데 2위로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학은 예술대학 등록금 차등의 근거로 △실험실습비 △기자재 구입비 △교원 확보 △공간 사용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초기 계열별 차등등록금 책정 당시 예술계열 등록금 책정은 인문사회계열 기준 1.2배나 1.3배라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며 이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수업 진행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여전히 동일한 등록금을 징수하는 상황을 향해 “자기 모순적”이라고 평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예술대학생의 과도한 부채로 이어진다. 그가 지적하는 “등록금 외에도 수업 중 발생하는 재료비, 졸업 행사 등의 창작 비용은 오롯이 개인의 몫”인 상황도 원인이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한국장학재단 ‘대출 연체 비율’이 계열 평균 9.2%이지만, 예체능 계열은 압도적으로 높은 23.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전히 교육 서비스 고객으로 학생을 인식하는 대학에서, 예술대학생의 부채는 쌓여가며 결국 그 부채는 졸업 후 사회와 문화예술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청년예술인의 어깨에 무겁게 매달린다”고 주장했다.

 

수업 대부분 테크닉 중심, 권리 및 직무교육 없는 게 문제

 

장소현 계원예대 총학생회장은 “문화예술생태계 내에서 예술인의 역할과 권리, 사회적 맥락에서 예술이 가지는 가치 등 ‘예술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당 수업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 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문화예술 영역 직무와 직업 훈련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민정(충남대 예술대학) 학생도 마찬가지로 예술대학의 테크닉 중심의 수업을 지적했다. 그는 “예술 활동에서 학생들의 자율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교수진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도 역시 필요하다”라며 “우리 대학의 경우, 수업 시간 내 교수가 과실에 머물러 있는 일은 드물다.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설사 이뤄진다 해도 교수 취향에 맞춘 간단한 피드백이 진행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수업은 아무런 도움 없이 학생 개인 역량에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권은지 계원예대 애니메이션학과 학생회장은 예술대학 수업이 현장과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는 예술 직종이 사회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대학 내에서만 시도하는 작업물들이 현장에서의 어떤 분위기를 받게 되는지 실감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예술대학에서의 수업은 교육 방면으로만 심화 될 것이 아닌 현장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며 교육과 현장, 이 두 가지를 분리하게 되는 교육 방향성을 지양할 필요성을 느낀다. 대학은 직업을 양성하는 곳이 아닌 경험을 주는 장소”라고 제언했다.

 

“졸업 이후에 문화예술계 판에 발도 못 들이게 할 수 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예술계열에서 수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위계폭력과 성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예술계와 예술대학의 병폐 중 하나”라며 “예술대학 입학 과정에서 교수는 심사위원으로 권위를 가지며 보직교수의 경우 대학 행정절차에서도 권한을 가지고 있다.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는 도제식 수업과 교육자 평가 중심의 수업에서 '강의 평가를 잘 써주면 F 학점은 면하게 해주겠다' 등 교수가 본인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해 교육 시스템과 교수들의 책임이 있다는 자성과 비판이 나왔으며, 예술 환경 변화에 따른 예술교육 혁신을 위해 도제식 교육으로 비롯되는 수직적 위계가 철폐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시형(명지대 예술학부 아트앤멀티미디어작곡 전공) 교수는 “불합리한 점에 대해서 분명하고 과감하게 개선되어야 함에도, 교수들이 과연 학생들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며 “예술대학의 교수 학생 간 수직적 위계는 꼭 사라져야 하는 구습이기에 수평적인 관계로 개선돼야 한다. 학생들도 교수들에게 과감히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함과 동시에 교수들은 변화된 관계 인식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호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자율권’ 앞에서 팔짱 낀 교육부

 

교육부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은 현실 원인 가운데 교육부 책임을 제시했다. 장 총학생회장은 “피교육자(수혜자)에게 교육비를 부담시키는 ‘수혜자 부담의 원칙’은 교육의 수혜자가 교육 당사자인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까지 해당함에도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라고 의견을 냈다. 더불어 “(교육부는) 사립대학 이야기만 나오면 따라오는 얘기가 ‘자율성’”이라며 “그런데 사립대학의 재정구조만 보아도 사립대학이 온전한 자율권을 행사하기에는 국고 보조금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교육의 기본법령이 되는 ‘교육기본법'에는 학교는 사립이든 국립이든 “공공성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대학의 자율성보다 공공성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장소현 총학생회장의 발제를 마치고, 다음으로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이하 한예종) 교수의 <예술대학의 위기 진단과 대안을 위한 정책과제> 발제가 이어졌다.

 

이동연 교수는 고등예술교육의 위기는 크게 ‘코로나19 팬데믹 장기 지속으로 비대면 교육 중심 및 예술의 생산과 향유 위기’, ‘예술대학의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정원 구조조정 정책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예술대학은 취업률에 밀려 최하위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예술대학의 비중이 높으면 낮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교육 시설과 기자재 실험실습비가 많이 드는 예술대학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예술대학은 다른 전공학과와 통폐합하기도 쉽지 않아 그냥 폐과되는 경우도 많다. 폐과를 간신히 모면하더라도 순수예술을 전공하는 예술학과들은 이상한 이름을 붙여 학과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을 상실하는, 최소한의 생존 수준의 대학들도 많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이러한 위기들을 타개하려면 부실한 교육과정 혁신과 질적으로 낮은 경쟁력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시절로 예술대학이 안전하게 복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예술교육이 그동안 물리적인 공간과 교육만을 고집했던 근대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예술교육 일부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구축하는 교육과정의 혁신이 불가피”라고 밝혔다.

 

더불어 앞서 장소현 총학생회장이 언급했던 직무교육 부재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다. 이 교수는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속해서 제기되었던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학 내 고등 예술교육이 예술 현장과 유리돼 현실에 부응하는 창작물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이 질적으로 낮은 경쟁력을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예술대학, 변화 추구해야 산다

 

김시형 교수는 “예술대학의 교수들은 항상 대학에서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되면 항상 예술대학이 0순위 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스스로가 대학에서의 존재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술대학의 정량적 성과지표에 대한 관리의 부재를 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기를 예술대학 교수들이 인식은 하고 있지만, 변화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부족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온 기득권에 대한 포기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예술대학 내 자체적인 혁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사회에서 필요한 직무 역량보다는 교수 개인의 도제식 교육이 우선시 돼 있는 예술교육의 구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예술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맞추어 예술교육의 변화도 함께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다양한 예술 산업 현장에서 적합한 직무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을 우선시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그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기 주도 전공 개발의 역량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전환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학의 고등 예술교육과 창작 현장 및 문화 콘텐츠 시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대학 내 예술교육이 창작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방안을 프로덕션 시스템*이란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 프로덕션 시스템 : 프로덕션을 공연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실무적인 공정 수준을 넘어서 특정한 창작물을 만드는 하나의 시스템 (이동연 교수)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교육과정 혁신을 위한 지원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술대학이 구조조정의 위기를 극복하고 체계적으로 대학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HK) 사업과 유사하게 ‘예술한국(Arts Korea, AK) 사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는 예술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창-제작 중심의 교육과정 혁신’, ‘미래 혁신형 교육커리큘럼 개발’, ‘청년예술가 일자리 확대’, ‘예술계 창업 지원’과 관련된 사업들을 육성하는 새로운 지원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이러한 제안들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을 만한 깊은 토론이 됐으면 한다”며 “국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은 하나씩 하나씩 과제들을 떠안겠다”고 전했다.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 실무책임자인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유한나 정책연구팀장은 "이번 토론회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예술대학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학생들의 참여가 타 집단에 비해 저조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남은 토론회에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증언과 발언을 확보해, 예술대학생들도 논의에서 배제될 수 없는 당사자이자 주체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행사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남은 토론회를 통해 예술대학 위기 현실과 예술대학 구성원 요구 사항을 공론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토론회를 마친 뒤 참여자들과 함께 (책임주체들에) 예술대학 문제 대책 마련과 관련 정책 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예술한국(AK) 사업 수립과 고등예술교육법 제정 등,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가 실현되는 것이 본 토론회 성과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으며, 기사 하단에 첨부된 해당 토론회 자료집을 통해 참여자 발제문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편 2차 토론회 <예술대학 커리큘럼 및 교육환경,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는 오는 28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이후 두 차례 토론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본지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 보도는 4차 토론회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예술대학 위기 현실과 대안 모색을 위한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예술대학 살리기 2차 토론회 사전 참여 신청은 해당 링크(https://bit.ly/3xkIvO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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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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