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대학알리

김규민의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⑧>

 

 

 

이번 8편은 지난 4월에 적었던 이 시리즈물의 4편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의 연장선이다. 당시 4편에서 우리 학보사가 전면 온라인화 결정 이후 편집국 내 기자들이 느꼈던 점을 말했던 바 있다. 지면을 없애고 온라인화를 결정했던 것에 대해 신중했어야 했다는 목소리, 장점으로 예상했던 것들이 오히려 부메랑처럼 단점으로 바뀌게 된 점을 언급했다. 나 역시 올해 초 까지만 해도 대학 언론의 온라인화에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사실 대학 언론의 온라인화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 언론은 지면 발간이라는 큰 토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많은 대학 언론인들은 신문 지면을 통해 독자들을 만난다. 그렇기에 대학 언론인에게 지면 발행은 소중하다.

 

이 때문에 지면 발간, 발행 횟수가 중단되는 경우는 편집국의 예산이 부족하거나 대학 본부가 감축시키는 것 외에 기자들 스스로가 “우리 지면 발행을 줄입시다!” 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다. 지면 발행은 곧 기자들의 자존심이고, 자존감이다. 발행 횟수를 줄이는 것은 그들에겐 아주 자존심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결과로 직결된다. 사실 나도 그랬다.

 

■ 뜻밖의 재난 상황 속 전면 온라인화 덕분에 시의성 챙겨..

기사거리 쥐어짜던 아이템 회의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져

 

그러나,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이 전국적으로 강타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대한민국을 강타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게다가 이 감염증은 지난 2~3월, 우리 대구경북 지역에 전염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지역민들에게 큰 어려움을 겪게 했다. 특히, ‘대구 봉쇄’, ‘야당 뽑아서 그렇다’와 같은 해괴망측한 망언들이 대구경북이 어렵던 시기에 논란으로 오르내리며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우리 대학 역시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해 있고, 많은 재학생들이 대구경북 주민이다. 그렇기에 캠퍼스 내 코로나 확산이 크게 우려되기도 했고, 대학 본부도 초비상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학사 일정도 수시로 바뀌었고, 재학생들 대다수가 익숙한 지역과 대학가 인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편집국 내부 기자들이 자중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며 후회하던 학보사 전면 온라인화가 오히려 이 같은 재난 상황 속 큰 장점으로 바뀌었다. 우선 발간 일정에 제약받지 않고 언제든지 신속하게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취재한 것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는 것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이었기에 체감 효과는 배가 되었다. 취재한 것을 학생들에게 빠르게 보도할 수 있는 창구가 제대로 열린 것이다.


코로나 19 재난 상황 속 취재할 거리가 많아지고, 기사를 보도할 기회가 많아지니 편집국 내 아이템 회의 수준도 이전에 비해 향상됐다. 기존에는 기사 아이템이 부족하여 “도대체 뭘 보도할 건지 머리를 싸매자!”였다면 이제는 “무엇을 우선적으로 보도할지 추려내 보자!”로 회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아이템을 쥐어짜던 편집국에서 이제는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우리가 가장 잘 보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신문사의 활동량과 범위가 늘어나니 학내 담론 선점(先占)에 있어서도 이전과 달리 좀 더 대담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 제약 없는 활발한 활동 보여주니 학우들이 격려해주기도..

 

특히, 올해 초 재난 보도 활동을 기점으로 기자들의 활동량과 시의성을 챙기는 능력이 작년에 비해 늘어났고, 온라인 활용에 점차 익숙해지니 온라인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작년에 비해 굉장히 활발하게 돌아가게 되었다. 신문사의 활동이 늘어나니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신문사가 요즘 열심히 하고 있다’ 거나 우리 신문사를 응원하는 학우들의 격려도 비교적 늘어났다.


기사에 대한 관심도 역시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 과거엔 학내 커뮤니티에 기사를 올리면 무반응에 가까웠다. 그러나, 코로나 19 관련 소식이나 학사 일정 변동 기사 등 학생들의 관심도가 집중될 만한 기사가 시의성 있게 보도되자 학생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올해를 거치며 우리 기자들이 보도한 기사들에 주목도가 쏠리고,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자유로워지자 기자들의 신문사 활동 역시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이 시리즈물을 내내 언급했던 ‘대학 언론 위기’, ‘학보사 무존재감’ 등 지방 대학 교내 언론의 위기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지방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지방 사회는 점점 힘겨운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방 문화가 와해되고, 지방의 모든 사회문화 요소가 수도권으로 흡착되는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되는 사회 전반의 적체가 생기니 지방대 학생 문화도 역시 와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내 여론과 담론을 형성하는 학생 자치기구인 학생 언론 역시 그 존재감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가 취급하는 ‘종이신문’이라는 매체는 1차 매체로서 이미 많은 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존재가 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버린 상태이다.  


‘종이 신문’은 이미 사양의 길로 접어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기피하는 매체이다. 이는 대학 언론인 모두가 발간대 쌓인 종이 신문을 바라보거나, 지면을 회수할 때마다 “와, 진짜 아무도 안 읽는구나”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신문사’라는 기구 특성상 종이 발행 자체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으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가는 것도  우리 대학 언론의 역할일 것이고, 눈 앞에 놓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는 것 역시 우리들의 역량이다.

 

■ 대학 언론의 위기..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정기적인 지면 발간 계획은 없었던 상황이었고, 게다가 코로나 19 상황 속 모든 학교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신문사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재난과 위기 상황 속에서 온라인 신문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유로운 취재와 시의성 보도를 하였고, 활발한 활동 덕분에  많은 학우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온라인 보도 전면 전환이 대학 언론 위기의 무조건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고, 나 또한 여전히 지면 발행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우리 학보사는 정기적인 종이 지면 발간 중단이라는 위기가 닥쳤지만 코로나 19 재난 상황을 거치고, 온라인 보도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름 성공적으로 새로운 운영 체계가 자리 잡았다. 지금도 많은 대학 언론들이 지면 발행과 예산 감축 등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을 것이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대학 언론들 모두 각자에게 놓인 위기 상황 속 솟아날 구멍을 찾아내어 슬기롭게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여 대학 언론의 명맥을 잘 이어나가길 소망한다. 그래도 올해 학보사를 운영하며 느낀 점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것이다.

 

김규민 (대구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방대 학보사 기자로 살아남기> 시리즈 바로가기

① “학보사? 그게 뭐고” 선배가 물었다

② 지방대 학보사 기자들은 그만두고 싶다

③ “그러게. 왜 지방대 학보사가 중요할까?”

④ “지면이 없어진다고요?” … 학보사의 온라인화

⑤ “선배님 죄송합니다. 신문사를 더 이상…”

 바쁜 ‘대학 언론인’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⑦ 대학 언론인이여, 중립! 중립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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