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일)

대학알리

청년

우울이 너무 버거운 당신에게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

우울증을 겪는 청년의 일기

*본 내용은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의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2021년 6월 30일

 오늘 아침도 눈이 떠짐과 동시에 어김없이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자기혐오로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밤의 연장선이다. 모든 것에 대한 무기력과 권태가 날 작은 골방에 가뒀다. 

 옛날엔 내가 남들보다 조금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내 무기력이 코로나 때문이고, 취업이 힘든 사회 때문이라며 내 주변을 탓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 내 탓인 것만 같다. 내가 못나서 고민을 터놓을 친구도 없는 거 같고, 능력이 없어 취업에도 계속 실패하는 것 같다.

 우울감을 떨쳐내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인터넷에 '우울증 증상'을 검색해서 내 상태와 대조해보는 것, '우울증 극복 방법'을 찾아보는 것뿐이다. 검색을 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는 흔해빠진 말을 봤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없다. 감기는 가볍게 앓고 넘어가지만 내 우울은 그렇지 않다. 감기에 걸린 사람은 주위에서 챙겨주기라도 하지... 내 우울을 챙겨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이유 없이 우는 밤이 계속 늘어간다. 극단적 생각들은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병원이든 상담센터든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든  '네 탓이 아니야. 단지 병이어서 아픈 거야'라는 말을 들어야겠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내가 나를 포기할 것만 같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전체 우울증 환자 중에서 20대 환자가 17만 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체 우울증 환자는 57.5% 증가했지만 20대는 189.4% 늘었다. 코로나 시대 대학은 캠퍼스의 낭만은 잃은 채 오로지 취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전락했다. 지금의 대학 사회에서는 개인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사회 담론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면 만남보다는 온라인 속 일상에 익숙해진 청년들에게 SNS 속 화려한 일상을 보내는 친구들은 오히려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우울의 늪에서 청년들을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

 

외대알리는 한국외대 학생상담센터에서 학생들을 상담하고 있는 이미화 교수를 만나 청년들의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학생상담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학생상담센터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담을 제공하는 학내 기관이에요. 개인적 특성, 학교생활, 관계, 진로, 가정 문제 등 누구든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힘들거나 도움을 받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죠.

 

Q. 상담센터와 정신의학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정신의학과는 약물치료를 주되게 하는 곳이고 상담센터는 심리상담을 주로 하는 곳이에요. 사실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라면 병행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긴 해요. 정신의학과에서도 심리치료에 중점을 두는 병원이 있지만, 대부분은 약물치료에 중점을 두는 병원이 더 많아요. 스스로 약 처방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고민이나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심리상담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실은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어떤 기관이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죠.

 

Q. 최근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찾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코로나 이후 대인관계 문제로 찾는 학생들이 줄었어요. 대신 무기력, 불안, 우울 같은 이유가 늘었죠. 코로나 전에는 우울감을 겪어도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와 얘기하면 풀리기도 하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소통이 어려워졌으니까요.

진로에 대한 불안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외대 학생들의 경우 교환학생이나 해외 이동이 잦은 편인데, 코로나로 인해 길이 막혀서 자신의 경력을 잘 챙기지 못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아요. 우울함이 개인의 성격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안 좋아질 때도 많이 느끼게 돼요. 내가 애써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면 노력하면 되지만, 내가 노력해도 어떻게 될지 모를 때 무기력함을 많이 느끼게 되니까요.

가정환경 문제나 사회적 불균형으로 인한 우울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아요. 똑같은 장학금을 받아도 그게 없으면 생활 유지가 안되는 사람과 없어도 형편이 여유로운 사람이 있으니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공간이 이전 학창 시절과 달리 전국단위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그런 걸 더 많이 느끼는 거죠.

 

Q. 코로나 이후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의 수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오지 않고 대면 활동 제한이 많아서 작년 1학기에는 다소 이용 학생이 줄었었죠. 그런데 학교의 활동이 제한되어서 오는 학생 수 자체는 줄었을 수 있는데, 심리적으로 훨씬 더 심각하거나 많이 힘들어서 오는 친구들은 더 많아요.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비대면 상담과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학기 경우에는 평소 방학 때 줄던 학생 수가 줄지 않고 있고 지금은 오히려 상담 신청이 많은 상태에요.

 

Q. 비대면 상담이 대면상담만큼 잘 이루어지나요?

생각보다 잘 이루어져요.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실제 화면에 1:1로 크게 얼굴과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 대면 못지않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Q. 청년 우울증이 학생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무언가 잘 안된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무기력함과 우울감을 느껴요. 이 외에도 한다고 하지만 해야 하는 게 계속 있다고 느낄 때, 주변에서 기대는 많이 하지만 이해는 해주지 않을 때 등 복합적 상황인 것 같아요.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이 뭔가 부족하거나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사실은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의지가 강할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에 민감해지고 우울과 무기력함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이러한 우울과 무기력감을 경험함으로써 또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점차 적응 기능이 떨어지고, 모든 생각이 부정적으로 이어지죠.

청년 우울증이 심각해지는 이유 중에는 자살이나 극단적 선택과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대학생 자살이 급격히 늘고 있어서 청년 우울증은 조기에 관리하는 게 꼭 필요해요.*

 

*OECD 회원국의 2020년 7월 기준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 당 명)은 평균 11.2명이다. 이 중 청년 자살률을 살펴보면 20대 자살률이 19.2명, 30대 26.9명이다. 30대는 OECD 1위, 20대는 3위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청년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 2019년 자살률을 보면 20대 자살률은 전년 대비 9.6%나 급증했다. 20, 30대의 자살 동기 현황을 살펴보면, 정신의학적 문제가 1위를 차지한다. 즉 육체적,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Q. 청년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한 개인적, 제도적 차원의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개인적 차원에서는 내가 현재 우울하고 힘든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내 생각처럼 몸이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건지, 나름대로 애를 쓰는데 안 되는 건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체크할 필요가 있어요. 같은 진로를 준비해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모습일지 그리면서 준비하는 것과 ‘지금은 이거밖에 없어’, ‘이거 해야 해’ 라고 하면서 몰아붙이는 건 달라요. 후자는 너무 고된 과정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청년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은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교육부에서도 대학의 상담센터를 활성화하려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 학교에서도 자살 예방 교육, 교내 위기 학생들을 위한 이해와 개입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보다 많은 학생이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새로 유학생 상담센터도 오픈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자기 이해와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조기에 검사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아요. 필요하면 빠르게 지원하고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절차와 기관들이 만들어져야 하고요. 좀 더 크게 보면 대학에 와서 대학생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쌓아온 것들, 예를들어 중고등학교 때 겪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대학에 와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아요. 대학에만 가면 꽃길만 걸을 걸 기대하고, 대학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곳은 책임과 자유가 함께 주어지는 공간이잖아요. 그 자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인 친구들이 많아요. 먼 지향점이긴 하지만 교육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상담을 신청할 때 학생들이 특히 우려하거나 센터에 부탁하는 사항에는 무엇이 있나요? 학생이 요청할 시 모든 상담내용에 대한 완벽한 익명성 보장도 가능한가요?

상담센터에서 하게 되는 모든 상담은 익명을 보장해요. ‘내가 여기서 상담을 받으면 내 이력에 남아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본인 입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고 얘기하지 않는 이상 저희가 얘기할 일은 없어요. 어떠한 이력에도 남지 않고요.

심지어 제가 상담한 학생을 캠퍼스에서 만나면 제가 먼저 아는 척을 안 해요. 학생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지만… (웃음) 그들이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모르기도 하고, 친구랑 같이 가고 있다가 ‘누구야?’ 하면 곤란할 수 있으니, 반가워도 먼저 인사하지 않죠.

 

Q. 상담센터를 언제 방문하는 게 적절할까요?

고민의 크기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혼자 버텨도 되는 상태와 상담센터를 와야 하는 상태가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이 힘들다고 바로 상담센터를 찾지는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잖아요. 이것저것 해보고 친구들도 만나보고… 내가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바꾸기가 어렵다고 느끼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도 그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고 이해받는 느낌이 안 든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에요.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는 좋겠죠. 오랫동안 묵혀뒀다가 가지고 오면 뭘 변화시켜야 하는지 알더라도, 그동안 살아왔던 기간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청년 우울증 극복을 위한 발걸음

 

앞선 내용처럼 청년 우울증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청년들 스스로 하나의 이유를 특정하지 못할뿐더러, 하나의 표면적 이유로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더라도 그 안에는 얽히고설킨 응어리들이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과 사회, 모든 방면에 청년들을 어둠 속으로 고립시키는 요인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청년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 역시 다양한 정책과 지원 확대를 통해 촘촘히 이루어져야 한다.

 

학내 심리상담센터, 인력과 공간이 필요하다

 

학내 심리상담센터는 학생들이 우울증 극복을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찾는 선택지 중 하나이다.심리상담센터는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제공하며 큰 도움이 되는데, 최근 상담인원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큰 문제를 겪고 있다. 외대알리는 이미화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외대 심리상담센터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현재 외대 학생상담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상담을 받기 위한 대기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다는 것이다. 이는 센터 내 상담 공간과 상담 교사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화 교수는 “외대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면 1시간 단위로 상담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공유 공간이 단 3곳뿐이다”라며 인력과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미화 교수는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비교적 학기 중보다 여유로웠던 방학 기간마저 상담 대기인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학기 중 전체 근무시간을 활용하여 10시부터 5시까지 상담을 진행해도, 상담 교사 한 명당 4~5명의 학생만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을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부족한 인력과 공간 탓에 방학 중 학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한 대기 기간은 최대 2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부족한 인력과 수요공간의 부작용은 상담원들의 업무과다로 이어진다. 외대 상담센터에서는 학생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상담이 끝날 때마다 또 다른 학생이 바로 들어오는 로테이션으로 상담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마치 쳇바퀴 돌아가듯 이루어지는 방식 탓에 상담 초반 학생들은 “이렇게 학생들을 쉼 없이 만나는데, 과연 선생님이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라며 상담에 대한 의구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와 겹쳐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외대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의 수 역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청년 우울증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학내에서 상담센터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담센터 대기 문제로 학생들의 불편 역시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는 꾸준히 센터와 소통하며 더 큰 수요 공간과 상담 인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첫 진료 실패'가 두렵다

 

청년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해 심리상담센터든 병원이든 찾을 때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첫 진료 실패'이다. 어딜 가나 그렇지만 환자들은 담당 전문의 혹은 상담사를 잘 만나야 한다. 복불복이다. “나에게 맞는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 “상담센터에서 안 좋은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되려 상처받을까봐 별로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외대알리의 설문조사에서 우울증을 겪는 청년들이 말한 ‘병원 혹은 상담센터를 찾기 꺼리는 이유’다. 특히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첫 진료 실패는 스스로에 대한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

 

단지, 이들의 두려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후기에서는 쉽게 첫 진료 실패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외대알리와 인터뷰를 한 청년은 “학교에서 받은 상담이 너무 좋아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갔는데, 얘기 도중 취업 준비 기간이라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어요. 마지막에 삐비빅- 알람이 들리자마자 바로 상담 끝이더라고요. 1회만으로 너무 불만족스러워서 안 갔어요. 후기에도 저 같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라며 진료 실패담을 이야기했다.

 

코로나 블루의 위기 속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 우울증, 공황장애 무료 상담을 지원하는 등 청년들의 심리지원 강화에 나섰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블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의 정신건강을 위해 최초로 20만 원의 마음건강 바우처를 지원한다고도 밝혔다. 제도적 지원들이 확대되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지만 양뿐만 아니라 섬세한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좋은 전문의와 상담사에게 도움을 받고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온 청년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복불복’이라면 아픈 청년들에게 “거기 한번 가봐”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더는 우리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외대알리는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청년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일에 대해 아버지와 크게 갈등을 겪었고 지금까지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청년은 우울증에 대해 밝힐 경우 취업에 어려움이 생기는 현실을 꼬집으며, 공황장애가 있음을 밝혔을 때 주변 지인들이 본인을 피하던 경험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자신을 항상 억누르고 관리하며 근무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사회에 우울증, 상담센터, 그리고 정신과 약에 대한 허황된 말들이 난무하다 보니 우울증이라는 병 자체에 대한 공포까지 생겨난 것 같다”며, 청년 우울증이 특정 집단만이 겪는 일이 아니므로 사회적 시선이 더 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 더는 청년 우울증이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청년의 자립을 강조하며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겨왔다. 청년들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또한 그들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편견 없는 사회적 시선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의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 청년들

 

#2021년 7월 27일

 오늘은 학교 안에 있는 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 선생님과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털어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못나게 생각했는지 느꼈다. 상담센터에 갈 때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다. 요즘은 상담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며칠 전에는 혼자 방에 숨어 우는 모습을 룸메에게 들켰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황급히 눈물을 닦는데 친구가 아무 말 없이 불을 끄고 나가며 말했다. “마음 편히 울어도 돼. 늦게 들어오라 해도 괜찮아.” 내가 어떤 상태여도 아무 조건 없이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조력자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된다. 내게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며, 힘들 때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친구 덕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낀다.

 이제 나는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나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듣고 어쩌면 너무나도 쉽게 놓치고 살았을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나에게 여유를 주며 다독여야지.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더 이상 불안해하지 말자. 조금 더 나아지면 너무 먼 미래가 아니어도 3년, 5년, 10년 이렇게 조금씩 미래를 볼 수 있는 연습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그리고 멀리 보는 내가 되고 싶다.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극복한 청년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말

 

Q.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청년1: 생각보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병원이든 상담센터든 찾아가 봐요. 나를 마주하려고 해야 해요. 그리고 스스로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1년 동안 쉬면서,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뜻이 있는 단체도 만들었어요.

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터널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최근 1-2년 동안 많이 좋아졌어요. 꼭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이 큰 도움이 돼요. 충분히 도와줄 사람들이 근처에 있어요.

 

청년2: 우울증을 겪으면 내가 불행한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나의 탓은 더더욱 아니에요. 우울증에 걸렸다고 죄를 짓거나 저주받은 것이 아니라 단지 부축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청년3: 처음부터 치료를 성공하는 건 어려워요. 맞는 상담센터, 병원을 찾는 걸 2~3번씩 실패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도 지금 당장 혼자서 너무 힘든 사람들한테는 한 번 더 용기를 내서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청해보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작은 거라도 자신을 보듬어주는 게 필요해요. 늦잠을 자도 '아~푹 잤다' 이렇게 생각해보고… (웃음) 사소한 거에 즐거움을 찾았으면 해요.

 

청년4: 남들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을 먼저 챙기세요. 중요한 건 병원과 상담센터에 가서 치료를 받는 사람이냐, 아니냐지 우울증이라는 병 자체가 아닌 것 같아요. 전자는 더 용감하고 더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서 하고 싶던 말, 가슴에 묻어둔 말들 다 토해내세요. 내리막길만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당신이 환하게 웃을 날을 위해 제가 기도할게요. 우리 같이 이겨내 봅시다.

 

 

윤주혜 기자(bethy1017@hufs.ac.kr)

이지민 기자(starwave0224@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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