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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대학 언론에 대한 억울한 오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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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마지막으로 편집국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진행 직전 기자들이 나에게 간단한 케잌을 선물해주며 퇴임을 축하해줬다. "퇴임 축하합니다" 물론 여전히 편집국 기자들이 나에게 신문사 일과 관련하여 연락이 오긴 한다. 이럴 때마다 기자들에게 "나 퇴임했다"며 핀잔을 주긴 한다. 

 

<대학알리>에서 작성한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물도 어느덧 10편이 다 돼가고, 나도 이제 전직 편집국장이니 이 글들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간 못 다했던 이야기들을 마저 하고자 한다. 

 

■ 사실 선배들도 언론에 대해 잘 모른다 

 

"너거들은 글도 잘 쓰고, 후배 기자들한테 막 취재하는 거 앉혀놓고 가르치제?" 내가 학내 언론에서 활동하는 것을 쭉 지켜봐 왔던 대학교 동기가 했던 말 중 하나다.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난감한 순간은 다름이 아닌 후배 기자들을 가르치고, 그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할 때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기자들도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후배 기자들이 우리에게 찾아와 어떻게 취재를 하면 잘할 수 있는지, 기사를 잘 작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여러 질문을 하지만 뾰족하게 대답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도 전문적인 기자 교육을 선배들에게 받은 적도 없고, 그저 눈 앞에 닥친 취재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연차가 쌓여 어느 정도 노하우를 익힌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적인 노하우를 후배 기자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사마다 상황들이 각각 다른 것이 기자 생활이다 보니 적용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 번은 수습기자 교육을 제대로 해보자며 나름의 신입 기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편집국 차원에서 만들자며 머리를 맞대어 보았다.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곤 기사 송고를 위한 이메일 작성법, 파일 분류법, 주요 취재원 연락처 정리, 기본적인 기사 작성법 정도였다. 수습기자들이 편집국에 들어와 참고하기엔 너무나도 빈약하고, 사수 선배들이 충분히 그때그때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었기에 무산된 적도 있었다. 

 

사회에 진출한 학보사 출신 선배 중 현직 기자가 있다면 초빙 강연 같은 것을 열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예산 관련 문제, 섭외 문제 등 여러 방해 요인이 겹치며 유야무야 된 경우도 많았다. 선배 기자들이 후배 기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되니 수습기자들의 중도 탈락, 편집국 인력난 등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것이다.

 

■ 우리도 미치도록 학내 논란거리를 보도하고 싶다

 

학내에서 논란거리가 생길 때마다 우리 편집국 기자들은 항상 동향을 파악하고, 취재원들의 연락처를 구해 이곳저곳 뛰어다닌다. 해당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고 정리하여 보도한다. 그러면서 학우들이 논란거리에 대한 판단의 몫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문제는 모든 학내 논란거리를 우리 학생 기자들이 보도할 수 없는 것이 대학 언론의 현실이다. 물론 내부적인 취재나 정보 파악은 가능하겠지만 공식적인 학생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편집국 기자들이 현명한 대처를 하여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기사 전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학내 취재원이 없으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학 언론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곤란한 경우가 정말 많다.

 

아예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설령 인터뷰까지 다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말한 것을 기사에 빼 달라고 하거나, 기사가 보도된다면 향후 취재에 불응하겠다는 엄포도 있었다. 심지어 보도 이후 학내 언론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며 항의하는 황당한 일도 더러 있다. 학내 취재원과 관계가 비틀어지게 된다면 우리 대학 언론은 그저 학내 논란거리를 잘 정리하는 역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이 때문에 언론 차원에서 내지르기성 보도를 쉽게 할 수 없는 이유다. 

 

논란이 벌어진 후 해당 당사자들과 취재 일정이 뒤늦게 잡힐 수밖에 없거나, 발간 시기가 어느 정도 사건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난 뒤라면 편집국에서 자체적 판단을 하여 보도를 안 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 다 정리된 사안을 굳이 다시 보도하기엔 애매하고, 논란을 재점화하여 학내 언론이 여론 몰이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일반적인 학우들 입장에선 학내 언론이 학교에서 논란이 되는 거리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니, 당연히 "신문사는 가만히 있느냐", "언론은 왜 취재 안 하느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학생들의 질책을 오로지 우리 대학 언론인들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편집국 기자들은 자책을 하면서도 "우리도 미치도록 취재하고, 보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 왜 학생 언론은 학교 입장을 그대로 실어주나?

 

학생 언론이 학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왜 기사에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적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항변하고 싶다. 보통 대학 언론 기사는 학내 이슈에 대해 정리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전한다. 때론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고 기자가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으로 기사의 형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있다.

 

문제는 대다수의 학내 이슈가 학교와 엮일 수밖에 없으며, 해당 당사자들이 학교 관계자이다. 그렇기에 학교 관계자의 입장과 그들의 생각들이 기사에 담길 수 밖에 없다. 여러 당사자가 엮여있는 사건의 경우 우리의 취재를 응해준 사람들이 학교 관계자뿐이라면 그것에 맞춰 학생들에게 우선 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물론 학교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고쳐나갈 필요는 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비판적으로 보도를 하고, 공정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이다. 그러나, 단순히 학교 관계자의 입장이 기사에 실린다며 비판받는 경우라면 기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경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학교 입장을 그대로 보도하더라도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판단하여 학교 결정에 항의하는 길라잡이 기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작년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가 심각해짐에도 불구하고, 학교 차원에서 대면 시험 원칙을 고수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 우리 기자들은 학생의 입장에서 여러 질문을 교무처에 던졌고, 교무처장이 직접 언론과 대면하여 인터뷰하였다. 우리는 교무처장의 입장을 정리하여 보도했다. 기사를 본 교무처장은 나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들이 기사에 잘 드러났다"며 "공정하게 보도해줘 고맙다"고 했다. 

 

이 기사를 본 학생들의 반응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해당 기사가 보도되자 학내 커뮤니티에서 교무처장을 향한 학우들의 비판이 거셌다. 익명 커뮤니티다 보니 비판을 넘어선 비난에 가까운 댓글도 무수히 달렸다.  보도 이후 교무처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는데, 교무처 관계자들이 나에게 와 "우리 직원 선생님들이 에타(에브리타임) 댓글을 보고 적잖게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글을 마치며>

제가 적은 글들 통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사실 적고 싶은 내용도 많았고,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저 자신 스스로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주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김규민 (前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끝>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④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⑤ “선배님 죄송합니다. 신문사를 더 이상…”

 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⑦ 대학 언론인이여, 중립! 중립을 지켜라!?

⑧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⑨ 세상에 나쁜 취재원은 없다(1)

⑩ 세상에 나쁜 취재원은 없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