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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의 '소통'은 곧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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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장 대표성 부정, 그 안에서 드러난 외대의 불통

 

지난 2월 19일 한국외대 학교 본부는 서울캠퍼스 제54대 총학생회장에게 “총학생회장은 오늘(2/19)부로 졸업유예생의 신분이 되었기에, 학교는 총학생회장이 학생 대표로서 학교와 하는 모든 업무를 함께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렸다. 이에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의 ‘일방적 통보’를 규탄하고 ‘구시대적 학칙 개선’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한국외대 학칙 제47조(학생회) “본 대학교에서 재학하는 학생으로 구성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회를 둔다”를 근거로 졸업유예생 신분이 된 서울캠퍼스 제54대 총학생회장을 학생회 구성인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칙에 명시된 ‘재학하는 학생’, 즉 재학생의 구분에 대해 학생회는 2018년부터 학칙 개정을 요구해왔다. 2018년 총학생회칙에 새로 도입된 ‘정회원등록제’는 이러한 학생회 요구의 일환이다. 정회원 등록제는 준회원 중 휴학생과 졸업유예생이 특정 기간에 등록 절차를 이행한 경우 남은 기간 정회원이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휴학생 및 졸업유예생도 학생총회 의결 권한 및 (피)선거권 등 정회원과 동일한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외대알리는 학생회장의 대표성을 부정당한 당사자인 김나현 총학생회장을 인터뷰했다.

 

 

- 총학생회장의 대표성을 부정당한 당사자로서, 처음 관련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 느낀 심경은 어땠는가?

 

현재 제54대 총학생회장 본인은 정회원등록이 되어있고, 학생회칙 상으로는 대표자 직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대표성이 문제가 될 상황이라면, 이걸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대해 학교와 함께 고민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는 오늘부터 너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식의 통보였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관련 학칙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학교와 꾸준하게 이야기를 했다. 때문에 이 사안을 학교에서 절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방적 통보를 한 거다. 나를 무시하는 것은 학생 전체를 무시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학생회장직을 수행했다. 이번 사안은 학교가 학생 사회가 그동안 지키려고 했던 체계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부정한 거라고 생각한다.

 

- 현재 총학생회장의 대표성에 대해 학칙과 학생회칙이 충돌하고 있다. 학생회가 생각하는 현 학칙의 문제점과 학생회칙이 요구하는 점은 무엇인가?

 

학칙에 학생 자치활동을 규정하게 하는 고등교육법의 본 목적은 학교가 학생을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는 오히려 학생 자치활동을 탄압하는 수단과 도구로써 학칙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되는 학칙 내용은 학생회 구성원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학생회라는 개념 안에는 대표자, 집행부뿐만 아니라 학회, 동아리 등 다양한 유형의 자치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자격을 ‘재학하는 자’로만 구성하는 것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학칙이 만들어진 1974년)에는 휴학이나 졸업유예의 개념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학생회칙에 새롭게 도입된 정회원등록제가 휴학생이고 졸업유예자라도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면 어떤 형태로든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학칙도 이와 결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까지 해당 사안에 대해 학생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또 그에 대한 학교의 반응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직접 인정한 대표임을 학교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중앙운영위원회나 전체학생대표회의 차원에서 모든 기층 단위 학생회들까지 이 사안에 대한 자보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걸 본관 전체에 붙였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진행한 연서명은 개인 외대인 1300명 정도의 서명을 모았다. 타대학이나 전대넷(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같은 더 넓은 차원의 연대는 부족하긴 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외대 학생들의 동의인데 이 부분이 잘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최근 학교와의 면담에서도 많은 외대 학생들이 함께 목소리내고 있음을 학교가 인지한다고 느꼈다. 또 대학평의원회(대평의)에서는 학생대표자 자격을 인정을 받았다. 대평의에서는 학교가 해당 사안에 대해 소통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표성을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평의는 학교를 견제하는 기구이기에 학교가 압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계속 행동을 해왔으니 학교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은 하는 것 같다.

다만, 현 총장과 처장단들의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이 논의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학생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표명했다. 이에 학교는 현 총장 임기 내에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 학칙에서는 제54대 총학생회장을 학생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 총학생회장 대표성 부정 이외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학교 본부의 소통방식에 있어 학생회와 학교의 충돌이 이어졌다. 총학생회가 학교 측과 여러 차례 소통하며 느낀, 학교 행정의 구조적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대학의 실질적인 의사 결정 구조의 중심은 총장, 부총장, 처장단이다. 교수진으로만 구성된 이들끼리 회의장에 모여 의견을 도출한다. 탁상행정이 반복되는 이유이다. 학생회가 학칙으로부터 보장받은 기구라고 해도 학칙을 만들 때 학생들이 있었나? 직원들이 있었나? 라는 의문이 든다. 그들이 만든 법에 제한되고, 학생들의 이야기는 참고하겠다는 선에서 항상 그친다. 그래서 항상 소통부재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이를 궁극적으로 고치려면 외대가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과 개혁의 필요성을 논의해야 하고, 이 사안을 다듬고 정돈해서 나온 총장 후보가 뽑혀야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직원·학생 사이의 위계를 없애고 삼주체간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때문에 이번에 삼주체가 참여하는 총장후보자 선출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학교 당국의 일방적 소통 방식에 있어 이번 사안 말고도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 있었는가?

 

명분뿐인 소통, 비민주적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있다. 등심위는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의결기구로 예산·결산 등록금 등 각종 돈 문제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구이다. 의결 성원은 학교 본부 4명, 학생 4명, 외부전문가 1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외부전문가를 계속해서 총장이 위촉해왔다. 결국 5대 4인 것이다. 실질적 논의도 없고 학교가 원하는대로 표결만 하고 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외부전문가를 위촉할 때 학교와 학생이 협의하도록 법이 개정 됐지만 세부 사항들은 여전히 중요한 논의거리이다.

 

- 54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4월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학생회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학교의 일방적 소통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처음 총학생회장을 시작할 때부터 강조했던 것이 지속가능한 학생사회이다. 학생회장들은 약 1년의 임기를 수행하는데, 이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1년 주기로 인원과 정책이 변화되며 겪는 연속성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모든 학생사회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버넌스의 변화를 추구했던 것 같다. 위원회나 의사결정기구에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의제에 대한 공감대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임기가 끝나고도 학생회 대표자직을 넘어 공론장을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학생사회에 공론장이 너무 부족하다. 학생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학생회나 학교가 이에 답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다양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 학생자치가 살아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학생회장단과 학생회는 1년 단위로 바뀌더라도 그 속에서 나온 의제들은 연속성 있게 이어나갈 수 있는 학생 사회가 되었으면 좋다는 바람이다.

 

 

총학생회장 대표성 부정 사태로 드러나는 학교 본부의 문제점

 

문제점 1. 학칙 개정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1974년에 제정된 학칙은 재학생을 ‘재학하는 자’로 규정했다. 총학생회장의 답변과 같이 당시 휴학이나 졸업유예의 개념이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위 조항은 ‘상식적으로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칙이 제정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현재 외대 3명의 학생 중 한 명은 휴학 혹은 졸업유예 상태*로, 우리는 주변에서 재학생만큼이나 휴학생이나 졸업유예생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한국외대 재적 학생 현황 (출처 = 대학알리미)

 

그러나 학칙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학교는 고등교육법 제12조에 따라 학생 자치활동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변화한 현실에 맞게 학칙을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학칙의 재학생의 기준으로는 모든 외대 학생의 포괄하지 못한다. 그러나 학교는 해당 조항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학칙 개정에 소극적이다. 또한 총학생회가 2018년부터 학칙 개정을 꾸준히 요구했지만, 21년이 된 현재까지도 해당 조항은 여전히 학칙에 남아있다.

 

 

문제점 2. 학칙 본질 오인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학교 당국은 학칙을 총학생회장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이는 학생 자치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학칙의 본질을 오인하는 처사이다. 학칙을 오히려 학생 자치활동을 위협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학칙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학생 자치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학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대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학칙을 통해 학생 자치활동을 제한하는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근거로 학생 자치활동에 제한을 두고 있다. 성균관대 학칙에는 학생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총장이 직접 정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한 건국대는 학내 집회나 대자보 게시 시 학교의 승인을 받도록 학칙으로 규정했다.

 

더는 학칙을 근거로 학생 자치활동을 제약하는 폐습은 없어야 한다. 올해 3월, 국회에서 대학 학생회·동아리·학내 언론 등 학생 자치기구에 대해 학교의 부당한 개입을 막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은 학생 자치기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구체적인 사항은 학생회칙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총장이나 학교가 학생 자치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할 시, 교육부 장관이 시정을 명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로써 학칙을 근거로 학생 자치활동을 탄압할 수 없다는 사실은 더욱 명백해졌다.

 

 

문제점 3. 학교 본부의 권위주의적·일방적 태도

 

결국 학교 운영에 관한 모든 문제는 학교 본부의 권위주의적, 일방적 태도로 귀결된다. 학교 운영에 관한 모든 사안은 학생들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지지만, 학교 당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결정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학교로부터 해당 결정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결정의 부담을 오롯이 학생이 진다는 점에서 학교 당국의 태도는 심히 기만적이라 볼 수 있다. 지난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수업방식 전환으로 다수의 학생들은 거주 불안 문제에 봉착했고, 학습권을 침해당했다.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총장과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어려운 점과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총학생회장에게 ’시정잡배’라는 폭언을 퍼부을 뿐이었다.

 

이번 총학생회장 대표성 부정 건에서도 학교 측의 권위주의적인 행태는 반복됐다. 학교는 공식적 절차가 아닌 ‘전화 한 통’으로 학생회장이 학생회 구성원 자격을 잃었음을 통보했다. 또한, 해당 문제에 대해 소통하자는 학생들의 외침에도 학교는 여전히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반복되는 ‘불통’은 학교 당국이 학생을 대학의 동등한 주체로서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늘 외대의 ‘불통’과 마주하고 있다

 

학교 당국의 독단적인 태도는 최근 학제개편 관련 사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학교 본부는 서울캠퍼스 사범대학 내 5개 학과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글로벌캠퍼스에서도 통번역대학을 포함한 3개의 단과대학을 폐지하고 새로운 단과대학으로 개편하겠다고 결정했다. 해당 학제개편 역시도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외대의 ‘불통’과 마주하고 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외대에서 이루어졌던 과거 학제개편 사례를 자세히 파헤쳐 보고, 그 속에서 외대의 불통 행정의 문제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지민 기자(starwave0224@gmail.com0

이지원 기자(jione05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